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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연재 주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최근연재일 :
2021.07.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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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93,099

작성
20.11.1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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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시험의 탑

DUMMY

"탑과 시험이라...뭔가 다른 게 생각나는 건 나뿐인가요?"

"뻔하다면 뻔한 조합이긴 하죠."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더 높이 솟은 탑의 아래에서 전에 만났을 때보다 더 지쳐보이는 김인방 씨와 함께 나란히 서서 탑을 구경했다.

이 인간 요즘에 나름 잘 나가고 있는 것 같긴 하던데 기사단 허드렛일 하고 시청자들이랑 컨텐츠 한다고 캐릭터 육성은 뒷전인 것 같더니, 방송 끄고 열심히 살고 있었구나.

이 인간은 게임을 하는 것으로 돈을 벌어 먹고 사는 인간이니 지금 이렇게 방송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게임을 하는 것은 굉장히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이며 건설적인 행동이 되는 건가? 나와는 정반대구만 그래.


"요즘 좀 어때요? 잘 나가시는 것 같던데."

"아, 갑자기 그 이야기 하시는 거예요? 우리 게임에서는 게임 이야기만해요."


너무 힘들어 보여서 내가 지금까지 받았던 친절함처럼 나름 신경써서 물어본 건데, 오히려 묻지 않는 게 좋은 이야기도 있는 건가.


"인광 님도 잘 나가시나 봐요. 엄청 베테랑이 쓸 것 같은 아이템 끼고 계시네요."

"그냥 뭐, 요 앞에서 하나 장만했죠."

"하하, 이 앞에 장사꾼들 하나 같이 가격 올려쳐서 좀 그렇죠? 저도 가격이나 성능 괜찮아 보이는 게 있어서 고르긴 했는데, 거기 말고 다른 곳은 영 별로더라고요. 조금 무서운 상인들도 보이고."

"...타락이 준 것보다 좋아요?"

"아니요? 그건 솔직히 너무 사기템이었어요."

"호오...용캐도 공략을 했네요 우리. 서비스 초창기 때인데."

"솔직히 저희 그때는 대영웅이 도와줘서 보스 공략한 거지, 지금 유저들끼리 파티 짜서 가면 공략하기 꽤 힘들 걸요?"


그것도 그런가. 상당히 초창기에 있었던 일이라 괜히 얕잡아 보는 경향이 생긴단 말이지.

확실히 알로 할아버지와 그 부하들이 적극적인 서포트를 해줘서 잡은 거긴 하지. 2 페이즈 때에는 상성이 좋았고.


"운이 좋았죠."

"그렇죠. 이번에도 운이 좋았으면 좋겠네요."

"이것들과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걸까요?


탑의 아래에는 여기저기에서 모여든 여러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있었다. 대체로 인간과 비슷하게 생긴 녀석들이라 그놈이 그놈처럼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다양하게 모였다.

이번에 내 덕에 어인들이 힘을 되찾았으니, 다음에 이곳에 왔을 때는 어인들도 몇몇 있으려나?

그러고 보면 말랑이 같은 몬스터인데도 선한 마음을 가진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이곳에 못 들어오는 건가? 영웅은 인간과 닮은 녀석들만 될 수 있는 거야?

아니겠지? 이 게임 모토가 완전한 자유인데. 암, 그렇고 말고. 대단하신 회장께서 뭐든 준비해놓으셨겠지.


"글쎄요... 참, 그거 아세요? 유저들 중에서는 저희들이 최초로 영웅 타이틀 달지도 몰라요."

"오오...그랬군요."


심력 시스템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유저들 중에서 영웅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플레이 타임 60시간이 예상되는 게임도 하루 이틀 이면 클리어하는 인간들이 수두룩한 나라에서 잘도 최초의 타이틀을 거머쥐는 구나.


"김인방 씨는, 뭐의 기사에요? 제가 게임하다 보니까 방송을 볼 시간이 없어서."

"행운의 기사라고 하더라고요. 뭐가 행운인지는 모르겠지만...네, 그렇다네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내게 멎쩍게 하하 웃으며 자기는 나 같은 불굴이 멋있어 보여서 부럽다는 둥의 소리나 하며 적당히 시간을 보냈다.


"지금부터 탑의 문을 열겠습니다."


멍한 눈으로 탑을 올려다 보던 우리들의 귀에 얌전한 목소리가 시험의 시작을 알렸다.

뭐 다른 말 없이 시작하는 건 내 취향이긴 한데 상당히 뜬금없는 느낌이다. 보통은 이런저런 말을 하고 나서 저런 말을 하지 않나? 혹시 신입이라 긴장해서 실수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시험의 내용은 온전히 탑의 안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시험관에 의해 결정됩니다. 모두가 다 함께 시험을 치르지는 않으니 그 점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들은 시험에 개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해주시고, 행운을 빕니다. 다들 영웅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뭔가 말하는 순서가 이상하지 않나요?"

"뭐, 별로 상관 없지 않을까요? 사람들 앞에 서서 말한다는게 어지간히 힘든 일이거든요. 조금 실수했어도 봐줘요 우리."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한 피곤함이 섞인 한마디, 도저히 가볍게 넘기기 힘든 한 마디다.

지금 저기서 말하는 사람이야 영웅의 재목을 앞에 두고 말하는 거라지만, 김인방 씨는 몇 백 몇 천의 얼굴도 안 보이는 글자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니...

백 번 생각하면 백 번, 방송 생각은 빨리 접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난 못 할 짓이다, 저건.


"그럼, 좀 있다 봬요."

"하하...하루만에 끝날런지."


김인방 씨와 적당히 수다나 나누다 활쫙 열린 탑의 문 안으로 느긋한 발걸음으로 걸어들어간다.


"오오."


분명히 들어올 때는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소리가 들렸는데, 막상 문 안으로 들어오고 나니 나 홀로 남아 내가 무심코 터트린 작은 감탄사가 매아리 쳐 울리는 공간에 서 있었다.

과연, 시험 인원 한 명 마다 시험관이 하나씩 붙는 건가. 영웅이 되느냐 마느냐를 심사하는 자리라고 한다면 이미 먼저 영웅의 길을 걸어간 누군가가 시험관이겠지?

보통 정석대로라면 예전에 죽은 대영웅이 짜잔 하고 나타나 내가 시험관, 누구누구다!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보통은 그 전에 깔린 복선으로 앗! 그 유명한 누구누구?! 라는 식으로 내가 알아보고 깜짝 놀라는 전개가 될 텐데. 내가 아는 게 없으니 그런 반응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무슨 소리가 들리는데...위로 올라가야 하나?"


탑의 위로 빙글빙글 만들어진 나선 계단의 위로 한 걸음 올라선다. 이 계단을 전부 올라가야 비로소 시험관의 시험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어지간히도 귀찮다.


"......"


뚜벅뚜벅.


...자, 그래서 김인방 씨 말인데. 나도 그렇고 김인방 씨도 그렇고 서로서로 거짓말을 했다.

우선, 난 김인방 씨의 방송은 어쨌든 찾아보고는 있다. 아무래도 게임에서 우연찮게 이어져버린 특이한 인연이다 보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직 김인방 씨가 심력을 깨우치지 못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게임 내에서 도박 같은 것을 했을 때 운이 워낙에 좋았던 탓에 행운의 기사 같은 별명은 있는 모양이지만, 실제로 행운이라는 심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김인방 씨는 제국에서 나를 감시하기 위해 보낸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감시로는 이미 아이엔이 붙어 있고, 아직까지 붙어 있는 것을 봐서는 보고도 제때제때 잘 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굳이 아이엔이 아닌 김인방 씨를 보낸 것으로 봐서는 제국의 누군가가는 아이엔에게 의심을 품고 있는 모양이다.

궁전의 앞에 연합이 장사진을 폈으니 궁전의 안으로 제국이 사람을 심어뒀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지금도 감시 당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되려나.'


흐름으로 읽어내려고 해도 이 장소 자체에 뭔가 수를 쓴 것인지 도통 잘 읽히지가 않는다.


우득, 우드득.


꽉 쥔 주먹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도대체가 왜 날 감시하지 못해서 안달이 난 건지.


'...작업이라도 쳐둘까..."


카란틀리아의 용궁의 벽 속에 내 사슬을 깊이 뿌리내리게 만들었던 것처럼, 벽에 손을 대고 사슬을 퍼트린다.

불굴의 힘이 강해지면서 이제는 멀리 떨어져 있을 때에는 힘을 잃어도 가까이 가면 다시 힘을 되찾는 식의 블루투스 능력이 생겨 미리 준비만 해두면 언제든지 쳐들어와서 뒤집어 엎을 수도 있다.

한 손은 여전히 벽에 대고 다른 한 손은 자칭 장인 씨에게 받았던 장비의 위에 얹어 뭔가 다른 수를 써둔 것은 아닌가 살펴본다.


[가난한 장인의 2% 아쉬운 경갑 상의]

[뛰어난 실력과 재능을 가졌지만 고집이 심한 장인이 부족한 재료만으로 만들어낸 나름의 수작.]

[체력 + 451 민첩 + 237 맷집 + 20 방어력 + 928]



솔직히 난 이 게임에서 아이템에 붙어 있는 추가 능력치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 나와 알로 할아버지처럼 압도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고서는 전략만 잘 세우고 운만 따라주면 왠만한 스테이터스 차이는 무시해버리는 게임이니 원.

그래도 뭐, 썩 괜찮은 수준의 장비 아닐까. 게다가 설명을 봐선 자칭 장인 씨는 어지간히도 고집이 심한 것 같으니, 자기가 만든 물건에 장난질을 쳐두진 않았겠지.

어디까지나 자신의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고집 하나만을 가진 장인이라. 마음에 든다.

총 장인처럼 술 몇 잔 같이 마시면 친구해주려나?


"...에이 빌어먹을 거! 뭐가 이렇게 길어!"


벽에 사슬을 심어두는 작업도 슬슬 지쳐가는데 계단은 끝이 보이지 않고 천장은 아직도 보이지 않는데 내가 내지른 소리만이 공허하게 내게 다시 돌아온다.

아니, 이건 뭐,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이거, 뭐야 진짜?


"...설마 이게 시험은 아니겠지?"


불굴의 기사에게 어울리는 계속 계속 올라야 하는 무한의 계단이랍니다 짜라란!

그건 불굴이랑 상관이 없지 않을까? 그건 불굴이 아니라 멍청하다고 표현해야 옳은 거 아닐까 친구야?!


"...에이 옘병."


촤르르.


사슬을 꺼내어 대각선으로 높이 쏘아올려 벽에 박아넣고 그대로 고속이동. 이런 걸 입체기동이라고 하던가?

하여튼 사슬과 흐름의 힘을 최대한으로 이용해 점점 빠르게 보이지 않는 천장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혹시 날 가두기 위해 만든 공간인 건 아니겠지?'


제국에서 감시하기 위해 보낸 인력, 독립된 별개의 공간에 보내어도 이상하지 않은 순간, 영웅의 힘을 쥐어주기에는 다소 위험하고 불안한 광기의 힘을 다룰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는 인간.

게다가 사건 사고도 많이 일으켰으니 이제와서 급진적인 누군가가 나를 이곳에 가두기 위해서 영웅의 전당과 손을 잡고 뭔가 수를 썼을 것이라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다.


"화딱지 나네...진짜!"


촤르륵!

이때, 내 인내심이 바닥 나버렸다. 계속되는 감시, 계속되는 거짓과 숨김. 현실에서 쌓였던 분노와 공포가 이곳에서 터지기 시작했다.

벽에 사슬을 박아넣고 잡아당기며 점점 더 빠르게 이동하면서, 사슬이 박힌 벽에는 빠르게 사슬을 뻗어나가게 만든다. 체력이 죽죽 떨어지는 이 느낌, 기분이 더 안 좋아진다.

이제는 게임의 시스템의 도움을 잔뜩 받고 있을 내 반사 속도로도 적응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가 되었을 때 나는 전진을 멈추고 사슬을 꽉 붙잡은 채 잡아 당겼다.


꽈득! 꽈드득!


이 길고 긴 탑의 아래에서부터 뻗어나왔던 사슬이 내가 위로 쏘아지는 힘에 의해 탑의 일부와 함께 뜯겨져 올라온다.

계단을 따라 올라오며 심어두었던 사슬의 길을 따라 탑의 벽이 색연필 껍질 벗겨내듯이 나선으로 뜯겨져 나왔고 탑은 금방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그래, 처음부터 내가 올라갈 것 없이, 상대방을 끌어내리면 되는 것이었다.

혹시 이러면 밑도 끝도 없이, 정말 그저 하염없이 아래로 떨어지기만 하는 건 아닌가 겁이 나기도 했지만, 이미 저질렀으니 어쩔 수 없다.

무너져 내리는 탑에 쐐기를 박듯이 멀쩡한 벽에 사슬을 박아 넣고 허리에는 무너져 내리는 탑의 잔해를 묶고 있는 힘껏 잡아 당겼다.


"야아~!!! 위에 언놈이 사는지는 몰라도 얼굴 좀 보자아아!!!"


어마어마한 무게에 아래로 잡아 당겨져 사온 장비는 찢어지고 몸도 쪼개질 것 같았지만 다행이도 그렇게 되기 전에 탑의 윗부분이 내려오기 시작해 살아남았다.

확실히 떨어지는 것을 확인한 뒤 허리에 둘렀던 사슬을 없애고 벽에 박아넣었던 사슬을 당겨 다시 한 번 위로 나를 쏘아낸다.

이번에는 온전히 수직으로 뻗어 있는 것이 아닌 탓에 벽에 계속 부딪히며 지그재그로 이동하게 되었다.


"진짜 더럽게 높았네 여기."


무너져 내린 탑의 바깥으로 보이는 아득히 먼 사막의 풍경에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시험이 뭐기에, 아니 지금 이게 시험이 맞긴 한 건가?


쿵! 쿠구구궁!


어마어마한 먼지와 진동을 일으키며 탑은 무너져내렸고 그 사이에 나도 함께 떨어져내렸다.


"세상 참..."


만화나 영화에서나 보았던 아지랑이가 일렁이가 부드러운 모래들이 산을 이루는 사막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살아생전 해외 여행이라고는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걸 이런 식으로 사막을 본 감동을 얻게 되네.

태생적으로 틀어박혀 있기 좋아하는 나이기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지만 말이야!


"일단은 천장 쪽으로."


사막의 더위와는 거리가 먼 탑 안의 서늘함을 느끼며 군데군데 무너져 내려 강렬한 사막의 햇빛이 뿜어져 들어오는데도 천장까지의 거리가 가늠이 안 되는 탑의 벽을 설렁설렁 걸어 간다.

걸어가는 동안 이곳의 흐름을 더 세밀하게 살펴보았지만, 어디 내가 사막에 가본 것도 아니고, 여기가 만들어진 곳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만약 게임 내에 존재하는 어느 장소라고 한다면 이곳에서 하는 일이 그대로 현실에 남겠지? 요정의 호수에서 받았던 시련처럼, 그 시련이 내게 레비를 안겨주었던 것처럼 이곳에서의 일이 어떻게 다가올 지 전혀 모르겠다.

그래도 아무도 없는 사막이니, 괜찮지 않을까?


"...와아, 진짜 미치도록 높았구나 이 탑."


한참을 걷고 걷고 또 걸어서, 하늘 높이 떠 있던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려 할때까지 걸어서야 겨우겨우 천장에 도착했다.

...진짜 어처구니가 없는 시험이네 이거.

계단을 따라 걸어 드디어 나는 원래 내가 계단을 올라 도착했어야 할 문 앞에서 틀이 일그러진 것인지 잘 열리지 않는 문을 부수자, 탑이 무너지며 같이 엎질러진 잡동사니들이 쏟아져 나왔다.


"뭐야 이게?"

"...뭐야 이게? 너 지금 뭐야 이게라고 했냐!"


문 너머의 가주 더미에서 신경질적인 여성의 목소리가 날아들더니 금방 그 더미에서 새하얗고 가느다란 손이 불쑥 튀어나와 힘겹게 낑낑 거리며 문밖으로 문을 끌어내었다.

기어나오는 그녀로부터 몇 발자국 떨어져 분명히 시험관일 그녀를 경계한다.

아직 제국이나 이 궁전에서 내게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니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


"어이고, 아이고~! 요즘 젊은 것들은 하나 같이 노인에 대한 존중이 없어요!"


시험관은, 마녀 같은 차림새나 두 손에 꼭 쥐고 있는 지팡이나, 하나 같이 어디에서 본 것들이었다.


"에잉~이런 것도 영웅이라고! 넌 탈락이야 탈락!"

"그, 분명...무슨 의미야 이건?"

"뭐가!"


허리가 아픈 듯 허리를 주먹을 통통 치며 천천히 일어 서서 짜증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는...광기의 대마녀라고 불렸던, 400년 전 파멸에 의해 죽었던 그 사람이었다.


"이 불굴의 대마녀, 에셋 칼렛트를 이렇게 대하다니! 어디 시험 통과시켜주나 봐라!"

"이거...회장 입장에서는 고인 모욕 아닌가."


의도치 않았고, 생각지 않았던 재회에, 할 말을 잃고, 나는 고개를 휘휘 저으며 계단에 걸터 앉았다.


"뭐야? 반응이 왜 그래? 나 몰라? 아니! 당신이 바로 그~! 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당신 광기의 대마녀잖아...왜 아닌 척 하는 건데..."

"어허~! 사람을 무슨 그런 되도 않는 거랑 비교하는 거니? 너, 눈이 별로 안 좋구나? 어떻게 나 같은 미인이랑 그런 역사속 대죄인을 같은 선에 놓고 볼 수 있지? 배고파서 그러니? 쿠키 줄까?"


400년 전의 일. 말이 400년 전이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과거의 일을 보고 온 나에게 이러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그 400년 전 일은, 게임속의 연출이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일인 거잖아. 그런 거잖아, 그치?

내 눈앞에서 편안하게 눈을 감았던 것을 봤는데 이렇게 짜라란~사실 살아있답니다~라는 연출은,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종종 '나는 죽음을 경험해본 적이 없네!' 라며 살아돌아오는 경우는 종종 보았지만, 실제로 당하니 기분이 싱숭생숭하고, 하여튼, 이상야릇하다.


"그...뭐냐...쿠키 줘요..."

"그래그래! 역시 애들은 쿠키를 좋아하는구나? 기사니 뭐니 해도 애는 애라니까?"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천 주머니를 꺼내서 쿠키를 꺼내주는 것까지 똑 닮았잖아. 뭐야 진짜. 이걸 진짜 어째야...

아니지, 자기가 자기 입으로 불굴의 대마녀니 뭐니 했으니까 난 그냥 거기에 맞춰서 대응해주면 되는 건가.


"...만나서 반가워요! 전 인광이에요! 예전에 광기의 힘을 가지고 있었죠! 지금은 아니지만."

"어머머, 너도 참 별 시답잖은 과거를 가지고 있구나? 인생살이란 게 참 힘들어 그치?"

"그러게요."

"후우, 별 수 없지. 여기에선 선배된 자로서 한 마디 해줘야 겠어. 있잖니 얘야, 나도 어렸을 적에는 광기의 힘을 가지고 있었단다!"

"으아아! 닥쳐! 닥쳐! 불굴이라고 했잖악!!!"

"조그마한 조끄~!"


이게 실제로 있었던 한 세계의 일과 관련된 건지 아니면 그냥 게임 속의 연출인지 헷갈리니까 제발 조금만 심호흡 좀 하고 한 박자 느리게 다가와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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