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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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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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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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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선배와 후배

DUMMY

와작와작.


쏟아져 내린 가구 더미 사이에서 테이블과 의자를 꺼내어 중앙에 쿠키를 놓고 와작와작 씹어먹는 지금은, 영웅이 되긴 위한 시험을 보고 있는 중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다.

본인을 불굴의 대마녀이자, 한때 광기의 대마녀였다고 말하는 이 에셋이라는 사람과 마주 앉아 도대체 나는 뭘 시험 받고 있는 걸까. 인내심?

달빛을 받아 서늘한 바람이 부는 사막의 위에서 무너진 탑의 벽 위에 앉아 유유자적 쿠키를 씹어먹고 있는 건 정말 뭐하자는 상황인건지 모르겠다.


"이제 와서 이런 말 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영웅의 전당의 시스템은 굉장하지 않니? 어떻게든 시험자와 비슷한 길을 걸은 선배를 시험관으로 보내주잖아? 현직에서 노는 애들이나 데려다 주지."

"당신 죽지 않았어요?"

"죽었지! 그것도 상당히 끔찍하게 죽어버려서 기억이 가물가물해.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현직 영웅이나 대영웅 같은 바쁜 사람들이 이런 시험관 일을 해줄까?"

"죽어서까지 이런 곳에서 일하는 것도 이해는 안 가는데요."

"아하하! 나도 그래! 이거, 조금 강압적이거든...! 비밀이니까 아무한테나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


생각보다 유쾌한 사람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장난을 치는 듯이 떠들어대니, 이 사람은 어쩌다 광기가 되었고, 어쩌다 불굴이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실존 했던 광기의 대마녀도 죽어서 파멸의 부하가 되어서도 정신 멀쩡하게 다시 찾아왔던 걸 생각하면 확실히 불굴은 불굴이다.


"어쩌다 죽었어요?"

"응? 몰라서 묻니? 아, 하긴. 내 이름은 지워졌지 참? 아하하! 음! 난 있지, 몬스터들에게도 인간과 같은 지성을 부여하려다 이단으로 몰렸거든? 그랬더니 이단을 처단한다면서 내 친구들을 세뇌시켜서 날 뜯어죽이지 뭐야! 아하하!"

"어...음...그렇군요..."

"날 더러는 이단이라고 했으면서 정작 자기들도 이단의 마법을 썼다니까? 웃기지 않니? 뭐라더라? 괴물을 죽이기 위해선 괴물이 되야 한다던가? 내가 어딜 봐서 괴물이야!"


퉁.


소심하게 테이블을 내려친다. 하려던 일도 정신이 나갔지만 마지막도 어지간히 정신나간 마지막이다. 광기란 게 다 그런 것일까?

...그렇긴 해도, 몬스터에게 지성을 부여한다는 계획, 굉장히 솔깃한 계획이다.

지금 플레이어블 종족으로 인간 엇비슷하게 생긴 녀석들, 그마저도 어인을 제외한 것들 뿐이니 저 계획을 성공시켜서 몬스터도 플레이어가 선택 가능한 종족이 된다면, 꽤나 재미 있을 것이다.


"그것 참, 그 사람들도 아까운 짓을 했네요. 몬스터가 지성을 가지면 정말 재미있을 텐데."

"그치?! 하여튼~사람들이 뭘 잘 모른다니까~?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오직 인간만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거야? 제정신이 아닌 거지!"


말랑이가 김인방 씨의 방송으로 공개된 이후로 몬스터를 길들인다거나 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니, 이제와서 지성이 생긴 몬스터가 나타난다고 해도 플레이어들이 받아들이는 것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말랑이의 존재를 알고 있던 내 일행들도 물론 별로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아마 npc들 사이에서는 큰 논쟁이 벌어지겠지?

나쁘지 않다. 회장의 목적이나 계획이 뭔지는 몰라도 이곳에 살고 있는 녀석들이 서로서로 싸우고 등돌리고 파멸에 의한 것이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들이민 칼 때문에 멸망한다면, 회장이 굉~장히 좋아라 하겠지?


"몬스터들에게 지성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일단은 말이 통해야겠지? 그리고 그렇게 되기에 가장 좋은 게 광기야! 광기의 힘에 전염되어서 갑작스러운 진화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말을 익히기도 하거든!"

"오오...그건...경험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오래시간을 들여 경험을 쌓게 하는 거야. 인간과 같은 경험을 쌓게 하고, 지식을 가지게 하면 진화로 인해 지성이 생긴 몬스터들은 스스로 지식을 축적하고 그것을 후대에 물려주게 되면서 새로운 문명이 생겨나게 되는 거지!"

"호오...그리고요?"

"그리고...반대하는 인간들을 전부 죽여버리는 거야! 그것들만 입 다물고 있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이 몬스터들과 인간의 대통합이 이루어질 거야!"

"이야~! 그거 참! 명안이구만 그래!"


저 순수한 눈안에 펼쳐진 순수한 혼돈이라니...내 계획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닐까?

혼돈이라...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광신도들과도 손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 나오게 되는 건가?

흠...그건 또 그렇게 내키는 생각은 아닌데...


"너 생각보다 말이 잘 통하는 아이구나? 몸에 뭔가 희망의 기운이 감돌아서 나랑은 잘 안 맞을 줄 알았는데!"

"희망의 기운? 그게 왜...아아! 그 쿠키!"


400년 전의 기억을 되짚어 보다 얻어낸 희망의 쿠키인가 뭔가 하는 그거? 세상에, 설마 그 쿠키 때문에 그런 기운이 감돌줄은 몰랐네.

그런데 그 쿠키 내가 원래 역사랑은 다른 행동을 해서 얻은 거잖아? 그럼 이거, 나름 히든 루트인가?


"오오...좋은 걸 가지고 있구나? 그거 먹을 수 있을 때 빨리 먹어! 쿠키는 오래 되면 상하잖아."

"이게 뭔 줄 알고 그냥 먹어요. 아무런 설명도 없는 아이템인데 잘못 먹었다가 탈나면 어쩌려고."

"에잇! 선배님 말씀 한 번 믿어봐! 옛말에 어른 말 들어서 나쁠 거 하~나 없댔어!"


으음...그래 뭐, 나쁠 건 없지.

불굴인지 광기인지, 아무튼 에셋의 조언을 받아드려 나는 희망의 대영웅의 과거를 보고, 만족시킨 대가인지 뭔지로 받은 희망의 쿠키를 조심스럽게 먹었다.

만든 사람이 같아서 그런지 조금 전에 먹었던 쿠키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맛이었기에 별 다른 거부감은 없었다.


"어때? 뭔가 힘이 막~솟아난다거나 그런 거 없어?"

"네에...없는데요?"

"그래? 난 희망의 힘이 담긴 쿠키니까 먹어서 흡수되면 몸에 뭔가 변화가 일어날거라고 생각했는데...한 번 광기의 힘이 담긴 그릇이라 어쩌면 폭발해버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지만 말이야!"

"정말 쓰레기 같은 인간이네요, 당신."


하하하. 무너진 탑의 안에서 두 사람의 웃음 소리가 매아리 친다.

이제와서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 인간 그냥 희망의 기운이 마음에 안 들어서 내가 계속 계단을 오르게 하고 지금은 그냥 먹어버리고라고 독촉한 건 아니겠지?

400년 전의 일을 생각해보면 원래는 희망의 대영웅과 싸우다 죽었으니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 같은데.


"뭐어, 희망이란 건 원래 언제 어디서 어떻게 불쑥 튀어나올 지 알 수 없는 천재지변 같은 거니까 언젠간 효과가 나타나겠거니 믿어보자."

"그래요. 그리고 이제는 슬슬 시험을 시작할 시간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글쎄...시험이라...넌 영웅이 되기 위한 조건이 뭐라고 생각하니?"


영웅이 되기 위한 조건? 글쎄...게임으로 생각해보자면 어떤 몬스터 몇 마리, 어떤 아이템 몇 개 특정한 퀘스트 몇 개 클리어를 하면 영웅으로서의 자격을 가지게 되는 거 아닐까?


"난 있지. 영웅이란 건 결국 남이 하기 싫은 일, 예를 들면 몬스터 잡기나, 물건 구하기, 부탁 들어주기 같은 걸 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하다보면 명예가 덤으로 쌓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영웅이라고 불리게 되는 거지."

"되게 별 거 아닌 것처럼 말하시네요."

"별 거 아니긴 하더라고. 으음...그러면 그 비슷한 걸 해볼까? 일단 시험을 하기는 해야 되니까."


왜 저렇게 무기력한 반응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나야 드디어 시험을 시작하니 그저 좋을 뿐이지만, 이 사람은 왜 시험관을 하고 있는 걸까? 정말 강제로 하는 건가?

영웅이 되어서, 그리고 죽어서 이 영웅의 전당에 영혼을 사로잡히게 되는 건가? 다들 그런 것에 동의하고 여기에 있는 걸까?


"그럼, 그냥은 좀 그러니까, 네가 가장 만나기 싫은 상대와 한 번, 그리고 네가 가장 찾고 싶은 것을 한 번, 마지막으로 내 작은 부탁 하나 들어주면, 그걸로 끝인 걸로 할까?"

"깔끔하네요. 시작합시다."


이곳에 오래 있을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김인방 씨가, 제국이 이곳에 감시를 붙여두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궁전의 앞에는 에롤도 무언가 수를 써뒀을 가능성도 있다.

빠르게 끝을 내고, 빠르게 미로의 숲에 들어갈 권리를 얻고, 그 다음에 파이의 남은 반쪽과 하양이를 찾은 뒤에, 그 다음에 본격적으로 이 게임을 무너뜨릴 계획을 세우자.


"불굴의 힘을 가지고 살아가는 자는, 언제나, 어디에서나, 누군의 앞에서나 변함없이 굳건한 모습으로 서서 모두가 자신의 등을 보고 따라오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지."


커다란 지팡이를 빙글빙글 돌리다 바닥을 쿵 내려찍자 사막의 한가운데에서 모래가 봉긋하게 솟아오른다.

솟아오른 모래는 이윽고 점점 내 두 배는 될듯한 사람의 형상을 한 무언가로 변하기 시작했다.

거대하고 위압적인 덩치와 저 덩치에 저 근육이면 소보다 무겁겠다 싶은 근육맨이, 거대한, 방망이를 어깨에 짊어지고...잘려나간 뿔 한쪽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몇 번이나 진화에 진화를 거쳐 내가 기억하던 모습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 되었지만, 확실히, 확실히...외뿔이었다.


"와아~! 너 오만의 조각이랑 아는 사이니? 별 일 다 있다, 얘."

"네, 네가 왜 여기서 나와?!"

"...그러는 네놈은, 왜 아직도 영웅조차 되지 못한 거냐. 20년이란 세월을 어디서 뭘 한 거지?"

"?!! 에, 에셋! 이거 말 하는데요!"


보통 이런 건 내 기억을 기준으로 만들어서 실제와는 조금 다르다는 게 클리셰 아니야? 여기 눈 앞에 있는 건 네가 알던 외뿔이와 닮았지만, 진짜 외뿔이는 아니란다...가 정석 아닌가?


"오만은 존재감이 워낙에 강해서 조각 쯤 되면 세상에 단 한 명 밖에 존재할 수가 없거든."

"그러면, 여기에 소환이 안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본인이 거부하지 않고 왔는데 내가 어쩌겠니?"

"광기의 대마녀의 부름을 거부할 수 있는 존재가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볼일은 뭐지?"


언제나 그랬지만, 외뿔이와 갑자기 마주치자마자 시스템이 난리가 났다. 분명히 볼 때마다 나도 상당히 강해진 상태에서 만나는데 왜 항상 이 녀석은 나보다 더 강한 상태인 걸까. 너무 한 거 아니야?


"여기 내 후배가 널 죽일 거야! 불굴이자 광기인 후배님이지!"

"호오..."


눈을 빛내는 외뿔이의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는 각오로 나는 크게 외쳤다.


"아니! 저기 내 선배가 널 죽일 거야! 하하! 꼴 좋다!"

"어어? 내가?"

"20년이 지났는데도 전혀 바뀌지 않았군. 안심했다."


안심했다 말은 하지만 표정은 한심하다는 표정인 외뿔이가 등에 매고 있던 보따리를 풀어 내 앞으로 던졌다.

절그럭거리는 소리와 묵직한 무게감, 내 앞으로 떨어지자마자 보따리를 불태우며 모습을 드러내는 활활 타오르는 사슬.

이걸 계속 가지고 있었던 거야? 이걸?


"그 여자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 두고 왔던 사슬들이다. 이게 전부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거의 대부분이지."

"와아...너 진짜 내 친구 되려고 열심히 하는 구나?"

"착각 한 번 야무지군. 어차피 그게 없으면 네가 온전히 하나가 되어도 불완전한 상태일 것 아니냐. 그런 상태에서 싸운다면 넌 보나마나 최선의 상태가 아니었다며 날 도발할 테지."


어차피 외뿔이는 싸움으로는 이길 수 없으니 그러면 당연히 말로 어떻게든 구슬려서 '그런가?' 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어야지 어째.


"진짜 많이도 뿌려놨네."

"그럼...돌아가기 전에 가볍게 한 번 싸워볼까."

"...음?"


모래 위에 버려진 사슬을 주섬주섬 주워다가 흡수하고 있으려니 외뿔이가 위세등등하게 방망이를 치켜들고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본다.

지금의 이 행위가 끝나면, 저 녀석은 나를 죽이려고 들겠지...정말 곤란하다. 나는 이제 앞에서 싸우는 딜러가 아니라 제일 앞에서 방패 들고 버티는 탱거로 갈아탔단 말이야...


"...좋지."


그렇지만, 그렇지만 외뿔이의 앞에서는 뒤로 빠지는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다. 내 얼마 남지 않은 자존심이라고 해야 하나, 이 녀석에게 완전히 꼬리 말고 도망치는 것은 그 무엇보다 하기 싫다.

...싸워서 이길 거란 생각은 전혀 안 들지만 그래도 싫다! 일단 싸우고! 그래! 그 뒤는 나중에 생각해! 음!

사슬이 내 손에서 완전히 몸으로 흡수된 것을 확인하자마자, 아슬아슬하게 반응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외뿔이가 둔기를 휘둘렀다.

예전의 그 어디 집 기둥 뽑아온 것 같은 모양이 아니라 이상한 문양이 새겨진 네모나게 각진 야구 방망이 같은 모양의 둔기는 어찌어찌 피했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빨아들이는 듯한 힘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이거라면 오히려 기회지.'


나를 빨아들이는 둔기에 일부러 달려들어 둔기에 접촉...더 정확하게는, 달려드는 나를 보고 다시 휘두른 외뿔이에 의해 직격! 내가 죽는다!


멈칫!


"...호오! 특별한 힘을 익혔군!"

"...난들, 가만히 있었겠냐?!"


받은 힘을 그대로 상대에게 되돌려주려면 부드럽게 물 흐르듯이 상대에게 닿든가 해야 할 텐데, 그걸 노리고 달려든 건데 생각보다 잘 안 된다.

지금 당장 흐름을 멈춰 움직이지 못하고 있지만, 나와 외뿔이 사이에 차이가 크기 때문에 언제까지 멈춰둘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다.

아직 멈춰 있는 외뿔이에게 사슬을 두르고 조금이라도 접촉면이 떨어지면 움직여서 피할 것이 분명했기에 방망이에 손을 얹은 채 미끄러지듯이 외뿔이에게 다가가 있는 힘껏 턱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쩌억!


"주제에 영웅의 시험을 받는다는 거냐! 꽤 쓸만하군!"

"아이 옘병."


분명히 턱에 제대로 꽂아 넣었는데도 미동도 하지 않는 외뿔이를 보며 혀를 찼고, 그와 동시에 나에게 외뿔이의 주먹질이 이어졌다.

한 방 한 방이 강력하다. 알로 할아버지의 딱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두 세대 맞을 때마다 상태이상 창이 덮어씌워지고 몸 상태는 안 좋아진다.


"계속 맞고만 있을 거냐!"


가드를 올리고 외뿔이의 주먹질을 끊임없이 버텨낸다. 틈이 보일 때마다 틈틈이 외뿔이의 주먹에 실처럼 얇게 뽑아낸 사슬을 둘러보지만, 금방 알아채 털어내고 다시 주먹질을 한다.

사슬을 다루는 능력은 한참 미로의 숲을 떠돌 때보다 더 좋아진 것 같지만, 그보다 더 외뿔이가 너무 심하게 강해져버렸다.


'으어어, 죽는다! 진짜 죽는다! 적당히하고 틈 좀 보여라 제발!'


"역시, 광기의 힘이 없으니 영 심심하군!"


퍽!


"으랴!"


계속 이어지는 연타에 슬슬 지루해져갔던 것인지 외뿔이가 주먹을 휘두른 뒤 아주 잠깐, 눈도 깜빡할 수 없는 아주 짧은 순간 방심했다.

흐름의 얼마 되지 않는 공격 수단인 받은 만큼 돌려주기를 실행할 때다. 굉장히 복잡한 주제에 돌려주는 힘이 받은 것보다 적은 효율 쓰레기인 기술이지만 이거라도 써야한다!

외뿔이의 주먹을 손등으로 받고 흘려내며 흐름을 잡아당겨 외뿔이의 자세를 무너뜨린다. 순간적을 보이는 저 당황한 표정 좀 보라지, 누가 방심하래?


쿵!


발을 앞으로 구르며 발을 축으로 빙글 돌며 빨리 내보내지 않으면 사라질 그 힘을, 에너지를 다리에 실어 다시 한 번 외뿔이의 턱에 돌려차기를 날려준다.

이번 만큼은 분명히 효과가 있을 거다! 아무렴! 거의 10분의 1로 줄었다고는 해도 자기 힘인데 어련할까!


"역시...네놈은 항상 뭔가 숨기고 있구나...이 쓰레기가!"


살기를 가득 품은 채 뭐가 그리 좋은지 활쫙 웃으며 잠시 놓고 있던 방망이를 힘껏 들어올리고는 그대로 있는 힘껏 내리친다.


쾅!


외뿔이와의 첫 만남이 생각나는 자세로, 이번에도 팔 하나를 희생하고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서야 겨우겨우 공격을 막아내었다.


"흐읍!"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사슬을 뽑아 내어 망가진 부분들에 연결하고 움직이지 않으려 하는 몸을 억지로 잡아 당겨 움직이게 만든다.

뼈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지만, 다행히도 지금은 고통을 느끼지 않으니 나름 할만 하다.


"오오! 후배 잘 한다~!"

"닥쳐!"


즐거워 보이는 외뿔이의 몸에 사슬을 잔뜩 발사. 대부분은 튕겨냈지만 아무리 그래도 물량이 많다 보니 전부 막을 수는 없었고, 사슬 몇 가닥이 외뿔이의 몸을 옥죄기 시작했다.


"어떠냐! 이게 네가 찾아준 사슬의 힘이다! 하하하! 고맙게 써주지!"

"남이 되찾아준 힘으로 의기양양하지 마라! 네놈도 자존심이라는 것을 배울 수는 없는 거냐!"

"그게 뭔데? 그게 나 밥 먹여 줘? 어?!"


한 번 생긴 틈을 해집고 비틀어 활쫙 열어젖히듯 나는 계속해서 사슬을 쏘아내고 외뿔이의 몸을 잡는 것에 성공한 것은 사막 깊숙이 박아 넣어 외뿔이의 움직임을 조금씩 제한한다.


"발악하는 모습이 참 안쓰럽구나. 이깟 사슬로 나를 붙잡아 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거냐!"

"아 기다려 봐! 지금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지 생각해낼 테니까!"


내 힘으로는 녀석에게 데미지를 입힐 수 없고, 흐름을 이용해 속을 뒤틀어 버리려 하면 뭔가 수를 써서 내게 데미지를 입히려 들지도 모른다.


"아~그러니까~!"


그렇다면...그렇다면...그래. 굳이 내가 저 녀석을 때려패서 이길 필요는 없지.

사막의 모래 위에 손을 올리고 조금 멀리 떨어진 외뿔이를 경계하며 작업을 시작하자.

외뿔이가 선 곳의 아래에 커다란 공동을 만들어내어 외뿔이를 모래 아래에 파묻어 버릴 것이다.

지하 왕국에서의 경험 덕분에 이런 작업은 식은 죽 먹기다! 지금, 순조롭게 외뿔이는 사막의 아래로 빠져들고 있다. 이제 외뿔이의 위로 저 녀석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많은 양의 모래를 덮어주고 숨이 완전히 끊어질 때까지 묻어버리면 나의 승리다!


펑!!!


그러나, 역시나 나의 계획은 현실이 되지 않았고, 무시무시한 아우라를 폭발시켜 자신을 붙잡고 있던 사슬마저 끊어내고, 무슨 사슬을 천 마냥 나풀 거리게 만드는 압도적인 힘을 내뿜으며 모래 구덩이에서 걸어나온다.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

"...이것만은 쓰지 않으려 했는데...모닥아!"

"이 몸! 오늘 두 번째 등장!"


늑대였던 모닥이만을 기억하던 외뿔이가 영물이 되어 눈앞에 나타난 모닥이를 보며 흥미롭다는 듯이, 그래도 여전히 여유롭다는 듯 품평하듯이 천천히 모닥이를 훑어본다.


"난 원래부터 주변에 부하두고 싸우는 녀석이었단 걸 잊은 건 아니겠지! 너 이 자식아! 우리 애들 오면 너도 막! 어! 무사할 것 같아?!"

"역시 아빠야! 외뿔 아저씨를 앞에 두고 그딴 도발 멘트를 날리다니! 나 같으면 무서워서 오줌 지리면서 도망갔을 텐데!"


모닥이가 외뿔이를 눈 앞에 두고 오들오들 떨며 은근슬쩍 내 등 뒤에 숨는 모닥이. 믿어 의심치 않던 전력이 내 허리춤을 잡고 떨리는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 보고 있다니. 젠장, 나한테도 겁을 집어 먹었던 안개를 걷는 늑대를 베이스로 만드는 게 아니었는데...!


"...어쨌든! 2라운드야 이것아!"

"더 날뛰어라, 내가 만족할 수 있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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