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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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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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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찝찝한 영웅님

DUMMY

"영웅의 귀환이다!!"


하늘에서 하늘하늘 꽃가루가 떨어져내린다. 사람들은 환호하며 길을 걸어가는 내게 환호를 아끼지 않는다.

사람들의 의심 한 줄기 비치지 않는 새하얗게 순수한 선의로 가득한 저 선망과 동경의 눈길은 도저히 나 같은 방구석 게임 폐인이 견뎌낼 수가 없는 것이었다.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자네, 혹시 이제부터는 사무직을 할 생각은 없는가?"

"헤, 헤헤..."

"웃지 말게."

"...네..."


영웅의 전당의 시험의 탑을 무너뜨린 죄는 확실하게 덮어쓴 상태다. 그냥 무너진 게 아니라 안에서부터 터져서 탑의 조각이 대륙 곳곳으로 퍼져나갔단다. 허허.

덮어썼다고 표현하기는 했는데...따지고보면 내 잘못이 맞다. 아니라고 믿고 싶었지만 이것저것 들을 수록 점점 책임질 사람이 나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의도한 것도 아니고, 나 말고는 알아차린 사람도 없으니 넘어가는 것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두게."

"네...!"

"자네가 그 손재주로 순간적으로 뿌리의 팔을 챙겨두지 않았더라면 그냥 넘어가지도 않았을 걸세."

"......감사합니다!"

"자네가 그것을 숨기려 했다는 걸 나는 아직 잊고 있지 않단 것도 알아두게."

"죄송합니닷!!"


제국을 무너뜨리자. 그래, 무너뜨려버리자.

뭐? 탑은 외부의 충격에 완전한 면역을 가지고 있어? 나도 알고 있어! 할아버지의 공격도 멀쩡히 버틴 걸 눈으로 봤으니까!

뭐?! 탑을 무너뜨리려면 전당의 영웅들의 힘을 순간적으로 떨어뜨리고 탑의 안에서부터 무너뜨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내가 쓴 영역 스킬 때문에 영웅들의 힘이 바로 빠져나가지 못해서 탑을 지키지도 못 했다고?!

뭐...? 영웅들의 영혼이 나 때문에 광기의 힘에 조금 전염되어서 당분간 전당의 문을...닫아야 한다고...?

흐흐, 흐흐흐...으흐...솔직히 이건 그냥, 미필적 고의? 그거잖아...정당방위로 봐주면 안 될까?

그, 그래...무승부,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정견의 대영웅의, 하해와 같은 이해심과 자비로움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내가 아니라 다른 이에게 그리 말했다면 비꼬는 것이라 생각했을 걸세."

"저의 이 마음에 단 한줌의 거짓도 없는데요."

"아니까 하는 말 아닌가."


저들이 하늘을 향해 던지는 것은 꽃가루인가, 나를 향한 비난의 돌인가.

하늘하늘 떨어지는 것은 새로운 희망을 향한 동경인가, 끝도 없이 절망을 향하는 나인가.

귀에 들린 것은 환호성이 맞는 것이겠지? 혹시 비난과 경멸의 말이 내 정신을 지키기 위해 자체적으로 필터링 되어 들리는 것은 아니겠지?!


"아아, 병 걸릴 것 같아...진짜 미칠 것 같아...!"

"사람들 앞에서 그러지 말게. 영웅은 무너지지 않는 기둥과도 같은 것일세."

"...그럼, 혼자 있을 때는 그래도 될까요?"

"사생활까지 간섭하지 않겠네."


편집증적인 의심과 불안증세를 안고 나는 겨우겨우 비교적 조용한 제국의 황궁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조용하니 오히려 더 불안하다. 지금 입 꾹 다물고 내가 가는 길을 축복하듯이 죽 늘어선 저 사람들은 지나가는 나를 보며 대체 뭐라고 생각하고 있을까...너무 무섭다.


'아, 애들 보고 싶다.'


전당 사건 이후 애들과 한 번 만나기는 했다. 아이엔에게 승급에 필요한 물약을 넘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알로 할아버지가 할 일이 있다며 급하게 나를 제국의 수도로 다시 끌고 온 바람에 무슨 말을 하지도 못 했다.

슬슬 불안감이 커져간다. 누가 내 옆에서 날 좀 받쳐주었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옆에 아무도 없으니 평소처럼 혼자 버티고 서 있을 수밖에 없다. 슬프다 슬퍼.

역시 함께라는 것은 끔찍하다. 외로움에 익숙해졌던 내게, 함께가 불편했던 내게 외로움이 슬프고 아픈 것으로 느껴지게 만들다니. 병도 이런 불치병이 없을 것이다.


"자네 너무 죄인처럼 걷는 것 아닌가? 영웅답게 당당하게 걷게."

"...흠..."


웅성웅성. 멀어져가는 사람들에게서 들리는 수근거림은 애써 무시한 채 나는 알로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 걷는다.

...지금 황제를 만나러 가는 거지? 황제라면 연설 따위를 하는 모습이 찍혀서 게시판에 올라온 적이 있어서 본 기억이 있다.

굉장히 빛이 나게 생겨서 실존했던 인물이라면, 권력부터 외모까지 정말 다 가진 인간이구나, 싶었다.

그런 황제의 앞에, 찝찝한 기분으로 걸어가는 것인데 대체 무슨 낯으로 가슴 당당하게 펴고 영웅다운 발걸음을 하란 말인지. 할아버지도 바라는게 많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정견의 대영웅."


척 보기에도 고풍스러워 보이는 장식으로 치장한 중요한 장소로 통하는 문 같은 것의 앞에서 세상 기품 있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허리를 살짝 숙이며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건넨다.

나이는 이제 쉰을 조금 넘은 것 같은 아주머니인데, 할아버지가 마주치자 마자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이는 걸 보면, 어지간히 높은 직책에 있는 사람인가 보다. 나도 적당히 고개나 숙여주자.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몸은 어찌 괜찮아지셨는지요."

"저보다는 대영웅이 걱정이지요.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직도 최전선에 계시니, 피곤하진 않으십니까?"

"대륙이 저를 최강의 대영웅이라 불러주니, 그 기대에 맞춰 일하는 것이지요."


오오...사극 보는 것 같아.

간단한 인사 후 아주머니의 일어서라는 말을 듣고서야 할아버지가 천천히 일어난다. 서로서로 부드럽게 웃으며 쳐다보는 것이, 막 정치적인 적대 관계라거나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다.

사극을 보면 종종 있는, 전 황제의 아내이지만 현 황제의 어머니는 아니고 그래서 현재 황제가 아닌 자신의 아들을 황제로 만드려는 계략을 품고 있는 그런 인물인 줄 알았다.

...설마 이 자리에서 제일 더럽고 추악한 건 난가? 내 속이 제일 썩어들어가있는 거야? 정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이 양반들보다?


"그분이 이번 일에서 크게 활약했다던 새로운 영웅님인가요?"

"안녕하세요."


머뭇머뭇, 숫기 없는 사회 초년생 마냥 얼버무리듯이 적당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항상 생각하는 건데 윗 사람과 만나면 인사를 너무 자주하게 되어서 귀찮다.


또각또각.


묘한 압박감이 느껴지는 또각이는 구두 소리에 살며시 고개를 들었더니 어느새 아주머니가 내 바로 앞까지 다가와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겁이 많은 분이군요."


평소대로 금방 고개를 돌리려 했는데, 아주머니가 먼저 나서서 내 뺨을 두 손으로 붙잡아 멈추었다.

거친 인생을 보낸 것인지 조금은 거칠고 차가운 손, 나를 바라보는 하늘색의 눈동자와 하늘색의 눈동자와 어울리는 회색 머리카락. 얼추 50대 쯤 되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나이치고는 젊어 보이는 외견.

게임 캐릭터답게 참 잘 만들어졌다. 곱게 늙었다는 표현이 정말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영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당당하고 용감한 모습으로 있어주세요."

"어어...할 수 있으면요."


파이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 얼굴을 마주보고 있었던 아주머니가 싱긋 웃으며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 주었다.

...그래 마음에 드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눈을 마주치는 것도 회장이 만든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야될 노력이라고 생각하자.


"인광 군 이분은 황태후...황제의 어머니 되시는 분일세."

"아~! 아, 네. 그러셨구나?"


관심 없는 이야기다. 누가 누구 어머니건 뭐건 비중 없는 인물의 소개는 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어쩌고저쩌고. 지루한 이야기가 더 이어졌다. 그간 평안했니 어쩌니 하는 나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이야기들. 항상 하는 생각이지만 이 게임은 스토리 스킵 버튼이 시급하다.


"자, 이제 들어가세."

"네."

"......"


팡팡!


멍하니 지친 눈으로 구부정하게 선 나를 보며 알로 할아버지가 기운 내라는 듯이 갑자기 내 등을 퉁퉁 때렸다.

...하여튼, 사람 귀찮게 하는 데에는 도가 튼 인간이다. 바라는 대로 당당하게 가슴 펴고 마치 영웅이라도 된 양 굴어주도록 하자.


끼익.


커다란 문이 천천히 열리며, 문의 안쪽에서 힘이 실린 밝은 빛이 터져나와 눈을 아프게 한다. 예전에 말랑이에게 당했던 성광에 당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다.

데미지는 없었기에 할아버지를 따라 한 발자국 내딛으니 그 눈이 아플 정도로 밝은 빛이 마치 내 몸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영역 스킬 '압도적인 지배자의 존재감' 의 효과에서 벗어났습니다! 영역 내의 존재들이 당신을 경계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별로 좋은 징조는 아니다. 할아버지야 어찌됐든 간에 이곳에 있는 녀석들은 내가 광기라는 걸 알고 다들 이미 경계 중일 텐데 지금의 일로 더더욱 경계를 하게 되어 버렸다.

곤란하다. 할아버지의 말대로 주변의 시선을 바꾸려고 한다면, 조금은 잘 보일 필요가 있는데.


'...아니지, 황태후라는 사람이 영웅답게 용감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랬지. 오히려 그 편이 더 점수를 벌지도 모르겠어.'


나를 향하는 눈빛들이 다소 부담스러운 것은 변하지 않았지만 나는 되려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찬란한 미래를 바라보듯이 허공을 쳐다본다. 이러면 조금 영웅다우려나 몰라.


"어서들어오게. 정견의 대영웅과, 제국의 새로운 영웅이여. 짐이 바로 위세 제국의 황제, 이엠페알로알. 이방인인 그대에게는 간단히 이름만 말해도 되겠지?"

"......"


뭐라 말을 하려고 했는데 주변의 분위기에 짓눌려서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이미 봤듯이 역시나 잘 생긴 황제 쪽을 바라보았다.

나름 눈을 마주치고 대화할 생각으로 힘은 내고 있는데, 역시 이런 건 갑자기는 잘 안 되는 법이다.

일단 노력이라도 한 셈 치고, 다음을 기약하며 간단하게 뭐라고 대답이라도 하자.


"음. 김인광입니다."


긴장했지만 말을 더듬지 않았다. 잘 했다 나. 훌륭하다!

카란틀리아에서도 한 번 황제와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그 거대하고 판타지 느낌 물씬 풍기는 범고래 황제보다 이쪽의 인간 황제가 훨씬 더 현실성이 있어서 은근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바로 어제 있었던 전당에서 했던 면접의 확대 버전인 느낌이라 기분이 그리 좋지도 않다.


'빨리 끝내고 싶다.'


무엇보다 나를 이곳으로 굳이 부른 이유는 무엇일까. 굳이 황제가 나를 '제국의' 새로운 영웅이라고 지칭한 이유는?

황제의 알현실에 생각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은 또 왜지? 알로 할아버지 급은 아니어도 그 바로 아래 급의 괴물 같은 인재들도 몇몇 보이는데.

황제의 말은 나를 향한 것인가, 나를 경계하는 다른 이들을 향한 것인가. 정치하는 인간이니 바로 뭐라고 판단하기가 어렵다.


"이방인인 그대는 이런 자리가 많이 불편할 테지. 그러니 간단히 본론만 말하겠네."

"...할아버지, 혹시 황제 씨한테 내 이야기 했어요?"

"인광 군...황제 씨는 대체 무슨 막돼먹은 호칭인가...? 하다 못해 황제 폐하, 그마저도 길다 느껴지면 폐하라고 불러주면 안 되겠나?"


내 사장님도 아닌데 뭣하러...돈이라도 쥐어주고 그러라고 하던가.

하지만 황제의 태도 자체는 마음에 든다. 저 정도의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오만방자할 법도 한데 이방인인 나를 앞에 두고서 '너 이방인이니까 그냥 편하게 할게?' 라고 말한다? 어지간히 개방적인 인간이 아니고서야...


"우선, 그대의 힘을 제국에 실어주기로 한 그 결정, 감사하게 생각하네. 카란틀리아와의 우호를 위해서도 힘쓰겠다 했다지?"

"네에, 뭐어. 그렇죠!"

"전당에서도 전당의 수호자들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희생하려 했다는 것도 들어 알고 있네. 감히 기사의 귀감이라 부를 수 있겠군."


뭐야, 왜 이렇게 띄워줘? 뭐가 목적이야? 이미 이거저거 들어서 다 알고 있을 거면서 저렇게 말을 꺼내는 이유가 뭔데?

정말로 이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내가 어떠한 사람이다, 라는 걸 황제의 입으로 명확하게 하기 위함인가?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가마 태워주는데, 이번 기회로 귀족들이 나를 덜 적대하게 하고 나에게 무거운 감투를 씌워서 멋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할 속셈인가?


"다 대영웅의 덕입니다. 저 같은 이방인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영웅의 자리에 올랐겠습니까. 정견의 대영웅께서 그 올바른 눈으로 저를 잘 이끌어 주셨기에 가능함이었지요."

"...인광 군..."

"하하하! 영웅 되는 자가 꼭 정치하는 자처럼 말하는군!"


당장이라도 한 소리 하고 싶어 하는 알로 할아버지도 높은 자리에 앉아 있던 황제가 호탕하게 하하 웃으며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황폐후라는 아주머니도 그렇고 이 집안은 사람을 가까이서 쳐다보는 게 취미인 모양이다.


"그래, 대영웅의 위상을 등에 업은 불굴의 영웅은, 제국을 섬김으로서 무엇을 얻고 싶은가?"


오오, 상당히 단도진입적이다. 당신이 내게 가까이 다가오면 내 목숨 줄이 짧아진다는 사실은 알고 이렇게 대해줬으면 좋겠는데.

쯧, 아니 그런데, 어찌되었든 표면적으로는 영웅의 탄생이고 전당을 지키기 위해 나는 상대도 안 돼는 뿌리가 설치는 곳에서 기꺼이 희생을 하려 했던 위인이라고 봐도 좋을 텐데 하나 같이 나를 보는 눈이 고깝다.

황제가 '야 너 좋은 일 많이 했더라?' 라는 말을 이렇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길게 돌려 말했는데도 그 아래의 신하들은 하나 같이 저렇게 적대적인 반응이라 이거지?

황제도 내게 그다지 좋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해야 겠다. 내가 없는 사이에 황제가 저것들이랑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나눴을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특별히 다른 건 바라지 않고, 미로의 숲으로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주셨으면 합니다."

"권한? 영웅이 되기 전부터 이미 기사였을 그대에게 미로의 숲을 드나들 권한이 없었다는 말인가?"

"제 사정 다 아시면서 참 너무 모른 척 하십니다."


미로의 숲에 들어가면 범죄자 취급할 거라고 세상 모두가 그럽디다.

후우, 진짜 이 인간 무슨 생각으로 내 앞에서 이러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 휘둘리는 기분은 드는데, 무슨 상황에 어떻게 휘둘리고 있는지는 전혀 모르겠어.


"그대가 원하는 것이 그것이 전부라면, 얼마든지 허락해주겠네."


웅성웅성.


폐하! 어쩌고저쩌고, 어찌, 어쩌고저쩌고. 허나, 어쩌고저쩌고. 이러쿵저렁쿵 궁시렁궁시럭 시끌벅적.

......말이 많다. 사극은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나는 와이파이 안 터지는 세상에 흥미는 느끼지 않는다. 그런 시대의 삶과 역사는 글로 읽는 것으로 만족한다.

너희들끼리 왜 싸우는지, 너희들이 나를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이제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할아버지의 말을 따라 주변의 시선을 바꿔 나가자.

아니, 원래부터 나는 주변에 별로 관심이 없었지. 새삼스럽게 관심이 없는 척을 하다니...중2병의 재발인가?!

그건...곤란하다...평범한 인간으로서 평범한 삶을 살기를 희망한다.


"폐하!"

"이렇게 합시다 황제님."


중2병스러운 이 기분을 벗어나기 위해서, 그 '난 나만의 세계를 살아, 너희들은 나를 이해못해, 알아? 이 하등한 것들아!' 라는 기분을 벗어나기 위해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그냥 겁 많은 치와와인 주제에 고독한 늑대인양 구는 것은 좋지 않다. 늑대는 싫어하잖아, 그치?


"반대하는 분들이 많으니, 제국에 충분히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하나 하고 제가 말한 대가를 받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무슨 얼토당토 않은! 이미 제국의 영웅이 된다 했으면서도 어찌하여 제국을 위하지 않고 아직도 계산적인 제안을 하려 하는가!"


으으, 아, 안 돼...참아라 나...바로 방금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하! 웃으며 '다들...자신 있으신가봐요?' 라고 대답할 뻔 했다! 일본 만화처럼!

회장의 그림자에 벗어나고자 한다면, 과거의 망령에게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일단은 어른이 되보도록 하자.

침착하고 냉정하게. 감정이 앞서지 않도록 조심하며.


"우선은 이야기를 들어주시겠습니까? 들어서 손해는 없을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는 분명 제국에 득이 되는 이야기겠지?"

"폐하! 어찌하여 저런 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십니까!"


아아! 깽판치고 싶다! 게임에서 계속 잡아왔던 컨셉대로 그냥 싹 다 뒤집어 엎고 깽판치고 짜증나게 만들어버리고 싶어...

그래도 참자. 내가 여기서 정말로 내키는 대로 움직여 버리면, 앞으로의 계획들에 큰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실 카란틀리아의 관리 하에 있는 심해의 구덩이라는 특수한 장소에, 먼 옛날 인간의, 희망의 대영웅이 남긴 창이 남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어차피 쓸 곳도 없고 왠지 남겨둬야 그림이 그럴 듯 할 것 같아서 건드리지도 않았지만, 이게 또 이런 식으로 쓸모가 생겼다.

또한 카란틀리아로 향하며 제국과 카란틀리아 사이의 분위기를 전진시키겠다 약속한다면 황제의 입장에서는 이만큼의 굿딜이 없을 것이다.


"희망의 대영웅! 그 위대한 대영웅이 남긴 창이 그런 곳에 있었단 말인가!"

"예, 그리고 솔직한 말로 지금 인간들 중에 카란틀리아와의 마찰 없이 그 창을 가지고 올 수 있는 자가 있습니까?"

"폐하! 카란틀리아는 지금 그리 강하지 않습니다. 대영웅을 파견하시어 회수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저자에게는 정보를 제공한 공을 인정하시고 상을 내리는 것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하하, 벌써 연합과 교류를 시작한 카란틀리아에 대영웅을 보내시겠다고요? 제정신입니까?"


아앗, 진정해라. 어른스럽게 대응해. 지나치게 비꼬고 낮잡아 보는 건 중2병의 정석 중 하나야.


"어흠. 말씀하신 대로 카란틀리아는 현재 그리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 해서 무력으로 그들을 억누르려 한다면 누가 대륙의 패자라 불리는 제국의 정당성에 고개를 끄덕여주겠습니까. 당장 연합에서 구원의 대영웅이 나설 지도 모를 일입니다. 타국의 대영웅이 제국을 침략했을 때, 우리의 대영웅이 멀리 타지에 파견을 나가 있다면 제국은 그것을 이겨낼 힘을 가지고 있습니까?"

"흥! 제국은 대영웅이 없을 적부터 이미 제국으로서의 위상으로 대륙의 패자라 불리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방인다운 말이로구나!"


오만하네. 아무리 겉이 멋진 성이어도 안이 썩어들어가 기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그 성은 가벼운 충격에도 무너질 것이란 걸 모르는 건가?

저번의 자마니 사건에서의 보았던 귀족의 일도 그렇고 지금의 제국은 과거의 영광과 건실한 대영웅의 존재로 버티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근대 문명을 바라보는 연합이 작정하고 나서면 그때 제국은 정말 연합의 힘을 버텨낼 수 있을까? 알로 할아버지가 이곳에 있는 지금이라고 해서 그걸 확신할 수 있나? 그저 연합이 하나로 완전히 뭉치지 않았기 때문에 제국이 연합의 힘에 버티고 있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웅성웅성.


다행히도 내 말에 몇몇은 그것도 그렇다면 찬성의 의사를 보이는 것 같은 분위기다.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큰 사건인 대영웅을 움직이는 것보다야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 영웅을 일에 쓰는 편이 혹여 실패하더라도 젊은 패기에 의한 실수 정도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이다.


"폐하. 제국의 앞으로를 걱정하고 제국의 미래를 건실하게 하고자 한다면 현재에 만족함이 없이 앞으로 나아가려 하셔야 할 것입니다. 당장 제국과 비등한 힘을 가진 연합은 차별없이 많은 것을 받아드려 제국이 한 발자국을 내딛을까 고민할 때 불안하게라도 세 발자국은 앞서 나아가는 이들입니다."

"이 무슨 불경한! 폐하! 저런 자의 말에 귀기울이지 마소서!"

"판단은 황제께서 하시죠. 제국의 미래는 온전히 당신의 판단에 달렸습니다. 당신이 이 제국의 황제 아닙니까."


제국에서의 나의 입지를 확고히하려 한다면 지금의 논쟁에서 승리할 필요가 있긴 했다.

황제가 나의 편을 들어준다는 모양새 자체가 앞으로의 내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들이다.

내가 하는 일이 정말로 제국을 위한 일인지 아닌지는, 솔직한 말로 별로 관심이 없다. 어쩌면 저기 있는 저 인간들이, 그저 내가 싫고 경계되어서 나에게 반대하는 것이 아닌, 정말로 제국을 생각하는 마음에 충언을 내뱉는 충신일지도 모를 일이다.


"흠..."

"폐하...!"


다만, 보아하니 황제는 대영웅이라는 존재를 상당히 신경쓰고 있다. 무려 자신의 어머니인 황폐후가 직접 찾아오는 인물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귀족들과의 논쟁에서도 알로 할아버지가 뭔가 말을 하지 않을까 곁눈질을 하는 것을 보아서는 거의 확실하다고 본다.

그리고 황제는, 내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 탓도 있을 테지만 본인의 입으로 직접 대영웅의 위상을 등에 업은 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황제의 눈에는 내가 알로 할아버지의 총애를 받는, 뭐 그런 인간으로 보인다는 의미지.


"그만. 불굴의 영웅 김인광. 그대는 지금 즉시 카란틀리아로 향하여 희망의 대영웅이 남긴 전설의 창을 회수해오라."

"폐하!"

"조용히 하라, 그대들은 나의 말이 말같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로군."

"......! 폐하! 그 무슨!"


오오...결단을 내린 황제의 말에는 상당히 힘이 실려있다. 귀족들이 아무런 말도 못하는 것도 이해가가는 모양새다.


"다만, 이토록 반대의 목소리가 많으니 내가 그대를 온전히 믿지 못하는 것을 그대도 이해할테지. 그러니 그대에게 내 직속의 기사를 한 명 대동하게 하겠네."

"괜찮습니다. 하지만 심해의 구덩이는 굉장히 위험한 곳입니다. 실력이 좋으자라면 좋을 것입니다."


떡밥은 깔아뒀으니 혹시라도 고집부리며 따라와도 내 잘못은 아닌 거지? 그렇지? 어디 자신 있는 놈은 따라와 보라고.


"그러지. 헤로손 경."


척척, 황제의 호명과 함께 듬직한 덩치의 기사 한 명이 발걸음 당당하게 걸어와 황제의 앞에 무릎꿇고 앉는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인데.


"그대는 지금부터 카란틀리아로 향하는 불굴의 영웅과 함께 하여 그 임무를 완수하라."

"예!"

"...아!"


나도 그리 작은 키가 아닌데도 나를 내려다볼 정도로 큰 키. 외형이 외국인 외형이라 나이가 짐작 되지는 않지만 아마 나와 비슷한 나이는 되어 보이는 미남자.


"함께 임무를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나티오날 헤로손, 인내의 기사입니다."

"허어...어어..."

"허허, 우리 아들을 잘 부탁하네, 인광 군."


...으음...이것 참...곤란하네.


작가의말

100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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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믿음의 이유 21.01.22 29 1 12쪽
139 광신의 이유 21.01.21 28 1 12쪽
138 대규모 ㅇ업테이드 함빈다. 21.01.20 30 1 19쪽
137 파멸의 전조 21.01.19 23 1 18쪽
136 버려진 구역의 희망 +2 21.01.18 29 1 13쪽
135 괴리감 21.01.15 25 1 21쪽
134 광기의 축제 21.01.14 25 1 13쪽
133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 21.01.13 25 1 13쪽
132 희망이 태어난 마을 21.01.12 22 1 11쪽
131 꽃의 부탁 +2 21.01.11 35 2 18쪽
130 광신자의 꼬리 21.01.08 24 1 17쪽
129 너, 나랑 게임하자 21.01.07 25 1 10쪽
128 저렇게, 되고 싶진 않다... 21.01.06 21 1 15쪽
127 정산 21.01.05 25 1 17쪽
126 광기와 희망 21.01.04 26 1 14쪽
125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21.01.01 29 1 14쪽
124 공격대 모집합니다~! 20.12.31 29 1 17쪽
123 질투 20.12.30 30 1 8쪽
122 보살핌이 필요하다 20.12.29 33 1 15쪽
121 광기의 기사 20.12.28 39 1 20쪽
120 현실이 되었다. 20.12.25 31 1 14쪽
119 현실이 되어간다. 20.12.24 32 1 21쪽
118 위험한 상황 20.12.23 25 1 20쪽
117 우리는 군대다! 20.12.22 27 1 10쪽
116 마경 진입 20.12.21 24 1 12쪽
115 경★미로의 숲 드디어 공식 출입하다★축 20.12.18 27 1 14쪽
114 익숙한 평화로움 20.12.17 25 1 17쪽
113 게임이나 할래... +1 20.12.16 26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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