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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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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최근연재일 :
2021.08.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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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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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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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내기...?

DUMMY

"생각보다 더 어리네."


암시장을 가장 잘 내려다볼 수 있는 펜트 하우스의 발코니에 서서 암시장의 관리자 메이 디에미는 암시장에 들어온 이질적인 존재를 내려다 본다.

평소라면 느긋하게 펜트 하우스의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녀의 일과의 전부였을 테지만, 제국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골칫덩이의 등장에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정견의 대영웅이 이제는 암시장에도 간섭을 하려고 보낸 자일수도 있었기에 경계는 필연적이었다.


'...암만 봐도 그런 것 같지는 않고.'


맞춤 정장 집에 들어가서 눈을 빛내며 쇼핑을 하고, 딸로 보이는 여자 아이를 품에 안고 뭐가 그리 좋은지 하하 웃는 모습은 그녀의 귀에 들어온 불굴의 영웅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다.


'소문으로는 광신자와도 연결이 되어 있다던데...정말 그런가?'


지상에서는 어떠할지 몰라도 암시장에서 광신자라는 존재는 그렇게까지 비밀스러운 존재는 아니었다.

물론 그 실체를 잡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종종 그들의 대리인이 관리자인 그녀를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기에 그녀에게 있어 광신자라는 말이 마냥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관리자님."


그녀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고민 하고 있으려니 그녀의 뒤로 소리도 없이 은신에 특화된 사이보그가 나타나 그녀의 뒤에서 무릎을 꿇고 그녀의 대답을 기다린다.

바깥에서는 한 번 보는 것도 힘든, 아니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사이보그의 존재였지만, 그녀는 익숙하다는 듯이 그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턱짓으로 사이보그에게 말하라 일렀다.


"명령하시면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원래 영웅급이었던 생물을 베이스로 만들어잔 원로원 전용의 호위 기사같은 그들은 영웅인 인광을 두고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영웅다운 아우라도, 영웅다운 기품도 없이 쇼핑 나온 졸부같은 남자를 보며 무서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그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 될 것이다.


"안 돼. 정견의 대영웅이나 구원의 대영웅이 저 남자를 주시하고 있어."

"이곳에서 처리하면 대영웅들은 저 자가 그저 행방불명이 되었다고만 생각할 것입니다."

"안 된다니까. 정견의 대영웅은 몰라도, 구원의 대영웅은 이곳의 존재를 알고 있어. 너, 대영웅의 분노를 견뎌낼 수 있어?"


구원의 대영웅이 분노한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힘을 아는 자들은 몸을 떨었다.

메이 본인도 사람들에게는 대영웅에 필적한 실력자로 알려져있으나, 그녀 자신이 대영웅과 비교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미지의 공포와 불안함에 괜히 벌집을 건드렸다가 쏘이고 싶지는 않았다.


"계속 주시하고 있어. 혹시라도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면, 점잖게 나가라고 해."

"예."

"뭐어, 계속 우리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그때는 별 수 없이, 처리를 해야겠지."


차라리 그렇게 된다면 대영웅들의 명분이 약해져 자신들을 어쩌지 못하리. 그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사적인 감정이 아닌, 다수의 이득과 명분이었다.

자신의 친구가 죽어도, 연인이 죽어도, 가족이 죽어도 그 이후의 일이 자신이 지키는 것에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면 쉽게 분노의 감정을 접어 버릴 인물이다.


"정견의 대영웅만 피하면 돼. 그 인간은 다른 대영웅에 비해서는 훨씬 인간적이잖아."

"...알겠습니다. 이상 행동이 파악되면 곧장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래."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소리 없이 사라진 사이보그가 있던 자리에 한 번 눈길을 주고 메이는 다시 인광을 내려다 본다.

뭐가 그리도 신기한지 통로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만져보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에는 메이도 고개를 갸웃했다.


'원래 저런 인간은 아닐텐데.'


암시장의 분위기에 취해 동심으로 돌아가기라도 한 건지, 그녀로서는 인광이 이방인이라서 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뭔가...꿍꿍이가 있는 건가...?'


"관리자님."

"빨리 왔네."

"불굴의 영웅이 관리자님을 뵙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뭐?"


지금 저 아래에서 천진난만하게 어린아이의 장난감을 만지작 거리며 키득거리는 저 남자가 자신과?


"하, 어처구니가 없네."


바로 옆에 암시장의 간부인 아웃포스트의 사장을 대동하고 있다고 해서 본인과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걸까?

암시장에서의 강력한 권력으로 발 아래 모든 것의 관리 권한을 가진 그녀에게 있어서 굉장히 오만불손한 말이 아닐 수가 없었다.

관리자를, 하물며 원로원의 일원과 만나려고 해도 한달 전에 약속을 잡고 막대한 양의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예의거늘.


"꺼지라 그래."

"그것이...사실은 그가 이상한 소리를 했습니다."

"뜸 들이지 말고 말해."

"...대영웅의 신체를 두고, 거래를 하자고."


오랜 원로원 생활과, 암시장에서의 경험들로 인해 어지간한 일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그녀였지만, 이번에 그녀의 귀에 들려온 이야기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영웅의 신체? 그 대영웅의? 무기에 아주 조금의 뼛조각과 잘려나간 살점을 넣은 것만으로도 희망의 대영웅은 경이로운 무기를 만들어내었다.


'거짓말이다. 그런 것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어...아니, 그는 두 명의 대영웅과 친분을 맺고 있다...혹시...?'


단순히 대영웅과의 친분만을 생각한다면 거짓말이거나 함정 쯤으로 치부할 테지만, 인광은 광신자와도 연관이 있는 인물이다.

영웅이라는 타이틀도, 두 대영웅과의 친분도 광신자와의 관계가 끼어들면 별 것이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그들과 한 패라면, 얼마든지, 충분히 대영웅의 신체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먼저 물건을 보여라 해라. 무슨 말도 안 되는."

"예, 지금 바로......확인했습니다. 물건은 희망의 대영웅이 마지막으로 싸웠던, 어인의 대영웅의 갈비뼈...라고 합니다..."


사이보그가 더 설명을 할 것도 없이, 그녀가 내려다 보던 통로의 창을 깨며 삐죽이 튀어나온 거대한 갈비뼈가 메이의 눈에도 보였고,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뭐하는 미친 놈인가 했더니 세상 둘도 없는 미친 놈이었군!'


저런 것을 돈을 주고 사왔을 리는 없고, 무슨 조건을 내걸어도 어인들이 넘겨줄 리도 없으니 당연히 훔쳐온 것일 텐데, 영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서 할 짓은 절대 아니다.

과연 광신자의 관계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데려오라 명령한다. 아무리 그래도 시간을 두고 만나는 것이 옳을 테지만, 저 압도적인 크기와 멀리서도 느껴지는 힘은 원로원의 일원들이 눈치를 챌 것이 분명했다.

권위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괜히 시간을 들이려고 한다면 분명히 다른 원로원의 누군가가 인광과 먼저 만나 거래를 하려고 할 터. 이번 일은 빠를 수록 좋은 일이었다.


'희망의 대영웅과 싸웠던 그 400년 전의 괴물의 신체라면,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득이다.'


그녀는 빠른 발걸음으로 펜트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며 홀로 조용히 생각했다.


'대영웅들은 저 자가 신체 일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는 건가?'


사이보그에게는 따로 명령을 내려 펜트 하우스 주변의 경계를 강화하고 혹시 있을 지도 모를 도청의 위험을 대비해 철저한 청소를 명령한다.

그 외에도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이들을 호출하고 한 번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차림새를 살핀 뒤 기품 있는 발걸음으로 손님 접대용 방으로 향한다.


'거래를 제안했다만, 내게 무엇을 요구할 생각이지? 아무리 멍청한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의 가치를 모르지는 않을 텐데.'


인광이 올라오고 있다는 보고를 받으며 급하게 호출을 받고 달려온 경비원들에게 철저한 경계를 명령한다.


'이방인이라 그런 건가? 아니, 아무리 이방인이라고 해도 희망의 투창의 주인인데, 그 가치를 모를 리도 없고.'


만약 그렇다면 대영웅의 신체에 버금가는 무언가를 지불할 능력이 자신에게 있는가가 문제가 된다.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조정은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 협상을 통해 대영웅이 암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면, 그것은 차라리 거래를 하지 않는 편이 이득인 일이다.


벌컥!


"이리오너라~!"

"들어오시죠."


늑대 가면을 쓰고 나타난 다소 이질적인 분위기의 인광이, 품에는 아이를 안고 응접실로 들어온다.

차림새부터 태도, 데리고 온 일행들까지 하나 같이 장난기로 가득한 그의 모습에, 메이는 머리가 아파왔다.


'그냥, 멍청이라면 좋을 테지만, 그냥 멍청이가 영웅이 될 수 있는 건가? 그게 이방인인가?'


"먼길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그래요. 보는 재미가 있어서 큰 고생은 아니었어요."


자연이를 파이에게 넘겨준 뒤 인광은 소파에 몸을 던지듯이 앉으며 뭐가 그리 재미 있는지 악의마저 느껴지는 미소를 지어보인다.


'무언가 협상하고자 한다면 차라리 아웃포스트의 사장을 내세우는 것이 좋을 터. 이 자는 나와 협상을 통해 원하는 바를 이끌어낼 자신이 있는 건가?'


오랜 상인 생활로 얻은 상대를 꿰뚫어 보는 눈조차 그에게는 통하지 않자 그녀는 가면에 뭔가 특별한 힘이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조금은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저와 거래를 하고 싶으시다고요."

"네. 본격적으로 이야기 하기 전에 물건부터 확인하시죠."


응접실의 절반은 채울 정도로 거대한 갈비뼈, 비릿한 냄새가 느껴지며, 실제로 눈으로 보니 담겨 있는 힘에 저도 모르게 몸이 떨릴 정도의, 확실한 진품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티 내지 않으며 천천히 일어나 이미 감정이 끝난 물건을 심사숙고하여 판단하는 듯한 제스쳐를 취한다.


"흠, 이게 대영웅의 신체입니까?"

"네. 슬쩍 했죠."


'역시, 제정신이 아니군.'


그녀는 인광을 향해 싱긋 웃어보였지만 속으로는 그의 미친 행위에 질겁했다.

그렇지 않아도 어인들이 힘을 되찾고 연합과 제국의 적극적인 공세에 카란틀리아는 빠르게 힘을 키워가는 중이다.

그런 국가의 보물, 아니 국가 그 자체를 상징 하는 물건을 슬쩍 했다? 광신자를 대할 때의 오싹한 기분을 느끼며 그녀는 조용히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훌륭한 물건인 것은 알겠으나, 아시다시피 이런 물건은 시중에 나온 적이 없기에, 진품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도, 가격을 책정하기에도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요?"

"이것이 정말 대영웅의 신체라고 해도, 비교할 수 있는 물건이라고 해봐야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희망의 대영웅의 투창 뿐이니...우선은 전문가를 불렀으니 잠시 기다리시는 것이."


쿵!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인광은 희망의 투창을 꺼내어 탁자 위에 올리고서는 확인해보라는 듯이 그녀에게 손짓한다.


'...진품이다...진짜 희망의 투창이야.'


화려한 무늬는 없지만 풍겨나오는 힘이 이미 압도적인 대영웅의 그것과 닮아 있는데다, 서적에 묘사된 것처럼 두 갈래로 나뉘어진 창날의 사이에 박혀 있는 것은 분명 천사들의 보석이라고 하는 '앙헬 크리스탈', 그것도 가장 높은 등급의 은은한 황금빛이 감도는 순백색의 보석이 자리잡고 있다.


'이건, 분명히 이제 더는 쓰이지 않는 언어로 쓰인 희망의 대영웅의 이름, 게다가 벗겨진 틈으로 보이는 저 마법 술식은 고대의 마법이다...!'


"굉장하군요! 이건, 이건 인류의 보물! 희망의 투창이군요!"

"한 번 대조해봐요."

"네, 그렇다면 지금 바로."


메이는 고민에 빠졌다. 희망의 투창이 손에 들어오니 대영웅이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안고서라도 그것을 가지고 싶었다.

비록 주인의 허락으로 인해 지금 잠시 손에 들 수 있을 뿐이지만, 희망의 투창이 풍기는 유혹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정신 차리자.'


투창이 너무나도 탐이 나지만, 뒤를 생각하지 않는 투자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리.

감정은 최대한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그녀는 짐짓 심각한 상황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정말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창과 신체를 비교한다.


"...이것이 대영웅의 신체 일부라는 것은, 인정은 하겠으나 확실히 오래 방치된 탓인지 상태가 좋지 않군요."

"......"


당연히 거짓말이지만, 이런 식으로 말을 해두지 않으면 이 신체의 값을 지불하려다 파산해버릴 지도 모를 일이었다.

최대한 깎을 수 있을 만큼 깍아내는 것이 지금의 그녀가 해야될 일. 그녀는 최선을 다 하자고 맹새하며 마음을 굳게 먹는다.


"대영웅에게서 느껴지는 신성함이라거나, 압도적인 힘은 많이 보이지 않고, 퀴퀴한 비린내가, 나는군요."

"바다에 있던거니까요."

"...그래도 이 정도라면 어느 정도 값어치가 있음은 분명합니다."

"흠, 뭐, 그러면. 이제 제가 원하는 걸 말해도 되는 거죠?"


과연, 이 남자는 어떤 것을 요구할까. 그저 당순히 돈을 바랄 뿐이라면 달라는 대로 줘버리고 빠르게 처분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인광의 입에서 나온 것은, 상당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버려진 구역을...달라고요?"

"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새침하게 말을 꺼내는 저 얼굴을 으깨버리고 싶은 마음을 꾹 억누르며 메이는 힘들게 평정심을 되찾는다.

버려진 구역은 가격 이전의 문제다.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인데다 그녀를 포함한 역대 관리자들 모두가 그 지역은 없는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혹시라도 그곳에서 무언가 문제가 생기면 곧장 암시장에 큰 피해가 닥쳐오기 때문에 간간이 상태를 확인만 했을 뿐.

그런 표면적인 것만 본다면, 버려진 구역의 가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돈을 주고 처리해달라고 부탁을 해야될 정도로.


"버려진 구역을 얻어, 무엇을 하시려는 건가요?"

"알 필요 있나요?"

"......"


문제는 역시 인광의 존재 그 자체. 대영웅의 신체를 슬쩍할 정도로 정신 나간 인간이 무슨 의도로 버려진 구역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곳을 전초기지로 사용하여 암시장을 무너뜨릴 계획을 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이, 대영웅들의 계획의 일부분일지도 모를 일이다.


"죄송한 말이지만, 버려진 구역은 파는 상품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그곳은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알아요."

"...많은 이들이 그곳을 정복하려 했지만, 그 모든 이들이 실패하였습니다. 대영웅에 버금가는 존재라 불렸던 이들까지, 그 모두가요."

"알아요."

"......무슨 꿍꿍입니까?"

"이런 곳에서 장사하시는 분이 정보를 그냥 꽁으로 얻으려 하시네."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던 인광은 뭔가 재미난 것이 생각난 것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작은 짜증과 함께 인광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선 메이는 정말 격렬하게 지금 여기서 정리를 해버려야 하나 하는 고민이 들었다.

좋은 물건을 가져왔기에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줬더니 밑도 끝도 없이 기어오르는 저 태도, 넘어가기에는 너무나도 불손한 태도였다.


"내기 좋아하신다는 소문이 있던데. 좋아하시나?"

"때와 장소는 가리는 편입니다."

"내기에서 그쪽 누나가 이기면 무상으로 그거 두 개 드릴게."


그러나 이 내기는, 그러한 불손함을 덮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제가 진다면?"

"저도 뭐, 괜히 후환은 남기고 싶지 않거든요. 제 값 주고 버려진 구역 살테니까, 군말없이 그 구역 관리자 권한 넘기기로."

"...제가 이겼을 때의 메리트가 적군요."

"아, 뭐, 그럼...무상으로 그쪽 일 하나 해결해주는 건?"

"그건 됐고, 정화수 제조법을 거시죠."

"그래요."


어지간히도 내기에 자신이 있는 건지 밑도 끝도 없이 올라가는 내기 판에 메이의 정신이 살짝 흔들렸다.

정화수는 눈앞의 촌장이 사장으로 있는 회사, 아웃포스트의 주 수입원이자 그를 빠른 시간에 간부로 만들어낸 대체 불가 소모품. 메이는 소문대로 내기를 정말 좋아했기에, 판이 크면 클수록 그녀는 쾌감을 느끼고, 지금 그 쾌감은 거의 절정에 닿고 있었다.


'어차피 져도 내가 잃는 것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저것이 버려진 구역에 들어가봐야 얼마나 버티겠어.'


"내기 내용은?"


촤르르.


말 없이 탁자 위로 뻗어 나오는 세 줄기의 사슬. 그녀가 알기로 그가 사용하는 사슬은 붉게 활활 타오르는 사슬인데, 그녀의 눈앞에 놓인 것은 검은 색의 까칠까칠한 사슬이었다.


'다룰 수 있는 사슬의 종류가 늘어난 건가?'


"뭐죠?"

"첫 사슬에는 갈비 뼈, 두 번째 사슬에는 투창, 마지막으로 세 번째 사슬을 뽑아내면, 정화수 제조법 드릴게요."

"제 패배 조건은 뭐죠?"

"포기하면 끝. 사슬을 뽑아내도, 포기했다면 물건도 회수."

"하! 어지간히도 만만히 보였나 보군요."


꽈악!


그녀도 나름 대영웅급의 존재라 불리는 사람, 이제 갓 영웅이 된 그와의 힘 싸움에서 밀릴 이유는 없었다.


꾸드득! 꾸드드드!


한 손으로 사슬을 꽉 쥐고 있는 힘껏 끌어당기자 그녀에게도 묵직하게 느껴질 정도의 무게감이 순간 그녀를 덮치며 작은 진동이 일어났지만, 사슬을 뽑아내는 것에 성공, 사슬의 끝에 묶여 있던 어인의 대영웅의 신체를 획득했다.

사슬을 잡아 당기는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신체를 눈으로 확인하기도 전부터 그녀는 사슬을 잡아당기는 행위 자체에 작은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쉽군요."

"그래요."


여전히 웃고 있는 인광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메이는 그 미소를 죽여버릴 작정으로 두 번째 사슬을 검은 기운이 감도는 두 손으로 꽉 잡고 있는 힘껏 끌어당겼다.


쿵! 꾸구구구!!!


방금 전보다 더 강한 진동과 함께 투창을 뽑아내는 것에 성공은 했지만, 그녀는 응접실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인광이 만들어낸 그림자에서 뻗어나온 사슬의 끝에는 분명히 대영웅의 신체와 투창만이 묶여 있었는데, 어째서 응접실이 흔들리는 걸까?

그녀의 마음에 스멀스멀 의구심이 떠올라 그녀는 잠시 멈칫했고, 인광은 그 틈을 놓치자 않고 깐죽거렸다.


"포기하시려고요? 갑자기?"

"...누가, 포기한다고?"


자신과 비슷한 종류의 사람이란 걸 직감한 인광은 웃으며 메이의 손에 세 번째 사슬을 건네주었다.

두 개의 사슬을 뽑아내었던 때보다 더 강하게 묵직함이 느껴졌지만, 그녀의 잔뜩 달아오른 감정은 그러한 것을 무시했다. 그녀의 절제되지 않은 감정이 그녀의 이성적인 판단을 멈추게 만들었다.


쿠구구!! 쿠궁! 팡!!!


전과는 다르게 꿈쩍도 하지 않는 세 번째 사슬, 그녀의 오기를 자극했고 그녀의 귀에는 무언가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도, 위태롭게 흔들리는 응접실도 느껴지지 않았다.


쾅! 꽈직! 꾸드드드!


조금 사슬이 끌어올라오자 부서지고 무너지는 소리는 점점 더 커져갔고, 펜트 하우스 전체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쾅! 쾅! 팡!!!


한 마디 정도 사슬을 뽑아내자, 팬트 하우스의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그 무너져 내린 잔해에 경비를 서던 이들이 깔리고, 그녀의 머리 위로 돌 부스러기가 후두둑 떨어졌다.

삐걱이는 세상, 흔들리고 깜빡이는 전등, 머리 위로 떨어지는 딱딱하고 거추장스러운 느낌, 한참 흥분하여 끌려 올라오는 사슬을 보며 입이 찢어져라 미소를 짓고 있던 그녀도,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이, 이게...무슨..."


무너져내린 주변을 바라본다. 일그러진 펜트 하우스의 틈 사이로 비쳐 들어오는 난장판이 된 암시장의 어지러운 불빛에 그녀도 당황한다.

외벽과 돔 천장에 금이 가고 무너져 내려 암시장의 모두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높이 뜬 펜트 하우스에 있는 그녀의 귀에도 들릴 정도로 처참하게 울려퍼졌다.


"이...! 이 개 같은 새끼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손에 들린 새까만 사슬을 잡아 당기자 갑자기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새까만 사슬을 잡자 이성적인 판단이 무너져내렸다.

무너져 가는 펜트 하우스에서 유일하게 미소를 짓고 있던 인광은 여유롭게 의자에 앉아 조용히 웃는다.


"왜 그러십니까, 마저 뽑으시지."


그녀는 뒤늦게 깨달았다. 인광에게 무언가를 당해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사슬을 당겨, 자신의 모든 것인 암시장을 무너뜨리고 있었단 것을,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점잖은 모습으로 그녀에게 말을 건네는 인광을 보며 깨달았다.

그녀가 속을 알 수 없다 생각했던 눈 앞의 남자는, 이미 진즉에 암시장을 무너뜨릴 준비를 마치고 이곳에 와서, 시종일관 자신을 짜증나게 하여 일부러 그녀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내기를 좋아하는 그녀의 호기심을 건드렸고, 두 번의 성공으로, 완전히 승리에 빠져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다.


툭.


손에 쥐고 있던 사슬을 떨어뜨리며 그녀는 무너져 내리는 암시장을 허망하게 바라본다.

원로인 자신이, 관리자인 자신이 이런 정신 나간 인간에게 홀려 그의 뜻대로 움직여버린 것에, 하염없이 자괴감을 느끼며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럼, 제안은 받아들인 걸로."


이날, 암시장은 절반이 무너져 내렸고, 버려진 구역의 관리자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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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정산 21.01.05 25 1 17쪽
126 광기와 희망 21.01.04 26 1 14쪽
125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21.01.01 29 1 14쪽
124 공격대 모집합니다~! 20.12.31 29 1 17쪽
123 질투 20.12.30 30 1 8쪽
122 보살핌이 필요하다 20.12.29 34 1 15쪽
121 광기의 기사 20.12.28 39 1 20쪽
120 현실이 되었다. 20.12.25 32 1 14쪽
119 현실이 되어간다. 20.12.24 32 1 21쪽
118 위험한 상황 20.12.23 25 1 20쪽
117 우리는 군대다! 20.12.22 27 1 10쪽
116 마경 진입 20.12.21 2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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