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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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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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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각오를 다질 때...!

DUMMY

의도치 않게 오늘 하루 게임을 거르게 된 나는, 기왕 이렇게 된 거 오늘 하루는 현실에서 살 준비를 한다.


"안녀엉~아가~!"

"안녕~엄마아..."


높디 높은 빌딩의 옥상에서, 흔히들 말하길, 저물지 않는 도시의 밤이라고 야근의 불빛으로 반짝이는 도시를 발 아래에 두고 도르핀에게 대충 대답을 던진다.

파이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 흐름의 힘이 급격하게 강해짐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느낀다. 만화처럼.

봐, 나 지금 진짜 무슨 만화에서 품 잡느라 옥상 끄트머리에 앉아서 고뇌하는 주인공처럼 보인다니까?


"요즘엔 좀 어때?"

"으음~뭐어라고 해야 할까? 생각보다 뿌리가 깊어서 크기가 가늠이 안 가는 느끼임?"

"에휴."


당장 오늘도 파이랑 데...데이트...를! 어쩌다 보니, 하게 되었는데, 빠르게 사람이 붙었던 걸 보면, 확실히 회장이 여기저기에 손을 뻗치고 있고, 굉장히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단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도 갑자기 사라졌더니 이것들이 내가 어디로 사라졌나 하고 찾아다니는게 보여서 조금 소름끼칠 정도다.


"그래도 저것들은 나나 파이나, 도르핀처럼 뭐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

"지금 쫓는 애들은 그런데에, 조금 상황이 심각해지면~ 너 같은 애들도 나타나지 않을까아?"


회장, 당신 정말 이 세계에서 무슨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었던 거야? 그것도 이세계물? 혹시 멸망한 세계에서 트럭에 치여서 이곳에 오셨나? 작은, 가능성으로?

이것 참, 기왕 나온김에 밖에서 해결할 일 해결하자는 기분으로 도르핀을 찾은 건데, 가만히 생각을 할수록 귀찮아진다.


'난 대체 뭘 하고 싶은 걸까.'


"사실 있지이? 아가가 모르는 곳에서, 엄청난 능력자 배틀이 일어나고 있단다아~!"

"와아! 와아 정말 싫어! 엮이기 싫어!"

"응, 그럴 것 같아서! 접촉하지 말라고 일러뒀지!"

"고마워요! 역시 도르핀! 우리 스승님이 최고야!"

"헷! 더 우러러 보거라!"

"도르핀 멋져! 그녀는 신이야! 난 커서 도르핀이 될래요!"


라고, 미소를 주체하지 못하는 도르핀에게 도르핀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게임 속에서도 비슷한 말을 해주었을 때 잔뜩 기분이 좋아져 전에 없이 들러붙어 당황했었지.

아마, 게임 속의 도르핀은 들러붙을 수 있는 게 나뿐이라 괜히 더 그러는 것 같다. 현실에서는 좋아라하기는 해도 막 들러붙지는 않는다.


"세상이 참, 난 얼마 전까지 월드 게이트의 그 미친 기술력에 환장하고 있었는데, 알면 알수록 더 환장이네."

"그으런 거지!"


조금 더 내게 솔직해져 볼까?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 조금은 솔직해져도 괜찮을 테지.

초조하고 불안하다. 회장의 정체를 대충은 알고 있다는 것이 더더욱 나를 무섭게 만든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사실은 아직도 회장의 손바닥 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다.

한시라도 빨리 회장을 흑막이라는 위치에서 끌어내리고 싶어서, 끌어내려야 내 삶이 조금은 더 편안해져서, 초조하다.

건물을 사? 투자를 해? 회장이 그것들을 다 무너뜨리면 어떡하지? 이러니 어디 배달 음식 한 번 시켜 먹는 것마저 불안하다.

20년이 넘는 인생 최초로 풍요를 손에 넣었는데, 이제 뭔가 좀 인생이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데, 그 모든 것이 연기처럼 흩어지면 어쩌나.

난 그렇게 배짱이 좋은 인간이 아니다. 게임 내에서 일어난 일도 아니고 현실에서 일어난 일에 배짱 좋게 맞서 싸울 정도의 인간이 못 된다.


"그래도 뭘 해야할 것 같긴 하지?"

"......"


게임 속에서, 분에 넘치게도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npc들에게 휘둘리거나, 융화되지 못해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면, 운이 좋았던 것이란 생각도 든다.

처음으로, 모든 처음을 함께하고픈 사람도 생겼으니, 정체불명 목적 불명의 회장을 한시라도 빨리 제거하고 싶은 마음이다.


"새로운 세상을 만드려고 했던 건 역시 아닌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그으런 것! 같기도 하고! 이 할미가 열심히이 알아보고는 있거드은?"

"......"


도르핀이 말하는 능력자 배틀에 나도 끼어들어야 하는 걸까. 내가 한 사람 더 끼어들어가면 조금은 더 괜찮은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난, 계속 게임이나 하고 싶어."

"그래에, 이 할미도 우리 아가는 편하게 지냈으면 해에."


내 옆에 걸터앉은 도르핀이 부드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진짜 날 자기 자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따스했다.

그만둬줬으면 한다. 부모의 따스함은 내게 그 죽어도 감지 못한 두 쌍의 눈동자를 떠오르게 한다.

아직 거기까진, 파이가 덮어주지 못했다. 난 아직 준비가 안 됐다.


"다~저 마다의 방식이 있는 법이란다아. 아가의 방식은 그런 것이지."

"돌려 까는 거 아니지?"

"왜에에? 다아들 열심히이 사는데~혼자 편하게 살아서~느낌이 묘~해?"


놀리려고 하는 것 맞는 것 같은데?

표현하면 이상할지도 모르겠지만, 대충 그런 느낌이다. 남들 다 취업하고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와중에 나는 좁은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나 하고 있자니, 그런 삶이 싫지는 않은데 너무나도 초조해지고 불안해지는 느낌.

내가 내게 스스로 자처해서 스트레스를 쥐어주는 악순환의 과정 중 일부라고 해야 하나.


'각오를 해야 하나.'


회장과 맞서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삶을 살아야할지도 모른다. 지금 이대로는, 아무 것도 진행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무섭다. 각오는 전혀 되어 있지도 않고, 하고 싶지도 않다. 아픈 것은 게임 속에서도 싫다. 팔이 망가지는 그 느낌이 아직도 꿈속에서는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로 남아 있다.

당장의 불안함과 초조함에 사로잡히는 것은 나를 좀먹는 행위 아닐까? 어쩌면 이 불안함과 초조함이 나의 나약함일지도 모르고, 그것을 이겨내는 것이 내 과거를 이겨내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아닐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머리는 복잡하고, 생각은 많은데, 나도 내 생각이 이해가 안 되네.'


멍청하게 앉아서 입 꾹 다물고 있는다고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머리 속이 이 모양 이 꼴이라면 죽기 직전이 되어도 제대로된 대답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오늘 이렇게 도르핀을 불러본 것도, 갑자기 머리가, 그래 파이와의 오늘 하루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져서 이기도 했는데, 정작 이야기를 듣고 나니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그, 능력자 배틀물 등장인물들은 뭐하고 있어?"

"회장의 부하들과 열~심히! 싸우고 있지?"

"힘으로?"

"힘으로! 부수고 다치고 죽어가면서!"


역시 무섭다! 다치는 건 무섭고 부수는 건 잘못하고 죽는 건 끔찍하다!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내 머리에 지금 이렇게도 많은 의문이 떠오르고, 머뭇거림이 생긴다는 것은, 그러한 행위가 필요할 것이라고 나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지금은, 주먹을 꽉 쥐고, 입을 꾹 다물고, 눈을 질끈 감고, 각오를 할 때일지도 모른다.

이 겁쟁이가, 게임에서나 막나가는 소심이가, 한 번 정도는 한 걸음을 나아가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그 한 걸음이, 너무나도 멍청하고 의미 없는 한 걸음일지도 모르지만, 그 한 걸음에 내 심장이 멎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중에 한 번 소개나 시켜줘."

"그래에~"


앞으로의 모든 처음을, 나의 처음인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서. 각오를 할 때다.


후웅! 쾅!


나름의 작은 각오를 끝마치자마자 하늘에서 무언가가 뚝 떨어져내려 우리들의 뒤에 허우적거리며 다시 일어선다.


...쓰읍...흐음...뭐지?


"쿨럭! 쿨럭! 엇! 선생님! 어째서 이곳에!"

"나 아직 준비 안 됐는데...!"

"세상 일이 다~예고도 없이 찾아 오고오 그런 거잖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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