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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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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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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익숙한 평화로움

DUMMY

늦은 밤, 나는 평소라면 이미 로그아웃했을 시간에 게임으로 들어왔다.

바로 방금 만화 인간과 배신녀의 티키타카를 보고 나니 왠지 모르게 내게 밀려오는 부끄러움과 뒤늦게 불붙기 시작한 몰입감에 견디기 힘들어 들어왔다.


"아버지? 어쩐 일로 이 시간에...?"


눈을 뜨자마자 반겨준 것은 침대 위에 곰인형 마냥 앉아서 공허수의 심장을 만지작 거리던 자연이였다.

그 작은 것의 볼을 만지작거리면 손에 느껴지는 말랑한 느낌과 함께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연이가 나를 바라본다.


"살아생전 이런 말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게임이 현실보다 평화롭네."


유저들끼리 피 터져라 이런저런 요소들로 싸우고, 속이고, 괴롭히던 게임 속. 채팅창만 보면 세상 이런 전투 민족들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나와 비슷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구나 착각할 정도로 투닥거리던 인간들이 즐비한 세상에서 말이다.

현실에서는 게임같다는 생각을 하고, 게임에서 현실에서 그토록 바라던 편안함을 얻다니.

인간적으로 난 좀 그른 인간이 아닐까.


"많이 힘드세요?"

"으음...딱히 힘든 일은 없었는데, 갑자기 혼란스러운 일이 있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놀랐던 것 같아."


자연이를 끌어와 품에 안고 침대에 걸터앉는다. 말랑이의 말랑한 느낌과는 다른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색다른 기분이다.

앞으론, 말랑이는 머리에 두고 자연이는 품에 안고 다니자. 그래, 그러자. 둘 다 포기할 순 없잖아.

둘 다 끌어안으면 차가운 말랑함과 따뜻한 폭신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그건 자연이가 많이 싫어하겠지?


"잠깐 바람이나 쐴까?"

"지금은 별로 좋은 시간이 아닌 것 같아요."


껴안고 부비적거리니 자기도 좋다고 히히덕 웃던 자연이가 바람이나 쐬러가자는 내 말에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고 보면 지금 촌장님도 안 보이고, 건너 방에 있을 아이엔이나 말랑이, 벽에 구멍까지 뚫어서 나를 쳐다보던 레비의 인기척마저 느껴지지 않고 있다.


그르르르르아!


"...몬스터 습격이니?"

"네. 미로의 숲에서 거대 말벌이랑 기타 등등이 때로 쳐들어왔어요."

"거대 말벌...사람만한 거니?"

"네. 그래서 지금 일행들이 다들 급하게 처리하러 나갔어요. 미로의 숲 몬스터라 평범한 몬스터가 아니다보니 시간이 조금 걸리는 것 같네요."


흠...나의 이 평화를 무너뜨리는 녀석이 또 있다니. 이 회장같은 놈들.

가만히 있고 싶은데, 알아버리니 마냥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혹시라도 우리 파티 애들이 나 없이 싸우다 다치면 어떡해, 탱은 내가 다 해줘서 걔네들 체력은 그렇게 높은 편도 아닌데.

그렇다고 잘 시간에 나가서 싸우자니 그것도 여러모로 귀찮고...뭐 방법 없으려나.


"일단 나가볼까?"

"네. 아! 저 이제 조금만 더 하면 공허수의 심장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의 물건은 이펙트는 화려한데 아이엔 어머니를 혼절시킨 이력이 있는 물건이니, 그 부분이 고쳐졌다면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더 올라가겠네.


"오오! 우리 딸 멋진데! 그럼, 아들! 나와 봐!"

"모닥이 등장!"


은은한 빛을 내는 모닥이가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어두운 방안이 밝게 비춰진다.

시간이 지나 점점 더 깊이 진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면서 생김새가 점점 더 명확해지는 것이, 일렁이던 불꽃같던 아이가 온전한 귀여운 미소년...그닥 바뀐 건 없구나?

으음, 피부가 조금 더 빛을 발하게 되었고, 하얗고, 머리도 일렁이던 게 덜해지고 그냥 따스한 주황빛을 뿜어내게 되었다?

아, 그래! 근육이 조금 붙었다! 진처럼 작은 몸이지만 단단한 느낌을 주게끔 변하고 있다!


"우리 아들 점점 믿음직해져가는 모습에 아빠가 눈물이 다 나는 구나."

"난 언제나 듬직했어!"

"그렇긴 해."


애들이랑 나가서 사태 파악이나 간단하게 하고, 좀 심각하다 싶으면 해결 방법을 찾아보고, 굳이 나설 필요 없겠다 싶으면 나온 김에...아니지, 게임 들어온 김에 버려진 구역에 사람 살만한 구역이 있나 찾아봐야 겠다.

기왕이면 약간 디스토피아적인 컨셉으로 갔으면 한다. 버려진 구역 자체가 그 모양 그 꼴이니 괜히 중세 풍이나 암시장처럼 SF로 꾸미는 것 보단, 뭔가 좀 덕지덕지 붙여둔 것 같은 그런 느낌으로.


"아들, 벌레 좋아하니?"

"구워먹으면 고소하니 괜찮지?"

"가서 맛있게 먹고 오면 되겠다. 조금 있다가."


여관을 걸어나오자, 다들 난리법석이다. 내가 주로 플레이하는 시간대인 아침 10시부터 밤 12시까지와는 다르게 다른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활동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더 시끄러운 것 같다.

몬스터들은 어마어마하게 몰려오고 방금 막 부활한 플레이어는 난이도 미친 거 아니냐며 욕짓거리를 하면서 급하게 장비를 수리하고 다시 달려가려 한다.

다만, 이 게임은 알다시피 현실성의 극한을 달리는 게임이라 수리는 그때그때 바로 진행되지 않고, 장비의 내구도가 간당간당하다면 다른 여분의 장비를 장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어, 어어? 12시간?! 미쳤어?!!!"

"하, 하지만! 이렇게 복잡한 태엽 구조의 장비를 고치려면 그 정도 시간은!"


쯧쯧, 평소에 구린 방어구로 플레이하는 버릇을 들여두었더라면 저런 일도 없었을 텐데...아니라면 수리 스킬을 죽어라고 연마한 친구들을 알고 있던가.

괜히 내가 뭐 할때 마다 촌장님에게 준비를 부탁하고 준비가 되는 동안 기다리고 하는 게 아니다.


"...자연아, 그 공허수 심장 중에 제일 괜찮은 거 있어? 상태는 좀 어때?"

"이 심장은 일종의 진공상태 같은 거예요. 텅 비어 있어서 조금만 구멍을 내도 다른 것들이 밀려 들어와서 심장의 특성이 변해 버려요. 버려진 구역에서는 오랜 시간 어둠에 방치되어 있던 탓인지, 공허수가 되어버린 것 같은데, 아직 그 문제는 해결하지 못 했어요."


흐음, 전에 아이엔 어머니 치료할 때에도 그런 느낌이 들기는 했지...그러면 혹시, 저 방어구를 이 심장 안에 집어 넣으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거지?


"굉장히...흥미로운 발상이에요 아버지!"

"뺏어올까?!"

"아니지. 저런 뉴비는 아끼고 보듬어 줘야 게임이 더 오래 가는 거야. 상냥하게 가야지. 저기요!"


월드 게이트 게시판에서 몇 번 본 것 같은 캐릭터 외형의 뉴비가 나를 이리저리 쳐다보더니 잔뜩 경계하며 대답한다.


"왜, 왜요?"

"게임 하신지 얼마 안 되셨나봐요?"

"네에...2주 정도."

"아이고, 그럼 모를만 하시네. 이 게임이 워낙 망겜이라 장비 같은 거 여분으로 많이 챙겨두셔야 해요."

"아...지금 이벤트 터졌는데...!"

"제 퀘스트 조금만 도와주시면 제가 안 쓰는 거 드릴 수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뉴비가 화들짝 놀라며 머뭇머뭇하고 있다. 하, 귀엽네. 보아하니 사람 자체가 원래 게임을 그렇게 많이 하던 사람이 아닌가 보구만.

하는 꼬라지가 귀엽다고 정말 웃으면 또 소름끼쳐할 가능성이 있으니 표정은 최대한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고 뉴비에게 자연이가 다듬은 공허수의 심장을 내밀어, npc에게 넘겨졌던 방어구에 갖다 댄다.

그리고 심장에 작은 구멍을 내어, 심장이 방어구를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게 하니, 콰직콰직 소리를 내며 방어구가 심장의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상상이상의 과격한 연출이다.


"어?! 내 아이템!"

"오오."


연출은 둘째치고 결과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원래 장비의 성능에서 랜덤하게 추가 수치가 붙은 구체가 완성되었다.

그래도 뉴비 입장에선 장비가 박살이 났으니 노발대발 화를 내야 하는데, 첫인상이 좋은 모양인지 별 말은 안 하고 있다. 아직까지 이걸 퀘스트라고 믿고 있는 건가?


"여기요, 이거 드릴게요."

"...어? 와아, 이거 뭐예요? 이런 아이템 처음 보는데? 악세사리 취급인가? 와아! 공중에 뜬다!"


공허수의 몸 안에 있었던 것처럼 소유자 근처에 떠도는 아이템이다, 신기할 만도 하다.

아이엔 어머니 쪽에도 이거랑 똑같은 걸 양도했는데, 제대로 전달이 됐으려나 몰라.

그 외에도 장비를 몇 가지 연구 중인 아이템으로 교체해주고, 포션이나 기타 등등 전투에 필요한 물건들을 선물해주었다.


"뭐, 뭘 이렇게까지..."

"됐으니까 여기 돈이나 받고 게임 열심히 하세요. 화이팅!"

"네, 감사합니다!"


헤헤 웃으며 뉴비가 떠나간다. 아직은 연구 중인 아이템이라 성능면에서는 완성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뉴비가 보기에는 썩 좋은 물건으로 보인 모양이다.

아이템을 흡수한 공허수의 심장은 최대 3개까지 소유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내었으니 내게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일종의, 약의 임상실험 같은 걸 싼값에 해치운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딸, 심장 장착 가능 갯수를 늘려야 할 것 같네. 따로 장신구로 가공해서 착용할 수 있게 하는 게 어떨까?"

"으음, 그러려면 몇 번 더 실험을 해봐야 할 것 같은데...생쥐 몇 마리 받을 수 있을까요?"

"그럼."

"아빠, 그런데 조금 전에 준 거 타락이랑 싸웠을 때 얻었던 거 아니야?"

"맞는데?"


어디다 내다 팔 수도 없고, 손을 보자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봐야 좋을지 알 수 없던 물건이지만, 최근 점점 길이 보이고 있다.

뉴비에게 준 물건은 현재 나온 것들 중 가장 잘 나온, 무려 타락의 힘이 없어도 장착이 가능한 아이템이다.

말했잖아, 임상 실험을 싼값에 해치웠다고.


"딸, 그런 건 어때? 심장을 잔뜩 넣을 수 있는 관 같은 걸 끌고 다니게 하는 거지!"

"오오...! 그거 꽤 분위기 있겠네요! 관의 재료를 공허수로 하면 충분히 가능할 거예요!"

"딸...!"


감격이다. 이런 못난 아비의 밑에서 어쩜 이렇게 다재다능한 아이가 나타난 건지...

심장의 연구가 끝나면 모닥이 때처럼 계속 말을 걸어서 지성체로 만들 수 있는지도 알아보도록 하자.


"그럼 아들! 아들도 슬슬 가서 싸워볼까?"

"이제야 내 차례네! 싹 다 죽여도 되지?!"

"물론이지! 우리 아들 하고 싶은 거 다 해!"

"이히히!"


펑펑, 불꽃을 터트리며 날아가는 모닥이. 흥분하니 얼굴이 살짝 개처럼 무너지던데, 괜히 보스급 몬스터로 인식되어서 마찰이 일어날 일만 없었으면 한다.


"아버지, 저희는요?"

"우리는 따로 할 일이 있지. 정확히는 내가. 버려진 구역으로 갈 거야."

"시찰인가요?"

"아니?"


암시장에 가려면 정해진 입구를 통해서 가야하지만, 버려진 구역의 경우에는 내가 관리자라 그런 제약에는 많이 자유로운 편이다.

난리 속에서 적당히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곳을 찾아가, 아무 문이나 붙잡고 연다.

원래라면 일반 가정집이니 문이 잠겨있어야 하겠지만, 이번에 이 문이 연결된 곳은 버려진 구역이라 부드럽게 문이 열렸다.


찌이이익!!

질퍽! 철퍽!


버려진 구역으로 들어오자마자 광기에 물든 외침들이 귀를 때린다. 버려진 구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의 최상층에서도 생쥐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는지가 느껴진다.

아마 이곳이 공허수에게 지배당하기 전에는 관리자가 머무는 건물이었을 것이다. 나갈 때는 아무곳에서나 나갔는데 들어올 때는 이곳으로 돌아오니, 그렇게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주인님!"


척!


버려진 구역에서의 험난한 생활을 나에 대한 신앙심을 더욱더 고취시킴으로서 버티고 있는 찍찍이가 목소리에 감격스럽다는 감정을 한가득 품은 채로 나타났다.

버려진 구역에서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 녀석들의 나에대한 충성심과 신앙심이 높아지고 있다.

찍찍이가 성경을 찍어낼 예정이라고 하니, 아마 이 신앙심은 더더욱 심해지지 않을까.


"병사 육성은 좀 어때?"

"눈여겨 보셨던 10마리의 생쥐들이 병사에서 성기사로 승급하였고, 각자 훌륭하게 자신의 개성을 꽃피워내었습니다. 하지만 미리 예언하셨던 생명력 문제로 인해 가끔씩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으음, 한 마리 따로 나한테 보내고, 자연이가 쓸 병사, 몇 마리면 되겠니?"

"으음, 열 정도면 좋지 않을까요?"

"그래. 열 마리 정도만 준비해줘. 새 생쥐 병사 200이 준비 됐으니까 보내줄 건데, 잘 훈련시키고. 지금 공허수들이 단체로 몰려 있는 좌표 보내줘."

"공허수는 무리를 짓지 않습니다. 많이 죽는 곳에 많이 몰려들 뿐이지요. 지금 바로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려 공허수를 한 곳에 모아두라 이르겠습니다."

"그래, 바로바로 해줘."


무너져 내린 창가로 걸어가 달도 뜨지 않은 새까만 밤 하늘에 뜬 별처럼, 점으로 보이는 생쥐들이 든 횃불을 내려다보며, 생각보다 많은 수가 살아있음에 대견함을 느낀다.

가끔 번쩍번쩍 빛을 뿜어내는 녀석이 보이는데, 저 녀석이 이번에 성기사로 승급했다던 녀석 중 하나겠지?

저 녀석으로 생명력을 뽑아내는 실험을 해봐야겠다. 이미 한 번 아이엔 어머니의 일로 성공사례를 만들기는 했지만, 생쥐 병사는 또 다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여기, 가장 강력한 생쥐 성기사 '찢어내는 손톱' 준비했습니다."

"찌익!"


이름 참 괴상하네. 예도 나중에 이름 하나 멀쩡한 걸로 지어줘야겠다.

다른 생쥐들에 비해 거대하고 단단해 보이는 새까만 손톱, 럭스 메아를 잃어 이렇다 할 공격 수단이 갖춰지지 않은 내게 꽤 눈이 가는 물건이다.


"...뭐, 그것도 나중에 따로 연구해보면 되지. 만나서 반가워 손톱아. 이제부터 너는 영광스러운 첫 실험체가 될 거란다. 마음에 드니?"


[생쥐 성기사 '찢어내는 손톱' 이 '손톱이' 로 개명되며 지능이 상승합니다! 이름을 하사 받음에 '손톱이' 가 당신을 향한 영원한 충성을 맹세합니다!]


"영...과...광..."

"으음, 목소리가 너무 하이톤이라 귀가 아프네. 앞으로 잘 해보자."

"여...요...용...고..."

"아하하! 하이톤이라고 했다고 바로 목소리 까는 것봐!"

"주인님! 총 134체의 공허수 준비 마쳤습니다! 실례가 아니라면 어떤 게획을 가지고 계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어어, 물론이지. 그전에 잠깐, 모닥아?"


[모닥: 응?! 모닥이 교전중! 말벌인데 꿀맛이 안나! 왜지?!]


"모닥아, 지금부터 너 있는 곳 기점으로 공허수를 보낼 거야. 적당히 사람 없는 곳으로 가줄래?"


[모닥:...오오! 좋아! 그런 파괴적인 거 너무 좋아! 저번 엘프 때처럼!]


"그래, 부탁할게. 흥분해서 다 태워먹진 말고. 믿는다 아들?"


[모닥: 이 모닥이만 믿으시라! 내가 누구 아들인데!]


녀석...부끄럽게 하기는...!

이번 일로, 공허수는 과연 이곳에서만 무한 생성되는가, 및 다른 플레이어들은 공허수의 드랍템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어떤 결과를 낼 것인가를 지켜볼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짜자잔 하고 나타나 영웅다운 업적을 하나 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고.


"참, 무슨 계획이냐고 물었지?"

"예! 부디!"

"이런 일에 계획이 어디 있겠어? 재미로 하는 거지."

"오오! 그저 재미로 이러한 광기를...! 저 따위 것이 시중을 든다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위대한 분이시여!"

"뭐래. 신호 줄테니까 신호에 맞춰서 일제히 불 끄라고 해. 녀석들이 어둠속에 있어야 집어 삼킬 수 있으니까."

"예...!"


울먹이는 찍찍이. 명령은 제대로 수행하겠지?

어둠 속의 불빛들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아주 잠깐 소강 상태가 되었을 때, 나는 신호를 주었다.


"그럼, 마을 습격 이벤트에, 공허수 출현 이벤트를 얹어 볼까?"


관리자이기에 가능한 버려진 구역에서의 대량 그림자 이동. 생쥐들이 다시 횃불을 쳐들었을 때, 생쥐들은 갑자기 사라진 공허수에 버려진 구역이 떠나가라 고함을 내질렀다.


"위대한 분의 힘에 광란하고 있습니다!"

"뭐 대단한 일 했다고. 나도 이제 올라가 볼테니까 찍찍이는 조금 더 고생해줘. 여기, 이번에 얻은 심장 아이템. 성능은 별로니까 성능면은 기대하지 말고."

"감사히 받겠습니다!"


뉴비에게서 뜯어낸 아이템으로 만든 공허수 심장을 건내주고 나도 다시 마을로 올라간다. 처음 여관 밖으로 나왔을 때보다 더 큰 비명과 혼란이 느껴진다.


"후우, 역시 익숙한 게 최고야."


음, 평화롭다 평화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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