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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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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최근연재일 :
2021.09.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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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09,897

작성
20.12.2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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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경 진입

DUMMY

길고 긴 싸움이 있었다. 이미 한 번 미로의 숲에서의 싸움을 겪어본 적이 있던 일행들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미로의 숲에 눌러 앉아서 싸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것인지 다들 많이 지친 듯 보인다.

내게는 익숙한 몬스터의 고기도, 일행들에게는 도저히 먹을게 못 되는 음식물 쓰레기보다 못한 무언가이니, 더더욱.


"야, 얘는 독버섯이야? 아니면 식용 버섯이야? 먹어도 되는 거야?"

"아저씨 제발! 왜 자꾸 몬스터를 보고 먹을 생각을 하는 거예요! 이때까진 안 그랬으면서!"

"이렇게라도 음식을 아끼지 않으면 굶어죽어버리는 걸 어쩌니."


공허수를 쫓는다는 명목으로 들어왔다. 공허수를 찾지 못하면 돌아서 나갈 명분이 없을 뿐더러, 지금 이러고 나가면 문책을 피할 수가 없다.

뭐든 하나 공적을 만들어놓고 나가야 한다. 예를 들면 마경에서 유물을 가지고 나온다던가 하는 것말이다.

이대로 빈손으로 나가면 진짜로 알로 할아버지에게 혼난다. 아니! 혼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묻게 할지도 모른다!

귀찮아진다...다른 사람도 아니고 알로 할아버지에게 꼬투리를 잡히고 싶지는 않다...죽일 방법도 없는 인간은 되도록 아군으로 두고 싶단 말이야.


"생긴 건 내가 있던 곳에 있던 버섯이랑 비슷하긴 한데...잘 모르겠네."

"별 수 없지. 내가 먹어보고 알려줄게. 즉사 버섯만 아니라면 말랑이가 어떻게든 살려주겠지! 난 믿어! 말랑이 믿어!"

"아, 아저씨! 아저씨 안 돼요! 먹지 마요!"

"아니! 이미 늦었다! 내 입은 이미 이 버섯의 말랑하고 물컹한 촉감을 기억했다! 너의 목소리는 더이상 내게 닿지 않...! 어, 어어...소, 소리가! 소리가 안 들려!"


테스터 시절이 떠올라서 나름 재미가 있다. 그때는 처음 먹었을 때는 이빨도 안 들어가던 고기에 갑자기 이빨이 들어가질 않나, 먹어도 아무런 이상 없던 고기가 갑자기 독성을 띄질 않나...미로의 숲의 무서움을 몸소 깨달았었지.

그래도 지금은 그때같은 상황은 없으니 다행이다. 개발자들의 노고에...아니지, 원래 있던 세계를 바탕으로 만든 게임이니까...그냥 압축 파일 압축 해제한 거 아닌가? 개발자들은 뭘 하고 있는 거지? 완전 꿀 빨면서 돈 벌잖아?


"흐, 흐흐...새로운 생화학 무기의 발견이다...!"

"?! 그냥 확 죽어버려요! 아니 뭐 이딴 인간이 다 있어?!"

"아, 안 돼! 죽으면 알로 할아버지가 이 놈~! 한다고!"

"...턱 똑바로 들고 있어요, 베기 쉽게!"

"허허, 아이엔 양도 참. 술이 조금만 들어가면 사람이 과격해지는 군요. 그래서 제가 그냥 드시라니까, 버티기 힘들다고 술을 그렇게 드시고."


개판이다. 오소리들과 함께 하던 때가 떠올라 어쩐지 고향에 돌아온 듯한 그런 기분마저 느껴진다.

물론, 그때 그 시절이 떠올라서 감상에 빠질 정도로 그립진 않다. 뭐 좋은 기억이라고. 몬스터를 먹고 죽이고 그러다 파이에게 욕먹은 게 전부인 그때인데.

지금 아이엔의 반응을 보면 그때 욕만 먹고 지나갔던 게 차라리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궁금한게 있는데, 혹시 여기에도 요정의 호수 있어?"

"빨리도 물어본다. 대부분의 미로의 숲에는 요정의 호수가 있어."

"또 다시 찾아온 진화의 기회인가...!"

"아니야, 멍청아. 그게 그렇게 쉽게 되겠어? 요정의 호수는 숨겨진 가능성을 이끌어 내는 곳이지 몇 번이고 쉽게 진화시켜주는 곳이 아니야."

"...해봤구나?"

"해봤지."


몇 가지 아쉬운 이야기들, 무리를 이룬 몬스터를 고블린들처럼 지배하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아 삼가야 하는 아쉬운 상황들을 뒤로 하고, 우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마경의 경계에 도착했다.

보기만해도 지긋지긋한 짙은 안개가 자리잡은 공간. 마경이라고 불리는 지옥이나 다름없는 공간.

...아마도, 그 아래에는 세계의 찌꺼기가 남아있고, 위로는 대마녀의 신체 일부가 있는 곳.


"...우리 전에는 여기 오는 데에만 한 달은 걸렸던 것 같은데."

"그랬던가? 워낙 오래전이라. 오래 걸리긴 했었지."


마경을 경험한 적도 없고, 미로의 숲에 이렇게 오래 머물러 본 적도 없던 다른 일행들은 마경을 바라보며 조용히 떠는 것 같았다.

소문만 들어서는 도대체가 사람이 살아남을 수 없는 지옥과도 같은 곳이니 저런 반응도 이해가 간다.

그리고 경험해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우리를 대신해 싸워줄 애들이 딱히 없는 지금, 그렇게 몰래몰래 떠는게 아니라 온힘을 다 해 울부짖어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이딴 마경 길 안내 정도야 식은 죽 먹기야."

"오오...멋있어...!"

"루시 씨...!"


이제는 이 팀도 익숙해진 건지 가끔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도 인간적인 면을 보이는 파이. 좋은 징조다.

혹시라도 여기 애들도 파이처럼 현실에 몸이 생겨버릴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으니 나중에 서먹한 것 보다야 지금이라도 눈도장 찍어두는 게 좋다.

말랑이 같은 경우에는 현실로 나와도 치유 마법 같은 걸 쓸 수 있을 테니까 언제나 적극적으로 환영이다.

비록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끌어안고 다니지는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영하고 말고!


"그래, 미로의 숲에 너무 오래 머물러도 별로 좋은 일은 없을 테니까, 얼른얼른 끝내고 나가자."


이곳에서 에셋의 신체 일부를 손에 넣었을 때, 어떻게 되는지, 에셋의 신체 일부를 이곳에서도 파스티엔이 지키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수호자가 있는지.

파스티엔이 지키던 부위는 척추였고, 꽤 큰 부위여서 대영웅이 지키고 있던 것이었으면 한다. 되도록 이곳엔 대영웅 급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미로의 숲을 떠도는 요 며칠 동안, 꽤나 위험할 때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위험하다 느껴지지 않은 것은 알로 할아버지와 뿌리의 싸움을 보았기 때문이겠지.

어지간히 강한 파이나 모닥이조차 대영웅의 앞에서는 한 없이 작은 존재로 느껴지는 것도, 다 그때문일테고.

벽이 높아도 너무 높다. 게임에서 죽일 수 없는 에센셜 캐릭터를 앞에 둔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세상 무슨 말도 안 되는 하이 스펙으로 앞에 나타나도 어차피 못 이기잖아. 그렇지?


"...다들 준비 됐습니까~!!!"


쯧,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머리만 아프다. 애시당초부터 대영웅의 상대법은 내가 대영웅이 아닌 이상 정면에서 싸우는 것이 아니란 것은 이미 알고 있었잖아.

마경의 경계에서 모두의 앞에 서서 모두에게 다시금 각오를 다지라며 다그치고 길게 더 말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최근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다 보니 더욱더 확실하고 확고하게 느껴진다.

이것들이 일단 내가 앞장서면 불평불만을 토해내더라도 따라는 온다는 걸.


'인복하난 타고났나 봐.'


다들 지쳐서 이미 한계인 것은 누가 보아도 명확하다. 레비같은 경우에는 레비일 때보다 정령인 시간이 훨씬 더 길 정도로 피폐해져있다.

촌장님은 무슨 각성제 같은 것을 시간 마다 한 번씩 마시고 있고 아이엔 그 멘탈 튼튼한 녀석마저 눈빛이 흔들리는데다 말랑이는 전에는 한 번 한 적 없는 불평을 토로하고 있다.

말이 없는 것은 이미 익숙한 파이와 모닥이 뿐. 자연이조차 피곤해서 내 품에 안긴 시간의 대부분은 졸다 전투 때만 퍼뜩 일어나 황급히 도움을 주는 상황이다.

내가 현실에서 편히 자는 시간에도 이 녀석들은 미로의 숲 내에서 밤낮 없이 달려들 몬스터들을 상대할 테니 당연하다.


"어허~다들 눈빛 봐라! 어디 죽으러 가?"


그럴 때마다 나는 같은 말을 던진다. 평소에도 전투가 길어진다 싶으면 꺼내는 말이었지만, 미로의 숲에서는 더 자주 꺼내게 된다.


"걱정하지 마. 나만 믿어."


이런 말 한 마디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데, 일행들에게는 또 그렇진 않은가 보다.

이끄는 입장에서 별 수 없이 던지는 희미한 책임감이 담긴 그 말에 다들 힘을 내준다면 몇 번이고 해줄 순 있지만, 내게 너무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지게 하진 말아주었으면 한다.

난 다소, 제멋대로인 인간이라.


"으아아! 모닥이 오늘 무려 다섯 번째의 영역 스킬 발동 갑니다! 나 죽어!!"

"불평은 잘 때! 아이엔! 촌장님 보호해! 촌장님 무너진다! 잠깐 시간 끌어 볼 거니까 다들 태세 정비해!"

"끄응...이럴 때 하필 허리가...!"


마경에서는 대체로 이런 느낌이다. 계속해서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쉴 때는 가벼운 차림인 아이엔이 단 한 번도 전투 모드를 풀지 않을 정도로 빡센 일과다.

이곳에 레비아탄 같은 녀석이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 녀석이 있었다면 온몸을 던져 시간을 번다, 같은 희생 정신은 발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라, 잘못 들어왔다."

"어어?! 왜?! 이번엔 또 왜?!!!"

"바람을 잘못 읽었어. 근처에 바람을 조종하는 몬스터가 있나 봐. 처리하고 가자."

"너도 어지간히 지친 것 같은데...괜찮아?"

"괜찮아. 옛날 생각나고 좋네."

"하하, 옛날 생각이 좋다니, 끔찍하네."

"그러게."


현실에서 제대로 편하게 쉴 수 있는 나와 파이조차도 점점 정신이 지쳐가는 시기가 되어간다.

그렇다고 대놓고 지친 모습을 보였다가는 나만 보고 있는 저것들이 정말로 절망해버릴까 그러지도 못하고 앞에서는 언제나처럼 하하 웃으며 당당하게 가슴 펴고 전투에 나선다.

쯧, 역시 몬스터를 한 무더기로 끌고 왔어야 했어! 다들 뭔놈의 인간성을 운운하니 이 꼬라지가 나잖아!

아이엔! 저것이 내 마지막 남은 인간성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 역할만 아니었으면 조금은 더 수월했겠지!

그래서 어느게 더 마음에 드느냐 묻는다면, 친구들의 시선을 끊임없이 등에 짊어져야 하는 지금이 조금은 더 낫지. 아이엔이 있어서 다행이야.

오소리나 고블린은 다 미쳐 있어서 내가 못 따라갔거든. 특히 그 날으는 바나나 그놈은 정말...


"아저씨! 이거 피 빼라고 했잖아요! 또 귀찮다고 대충 삶았죠!"

"그, 그치만! 이렇게 먹어야 더 톡 쏘는 맛이 강해서 맛있단 말이야!"

"그거 독이에요! 독이라고! 알아 들어?! 독!!"

"히잉, 엄마는 맨날 나만 보고 뭐라 그래!"


마경에서 하루하루가 길어져도 한 번 한 번 숨이 차오르던 전투들이 수월해지지는 않아도, 이 마경의 환경에 적응은 할 수 있었다.

미로의 숲에서 3일을, 마경에서만 일주일을 보냈으니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되었다.

몬스터 해체 작업, 그리고 식용으로 다듬는 과정이 모두 익숙해졌다. 나쁘지 않다.


"아버지, 이곳은 정말 생명과 죽음이 풍부한 곳이에요. 마치, 제가 태어났던 고치의 안에 있던 때처럼."

"...그때도 죽음을 느꼈니?"

"당신에는 형제라 생각했던 생쥐들이 무수히 죽었잖아요. 지금이야 뭐, 당연히 그래야 했다는 생각이지만요."

"딸...딸 조금 무서워..."

"아버지, 저 아버지 딸이에요."

"?!"


마경에서도 자연이의 연구는 계속이어지고 있다. 심장의 연구가 거의 끝이 났으니, 이제 정말 끝이 얼마 남지 않아, 미로의 숲을 나갈 때 쯤이면 생쥐 성기사들을 무언가 다른 무언가로 진화 시키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잠깐이라도 숨을 돌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금방이라도 찍찍이를 불러다가 연구의 결과를 확인해볼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뭔가를 했다가는, 마경의 중심부와는 또 어떤 이유로 멀어질지 모를 일이다.

일단은 진정해야 한다. 이곳에서의 서투른 행위는 전투에서의 욱하는 행동들로 충분하다.

우리들은 지금 완전한 야생의 한 가운데에 있는 것이다. 당장 고목을 뒤져 두꺼운 벌레를 씹어먹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어, 성벽이다."

"뭐? 레비 너 어디 아프...어라?"


내 그런 생각에 맞춰 나타난 것처럼, 거대한 성벽과, 거대한 성문과, 깊은 해자, 그리고 그것을 지키는 문지기...


"여기야, 마경의 중심."

"...왜?"

"나도 몰라, 묻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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