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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연재 주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최근연재일 :
2021.09.17 12:00
연재수 :
329 회
조회수 :
30,215
추천수 :
630
글자수 :
1,996,842

작성
20.12.23 14:38
조회
28
추천
1
글자
20쪽

위험한 상황

DUMMY

끼이익! 쿠우웅!


"후퇴! 후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야! 생긴게 영 다르게 생기긴 했는데 저런 건 당연히 하울이지!

스팀펑크가 떠오르는 모습은 없고 성벽 아래의 땅 덩어리까지 한꺼번에 끌려올라온 저...뭐라고 해야 하나...장식 없는 케이크에 다리가 달린 것 같은 느낌의 모습이라고 해야 하나.

대악마 전에서도 거미를 떠오르게 하는 모습으로 대악마가 변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때는 어찌저찌 대처 가능한 수준의 크기였는데, 이건 대처가 불가능한 크기다.


"아저씨! 성문을 기준으로 다리가 총 8개 있어요! 하나하나가 너무 두꺼워!"

"그래! 그래 보이네! 끊을 수 있을 것 같냐?"

"...힘들지 않을까요?!"


쿵쿵!


다리를 하나 내딛을 때마다 쿵쿵 거리며 시끄러우니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있는 힘껏 악을 지르며 말해야 귀에 닿는다.

속도 자체는 그렇게 빠르지 않지만 보폭이 말도 안 되게 넓으니 우리가 헉헉 거리며 달려도 녀석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면 따라잡히고 있다.

설마 이렇게 빠르게 본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내가 녀석의 본질을 알아차려서 그런 건가?

애들에게 다짜고짜 성벽만 무너뜨리라고 주문하는게 아니라 조금은 병사들에게 신경을 써서 녀석의 시선을 분산시켰어야 했다.

나무 전에서도 시선 분산에 힘썼으면서 나란 녀석은 학습을 못 하는 건가?


"재질은?! 그냥 강철이야?!"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지만, 갈라진 틈 사이로 보이는 모습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냥 강철이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그거 아쉽네! 강철이었으면 불이랑 얼음으로 막막해서 쉽게 파킹! 하는 정석적인 방법을 썼을 텐데!"

"겉부분 정도는 파킹! 할 수 있진 않겠습니까?!"

"...해봐?"


손톱을 뱉어내고 영역 스킬을 발동. 요며칠 쿨타임만 돌면 써대는 통에 숙련도가 상당히 쌓였다.

영역 스킬을 쓰자마자 바로 모닥이와의 합체를 이어 사용하면, 뭔가 일그러지는 듯한 기분도 들지만 힘이 솟아나는 기분이다.


[모닥: 아빠! 이번에야 말로 나선의 힘을 시험해볼 때가 아닐까?!]


"...나선...?"


......아! 아아~! 잊고 있었다! 그런 게 있었지 참! 그냥, 그냥 모닥이랑 합체하면 멸이든 흐름이든 마음대로 쓸 수 있어서 그게 그냥 나선이라고 잠깐 착각하고 있었다...!

나선...! 진과 도르핀이 말했던 멸과 흐름을 동시에 사용하면 도달하는 경지가 바로 나선이 아닐까! 지금은 따로따로 쓰고 있으니까 말이다.

바로 조금 전까지 잊고 있었지만 나의 히든 카드다! 하하!


"그런데 나선이 뭔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모닥: ...아빠가 아는 거 아니었어?]


"내가?"


애초에 흐름을 이어가고 흘려보내는 흐름과 그런 흐름을 끊어내는 멸을 어떻게 동시에 사용하는 거지? 모순 아닌가? 그런 모순조차 이겨내야 하는 거야?

도르핀이든 진이든 나든, 애시당초에 안 될 것이라 생각해서 애초에 말로 꺼내지도 않았던 주제인데 지금 이 급박한 상황에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진 않을 텐데...


"에잇! 지금은 그런 생각은 나중에 해! 촌장님! 냉탄 준비!"

"예!"

"나머지는 촌장님 보조! 제일 앞에 보이는 관절 부위를 때릴 테니까 잠깐 기다렸다가 쏴요!"


쿵!


몸에 들끓는 광기의 힘과 뜨거운 모닥이의 기운. 강해지면서 점점 내 그릇이 모닥이를 담아낼 정도가 되어가며 일체화의 형태도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개발자들이 급하게 만든 스킬에 이제야 디테일이 더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괜한 생각은 하지 말자. 왠지 내 업보가 밑도 끝도 없이 높아지는 기분이 드니까.


"나선! 나선! 나선! 으아아! 모르겠다!"


퉁!


음? 분명히 성에서 뻗어나온 다리를 향해 쏘아내듯이 달려들어 있는 힘껏 불꽃의 손톱을 휘둘렀는데, 막상 다리에 닿고 나니 내 손톱을 감싸던 불꽃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없다...뭐지? 힘을 흡수한다는 설정인가?


[나선의 힘이 모험가님의 힘을 한곳에 응축시키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험가님의 나선의 힘이 응축된 힘을 점점 강화시킵니다!]


"...어...가, 갓겜! 갓겜이야!"


그래! 이거지! 내가 스킬의 성능이나 이유나, 아 뭐 하여튼 이해를 못해도 버튼 하나 누르면 뿅뿅 튀어나오는 거!

다소 상황은 좋지 않지만 멀쩡하게 스킬다운 스킬을 쓴 것 같은 느낌이구만 그래! 남들 다 스킬명 중얼거리면 스킬 발동 될 때 왜 나만 직접 움직이고 몸으로 느끼면서 스킬을 직접 시전해야 하냐며 남몰래 불만을 품고 있었다!


[나선의 힘을 더이상 담아둘 수 없습니다! 힘이 터져나옵니다!]


그럼 불만은 뒤로 하고, 이거 하나는 말 할 수 있겠다. 평소 몸으로 직접 느끼고 그 감각을 익혀 사용해온 나였기에, 지금의 이 터져나오는 힘을 휘두를 수는 있었다고.

조금 전까지 불만을 말했으면서 이제와서 '역시! 노력의 산물!' 이라니...역시나 나답다고 해야 하나...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그런 걸로 치자.

팔을 다시 한 번 뒤로 쭉 뻗어 터져나오는 힘을 손톱의 형태로 굳히고 있는 그대로 휘둘렀다!

성의 크기에 딱 어울릴 정도로 거대한 손톱이 만들어졌고, 그 손톱의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불꽃을 보았다. 손톱이 닿자마자 버터 잘리듯이 잘려나가는 다리를 보았다! 무너져 내리는 성벽을 보았다! 이겼!


캉!


"아니 뭔 소리가!"


다리 하나가 완전히 파괴되었는데 소리가 꼭 튕겨나간 것 같은 소리가 나서 순간 당황해서 전체적인 흐름이 한 박자 밀려버렸다.

그리고 그 한순간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성이 쏘아내는 화살과 창에 맞아 나가떨어졌다.


[운용 가능한 나선의 힘을 아득히 초월하는 힘을 사용하셨습니다! 당분간 흐름과 멸의 힘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피해주세요!]


"진즉에 말했어야지...!"


모닥이와의 합체도 풀려버리고, 영역 스킬도 해제 되었다. 방금 그 한 번의 휘두름은 그야말로 내 모든 것을 응축시킨 한 번이었던 것이다.


'젠장! 사슬도 안 나오네!'


"인광님!"


퍽!


촌장님이 호다닥 달려와 받아주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녀석들은 내가 어련히 알아서 살아나오겠거니 하는 마음에 지켜보고만 있었다.

내가 평소에는 그렇다지만, 방금 전에 그런 짓을 저질렀으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해야 하지 않을까?! 응?!

실망이야! 특히 아이엔! 해룡갑인가 뭔가 때문에 듬직하게 생겨선!


"파아~루시!! 마경 밖으로 빠져나가자! 지금은 안 돼! 못 싸워!"

"알았어. 따라와."

"아아니, 나는 못 걷겠는데...힘이 안 들어가...!"


나는 할만큼은 했다고 생각해. 다리 하나 정도 잘랐으면 잘 했지.

촌장님이 나를 들쳐업고 빠르게 나아가는 파이의 뒤를 따라 달려간다. 내가 탱킹도 하고 이래라저래라 공대장 역할까지 해야하는데 이꼴이 됐으니, 도망가는게 맞다.

그래도 한 번 왔던 길이라고 다소 빠르게 길을 찾아 빠져나가는 파이와 그런 와중에도 덮쳐오는 마경의 몬스터들로 인해 발이 묶이는 저 성과 우리들.

그래도 조금만 더 멀어지면, 그렇게 조금만 더 멀어지면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이곳 마경도 미로의 숲이다. 한 걸음 내딛기 위해서 열 걸음 돌아가는 미로의 숲.


"어디까지 따라오는 거야?!"

"그러게, 진짜 밑도 끝도 없이 따라오네."


그런데, 잘 안 되네. 어떻게 계속 따라오는거지? 이제 슬슬 멀어질 때가 되지 않았나? 왜 계속 따라오는 거야? 이제 놓아줄 때도 되지 않았어? 정해진 구역 안에서만 움직이라고!

설마 이 마경 전체가 이 녀석의 영역인 건 아니겠지? 아니면 다리 하나 잘려서 화가 난 건가?


[서서히 힘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다음엔 조금 더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말이나 못하면! 어떻게 될지 말을 해줬으면 이럴 일도 없잖아!'


"계속 따라올 것 같은데? 어떡할 거야?"

"쩝, 적당히 크면 사슬로 다리를 묵어버렸을 텐데...그러기에는 또 너무 크고...성벽 너머로 들어가보자 하기에는 방어가 너무 튼튼하고. 이래저래 아직은 우리가 상대하기에는 벅찬 상대라는 느낌이 팍팍 들지?"


심지어는 우리가 먼저 시비를 건 것도 아니고 그냥 앞에서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는데 먼저 공격해왔지.

공격을 안 할거면 끝까지 안 해야지 왜 갑자기 공격하냐고. 게임이 왜 일관성이 없어! 에이 망겜!


"일단 어디로든 가보자! 조금만 더 있으면 나도 다시 싸울 수 있을 것 같아."

"방금 전에 그거 다시 할 수 있어?"

"없지."


모닥이가 갑자기 나선 이야기를 해서 집중력이 온전히 나선에 쏠린 탓에 벌어진 참사다. 두 번은 없다.

무엇보다 난 역시 나선이 뭔지 잘 모르겠다. 흐름도 멸도 어느 정도 이해는 했었는데, 나선이 왜 그 두 가지와 연결이 되는 건지 아직도 연결이 안 된다.

내 머리에 나선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건 드릴 밖에 없는데...진짜 어쩌면 좋냐.

힘을 응축하고, 응축한 힘을 강화하고, 한 번에 폭발시키는 것이 나선인가? 그렇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나선...촌장님, 나선이라고 하면 뭐가 떠올라요?"

"후우...후우...! 나선, 이라면...윤회가 떠오르는군요! 나선이라고 하면 어쩐지 둥근 이미지이지 않습니까?"

"...흐음! 일리 있어!"


그렇게 따지자면 난 윤회보다는 진화나 퇴화쪽이 더 나선이라는 단어에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긴 한다.

이 나선의 힘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태엽 돌리듯이 빙글빙글 돌려서, 진화시키고 퇴화시키는 것이 나선일지도 모르지.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일들과도 어느 정도 맞는 면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는 모닥이와 찍찍이, 그리고 자연이.

심지어는 촌장님도 그 예 중 하나로 들어도 될 것이다.


"나쁘지 않네! 역시 촌장님이야! 도움이 돼!"

"허허허! 무슨 그런 감사한 말씀을! 더욱더 정진하겠습니다!"

"음! 야! 아이엔!"

"왜요!"


다시 한 번 모닥이와 일체화를 시도하며 촌장님의 등에서 뛰어내린다. 조금 전에는 반강제로 합체가 풀렸던 탓에 짧은 간격으로 모닥이와 합쳐져도 큰 부작용은 느껴지지 않았다.

힘을 응축시키고 강화하여, 진화시키는 힘이라면, 저 해룡갑이라는 녀석을 이름 그대로 해룡으로도 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나선의 힘이 강해집니다!]


"필참 준비!"

"네!"


다리 하나가 잘려나가 조금은 더 느려진 녀석을 정면에서 바라보고 서서 아이엔의 등에 손을 얹는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아이엔이 찍찍이 초기 변형 형태처럼 괴상망측한 형태가 될 수도 있으니 최대한 정교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


[나선의 힘이 근면의 기사 아이엔에게 흘러들어가며 그녀의 몸에 자그마한 변화를 일으킵니다!]

[근면의 기사 아이엔으로부터 깊은 신뢰가 느껴집니다! 당신의 신뢰에 보답하고자 하는 근면 성실한 마음에 나선의 힘이 더욱 강화됩니다!]


"잘 하고 있어! 우리 딸내미가 최고야!"

"시끄러워요! 집중 안 되잖아요!"


필참은 꼭 발도를 할 것 같은 자세로 시작을 한다. 검집에 넣으면 뽑을 때 거추장스럽다고 검집에 넣어두지는 않지만, 앞으로 몸을 기울이고 몸을 왼쪽 옆구리로 말아넣듯이 말고서는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킨다.

보고만 있어도 근육이 찢어지는 소리가 나는 것 같은 자세에서 내가 밀어넣는 나선의 힘이 아이엔의 갑옷에 닿자 꾸득꾸득 이상한 소리를 내며 일그러지고 팽창하고 수축한다.


[나선의 힘에 의해 해룡갑의 양팔 부분이 변화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현재 나선의 힘은 굉장히 불안정합니다! 높은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하, 다른 게임처럼 집중하세요! 하며 미니 게임이라도 나왔으면 진짜 빡집중하고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을 텐데. 이 게임은 사람을 머리 아프게 만드네.


쿵쿵!


점점 더 성이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레비와 말랑이의 수많은 버프를 받지만, 도대체가 안심이 되질 않는다.

촌장님은 어디서 난 건지 코만도가 들고 설칠 것 같은 로켓런처를 어깨에 짊어지고 되는 대로 쏘아대지만 성의 성벽에서 조금 파편이 떨어지는 정도.

파이의 별의 별 저주와 디버프가 성의 성벽을 녹여내고 터트리고 성의 다리 관절을 부식시켜도, 어디서 나타난 건지 공병 같은 녀석들이 기어나와 뚝딱 거리며 다시 보수한다.

그래도 뭐, 이 정도면 파스티엔 때보다는 낫다. 파스티엔은 몇 번 부딪히자마자 안 되겠다 싶었으니까.


[투룡의 가르침이 담긴 멸의 힘이 해룡갑의 두 팔을 불완전하게나마 투룡의 것으로 진화시킵니다! 흐름의 힘을 받아들이는 근면의 기사의 깊은 신뢰로 인해 불완전한 투룡의 팔이 근면의 기사 아이엔의 팔과 결합합니다!]


푸른색의 갑옷의 표면이 소용돌이치듯이 일그러지며 그 색이 짙어지더니 텍스트대로 아이엔의 팔과 합쳐지며 소용돌이치듯 감긴 동그란 비늘로 변화하여 정착한다.

팔의 바깥쪽, 팔꿈치가 있는 라인에 밝은 푸른빛을 내는 보석 같은 것들이 손등을 향해 점점이 솟아나고, 아이엔의 손이 거칠게 변화한다.


[근면의 기사 아이엔의 두 팔에 분노의 힘이 깨어납니다! 당신을 향한 신뢰만큼 당신에게 받은 배신감과 답답함이 그녀로 하여금 분노를 깨닫게 만들었습니다!]


"어, 어?! 나?!"


내가 전해줄 수 있을 만큼 힘을 보내주었을 때 그런 말을 들으면 나 조금 섭섭해?!

물론 뭐...내가 아이엔에게 조금, 못 미더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기는 했어! 이해해! 그래도 그렇지, 분노의 심력을 깨우칠 정도라니...그건 좀...그렇게 싫었니?


"위험하니까 떨어져 있어...!"


입에서, 비늘의 사이사이에서 푸른 연기를 뿜어내며 아이엔은 마지막이라는 듯이 조금 더 몸을 비튼다. 그리고.


촤악!


칼로 물을 갈라내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아이엔의 검이 사선으로 휘둘러지며 거의 코앞까지 다가온 성에 닿아, 다리와 함쎄 성벽의 일부를 잘라낸다!


쿵! 쿠구구구!!


세 개의 다리가 잘려나간 탓에 바로는 움직일 수 없는 성은 그대로 무너져 시원하게 땅에 갈려나가기 시작했고, 무너져내리는 성을 피한답시고 꼬리메 불붙은 망아지마냥 하겁지겁 도망가긴 했지만! 바로 지금이 성벽을 무너뜨릴 절호의 찬스였다.


[근면의 기사 아이엔이 갑옷의 재료가 된 해룡의 무분별한 분노로 인해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나선의 힘이 그녀를 지키고 있지만 위급 상황입니다! 그녀를 보호하세요!]


그래, 찬스였다!

발작이라도 일으키는 것처럼, 당장에라도 터질 것처럼 부글거리는 아이엔의 팔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했겠지!

보나마나 죽는다거나 그런 것으로 끝날 상태가 아니다. 평소처럼 죽고 나서 부활 지점에서 '아이, 죽었네.' 하며 되살아날 느낌이 아니다!

아이엔을 들쳐업고 패닉에 빠져 거대한 다리로 땅을 쿵쿵 때리는 성을 뒤로 하고 다시 한참을 달려 우리는 마경에서 빠져나온다.


"아, 저씨! 지금! 지금 쳐야 해요! 지금이 아니면 다음에는...!"

"닥쳐! 판단은 내가 한다! 말랑아!"

"네! 봉인술을 쓸 거예요! 마법과는 다른 술법이라 실수할 수도 있어요!"

"애만 안 다치면 그만이야. 그리고 봉인 말고, 진정시켜."


해룡의 분노가 아이엔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단 말은 즉, 아직 해룡의 의지가 남아 있고, 그 힘도,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슬을 뽑아내어 아직 조금 남은 영역 스킬 시간을 이용해, 해룡갑에 사슬을 꽂아놓고, 옛감각을 떠올리며 해룡의 영혼에 접촉을 시도해본다.


꽈악!


[분노한 해룡이 모험가님의 사슬에 잡혀 움츠러듭니다! 하지만 분노의 흔적은 영원토록 남을 것입니다! 해룡의 분노가 근면의 기사를 떠나 모험가님을 향합니다! 준비하세요!]


"아이 뭐 이딴!"


아이엔의 팔은 진정을 되찾았지만 이번엔 내게 해룡의 분노가 향한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멸을 사용할 수 있으니 끊어내도 될 테지만, 그랬다가는 아이엔이 다시 발작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일단은 해룡의 분노인지 뭔지를 내가 다 끌어오자. 그러면 이번에 아이엔이 얻은 분노의 힘도 전부 빠져나갈 지도 모른다.


"힘 딸리는데! 옘병!"

"인광 씨! 아이엔의 상태가 안 좋아요! 팔이 너무 심하게 망가졌어요!"

"그래 나도 알아...일단 응급처지 정도만 해. 치료는 미로의 숲을 빠져나간 다음에."


후웅!


그날 따라 유달리 재수가 없는 날이 있다. 내게는 늘 그런 날이 있었다. 꼭 그런 날엔, 이상하게도 누군가와 해어져왔다.

어쩌면 오늘이 그런 날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마경의 두꺼운 안개의 장막을 해치며 높이 뛰어오른 성이, 이젠 그만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녀석이 마경을 뛰어넘으며 우리들을 쫓아왔다.

마치 쩍 벌어진 틀니같은 모습으로, 성이 있어야 할 곳에 아무것도 없이 그저 새까맣기만 한 녀석이, 정말 거대한 괴물이 우리를 향해 뛰어들었다.


'아직 아이엔은 처리가 덜 됐어, 지금 당장 저 녀석 범위 밖으로 던져낸다 해도 치료가 늦어진다.'


선택과 집중. 하고 싶지 않은 선택과 집중이었지만, 지금은 나도 그렇게 여유가 많지 않다. 모두를 어떻게 구해낼 정도의 힘은 남아 있지도 않다.

게다가 성의 중앙, 검은 부분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마치 마경의 지하에서 마주했던 그 끔찍한 구덩이와 비슷하다...

이렇게 되면 차라리 지금 당장 자결하는 편이 조금은 더 안전하게 부활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포기하겠습니까?]


촤르륵!


"으아악!"


성은 순식간에 내게 떨어져내려온다, 나를 집어 삼키려는 것처럼 포악하게. 그러면서도 점점 내 몸에 감각이 돌아온다. 현실적인 그 감각, 온몸의 근육이 찢어지는 듯이 아려오는 그 감각, 나도 모르게 몸을 멈추게 되는 그 감각.

팔 가죽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사슬을 뽑아내고 일행을 묶어 멀리 집어 던졌다.


쿵!


"씨팔!!"


애시당초 멀리에 있던 녀석들은 조금 더 멀리 밀어내면 되는 일이었지만, 가까이에 있던 말랑이와 아이엔...말랑이는 가벼워 쉽게 던질 수 있었지만 중갑을 입은 아이엔을 던지기에는 무리가 있다.

나머지 일행은 모두 노렸던 장소로 밀어넣었는데, 아이엔만이 날아가다 말고 중간에 떨어져버렸다...하지만, 망설일 틈이 없다.


'그림자 이동!'


아이엔과, 나와 합체한 모닥이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그늘 아래에 집어 던지고, 버려진 구역에 있을 생쥐들과 위치를 바꾼다.

누구보다 확실하게 위치를 알고 있는 녀석들이었기에, 위치를 바꾸는 것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지만, 아이엔은...


"...아, 아저씨..."


아이엔이, 지쳐서 죽어가는 아이엔이 힘 없는 눈으로, 절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마치, 그때의 부모님처럼...후회가 가득한 그 눈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바라본다.


"...걱정하지 마."


나도 아파서 울고 싶은 마음이었지만...억지로 감정을 쥐어짜내듯이 얼굴에 미소를 띄운다.

아직 아이엔에게 감겨 있는 사슬을 억지로 움직여 녀석의 두 팔, 은 힘들고. 오른팔을 감싸고 온힘을 쥐어짜내어 나선의 힘을 사용한다.

감각이 돌아온 지금, 나선의 힘은 과연 압도적이고 위험한 힘이란 것이 여실히 느껴진다.


[나선의 힘을 근면의 기사 아이엔에게 사용합니다! 근면의 기사에게 희망을 심어주었습니다!]


이런다고 갑자기 아이엔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아주 조금의 가능성은 생겼잖아. 그치? 이놈의 가능성이란 게 멸망해서 찌꺼기만 남은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는 단어잖아. 게다가 초대기업의 회장직도 해먹고 말이야.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성의 그림자가, 점점 더 짙어져가고 있다. 거대한 입에 잡아먹히는 듯한 기분이라,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 그냥 내게도 가능성이 조금 남아 있으면 한다.


"또 보자."

"...네...!"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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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구원의 광기 21.02.10 31 1 14쪽
152 도저히 막을 수 없다 21.02.09 27 1 13쪽
151 기대감 21.02.08 24 1 18쪽
150 회장의 준비 21.02.05 2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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