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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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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최근연재일 :
2021.09.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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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09,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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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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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광기와 희망

DUMMY

"뭐야? 진 어디 갔어?"


싸움이 한창인 이때, 어쩌면 이번 트라이에 공략이 가능할 것도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을 때 진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애초에 전투에는 전혀 참가하고 있지 않았으니 없어져도 문제는 되지 않지만 갑자기 어디로 간 거지?


"도르핀, 진 못 봤어?"

"마음에 드는 아이를 찾은 것 같던데에? 저 쪼꼬미도 이제야~! 제 짝을 찾은 거지!"

"짝이라니, 저 쪼꼬미'도' 라니! 소름끼치는 말 하지 마!"

"우웅~할미가 싫으니이?"


온몸에 닭살이 돋는다. 진짜 이 사람 왜 이러나 몰라.

다만, 만약 그렇다면 진의 문제도 해결될 가능성이 보였다는 것이 되니, 회장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짐작할 수는 있게 될 것 같다.

아마, 그냥 npc답게 만들어달라는 순수한 의도가 아닐까 싶긴 하다만.


"인광 님! 준비 되었습니다!!"


공격대가 성문 밖에서 열심히 군대를 상대하고 있을 때, 선발대, 파이 없이 성벽을 넘어 들어오는 것에 성공하였다.

전의 우리를 향해 다이빙했던 때와는 다르게 성벽의 안쪽은 멀쩡한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꼭, 물감이 흘러내린 그림 같은 모습이긴 하지만.

성벽을 넘어 들어오는 길에서부터 지금까지 함정이나 목책 같은 것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아 여기에서는 또 여기대로 공략이 필요한 모양이다.


"뭐, 굳이 길 난 곳으로 움직일 필요는 없지."


그래서, 건물이고 목책이고 함정이고 나발이고 다 뚫고 나갈 직선의 길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방법은 전혀 특별할 것이 없다. 최근 전투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 했던 레비가 딱 한 번만 쓸 수 있는 폭딜 스킬을 쓰는 것.


"저, 저 너무 긴장 돼요 인광 씨!"

"아니야! 난 우리 레비 믿어! 우리 레비가 최고야! 나 레비 없이 못 살아!"

"...! 또, 또 그런 식으로! 그냥 지금 상황만 넘어가려고! 히히...매번 그런 달콤한 속삭임에 넘어가는 가벼운 엘프는 아니에요!"


목소리에 웃음기가 가득하구만...변태 같으니.

아이엔이 해룡갑 특유의 물의 힘을 레비에게 불어넣고, 말랑이가 레비에게 올 후폭풍을 막아주고, 촌장님은 사주 경계중.


"아아! 빨리!!! 빨리 해줘 빨리~!!"

"보채지 말아주세요! 집중이 안 된단 말이에요!"

"...레비, 너 너무 욕구에 충실한 것 같아. 흥분해서 힘이 불끈불끈 솟는 게."

"히익! 보, 보지 마! 에잇! 발사 5초 전! 4! 3! 2! 1!"


콰앙!!!


손가락을 총 모양으로 만들어 성을 향해 조준을 하고 카운트 다운을 세자 손가락의 끝에서 거대하고 강렬한 물줄기가 쏟아져 나왔다.

가까이에 있는 우리에게도 그 강력함이 느껴질 정도로 강하게 발사된 물줄기는 순식간에 벽을 허물고 목책을 지워버리며 성을 향해 일직선의 길을 만들어내었다.


"흐에에...에에...우웨에에에엑!"


단 한 방에 모든 것을 쏟아낸 레비는 그대로 리타이어.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던 아이엔조차 생각지도 못하게 대량의 힘이 빨려나간 탓에 힘든 듯이 보인다.


"괜찮네. 촌장님 여기 남아서 레비 좀 봐주시고. 아이엔! 너는 나랑 간다!"

"...네!"

"저, 저어도오...흐으..."


레비의 눈빛에서 광기를 엿본 난, 주저없이 돌아서서 성으로 향한다. 여기서 한 번 받아주면 다음에는 못난 척 해도 안 받아줄 지도 모른다. 한 번 밀쳐내야 더 집착하겠지.

무엇보다 여기서는 과감하게 버리고 가는 게 더 나쁜 남자답고, 그게 레비의 취향이잖아.


[모험가님의 적합한 행동에 레비인게의 호감도가 대폭 늘어납니다...모산림 엘프 부족에 대한 공헌도가 대폭 늘어납니다!]


으악! 제발! 상상 그 이상이야!


"현관까지 직행이네. 얼른 들어가자."

"들어가서는, 뭘 해야 하는데요?"

"그거야 뭐...임기응변으로 하는 거지."


레비의 취향에 대한 조금 더 확실한 확인을 받고난 뒤 성을 지키는 병사들을 뛰어넘어 성의 안으로 들어간다.

예측컨데, 성의 안에는 이렇다할 무언가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반파시킨 도시도, 계속 우리를 쫓아오는 병사들도 제대로 된 모습이 아니다.

그런데 과연 성이라고 해서 제대로 된 모습일까? 그럴리가 없다.


쿵!


"...역시..."


커다란 성의 모습과는 다르게 문을 열고 들어온 성은 천장까지 모조리 뻥 뚫린 거대한 창고 같은 모습이었다.

달리 이렇다 할 장식도 없이 새까만 진액이 천장에서 뚝뚝 떨어지고,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성의 안.

그 성의 안, 멀리 보이는 곳에 하나의 인영이 서 있었다.


"제발...제발 대영웅만 아니어라..."

"이런 곳에 왜 대영웅이 있어요?"

"네가 몰라서 그래..."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성의 안으로 걸어들어가자 끝까지 쫓아들어올 것 같던 병사들이 더이상은 따라들어오지 않고 성의 밖에서 농성이라도 하는 것처럼 나를 향해 소리만 질러댄다.


[처음 희망을 만났던 때를 기억한다.]


"꺄악! 뭐야 이거!"

"으앗! 노, 놀랐잖아...!"


익숙하다면 익숙한 에셋의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리고 그 위로 아이엔의 찢어지는 비명이 귀를 찔러 나도 같이 놀랐다.

400년 전의 스토리라 잔뜩 긴장한 채 듣고 있었는데 너무 큰 음량에 깜짝 놀란 아이엔이 소리를 질러서 긴장감이 다 무너져 버렸다.


"스토리 연출이야 놀라지 마."

"이, 이런 거 있다고 말 안 해줬잖아요!"

"설정에서 음량 조절해. 또 놀라지 말고."


이래서 스토리 게임 할 때는 통화 같은 건 하면 안 되는 거다. 내가 그런 경험은 없지만, 방송인들이 스토리 게임 하다 친구랑 통화하면 산통 깬다니까.


[아직은 대영웅이라 불리지 않았던 그 남자는, 마치 동화 속 용사님처럼 탑에 갇혀 있던 나를 죽이기 위해 왔다.]


이건 에셋의 기억. 나처럼 광기의 힘을 가지고 있던 에셋이 탑에 갇혀 있었고, 그런 에셋을 희망의 대영웅이 죽이려 한다는 내용.

그렇다면 에셋의 동생인 파스티엔은 어디 있지? 보통 이런 거 하면 마녀 사냥 당해서 가족까지 다 같이 엿 먹이는 게 클리셰 아닌가?


[희망은 내게 말했다. "인간이 밉습니까?" 나는 말했다. "단 한 번도, 미워한 적 없어. 난 그저 나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많을 뿐이란 걸 이해하고 있거든."]


마음이 넓다거나 그런 것과는 다른 말이란 걸 희망의 대영웅도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에셋은 자신의 끔찍한 죽음마저 꺄르륵 웃으면서 말했던 녀석이니, 저건 그냥 세상 모든 일을 남일처럼 생각해서 할 수 있는 말이다. 심지어 자기 자신의 일조차.

그런 녀석이 자기 동생은 도와달라 했었으니, 약속을 안 지키면 무슨 저주를 내릴지 감도 안 잡힌다.


[희망은 나의 말을 들으며 침음을 흘렸다. 너무나도 안타깝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던 희망은, 검을 뽑아 들었다.]

[난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광기는 모두의 적이니까 희망의 비료가 되기 위해 이곳에서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 희망이 내게 인간이 밉느냐 물어본 것도, 그가 나를 죽이기 위해 이곳에 왔고, 나는 이곳에서 희망에게 죽기 위해 잡혔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만 약속해줘." 내가 말했다. "......" 희망은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파스티엔이라고, 내 동생이 있어. 그 아이 많이 연약한 아이야. 당신은 희망이니까, 그 아이의 마음에도 희망을 심어주었으면 해." 나의 말에 희망은 눈을 질끔 감았다. 아마, 약속은 이루어지지 않을 테지. 난 그렇게 생각했다.]


게임 내에서 아직 희망의 대영웅의 모습을 드러낼 생각은 없는 것인지, 에셋과 함께 검은 실루엣 정도로만 표현된 대영웅이 에셋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마치 연극을 보는 듯한 기분으로 나는 멍하니 두 실루엣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이 한 때는 실존했던 인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괜히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깡!


[검은 빠르게 내리쳐졌지만, 아픔은 존재하지 않았다. 과연 희망, 검 솜씨가 듣던 것보다 훌륭하다 생각하였다.]

["약속은 지킬 수 없습니다." 희망의 목소리가 아직도 내게 들려왔다. 난 죽은 것이 아닌가? 정신을 차려보니, 내 발목에 감겨 있던 사슬이 잘려나간 것이 보였다.]

["전 모두에게 희망이라고 불리지만, 저 혼자서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없습니다." 희망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예상 외의 반응이었다. 난 내 삶이 이곳에서 끝날 것이라 생각했기에 더더욱 어리둥절하였다.]


예상했던 전개다. 난 이미 이 이야기의 끝을 알고 있으니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다.

옆의 아이엔은 어쩐지 감동한 듯한 표정인데, 과연 이세계인 답다. 나처럼 이런 전개에 익숙해진 인간은 보일 수 없는 저 순수한 반응, 부러울 정도다.


["저와 함께,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줍시다. 더이상 당신처럼 억울한 희생자가 나타나지 않게." 희망은 울먹이는 듯 했지만, 강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러면 자신의 위치가 위험해지거나, 죽임 당할 수도 있는데도, 그렇게 하였다.]


에셋이 조용히 대영웅을 바라보다 대영웅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이엔은 이제 조금만 건드려도 눈물을 쏟아낼 분위기다.


[난 가벼워진 발목을 쓰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희망의 손을 잡았다. 그때부터 내게 있어 자유와 기회는, 발목이었다. 이해하기 힘들지 모르겠지만, 유난히 가벼웠던 그때의 그 기분은, 분명히 자유로웠고, 그때 내 발목을 자유롭게 만든 것은, 분명히 희망이 건넨 기회였다.]


두 사람의 그림자 너머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빛이 잦아들기 시작했을 때는 두 사람의 그림자는 사라진 뒤였고, 파란 창에 뜬 텍스트만이 허공에 둥둥 떠있었다.


[광기의 대마녀의 유물, 미로의 숲의 원인이 나타납니다! 유물에 담긴 광기의 힘이 당신의 광기의 힘과 반응하여 당신에게 향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이 마경에서 성이 공략당하는 일은 심심치 않게 반복될 것이다. 당장 이 정도 규모의 레이드는 없으니까 사람들이 궁금해서라도 올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마 이 텍스트를 보는 것은 나뿐일 것이다. 진짜 무슨, 겜판 주인공도 아니고 혼자서 좋은 거 다 독식하네 나.


[난 아직도,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후회할 때가 온다면 난 내 스스로 발목에 다시 사슬을 감을 테지.]


[에셋 칼렛트의 왼 발목이 기꺼이 당신에게 자유와 기회를 보여줄 것입니다! 스킬 '자유와 기회'를 획득하셨습니다!]

[거대 레이드 보스 '우리는 군대다!' 최초 처치에 성공하셨습니다! 당신의 명성이 제국과 아이폿, 암시장, 그리고 카란틀리아 전체에 퍼집니다! 제국에 막대한 공헌도를 얻게 됩니다! 카란틀리아에서 당신의 업적을 칭송합니다!]


카란틀리아는 왜? 공격대에 참가하지도 않았으면서? '우리 영웅님 잘 한다!' 뭐, 이런 건가? 좀 부끄러운데.


"뭔가, 허무하네요."


눈가에 글썽이던 눈물을 조용히 닦아내며 내 눈치를 살피던 아이엔이 짐짓 시시하다는 듯이 말했다. 여기에선 맞춰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왜, 죽어라고 싸울 줄 알았어?"

"네. 그래도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건 알겠어요. 이 이야기는, 더 이어지는 거죠?"

"...그러게.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지려나. 너무 긴 이야기는 힘든데."

"아저씨..."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원래 이곳에 있던 세계의 찌꺼기는 어디로 간 거지? 이 성의 지하에 있으려나? 하지만 이 성 자체가 몬스터고, 지금 막, 심장을 뽑아냈잖아, 그렇지?

이상하다, 드랍된 아이템 목록에도 그 비슷한 것도 없는데...?


"아저씨, 얼른 나가요."

"어어, 그래."


...음, 몇 번 더 공략해보면 알겠지. 확률성 획득 아이템일지도 모르잖아.

이번 레이드에서는 참여율에 따라 아이템이 차등지급되는 모양이니, 다음엔 우리 애들끼리만 뭉쳐서 오면 뭔가 힌트 정도는 얻을지도 모르겠다.


꾸르르르.


성을 나서자 병사들의 모습이 허물어지고 이미 흘러내린 물감 같던 도시도 덩달아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완전한 레이드 성공, 그러나 내 일은 이걸로 끝나지 않는다.


"하아...제국이랑 연합이랑, 삼자대면 해야 되는 건가?"

"잠깐, 방금 전에 그 엄청난 이야기를 봤으면 지금 그걸 걱정하는 거예요?"

"알게 뭐람."


마경 공략의 목적은 에셋의 이야기를 모으는 게 아니다. 캐릭터 육성이랑 파스티엔을 돕는거지. 나머지야 뭐, 관심 없다. 어차피 결말도 알고 있고.

적당히 캐릭터 육성 좀 됐다 싶으면 바로 하양이가 기다리고 있는 미로의 숲으로 직행할 거다.


[스킬 '자유와 기회' 는 자동으로 사용되는 스킬입니다! 모험가님이 제압한 상대에게 발동되는 스킬입니다!]

[자유와 기회: 상대에게 선택의 기회를 준다. 선택의 대가는 자유.]


...오오...이거 참...스킬 내용이 정말...호오...


"물론! 이 안타까운 이야기의 끝을 보는 것도, 분명히 영웅된 자의 숙명일테지...! 국가 정세야 내 알 바냐! 난 이 이야기의 끝을 봐야 할 의무가 있다 이 말이야!"

"...아저씨, 방금 엄청 레비같았던 거 알아요? 이중인격처럼 확, 하고."

"그런 날도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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