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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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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최근연재일 :
2021.09.21 12:00
연재수 :
3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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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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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
글자수 :
2,009,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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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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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광신자의 꼬리

DUMMY

"자네 모르는가? 요즘 제국, 아니 대륙 전체가 숭숭 하다니까?"


[월드 퀘스트! '심상치 않은 기운' 을 수행합니다! - 최근 대륙 전체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타락의 마녀가 퍼트린 전염병과 잦은 몬스터들의 출현, 그리고 '헤노테짐 교' 의 성자들에게서 전해진 불길한 예언까지! 불길한 기운의 출처에 대해 조사해주세요!]

[현재 제국 소속의 영웅입니다! 상관인 정견의 대영웅에게 가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세요!]

[보상 - 조사에 필요한 경비]


"세상에, 이 게임에도 이런 게 있었어?"


월드 퀘스트라니. 그런 게 있었던지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로 이 게임 속 세계를 마치 이세계 전생한 소설 주인공 마냥 살아왔던 내게는 다소 생소한 상황이다.

자신 있게 아이엔에게 게임 퀘스트라면 맡겨달라고 말했는데, 이래서야 나와 아이엔 사이의 차이가 전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난 이때까지 그냥 갑자기 뾰롱하고 발생하는 퀘스트만 했지 이렇게 정석적으로 시작하는 퀘스트는 해본 적이 없단 말이야!


"그래서, 왔습니다."

"마경 공략이 끝나고 겨우 하루 지났는데, 자네도 참 부지런하군."


처음으로 알로 할아버지의 사무실에 찾아왔다. 대영웅 씩이나 되는 양반이다 보니 나를 제외한 다른 일행들은 들어오지도 못하고 카페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자네는 항상 찾아가서 직접 문제를 만들어내는 인간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남의 문제에도 관심이 생긴 건가?"

"아니요. 잠깐 시간 좀 때울 겸 해서요."

"난 좋은 징조라고 생각하네. 남 일에 관심 없고 긴 이야기는 듣는 척도 안 하려고 하는 자네가, 상대방의 일에 귀를 기울일 노력을 할 생각 씩이나 하다니."


거참, 사람을 대체 얼마나 안 좋게 보고 있으면 저 문장 안에 신뢰도가 없음을 보여주는 단어만 쏙쏙 들어가 있는 건지.

나 나름 열심히 살지 않았던가? 바쁜 와중에도 알로 할아버지가 주는 퀘스트는 썩 잘 해결하고 그랬는데?


"조금 마음이 아프긴 하군. 그거 알고 있는가? 내가 자네에게 일을 시킨 뒤에 내게 고맙다며 종종 편지가 오곤 하는데, 그 편지 모두에 하나 같이 자네의 태도를 문제로 삼았네."

"......"

"내가 시킨 일은 그런 식으로 처리했던 자네가 어디 여관 주인이 했을 법한 이야기를 들고 와서 내게 말하는 걸 보자니, 내가 자네에게 그리도 의미가 없는 사람이었나하는 생각도 든다네."

"하하, 에이, 그건 아니죠."

"그래, 나도 그랬으면 좋겠군."


자리에서 일어난 알로 할아버지가 서랍에서 종이 뭉치 몇 장, 책상 위 서류를 뒤져 다시 몇 장, 그렇게 다 읽는 데에만 반나절은 우습게 보낼 것 같은 서류를 내게 건네주었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눈앞에 놓인 서류의 산과 알로 할아버지를 번갈아 보며 있는 힘껏 당황했음을 표현해보았다.


"원래 일반적인 이방인이었다면 이 정도 기밀은 말해주지 않았을 테지만, 자네는 무려 영웅이니, 알 건 알아야지. 게다가 그 서류 안에는 자네의 잘못도 조금 섞여 있어."

"예? 아직도 그런 게 남아 있다고요?"

"아직도? 자네 지금 아직도 라고 했나? 자네가 거쳐 가는 곳에서 자네의 잘못이 흉터처럼 남지 않는 곳이 없네. 이번 마경 공략도 이후에 찾아온 공작 측 사람과 대판 싸웠다지?"

"아니...!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완전 싸가지 없이 하는데 그걸 그냥 두고 봅니까?!"

"이보게 인광 군. 자네 이제 영웅이야. 나야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기품있게 행동하란 말은 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자네 상관인 내 얼굴에 먹칠하는 짓은 하지 말아주게. 자네를 옹호했던 황제 폐하에게까지 폐를 끼치는 일 아닌가."


쳇, 결국 자기들이 바라는대로 잘 됐는데 그걸로 또 꼬투리를 잡은 모양이군. 공작 그놈...언젠가 반드시 족쳐버린다.


"하아...요약본 없습니까?"

"기밀일세. 그런 게 있겠나?"

"...요약, 해주실 수 있나요?"

"그게 요약본일세."

"쳇!"


결국 자리에 앉아 천천히 서류를 읽어보기 시작했다. 뭐, 어느 마을에 어디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니, 마을의 상태와 어디의 누가 살고 뭘 하고 있고 무슨 말을 했고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까, 이 종이 한 장 한 장이 다른 게임의 일일 퀘스트 같은 것에 해당되는 내용인 거지.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민간 사찰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음을 이 서류만 봐도 알 수 있으니, 이게 세계에 밝혀지는 순간 제국이 뒤집힐 것이다.

다만, 나는 이걸 무기로 삼을 수가 없는 것이.


[전당의 탑이 폭발한 이후 전당은 겨우겨우 제 모습을 되찾았고 기능에도 이상이 없다. 하지만.]


서두부터 불길한 문장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대부분의 서류에 그와 비슷한 종류의 보고가 적혀있었다.

아아, 안 돼. 이곳에 내 업보가 남아 있잖아...그런데 이거 내가 의도한 건 아닌데...나 이거는 조금 억울해 정말.


[부서진 탑의 조각은 대부분 모았지만 잘게 쪼개진 조각들은 일일이 회수하지 못했으며, 이것이 최근 발견 되는 영웅급의 몬스터 개체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흐어어어."

"전당 일 덕에 제국의 몬스터 사체를 이용한 사업이 아주 심하게 요동치고 있네. 늘어나는 이방인과 그에 맞춘 듯 더더욱 늘어난 희귀한 몬스터들. 그로 인해 지금껏 구하기 힘들었던 희귀한 재료들이 대량으로 들어오고, 비싼 물건들이 대량으로 만들어져 대량 유통되니, 시장 경제가 흔들리고 있어."

"흐으으으."

"바람 빠지는 소리 내지 말게. 자네 잘못도 있긴 하지만, 온전히 자네만의 잘못이라 하기에도 이상하니까."


...응? 그게 무슨 말이지? 알로 할아버지 그 일은 거의 100 퍼센트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거 아닌가?


"나도 처음에는 인광 군의 그 생쥐 부대 때문에 사단이 난 것이라 생각했네. 하지만 조사를 할 수록, 뭔가 이상하더군."

"어떤 점에서요? 뭐, 탑의 내부가 약하긴 하지만 우리 애들이 부술 수 있을 정도로 약하진 않다? 그런 거?"

"그래, 정확하네. 외부에서는 내 공격조차 무효화했던 탑이, 아무리 내부라고는 해도 단일로는 광신자들의 새싹 하나 못 잡을 연약한 생쥐들에 의해 무너진다? 그건 말이 이상하지 않은가."

"...오오! 오오오! 그렇네요!"

"그래서 요즘 드는 생각은, 이게 무언가 초월적인 존재에 의해 의도된 일이 아닐까 하는 것일세. 설마 전당에 머무는 영웅들의 영혼이 그러한 일을 저질렀을 리는 없으니, 그 이외의 누군가라는 의미지."


뭐야, 뭐 신이라도 있어? 이 게임도 결국 그 신살자의 루트를 걷게 되는 건가?

하! 그러면 광기인 나는 칭호로 '신조차 모독하는 자' 같은 걸 얻게 되려나?

솔직히 나는 신이라는 존재를 해치운다는 시츄에이션을 싫어한다. 암만 그래도 그렇지 저걸 잡아 버리면 그 다음에 나오는 빌런은 어떻게 하려고? 신보다 더 강한 걸 만들 거야? 뭐, 공허 같은 거? 아니면 오래된 옛 것?

...어? 나쁘지...않을 지도?


"그리고, 자네에게 맡기고 싶은 일은 따로 있네."


[퀘스트 발생! '희미한 흔적을 쫓으며...' - 시험의 탑이 터지며 세상으로 퍼져나간 탑의 조각들이 세상에 크나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제국에서는 이상한 움직임을 잡아내었습니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탑의 조각을 몬스터에게 심어 강력한 개체를 양산해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 몬스터에게 습격 당한 마을을 찾아가 그 흔적을 쫓으세요!]

[성공 보상 - 보상금과 경험치.]


...오오, 뭐야 이거 마음에 들어...!


"아니지 잠깐만요. 할아버지, 혹시 여기 서류에 나와 있는 마을을 전부 가야 하는 건 아니죠? 제국 말고 다른 나라도 있잖아요."

"제국에 요청이 들어온 일들일세. 대부분의 이방인은 제국에 있지 않은가. 그렇다 보니 이방인의 힘을 빌려달라는 요청이 많지. 자네가 들고 있는 그것이 그 요청서일세."


흐음, 하긴. 사람들 대부분 어지간해서는 설비 좋은 제국으로 몰리지. 심지어는 제국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력인 연합도 사람들이 처음 시작 지점으로는 잘 고르지 않을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자네가 다른 이방인들을 데리고 나가 그들을 그곳에 정착시켜주었으면 하네. 이러다 제국이 이방인들에게 점령 당하겠어."

"뭐어...그렇게 말하시니 홍보는 하겠는데, 너무 기대하진 마세요."

"자네가 그렇게 말하니 괜히 기대가 되는군. 언제 출발할 생각인가? 오늘?"

"출발은 언제나 오늘이죠. 딱히 다른 일 없으면."


자, 그럼 이제 첫 행선지를 정해야 하는데, 이것도 알로 할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해보자.


"가장 괜찮은 곳은...그렇지. 자네 아직 희망의 투창을 가지고 있겠지?"

"...아! 맞다! 네네, 가지고 있어요."

"네 그럴 줄 알았지. 자네가 안 쓰던 무기다 보니 소홀해지는 건 알겠지만, 무려 대영웅의 무기일세. 잘 보관하게."

"하하, 보관은 잘 하고 있죠."


나선도 그렇고 하여튼, 알로 할아버지 말대로 안 쓰던 무기다 보니 잊고 있었다. 얻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혹시 나 청년치매인가 뭔가 그건가?

혹시 뭐 또 잊은 것은 없나 생각하며 멍한 머리로 서류를 뒤적이다 우연히 희망의 대영웅이라는 단어가 적힌 서류를 발견하였다.


"...설마, 이거에요?"

"그래. 희망의 대영웅이 태어났다고 전해지는 곳, 현재에 이르러서는 대영웅을 꿈꾸는 기사들이 한 번은 들른다고 하는 성지, 호프본일세. 썩 괜찮은 곳이지."


서류에는 역시나 정말 자세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주변의 몬스터가 몇 마리가 있고, 주기적으로 몇 마리가 발견이 되고, 대체로 어느 정도 크기이며 평균 레벨은 이러하고 주로 사용하는 전법은 어쩌고 저쩌고.

읽으면 도움이 되지만 머리에 다 들어가지는 않는 내용들을 멍한 눈으로 읽다가 나도 결정을 내렸다.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잘 생각했네. 가는 김에 그곳 맥주와 소세지를 좀 사다주게. 호프본의 별미거든."

"할아버지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엄청 맛있나 보네요."

"추억을 떠올릴 정도는 되지."


하하하. 적당한 잡담을 나누다 팔랑팔랑 서류를 읽고 있을 때, 나와 마찬가지로 서류를 읽던 알로 할아버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인광 군, 자네 생각에 이번 일의 뒤에 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팔랑팔랑 서류를 넘기던 손을 멈추었다. 배후라,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니 그 배후도 분명히 일반적인 경우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주민 하나하나를 싹 다 조사한 제국의 정보망에도 잡히지 않을 정도의 철저하게 감춰진 배후라면, 떠올릴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다.


"광신자들? 어쩌면 탑을 무너뜨린 것도, 갑자기 뿌리 중 하나가 전당을 찾아온 것도 전부 이걸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르죠."


전당을 찾아온 뿌리의 정확한 목적은 듣지 못한채 보냈다. 내가 뿌리에게 들은 것이라고는 파멸의 때를 여는 것은 내가 아니다, 라는 말.

그때는 방해가 되어서 죽이러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이 이렇게 흘러가면 다른 뜻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정보가 부족하다. 광신자 이 망할 놈들은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고 뭘 하고 싶은지 알 수가 있어야 말이야.


"역시...잠시 기다려주게."


자리에 앉아 잠시 고민하던 알로 할아버지는 주머니에서 작은 금빛 카드를 앞으로 내밀었다.

뭔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 보니 금빛 카드에는 까만 꽃 무늬가 새겨져 있을 뿐, 다른 정보는 들어가 있지 않았다.


"이건 은방울 꽃이라고 하더군. 꽃말이 희망과 순애라고 하던가?"

"누가요?"

"...광신자의 일원인, '꽃' 이라고 하더군."


꽃. 이번에는 꽃이냐. 새싹이나 씨앗 뿌리, 그리고 꽃. 어째 느낌이 꽃만 다른 분위기인 것이 광신자 내에서도 이질적인 이들이 아닐까 하고, 생각 된다.


"꽃은 광신자의 다른 이들과도 꽤나 다른 분위기의 이들이라 하더군. 광신자라는 큰 그룹 내에서 따로 활동하는 그룹, 우리가 전에 통화했던 혼돈에게도 그들에게 강하게 명령할 권한이 없다고 할 정도로 말이야."

"오오, 그러니까, 지금 그 혼돈이랑 꽃 얘네들이 사이가 안 좋다는 말로 들리네요?"

"듣기론 그러했네. 거짓말은 하지 않은 것 같지만 광신자의 일원이니 무슨 사이한 술법을 써 내 눈에서 벗어난 것인지도 모르지."

"그래서요? 이건 갑자기 왜?"


[히든 퀘스트 발생! '꽃은 늘 아름답고 고고하게' - 광신자의 흔적을 쫓던 중 당신은 광신자의 '꽃' 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현재 내부에서 다투는 중일 것으로 보이며, 아무래도 광신자의 흔적을 찾기 위해선 '꽃' 의 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성공 보상 - 광신자에 대한 단서. ???]


"호프본 마을에서 흔적을 쫓다보면, 아마 '꽃' 이 먼저 자네를 찾아올 걸세. 하지만 자네를 정확히 짚어낼 자신이 없으니 혹시 자네를 만나면 이걸 건네달라 하더군."

"잠깐만요, 할아버지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으신 거에요?"

"임무 중 날 찾아온 '꽃'에게 들은 것이 전부일세. 붙잡아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그랬다가는 앞으로 영영 광신자에 접근할 수 없을 것 같아, 이 카드를 받았을 뿐일세."


알로 할아버지가 건네는 카드를 집어 이리저리 살펴보다 주머니에 넣었다.

후에 파이에게 보여줘 봐야 겠다. 파이도 광신자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는 듯한 말을 한 적이 있으니, 이걸 보여주면 무언가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광신자 일에서는, 아무래도 자네에게 많이 의지하게 되는군. 잘 좀 부탁하네."

"뭐, 이 정도야."


광신자라...이 게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조직. 아마 최종 컨텐츠 중 하나가 아닐까.

당장 내가 어찌저찌 광신자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혼돈을 죽여도 어떻게든 두고두고 써먹을 것이다.

그래, 당장 그 뿌리 하나만 하더라도 알로 할아버지와 비등한 수준이었잖아. 공략하기 힘든 대영웅 급 보스 몬스터를 얼마든지 뽑아낼 수 있는 구실인데 쉽게 무너뜨리게 할 리가 없다.

그러니까, 이번 일로 쉽게 그 조직의 빙산의 일각이라도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하아..."


한참을 게임 속의 세계에 빠져들어 있던 나는 문뜩 회장의 일을 떠올리며 순간 머리가 어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는 점점 내가 뭘 하고 싶은 건지 가물가물해져 간다. 도대체 나는 이 게임에서 뭘 하려고 하는 걸까. 사실은 전부 그냥 핑계고 게임이 재미 있어서 즐기고 있을 뿐인 거 아닐까?


'다, 의미가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네.'


다 읽은 서류가 시스템에서 따로 정리되고 있는 걸 확인한 뒤 나는 빠르게 서류를 훑어본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뭐든 해야 머리가 평화를 되찾을 것 같다.


"그럼 전, 이만."

"그래. 고생하게."


당분간은 희망의 대영웅과 광신자를 중심으로 흘러가려나. 이게 월드 퀘스트인 걸 보면 나 말고 다른 경쟁자들도 많을 것 같은데, 처음으로 다른 유저랑 마찰이 생기게 되려나.

사람들에게 뭐든 '최초' 라는 타이틀은 값진 것이니까, 그 타이틀 얻기 딱인 이 퀘스트는 사람들이 환장하겠지.


'괜히 그런 거에 연연하진 말자. 언제부터 그런 거 신경 썼다고.'


고민은 멈추고 따사로운 햇살이 포근하게 감싸는 복도를 걸어간다. 이런 거 실제로 만드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복도를 걸어가며 나를 보고 멈춰서서 꾸벅 고개를 숙이는 저 npc들은 정말 밑도 끝도 없이 죽어라고 청소만 해도 이곳을 다 관리하기 힘들 것 같다.

게다가 저기 저렇게 나이 든 아주머니라면 더더욱 힘에 부치겠지. 안쓰러울 정도다.


"오랜만이에요, 불굴의 영웅."

"...네?"


뭐지? 나를 아는 사람인가? 내가 이 황성에 달리 알고 있던 사람이 더 있었던가?


"호호, 황태후랍니다."

"...아! 네, 오랜만이네요 어머님."


황제의 어머니 되시는 분이었다. 이름은...내가 이름을 들었던가? 별로 좋은 감정은 없는 사람이라 까맣게 잊고 있었다.

다짜고짜 내 얼굴 붙잡고 자기 얼굴을 각인시켜준 발칙한 인간이란 것만 기억에 남아 있다.


"저와 잠깐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그래요."


조금 새침데기처럼 대답해버렸다. 박하게 대하고 싶은데 왠지 그러자니 미안해지는 사람이다.


"제 방으로 가죠. 그곳엔 듣는 귀도 없거든요."

"네."


하아...뭔가, 뭐라고 해야 하나...사극같은 걸 보는 기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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