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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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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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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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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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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버려진 구역의 희망

DUMMY

"죄송하지만, 제가 대답해드릴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아아~이놈이고 저놈이고 하는 말이 어떻게 다 똑같아아아악!!!!"


내 짜증섞임 외침이 아래에서 울려퍼지는 공허수의 비명과 생쥐들의 고함 소리와 섞여 어두운 버려진 구역 안에서 메아리 친다.


"아, 진짜 그냥 다 죽어버렸으면."

"결심을 하신 겁니까?"

"넌 좀 닥쳐 제발..."


술래잡기 사건이 후 시간이 조금 지났다. 투기장은 여전히 시끄럽고 호프본은, 사이사이에 장난질을 조금 쳐두긴 했는데 문제 없이 재건 중이다. 유저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서 오히려 방문객이 더 늘어났고, 테마 파크 건설도 순조롭다.

생쥐 병사들은 어둠 생쥐로 단체로 진화를 했고, 성기사였던 애들도 순조롭게 진화 중이다.

딱 하나, 순조롭지 않은 것이 있다면 여기 이 정원사. 광신자의 일원이 되며 이름은 버렸다며 그냥 정원사라고만 소개하는 이 남자.


"허허, 목청이 참 좋으십니다."

"제발 닥쳐...!"


이런 말 저런 말, 이렇게도 회유해보고, 저렇게 압박도 해보았지만 통하지가 않는다.

뭘하든 뭘 말하든 껄껄 웃는데 내가 뭘 어쩌겠어. 거짓말이라도 한다면 흐름을 알아차려서 거짓이다 아니다 알 수 있겠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만 하니 사람이 할 말이 없어진다.


드르륵.


답답한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멍하니 무너져내린 창가로 다가가 빛이 올라오는 곳을 내려다본다.

버려진 구역에서 오히려 눈빛이 살아난 것 같은 아이엔의 아버지와 건강해진 아이엔의 어머니가 열심히 버려진 구역을 정리하고 개발하고 있는 것이 참 인상적이다.

버려진 구역과 암시장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되었을 때 아이엔이 영 아니꼬와 했지만 두 사람의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아무런 말도 못하게 만들기도 하고, 정말 인상적이다.


"...여기 개발 어떻게 해야할 것 같아?"


그냥 아무런 생각도 없이 정원사에게 물어보았다. 무슨 대답이라도 듣지 않았다가는 정신이 뒤틀려버릴 것 같아서 던진 의미 없는 질문이었다.


"...그거 알고 계십니까? 여기 버려진 구역은 먼 옛날, 심력을 깨우친 이들을 수행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거?"


그런데, 정원사의 입에서 의외의 대답이 튀어나왔다. 그것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흐름을 가진 말이.

내 반응을 보고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의 진위 여부를 전부 들켜버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정원사가 씁쓸하게 웃는다.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니지. 더 마음에 안 들고 씁쓸해서 툭 던지면 툭 튀어나오는 수준까지 초조해졌으면 한다.


"......더 말해 봐."


관심이 있고 없고를 떠나 멀쩡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싶다. 그래야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붙잡고 있지.

...뭐, 제국에 잡혔던 자마니도 결국 이렇다 할 정보 제공 하나 없이 간 걸 보면 뭐가 되겠나 싶긴 하다.

방법이 아주 안 떠오르는 건 아니지만, 되도록이면 멀리하고 싶은 방법이다. 알로 할아버지와 적이 되는 것 만큼 멀리하고 싶은 방법 말이다.


"완전히 독립된 공간과 이유없이 나타나는 몬스터. 심력이라는 세계의 상식을 뒤트는 힘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죠."

"400년 전 보다 더 전인가?"

"아! 역사의 괴리가 생긴 400년 전 말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그 400년 전의 희망의 대영웅도 이곳의 정체를 알지 못 했다고 하죠."


역사의 괴리라면, 파멸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해야겠지. 회장이 살던 세계의 끝이 400년 전이고, 그 이후의 400년을 게임 내에서 구현했다고 생각해야 될 것이다.

그러니 파멸과 싸우다 죽었을 희망의 대영웅이 저기 깊은 흑백 세계에서 이상한 괴물처럼 변해서 살아있었겠지.


"잘 아네."

"허허, 제가 좀 아는 게 많습니다."


광신자에서는 혹시 회장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는 걸까? 이 세계 자체가 회장이 세계의 찌꺼기를 베이스로 만든 만들어진 세계란 것도 아는 거 아니야?

어떻게 아는 걸까? 흐음, 어쩌면 광신자도 세계의 찌꺼기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걸 이용해서 대영웅 급의 전력인 뿌리를 만들어내는 것일 지도 모른다.

파이가 세계의 찌꺼기에 닿아 지금의 상태가 되었는데, 그게 광신자와 인연이 생기고 열매가 되면서 생긴 결과라고 가정을 한다면, 으음? 이게, 이 가정이 맞는 건가?

어으, 안 돌아가는 머리로 똑똑한 척 하려니까 머리가 다 아프네.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가정이고 뭐고 하지 말자.


"어쨌든, 이 버려진 구역은 심력이 없는 자에게는 지독하게도 해쳐나가기 힘든 지역입니다. 어떻게든 가진 심력을 끌어내어 다음으로 넘어가게 만들기 위해 고안된, 다소 거친 수단이죠."


그래서 공허수가 밑도 끝도 없이 계속 나타난 건가. 생쥐들이나 암시장의 관리자나 특별히 심력 사용자는 없기 때문에 이곳에서 더 나아가기 힘들었던 것이고.

그럼, 나나 아이엔이 이곳에서 머물면서 공허수를 처리하다보면, 깔끔하게 해결이 되는 거야?

아니지, 400년이 훨씬 넘는 세월을 계속 존재했던 장소니까, 시간이 지나면 다시 공허수가 튀어나오겠지.

그런데 난 여기 관리자인데 이 정도는 게임적인 허용이나 뭐 그런 걸로 조금은 알려줘도 괜찮지 않았을까? 어휴, 망겜 수준.


"아래에서 싸우는 저들에게 심력이 깃들지도, 생기지도 않았지만, 그에 준하는 힘을 얻은 것이 그 때문 아니겠습니까."


생쥐들이 어둠 생쥐라는 쥐 수인이 된 건 그 영향이 아닐까 싶긴 한데, 정원사가 말하는 건 성기사들일 것이다.

그런데 걔네들은 나무랑 싸우다 주워먹은 생명력 그거 때문에 저렇게 되었던 거 아닌가? 어라? 이거 설정 충돌이야 혹시?

흐음...애들이 생명력을 뽑아낸 뒤에 얼마 안 가서 자연이처럼 고치로 변했단 걸 생각해보면. 자연이가 나무의 생명력, 그리고 심력을 잔뜩 집어 먹어 만들어진 경우니까...정원사의 말도 일리가 있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그럼 저기 건너편에 있는 통로들은 다음 단계인가?"

"예. 하지만 저 통로가 무조건 다음 단계와 이어져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젊을 적에 이곳의 지도를 본 기억이 있긴 한데, 원래 이곳은 암시장과 바로 이어지는 구역이 아니거든요. 듣기론, 필요에 따라 방이 늘어나기도 한다 하고요."

"...어우, 됐어. 나 머리 별로 안 좋아서 그런 거 일일히 다 기억 못 해. 넘어가자."

"허허, 그러시지요."


출입하는 인원에게 어울리는 수준의 구역으로 인도해준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왜 암시장에는 여러 갈래의 문이 있었던 것인가? 이곳에는 또 왜 마치 선택할 수 있을 것처럼 다음 구역으로 가는 문이 여러 개가 있는 것인가.

선택, 결국 선택인가. 어쩌면 어느 문으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성장 방향 같은 것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네.

일단 이 구역을 클리어해야 뭘 알아내든 알 수 있는 거지?


"고마워, 도움이 조금 됐어. 이렇게 말 잘 하면서 왜 이때까지 모른다는 소리만 했을까?"

"...저도 잘 모르겠군요."

"하하하! 그 모르겠다는 말 한 번만 더 하면 가만 안 둘 줄 알아?"


포기하겠냐는 말에 이어 두 번째 노이로제 촉진제가 될 것 같은 말이 생겨버렸다. 어으, 소름끼쳐.


"쓰읍, 후우..."


해야할 일: 희망의 대영웅과 에셋의 이야기 알아내기. 애들 키우기. 알로 할아버지 눈치 보기. 틈만 나면 어떻게든 접촉하려는 에롤 견제하기. 카란틀리아 애들이랑 언제 한 번 진지하게 이야기 하기. 광신자에 대해 알아내기. 하양이 찾으러가기, 파이 반쪽 찾아내기. 아이엔 케어하기. 회장이 이 게임에 숨긴 것이 있나 없나 명확하게 알아내기.


자, 이번 버려진 구역은 이중에서 어느 카테고리에 들어가나? 희망의 대영웅의 흔적이 있을 듯 하고, 싸우다 보면 애들은 잘 클 것 같고, 대영웅 두 명은 견제하기 조금 힘들어질 듯 한데다 광신자의 일도 큰 진전은 없을 것 같다.

하양이를 찾으려면 마경에 들어가야 하니 나도 캐릭터 육성 겸 이곳에 있는 것이 나쁘진 않은데, 파이 반쪽을 찾으려면 광신자 쪽을 해결해야 하니 곤란하고.

아이엔 케어는 열심히 진행 중이다. 식구가 늘어난 만큼 새로운 집으로 이사갈 준비를 하고 있다. 덤으로 파이까지 얹혀 살려고 해서 조금 큰 집으로 가게 생겼지.

회장이 이 버려진 구역에 뭔가 숨겨두었을까? 역사의 괴리라고 했던가? 그 400년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던 공간이라면, 확실히 뭔가 있을지도 모르겠네.


"...으음~아아~!!! 귀찮아."


사슬을 뽑아내어 정원사의 몸에 두르고 그대로 아래로 뛰어내렸다. 이 정도로는 안 죽겠지.


철퍽!


때마친 공허수의 위로 떨어진 나, 일단 현재 싸움은 정리 하기 위해서 정원사를 무기 삼아 빙빙 휘둘러 공허수들을 멀리 떨어뜨린다.

꽤 격하게 휘둘렀는데도 어지러워 하는 기색 하나 없는 정원사는, 꽃의 디버프가 없었더라면 쉽게 잡지는 못 했을 것이다.


"아저씨. 이야기 다 끝났어요?"

"어, 그래. 대충 끝났어. 이 아저씨는 아무것도 모른다지 뭐니?"

"그럴 거라고 생각했잖아요."


이게 참, 한꺼번에 여러 개의 퀘스트를 수락해버려서 뭐부터 해야 좋을지 감이 안 잡혀서 멍해지는 기분이다.

그래도 정원사 한 번 시원하게 휘두르고 나니까 기분이 한결 나아지기는 했는데, 영 찝찝하단 말이야.


"...버려진 구역, 공략해 볼래?"

"갑자기?"

"세상은 언제나 갑작스럽지. 그러니까 이게 맞는 거라고 생각할래! 오케이! 모두 주목!!!"


[유사 사자후가 아군의 집중력을 더 없이 높여줍니다! 유사 사자후의 숙련도가 일정 수치를 넘겨 전직 퀘스트 '선동가의 이야기'를 수행하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동가라니, 내가 뭘 어쨌다고? 사람을 아주 나쁜 인간으로 몰아가네?

모두가 잘 보이는 뾰족한 건물 파편 위에 올라가자 찍찍이가 무슨 마법을 쓴 건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빛이 생겨나 내게 빛을 쏘아냈다.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온 빛을 본 창의 심정이 이런 것이었을까? 꽤 당황스럽고 부담스럽다.


'전에 나무 전 때는 자애로운 모습의 성직자 같은 모습을 보였으니...이번엔 정치인 느낌을 조금 내볼까?'


"아아, 자랑스러운 우리 생쥐 여러분, 여러분의 영원한 영웅, 김인광입니다. 반갑습니다."


나의 말에 어둠 생쥐들이 어둠 속에서 두 눈을 반짝이며 옹기종기 내 아래에 모여 앉는다.

그 뒤로 눈에 익지 않은 생쥐 성기사들이 주르륵 서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손톱이가 제일 오른쪽에 서 있는데, 지금 서 있는 순서가 태어난 순서인 건가? 큼직큼직한 애들이 있어서 그런지 나란히 서 있으면 시야가 가득 차는 느낌이 든다.


"아~오늘, 제가 이렇게 여러분의 앞에 선 이유는! 중대 발표를 하기 위함입니다!"


웅성웅성.


"여러분, 오늘까지 다들 이곳 버려진 구역 정화를 위해! 힘써주었다는 사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까지 제가 여러분들에게 너무 무관심했다는 것도! 아주! 절절하게! 잘 알고 있습니다!"


어눌한 말투로 어둠 생쥐들이 화들짝 놀라며 아니라고 외쳐댄다. 어떤 녀석들은 갑자기 자기들이 펑펑 울면서 내 말을 부정하는데, 무슨 감정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부터, 언제까지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여러분들이 믿고 따라주는 이 저도! 버려진 구역 정화에 노력을 아끼지 않겠노라! 그렇게 다짐을 했습니다!"


노력, 참 좋은 말이다. 잘 모르는 사람이 듣기에는 최선을 다 해주겠구나 착각을 하게 되고, 혹시나 일이 잘 안 풀려도, '노력하겠다고 했지 해내겠다고는 안 했는데요?' 라고 도망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광신 중인 생쥐들이라면 이미 이 정도로도 충분할 것이다.

내가 함께하곘다는 말에 고함을 지르고 만세를 외치고 엉엉 울고, 전에 불 지펴놓고 수련회 흉내냈던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오소리 수인들이 딱 이 정도의 충성심, 아니 이거의 반만 충성했어도 게임 시작하자마자 애들 찾으러 갔을 텐데...


"제가 여러분께 빛을! 찬란하고 따사로운 빛을 돌려드리겠습니다!!!"

"와아아아아!!!"


투기장이 잘 되면 그 다음엔 이곳도 발전시켜서 돈 벌어야 되는데 그럼, 당연하지. 투기장에서 작게 만들고 있는 테마 파크의 연장선이 되는 거지.


[히든 퀘스트 '버려진 희망'을 진행하게 되셨습니다! 본 퀘스트는 퀘스트의 내용과 보상이 모두 불분명합니다! 모두에게 찬란한 빛을!]


잘 됐다. 이렇다 할 특별한 보상도 없이 무작정 캐릭터 육성 목적으로 사냥터 돌아다니는 건 너무 지루하니까, 이 퀘스트를 클리어한다는 목표를 가지면 더 좋지.


"우리 인생 화이팅!!!"

"와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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