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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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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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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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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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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믿음의 이유

DUMMY

대륙의 패자, 위세 제국의 황제가 기거하는 황성. 제국의 평화로움을 상징하듯 항상 고요하던 곳이 지금은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듯 소란스러웠다.

광신자의 등장과 무 왕국의 멸망. 정견의 대영웅이 말 없이 뛰쳐나가 사태를 수습하려 했으나 결국 무 왕국의 멸망은 막지 못 한채 대영웅만이 다쳐서 돌아온 초유의 사태.


"쯧쯧, 고작 약소국이 무너진 일로 대륙의 패자인 제국을 이끄는 자들이, 어찌 이렇게 소란스럽단 말이냐."


제국의 귀족들 중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 소운디에이 공작도 황성으로 나와 황제에게 앞으로의 일과, 광신자에 대한 정보, 대영웅의 상태.

그리고 그 귀한 몸을 이끌고 독단 행동을 한 그에 대한 처벌 등등을 말하기 위해 황성에 찾아왔다.

무 왕국이 하루도 되지 않아 멸망했다는 정신이 나간 소식이 들려오는데도 그의 머리 속에 제국이 위험에 처한다는 이미지는 그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설령 제국이라는 나라가 망해도 본인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강력한 자신감, 그것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대영웅이 잠시 쓰러진 이번 기회에 그 빌어먹을 광기 놈의 막나가는 행보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어야겠군.'


공작의 입장에선 대체 어떻게 알아낸 것인지 짐작도 가지 않게 유스트리아 가문에 접촉하여 그들을 빼돌린 광기의 행동력과 정보력이 오히려 광신자보다 무서운 것이었다.

게다가 그것도 모자라 호프본에서 자신의 세력을 키우고 거대한 유흥 시설을 만들어 많은 이들을 끌어모으며 세상을 흔드는 괴물이 되었으니.

인광을 바라보는 공작의 눈이 고울 리가 없었다.


"이번 일이 어떻게 끝나느냐가, 제국의 많은 이들의 명운을 정하겠군요."


공작의 보좌관이 기분 나쁘게 웃으며 말했다.

제국을, 아니 대륙 전체를 흔든 이번의 대사건. 공작은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잘만 구슬리면 큰일로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처럼 모두가 흥분한 자리에서는 평소라면 귀담아 듣지 않을 이야기에도 황제가 귀를 기울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무리 약소국이라 해도 왕국이라 불리우며 뛰어난 무인들이 태어난 곳. 그러한 곳이 정체도 알 수 없는 광신자라는 집단에게 하루도 되지 않아 지워진다는 것은 쉽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죠."

"그래, 지금쯤 황제의 머리도 많이 복잡할테지. 어쩌면 이 제국에도 광신자의 끄나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될 게야."


즉,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정리하고 자신들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에는 절호의 찬스가 맞았다.

변화한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는 머저리들,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찌꺼기들, 자신의 길을 가로막는 멍청이들, 사사건건 귀찮게 하는 버러지들.

이번의 일로 자신은 공을 쌓고, 제국에서의 입지를 더 단단히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이윽고...


"아이고~이게 누구야? 공작님 아니십니까?"

"...쯧..."


최근 가장 그의 눈에 거슬리는 인물, 인광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근본도 없는 천한 이방인 주제에 같잖은 공 몇 개 세우고 황제와 대영웅의 신뢰를 얻고 자기 멋대로 활동하는 천둥벌거숭이.

최근 한달 갑작스러운 휴가와 함께, 간간이 대영웅에게만 보고를 올리고 완전히 족적이 지워졌던 그의 등장은 공작에게는 다소 껄끄러운 것이었다.

카란틀리아를 구원한 영웅이자, 전당에 나타난 광신자의 무리에 맞서 전당의 사람들을 지키고, 희망의 대영웅의 무기를 되찾아오고, 마경을 공략하고 호프본을 광신자에게서 구해낸 영웅 중의 영웅.

얼마 전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지금 그의 한 마디가 가지는 무게는 격이 다른 것이 되어 있었다.


"오랜만이군, 불굴의 영웅. 천박한 말투는 변함이 없군."

"세상 잘나신 공작님 성격도 별반 달라지시진 않으셨습니다. 예절 교육 좀 다시 받으셔야겠어요. 아니지, 지금 공작님 태도가 제국의 예의범절인가? 어라? 그럼 저 지금 완전 예의바른 아이 아닌가요? 칭찬 좀 해주세요~"

"내가 어디 자네 어른인가. 칭찬 받고 싶으면 유치원에 가서 부탁하게. 딱 자네 수준에 맞는 곳 아닌가. 뭣하면, 대영웅께 가서 조르지 그러나. 아! 지금 대영웅은 다쳐서 자네를 못 만나주겠군. 이거 불쌍해서 어쩌나, 주인을 잃은 개라니. 내 손이 빈 손이었다면 목줄이라도 낚아챘을 텐데, 아쉽군 그래."


머리가 희게 셀 때까지 정치를 해온 인물과 말 싸움으로는 못 이기겠다 생각하며 인광은 슬쩍 고개를 돌려버렸다.

공작은 같잖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며 인광의 상태를 한 번 훑어보았다.

인광의 옆에는 그의 최측근인 촌장님과 감시로 붙어 있던 아이엔, 그리고 고치 상태인 말랑이만이 있었고 나머지는 보이지 않았다.


'아주 멍청이는 아니군.'


파이가 함께 했다면 그녀를 마녀로 몰고 영웅이든 대영웅이든 죄를 물게 했을 것이고, 아이엔의 부모와 함께 왔더라면 그 또한 죄를 물었겠지만, 인광도 그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다.

이 난리통에 분명히 제국의 중요 인물들은 모두 모일 텐데, 괜히 책잡힐 부분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사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몬스터인 말랑이를 데리고 오는 것은 문제가 있는 선택이었지만, 인광은 인광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정확히는, 믿음이었다.


'요요, 우리 복덩어리. 난 우리 말랑이만 믿는다...!'


큼직한 달걀처럼 보이는 것을 품에 안고 부드럽게 고치를 쓰다듬는 인광을 슬쩍 보며 공작은 잔뜩 못마땅해하며 한 마디 툭 던졌다.

가뜩이나 마음에 들지 않은 인간과 방금 전까지 모욕적인 말을 주고 받았으니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나온 말이었다.


"...그 알은 또 뭐지? 기분 나쁘게 생겼군. 광신자에게서 받은 선물인가?"

"뭐?"


말을 끝마치고 나서야, 공작은 자신이 제대로 건드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쉽게 보이고 쉽게 봐도 영웅은 영웅. 그런 영웅이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며 노려보면, 별다른 힘이 없는 공작은 버티기 힘들 정도의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다행이라면, 이런 경우를 생각하여 각종 마법아이템으로 몸을 치장하고 있어 몸을 짓누르는 압박감을 견뎌낼 수 있었고, 공작 본인이 워낙 산전수전을 겪은 인물이라 그 정도 압박으로는 움츠러들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태연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공작을 향해 인광은 대놓고 혀를 차고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쪽 애입니다. 우리 애 나쁘게 말하면, 알아서 생각해요~?"


웃음 섞인 말이었지만, 그 말 속에는 전혀 웃음기가 담겨 있지 않았다. 공작을 따라온 보좌관은 그 살벌한 감정에 오금이 저릴 정도로, 섬뜩한 감정이었다.


'저 알이 영웅이 거둔 아이라고? 아마 부하나 동료를 말하는 모양이다만, 저런 것이 있었던가?'


인광을 경계하는 이들에게 있어 인광은 정말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특히 동료로 두는 면면들이 경악스러웠다.

몬스터인 슬라임은 애교였고, 자근 마을의 다 늙어서 아무런 힘도 없는 촌장을 동료로 삼질 않나, 어디서 난지도 모를 아이들을 딸이니 아들이니 부르며 데리고 다니질 않나, 그런가 하면 최근엔 각종 괴이한 것들을 동료니 부하니 말하며 데리고 다니니, 경계심은 누그러들지 않았다.

정견의 대영웅이 머나먼 과거의 희망의 대영웅이 남긴 선례를 들먹이지만 않았더라도 진즉에 그 이유로 제국에서 쫓겨나게 되었을 것이다.


"오만한 자로군. 자네의 그 오만함이 언제까지 이어지나, 내 친히 지켜봐주지."

"아이구 무셔라."


마지막까지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며 멀어져가는 인광을 보며 공작은 있는 대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괜히 바닥을 걷어찼다.

반드시, 반드시 부서버리겠다고, 그렇게 마음 먹으며 공작은 짧은 한숨 한 번으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괜히 옷 매무새를 다듬으며 기품 있는 발걸음으로 황제 알현실로 걸어간다.


웅성웅성.


"어찌 이리도 소란스러운지, 황제의 힘이 약하니 황국의 시민이 별 것 아닌 일에도 이렇게 소란을 떠는 게야."

"맞는 말씁이십니다! 나라의 아버지인 황제가 어린데다 경험도 없으니, 그러니 다들 불안해 하는 것이죠."

"쯧쯧, 황제가 얼마나 보잘 것 없으면 황태후께서 아직도 국가의 일에 귀기울이며 사느냔 말이야."


인광에 의해 날카로워진 마음으로 괜히 황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아무리 그래도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주변이 소란스럽고, 모든 이들이 황제의 알현실로 향하고 있음을 공작도 뒤늦게서야 알아차렸다.

다들 어디에선가 무슨 깜짝 놀랄 이야기라도 들은 것인지 뛰어가는 모습에, 공작이 황급히 달려가는 귀족 남자 하나를 붙잡아 물었다.


"이게 대체 무슨...이보게 자네! 이게 대체 무슨 소란인가!"

"예? 아! 헛! 소, 소운디에이 공작님!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

"인사는 되었네! 이게 대체 무슨 소란인데 그리 급하게 뛰어가느냔 말이야!"

"그, 그것이...천사가!"

"...뭣이?"


천사? 천사라고? 제국의 멸망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공작의 눈이 흔들렸다.

한 달 전 호프본에서 희망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나 나타났다던 그 천사가, 갑자기 황제의 알현실에 나타났다는 말이었다.


'...설마...!'


설령 그것이 정말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먼저 알아차리는 것은 알현실로 향하던 공작 본인이어야지, 얼굴도 이름도 모를, 알현실에 발도 못 들일 젊은 귀족이 먼저 알아차릴 이야기는 아니였다.

그렇다면 이유는 단 하나. 먼저 알현실에 간 인광이 무언가 장난을 친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젠장! 이 빌어먹을 괴물이!'


공작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얼마 가지 않아 황제의 알현실에 도착하였을 때는, 공작도 직접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제국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들이 모인, 제국의 명운을 결정할 그곳에 나타난 새하얀 세 쌍의 날개를 가진 하늘색의 비단 옷을 입은 천사.

등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후광 때문에 눈이 아픈데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성스러운 천사가, 그곳에 있었다.


"말도...안 돼..."


갑자기 나타나 세상의 시간을 멈춰버린 것 같던 천사가 부드럽게 날개를 움직이며 바닥으로 내려오자, 시계의 시곗바늘이 다시 돌아가듯 멈춰서서 말을 잇지 못하던 이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이가 천사의 모습에 기대를 품고 있었다. 희망이라고는 해도 이방인에게 내려왔던 천사가 제국에도 강림했다고 한다면, 신께서 제국을 보호하고 있음이니, 이번의 대사건 속에서도 한시름을 놓을 수가 있었다.

마침내 그 새하얗고 보드라운 발이 바닥에 닿았을 때, 천사가 손을 내밀어 붙잡은 것은, 투박한 전사의 손.

팔에는 사슬을 두르고 야만인처럼 동물의 가죽을 덮어 씌워 만든 갑옷을 입은, 불굴의 영웅이라고 불리우는 자의 손을, 천사가 살며시 붙잡으며 따사로운 햇살 같은 미소를 띄웠다.


"...괜찮을까요?"

"물론이지. 나만 믿어."

"...네...정말이지, 당신은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와, 그런 천사와 다정다감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불굴의 영웅. 그리고, 알현실에 모습을 드러낸 황제.

모든 것이 누군가의 계획인 것처럼 딱딱 들어맞는 모습에, 공작은 허탈하게 웃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졌군...'


동화나 전설의 한 장면 만들어내버린, 상승가도를 달리는 영웅의 앞길을, 대체 무슨 말로 어떻게 막을까.

공작은 가만히, 모두의 환호의 중앙에 선 인광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방인이라...쓸만할지도 모르겠군."


그날, 전 대륙에 오늘의 놀라운 경험이 노래가 되어 울려퍼졌다. 마치, 희망의 대영웅의 출발이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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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도저히 막을 수 없다 21.02.09 2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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