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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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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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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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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통화

DUMMY

[후후후, 멋진 인삿말이십니다. 저도 본받고 싶군요.]


목소리만 변조된 것이 아닌지 말의 높낮이나 장단음까지 변형되어 들려 이해는 되고 말속에 담긴 감정이 얼핏 잃히기는 해도 참 기괴한 말투였다.

아마도 어떠한 특징으로도 자신을 특정지을 수 없게 하기 위함일 텐데, 이렇게 철저한 양반이 저번에는 왜 그런 실수를 한 거지? 부하들에게까지는 자신의 행동 철학이 전해지지 않은 건가?


"목소리가 특이하네."


[자주 듣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전화를 받은 거냐? 추적될 거라는 생각은 못 해봤냐?"


실제로 지금 에롤이 주머니에서 무슨 이상한 장치 같은 꺼내들었다. 알로 할아버지가 제지하지 않는 것을 봐서는 추적과 관련된 장치일 것이다.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30초 정도 통화하면 위치를 추적할 수 있게 되는 그런 물건일까? 도대체 이놈의 세계관은 어떻게 생겨먹은 거야? 난 분명히 정통 판타지라고만 생각했는데...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건가?


[구원의 대영웅 에롤, 정견의 대영웅 에이에알로 그란드 나티오날. 그리고 당신 광기까지. 이미 그곳의 상황은 모두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런, 당신처럼 대단한 인물이 나를 알고 있다니 그것 참 영광이네요. 언제 한 번 술이라도 한 잔 하시죠?"


[사양하겠습니다. 당신과 술을 한 잔 기울이면 저도 같이 기울어 버릴 것 같으니까요.]


"제가 좀 매력적이긴 하죠."


[어울리지도 않는 농담은 집어치우시죠. 오늘 이렇게 연락에 응한 것은 어디까지나 이번 일에 대한 사과와 협상을 위함이니까요.]


사과는 당연히 거짓일테고 협상은 아마 잡혀간 자마니를 되돌려달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과정에서 협박같은 말이 오고 갈 텐데, 이 대영웅들은 왜 온전히 나에게 맡기고 있는 거야?

에롤은 이 단말기의 출처인 연합의 사람이라서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쳐, 그런데 알로 할아버지는 아니잖아! 알로 할아버지가 하면 에롤이 방해할까 봐 그러는 건가? 아아, 미치겠네.


"사과는 집어치워. 할 생각도 없잖아."


[그럴리가요. 이번 일은 정말 저의 계획 밖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자마니 군에게 자세한 설명을 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설마 광기께 홀려 그렇게까지 비이성적으로 행동할 줄은 몰랐습니다. 후후후.]


"웃겨?"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은 정말 재미있지 않습니까? 예상밖의 사태는 사랑스럽기까지 하지요. 비록 저의 계획 밖의 일이었지만 결과는 꽤나 마음에 들기도 하고요. 그러니 웃을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말투고 억양이고 전부 엉망이라서 그런 건가?


"어쨌든, 난 사죄 받아줄 생각 없어. 사죄하고 싶으면 여기와서 네 목이랑아 같이 돈으로 보상해."


[하하하! 이거 죄송합니다! 제가 광기의 마음을 굉장히 상하게 만들었나 보군요!]


"이제 알았어?"


에롤이 도라에몽의 주머니마냥 이것저것 다 튀어나오는 주머니에서 이번에는 테이블 중앙에 놓인 것과 비슷한 단말기를 꺼내어 어디론가 연락을 보내기 시작했다.

알로 할아버지가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봐서는 추적에 성공해서 알아낸 위치로 사람을 보내려 연락을 한 것 같다.


"너 그런데 자기 소개는 안 하냐? 여기 대영웅 두 명 다 처음 만났을 때 자기 소개 했는데 네가 뭐라고 입 꾹 닫고 있어? 악의 보스는 원래 수다스러워야 하는 거야 이것아. 멋을 몰라 멋을."


[저는, 아시다시피 광신자의 우두머리입니다. 대사제라고도 불리죠. 네, 저는, 저희들은 오랜 시간 당신을 기다려온 당신의 추종자. 그저 그뿐인 존재이기에 자기 소개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름은?"


[없습니다. 광기께서 혼자 아시고자 한다면 가르쳐드릴 수는 있으나 지금 그 자리에는 두 대영웅이 있으니 그럴 수는 없지요.]


"나이는? 성별은? 키랑 몸무게는? 좋아하는 음식은? 옷은 주로 뭘 입지? 사투리를 쓰나? 비가 오는 날은 좋아해? 나는 좋아하거든."


[후후, 저에게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이도 성별도 키도 몸무게도 선호하는 음식과 옷도. 사투리는 쓰지 않고 비가 오는 날은 저도 좋아합니다.]


이상한데? 뭔가 이상한데? 그런데 뭐가 이상한 거지? 아아, 도통 모르겠네 이것도 뭔가 시스템이 나한테 힌트를 주려고 이러는 건가? 내 감이 이렇게 날카로울 리는 없을 텐데?

광신자치고는 너무 얌전하다. 특징을 잡기 힘든 말들에서조차 광적인 느낌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차분하게, 기계적으로 나를 상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뭐야 그게. 너 혹시 그거냐? 관찰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는 뭐, 그거야?"


[그렇게 받아들이시고자 한다면 그것도 좋을 테지요.]


"말 똑바로 안 하냐?"


[후후, 조심하겠습니다.]


"이런."


처음 한 번 말을 걸 때 빼고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조용히 연락을 하던 에롤이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내었다.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젖는 에롤. 뭔가 잘 안 된 모양이다. 지금 상황에서라면, 아마 찾아간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전개가 정석인데.


[아, 도착한 모양이군요. 그곳에 뭐가 있다덥니까? 작은 선물로 폭탄을 조금 설치해두었습니다만.]


"너 잡으러 간 인간들이 그 정도로 큰일 생기려고. 너도 오지랖 참 넓다."


[그랬으면 좋겠군요.]


에롤이 내쪽으로 장치를 돌려 보여준 화면에는 넓은 대륙의 위에 수도 없이 표시된 점. 이제는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이 너무 많아서 찾을 수가 없게 되어 버린 모양이다.

별 수 없다. 그렇다면 협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자마니에 관해서는 내가 멋대로 할 수 없으니 알로 할아버지 이름을 들먹이며 잡아때보자.


"뭘 협상하고 싶은 거야?"


[여러분이 잡아간 14개의 씨앗. 자마니 군이야 어찌되든 상관 없지만 부디 그 씨앗들은 돌려주었으면 좋겠군요.]


"씨앗? 넌 그것들을 씨앗이라고 부르나?"


[예. 광기여, 혹시 그것을 알고계십니까? 이 세계에는 세계가 만들어질 당시에 쓰였던 것들의 찌꺼기가 뭉쳐있는 거대한 구덩이가 있습니다.]


......세상에. 그러면 나는 미로의 숲에서 테스터 생활을 하면서 이 게임 스토리 후반부에야 간신히 단서를 잡아야 될 것 같은 걸 직접 봤던 거야?

미로의 숲은 그런 최후반부에 밝혀지는 것 위에 존재하는 거고? 파스티엔은 그런 것 위에서 마녀의 유물을 지키고 있는거다, 이거지?

아니, 나 도대체 테스터 때 무슨 경험을 한 거지?


[그 구덩이에 더럽혀지지 않은 순수한 아이를 매개체로 하여 의식을 진행하면 3일 뒤에는 씨앗이 되어 구덩이에서 스스로 걸어나옵니다.]


"과연, 그래서 말도 하지 않고 갑옷이 벗겨지지도 않았던 건가. 역겨운 놈들이군."


참다 못해 한 마디 꺼낸 알로 할아버지의 묵직한 힘이 담긴 목소리에 우리들이 앉아 있던 테이블에는 작은 금이 갔지만, 녀석은 가볍게 웃었다.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지금 당장은 쓰는 것에 불편함이 있지만 이번 일에 투입하기에는 적절하다 생각했지요. 후후, 대영웅이 직접 그 자리에 올 줄 알았더라면, '뿌리'를 투입할 걸 그랬습니다.]


씨앗의 상위 호환인 녀석들을 뿌리라고 부르는 건가? 대영웅이 올 것을 상정한다면 상당히 강력한 몬스터들인 것일테지.

원래 씨앗이었던 것이 자라면서 그 일부가 뿌리가 되고 가지가 되고 줄기가 되는 것을 보며 성장한 조직원들을 그런식으로 나눠둔 모양인데, 그렇다면 뿌리는 지탱한다는 의미로 봐야 할지 가장 아래에 있다는 의미로 봐야 할지 의미를 바로 알아차리기 힘들다.

여기서 한 번더,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이 부분에서는 자부심 같은 것이 느껴져야 할 텐데, 너무 담담하게 말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대영웅을 상대할 생각으로 뿌리를 투입하겠다, 우리에게는 그만큼 강력한 몬스터가 있다. 어떠냐, 대단하지 않느냐. 라는, 지금 당당히 나와 대화하는 자신감으로 넘쳐나는 인물치고는 그 감정이 너무 담담하다.

그래, 광신자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치고는 대놓고 광기라고 소개한 나를 대하는 태도마저 밋밋하다.


"그 대가로 넌 뭘 줄 건데?"


[어떤 대가를 원하십니까? 당신이 원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지불할 용의가 있습니다만.]


"글쎄, 너희 광신자들 전원의 목숨이라거나."


[그것 참 곤란하군요. 후후, 이러시면 저희로서는 강행 돌파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만.]


삼류 악당이나 할 것 같은 협박 멘트에, 결국 내가 느끼던 이질감이 폭발해버렸다. 비밀 중에서도 비밀인 녀석들이 왜 이렇게 허접하게 구는 거야?


"...너 뭐야? 누구야?"


살짝 떠보려고 던진 말이었다. 계속 거슬리는 위화감을 견디지 못하고 별 의미 없이 툭 던진 한 마디였다.

그래, 솔직히 말해서 어디 만화에서 봤던 것처럼 하고 싶었던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 나도 뭔가 있는 척, 아는 척을 좀 하고 싶었다 이 말이야!

그런데 도르핀은 왜 엄지를 들어보이고 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걸까? 도대체 저 둘은 뭘 알고 있는 거야? 나처럼 뭔가 아는 척을 하는 건가?

게다가 대영웅 두 명은 굉장히 당황한 듯한 표정이다. 각자 생각하는 것은 다르겠지만 내가 한 말이 그 정도로 이 세계관 최강자들에게는 크게 다가왔다는 의미겠지? 이야, 내 몸값 올라가는 소리가 너무 정박으로 들리잖아? 과한 기대는 사절인데.


[무슨 말씀이신지?]


"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무슨 말씀이신지? 너 광신자 우두머리라며? 지금 내 앞에 있는 너랑 비슷한 위치에 있는 양반들은 내 한 마디에 난리가 났는데. 너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예?"


[......]


"...야, 나 광기다."


[...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에롤씨."

"...음? 네? 저 말입니까?"

"전 한 때는 광기의 대죄인이었고 지금은 불굴의 기사입니다."

"네, 전 구원의 대영웅입니다. 부끄럽게도요."


그냥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대답을 하다 뒤늦게 에롤과 알로 할아버지도 내가 느꼈던 이상함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사실 이걸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건 여기 대영웅님들처럼 자기 자신에 대한 미치도록 풍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져야 가능한 거긴 하지만.


"야, 들었냐?"


[......]


이제야 알겠다. 내가 느낌 위화감. 계속해서 마음 속에 샘솟았던 의문.

광기의 추종자라는 양반이 얌전해도 너무 얌전하다. 처음 내가 한 인사에 당연하게 돌아와야 하는 인삿말조차 없었다.

이런 세계관에서 심지어는 광기의 추종자라고 말하고 다니는 녀석이 심력이 없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다.

자신감이 넘치는 말을 하면서 정작 자신의 뿌리에 대해서 숨길 리가 없다. 적어도 나라면 그렇게 한다. 숨길 이유도 없고 숨겨봤자 이득도 없고 대처할 방법도 만들어낼 수 없을 테니까.

허를 찌를 수 있는 스킬은 숨기는 것이 맞지만 밝힘으로서 상대를 묶을 수 있는 정보는 꺼내는 것이 옳다.

즉,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가 진짜 우두머리에게 전해 들은 정보만으로 나와 떠들고 있다는 말이다.


[뭔가 오해를]


"닥치고 사장 나오라 그래. 너랑 할 말 없어."


이쪽은 무려 도르핀과 진의 인증이 붙어 있는 행동이다.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다.


[...후후, 후후후.]


지금까지 흘러나오던 변조된 목소리가 아닌 평범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음침하게 웃으며 천천히 박수를 친다.


[저는 비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구름이 끼어 아침에도 태양을 볼 수 없지 않습니까.]


단말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름끼치는 목소리. 듣기 거북할 정도로 뒤틀리지 않았음에도, 특별한 특징을 가진 목소리가 아님에도 식은땀이 흐르게 만드는 깊은 어둠이 드리운 목소리였다.


[밝게 빛나는 태양은, 마치 찬란한 미래를 말하는 듯 하지요. 제가 바라는 모든 것이 미래에 있다는 듯이 밝게 빛나는 태양은, 그래, 마치 당신, 파멸을 이끌고 올 광기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아름답게...너무나도 아름답게 불타며 빛을 내죠.]


미친놈이 확실하다. 찬란한 미래라는 긍정적인 단어를 왜 파멸이나 광기 같은 부정적인 단어와 동급 취급하는 거야?


"...너 뭐하는 놈이야?"


[광기를 사랑하는 혼돈의 인간입니다. 당신을 아버지처럼 따르고자 하는 당신의 충실하고 사랑스러운 종이지요.]


"거, 모습은 보이고 그렇게 말해야지."


[조만간,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직은 조금 이르지요. 지금 당신의 곁에 있는 두 생물은, 아무리 저라 해도 버거우니 말입니다.]


말문이 막히고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놈은 도르핀과 진의 존재를 알고 있다. 대영웅을 말하고자 했다면 굳이 두 생물이 아닌 다른 표현을 썼을 것이다.

이녀석은 지금, 두 명의 대영웅으로는 자신을 어찌할 수 없다고 단언하고 싶은 건가? 대영웅 둘로는 준비가 부족하다고? 이 미친 세계관 최강자가 둘인데?


[완전히 당했습니다. 정말 기분 좋게 당해버렸습니다! 후후후! 이렇게 기쁠 수가. 이렇게 신이 날 수가. 저의 모든 계획이 당신의 앞에서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광기여! 당신이 나를 물거품을 만들었습니다! 당신이! 이 무슨 훌륭한! 이 무슨 끔찍한! 역시, 당신은 세상을 망가뜨릴 존재입니다. 역시 당신은 세상에 필요한 인물입니다! 아아, 언제고, 언제고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부디 다시 한 번 파괴를, 쾌락을 혼란을! 제가, 당신을 돕겠습니다!]


끄응, 이제 24살된 백수 게임 폐인에게는 너무 감당하기 힘든 인물인 것 같은데요? 누가 나 대신 이 역할 하실 분?


[묻고자 하시는 것은 있으십니까? 성심 성의껏 답해드리겠습니다! 원하시는 것이 있으십니까? 원하시는 그 모든 것을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저희들의 목?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저희들의 파멸?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당신의 모든 행동이, 당신이 모든 말이, 당신의 모든 선택이 우리를 새로운 혼란과 파괴로 얼룩진 쾌락의 세계로 이끌테니! 얼마든지!! 얼마든지, 바치겠습니다.]


"...후, 후우...그러니까. 네 죽음도 너의 계획의 일부라는 말이지? 그것 참, 미쳤네."


[감사합니다.]


두 대영웅을 바라보고 일행들을 돌아보았지만, 그들이라고 해서 이렇다 할 대안이 떠오르지는 않은 모양이다.

순수하게 파멸을 바라는 이와 대항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 녀석들을 무너뜨리는 것은 녀석들이 원하는 것일 테고 그렇다고 해서 내버려둔다면 끊임없이 세상에 혼란을 불러올것이 불 보듯 뻔하다!

게다가 뭐? 혼돈? 녀석도 분명 광기나 타락처럼 사람들에게서 사람들로 퍼져나가는, 나를 아버지처럼 따르고 싶다는 말마따나 광기에서 파생되는 것. 그 어느 매체에서도 긍정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또 구덩이, 녀석은 구덩이의 정체를 알고 있다. 심지어는 이용하고 있다. 내가 모르는 많은 것들을 녀석들은 이미 알고 있다. 이미 녀석은 완전히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거다.

그러니까 난...도대체 뭘, 뭘 해야 하지?


[아아...광기여, 아직, 준비가 되지 않으셨군요. 그렇다면 감히, 감히 불경하게도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잠깐! 가기 전에 통성명은 해야 될 거 아니야!"


[나이는 세는 것을 잊었습니다. 키는 180을 조금 넘기겠군요. 몸무게는, 마지막으로 잰 것이 78이었습니다. 물론 kg 단위로. 주로 채식을 하지만 육식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식욕에는 크게 관심을 주지 않아 좋아한다 표현할 수 있는 요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옷은 정장을 좋아합니다. 깔끔하고 정갈하죠. 다가올 파멸을 맞을 그때에 후줄근한 옷이어서는 찬란한 미래에 제가 있을 곳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이름.]


정적, 그후 이어지는 음산한 웃음 소리.


[저에게는 많은 이름이 있습니다. 그중 무엇이 듣고 싶으십니까? 아바티 트레스? 에이에알로 그란드 나티오날? 아이엔 드 유스트리아? 말랑이라는 이름은 귀엽지만 제 취향은 아니군요. 해피가 조금은 더 나을 듯 합니다. 에롤은 어떻습니까? 휴이센 카이엠이란 이름과 어울리지 않습니까? 아니면 당신이 촌장이라 부르는 엘로킹 두오운 이에예스? 이 이름은 너무 정이 느껴지지 않아 싫군요. 아, 그렇다면 열렬한 마음이 담긴, 온엘베 헤파이는 어떠신지. 참, 성은 모르실 수도 있겠군요.]


"?!"


뭐야? 얘가 파이 이름을 어떻게 알아? 왜 알아? 내가 3글자 이름마저 2글자로 줄이는 거 보고 성을 안 말해준 것까지 어떻게 아느냐고!

그럼, 이라는 짧은 인사와 함께 단말기는 작은 폭발을 일으키며 재가 되어버렸고, 우리는 충격에 빠졌다.

모두가 방금의 대화에서 듣고 싶지 않은 이름을 들은 것이리라. 모두가.

머리가 새하얗게 백지가 되어버려 멈춰버렸을 때 진이 내게 살며시 다가와 내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가만히 있을 게냐. 네가 입을 열어야 다들 움직일 게다."

"어? 어어...일단. 해산하자. 내일 다시 모이는 걸로 하고."


짧은 통화는 끝이 났지만, 내 머리의 고민은 좀처럼 끝이 나지 않은 채로, 어색하게 모두 해어졌다.

...머리가 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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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연애상담 20.11.25 71 1 16쪽
97 면접 20.11.24 73 1 19쪽
96 마지막 부탁 20.11.23 69 1 16쪽
95 새 생명의 탄생 20.11.20 48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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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생각은 짧게, 행동은 빠르게 20.11.18 61 1 15쪽
92 물건 찾기...? 20.11.17 58 1 14쪽
91 불가능은 아닌 싸움 20.11.16 103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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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시험의 탑 20.11.12 105 1 18쪽
88 영웅의 전당 20.11.11 103 1 21쪽
87 건드려서 좋을 거 없다 20.11.10 64 2 18쪽
86 집에 가고 싶다. 20.11.09 51 2 16쪽
85 잠 못드는 밤 20.11.06 68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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