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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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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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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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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숲

DUMMY

안개의 숲. 현재 타락의 마녀라고 불리는 파이가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숲이지만 대륙 곳곳에 여러개의 미로의 숲이 있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숲에 있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

20년 전에 갑자기 나타나 10년 가까이 활동을 하다 다시 지난 10년을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파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미로의 숲 하나하나에 들어가 확인을 해보려고 해도 숲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을 파이를 찾아낼 정도로 뛰어난 길잡이는 그리 흔치 않았다.

우선 숲의 중앙으로 가는 것 자체가 힘들고 그 안개끼인 특수한 영역 안으로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길잡이의 능력이 힘을 잃게 된다.

만약 정말 하나하나를 찾아보자면 대영웅을 모아서 토벌단이라도 꾸린 뒤에 출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테지만 대륙 곳곳에 퍼져있다는 미로의 숲 특성상, 또 대영웅이라는 전술핵 같은 인간들의 위치상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 보니 타락의 마녀는 대륙 전체에 끼친 영향에 비해 적극적인 토벌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10년이 지난 지금은 죽은 것 아니냐, 힘을 다 소모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사장님도 그 싸움을 봤다면 타락의 마녀가 무서워서 숲에 숨었다는 이야기를 믿었을 겁니다."

"어떤 싸움이요?"


구원의 대영웅 에롤에 의해 적극적인 탐사가 이루어진 하이앙 궤 근처의 미로의 숲에서는 다행히 파이의 흔적이 없었기에 이곳의 길잡이들은 대부분 편안하게 일을 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지금 여기 길잡이 아저씨가 신분 불분명한 세 명 + 한 마리를 데리고도 미로의 숲에 발을 들일 수 있는 것이다.

타락의 마녀가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불분명한 이유 하나만으로도 나같은 인간이랑은 같이 안 들어가려고 했을 것임을 생각해보면 에롤은 정말 어지간히도 신뢰받고 있는 모양이다.


"구원의 대영웅 에롤님과 권왕 휴이센 카이엠님 단 둘이서 타락의 마녀의 군세를 몰아붙였던 그 싸움! 크으~저는 그때 길잡이로 함께 했지만, 정말이지 저와 같은 인간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싸움이었습니다!"


카이엠, 권왕이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을 가지고 있었구나. 대영웅에 필적하는 실력자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적으로 만들어서 좋을 것은 뭐 하나 없겠지.

다만 오늘 아침에 보였던 모습만 보자면 본인에게 미움을 산다기 보다는 에롤에게 미움을 사서 적이 될 확률이 높을 듯하다.

내가 가르쳐주지도 않은 이름을 말했을 때 어떻게 알았느냐고 몇 번 더 묻고 추궁할 법도 했는데도 신경도 안 쓰는 모습하며 에롤이 뒷돈주고 불법을 저지르자는 말에 표정 하나 안 변하는 그 성격.

주변에 극도로 무관심하거나, 그런 척 하는 것이거나, 시키는 일만 하는 공무원 타입이거나.


"저기, 아저씨."


자기 이야기에 푹 빠져버린 길잡이를 두고 아이엔이 조심스럽게 내 소매를 잡아 당긴다. 별 일이다.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기에 슬쩍 허리를 숙여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댔다.


"에롤님은 아저씨가 타락의 마녀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고도 도와준 건가요?"


아이엔, 너는 이제야 거기에 닿은 모양이구나. 훌륭하다. 이 아저씨 네가 점점 성장하는 모습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구나. 훌륭한 기사가 되어 대영웅이 되렴.


"그래. 처음엔 그냥 가볍게 흘려넘겼는데, 파이랑 싸운 적도 있다니 마냥 가볍게 생각하긴 힘들겠네."

"대영웅씩이나 되는 분께서 무슨 계책을 꾸미고 계신 걸까요? 솔직히 에롤씨 정도면 아저씨는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지 않나요?"


그렇겠지. 광기 따위의 힘에 내성을 가진 지 어떤지는 몰라도 나에게 대영웅을 이길 힘은 전혀 없다.

혹시라도 광기에 전염되어 미쳐버린다고 해도 처음 광기에 당했던 오소리들처럼 일단은 죽이려고 들지도 모를 일 아니야.

게임이니 목숨이 하나인 건 아니지만 대영웅이란 인물이 광기에 전염된 채로 나를 죽이려고 돌아다니는 모습은 생각도 하기 싫다.

한시라도 빨리 대영웅에 맞설 힘을 키우자. 가장 좋은 것은 대영웅과는 적으로 지내지 않는 것이지만 현재 내 위치상 별 수 없이 언제가 한 번은 크게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여긴 미로의 숲 치고는 몬스터가 너무 없는 것 같네요?"

"아~사장님, 그건 말입니다? 안전이 보장된 미로의 숲이다보니 대부분의 모험가들이 실력 쌓을 겸 오는 곳이 이곳이라서 그런 겁니다~"

"허어, 전 또 아주 훌륭한 길잡이의 안내 덕인 줄 알았더니."

"네?! 어허! 어허허! 아이 뭐~분명히 제 실력도 한 몫하고 있긴 하지요~크흠흠!"


미로의 숲은 어찌되었든 위험한 장소고 제국에서는 무려 자격증 시험마저 있을 정도로 상당히 가치 있는 직업이 길잡이인데, 에롤은 어디서 이런 바보같은 인간을 데리고 와서 소개를 해준 거야?

혹시 일부러 조금 모자란 인간인 척을 하고 있는 건가? 아니야, 무슨 이유로 그러겠어. 아무런 득이 없잖아. 분위기 환기? 흐음, 그럴 듯 하기는 하네.

뭐든 좋다. 미로의 숲, 과연 내가 오랜 시간을 보낸 공간인 만큼 평소에는 흐릿하게 보이는 흐름이 이곳에서는 상당히 명확하게 보인다. 지금이라면 도르핀 정도는 아니어도 싸움에 도움이 될 정도로는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방심은 하지 않을 것이다. 경험상 자신감이 최고조를 찍을 때에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내던져지는 것이 이 세상의 패턴이었다.


"어디보자~여기 어디였던 것 같은데? 아닌가?"

"이봐요......"


내성이 999라는 미쳐버린 수치를 가지고 있어도 미로의 숲의 안개나 함정에는 아무런 대처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길잡이는 그런 숲을 비교적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는 인간이니 저렇게 어벙한 모습을 보여도 믿어보자.

불안한 길잡이를 앞세워 조금 걸어가자 순간 안개가 확 걷히며 불에탄 것처럼 보이는 저택이 하나 나타났다.

불에 탄 나무인 것 같은데, 뭔가 느낌이 나무로 만든 저택이 불에 탄 것이 아니라 불에 탄 나무를 이어붙여 저택으로 만들어낸 것 같은 느낌이다.


"아아! 여깁니다! 20년 전 엘프의 한 부족과 인간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엘프가 바로 이곳에 살고 있습죠!"

"...어어...쓰읍...으음..."

"아저씨, 설마...!"


설마, 에롤 이 녀석 알고 날 여기로 보낸 것은 아니겠지? 내가 20년 전에 한 짓을 전부 다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서, 설마...그때 살아남은 엘프가 에롤이라거나, 뭐, 그런 건 아니지? 나 죽이려고 여기까지 안내한 거 아니지?!

아니, 나를 처리할 생각이 있었다면 굳이 이런 귀찮은 일 없이 그냥 슬쩍 찾아와서 처리를 했겠지!

게다가 나는 죽어도 다시 금방 살아나는 플레이어, 에롤도 그걸 알고 있을 텐데 굳이 귀찮게 이곳까지 나를 끌고 올 이유는 없다.

아, 혹시 나를 이곳에 영원히 가둬둘 수를 만들어냈다던가?!

아니지, 아니야. 이곳에 살고 있을 엘프는 내가 숲에 불을 냈다는 사실은 전혀 몰라. 혹시라도 모닥이의 존재를 알아챈다고 해도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게 종족도 바뀌었고 모습도 바뀌었다! 귀엽고 깜찍한 소년으로 변했다고! 알아차릴 수 있을 리가 없다!

모닥이가 혹시라도 늑대의 모습으로 슬쩍 돌아가거나 그 편린만 보여도 발광을 할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일단은 들어가보도록 하자.


"아 참 사장님. 저는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해가 뜰 시간까지 나오지 않으면 돌아갈 테니 그 점은 염두해두시고."


이해는 한다. 이해는 하는데 너무 정 없이 말하는 거 아닌가? 어차피 몰래 데려다 주는 관계였다 이거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문의 기둥에 붙어 있는 종을 한 번 울려보았다.

딸랑딸랑 청아한 종소리가 탁 트인 이 공간에서 마치 매아리치듯이 울려퍼졌고 잠시 후 불에 탄 저택의 문이 천천히 열리며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미는 것이 보였다.


"누, 누구세요?"


어리고 심약해 보이는 엘프 소녀였다. 오래 사는 엘프니까 저렇게 보여도 몇 백살은 되었다던가 할 것 같다.

그런데 내 기억으로는 저런 어린 아이는 그때 없었던 것 같은데...그 이후에 따로 고용한 건가. 잘도 이런 저택에 들어올 생각을 했구만.


"네, 에롤씨 소개로 왔는데요."

"에롤...아! 그 새하얀 분! 네네! 들어오세요!"


고용인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다소 심약하고 너무 경계심이 없는 것 같은데. 에롤의 소개로 왔다고 한다면 그 증거를 보이라거나, 나는 들은 바가 없다거나 이런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보아하니 특별히 에롤이 나에 대해서 언질을 해둔 것 같지도 않고. 어쩌면 고용인이 아니라 그때 살아남은 엘프의 친인척쯤 될지도 모르겠다.


"여기부터는 나 혼자 들어갈게. 너희들은 저 길잡이 아저씨랑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네? 왜요?"

"왜긴, 들어갔는데 다짜고짜 죽이려고 들어봐, 거기에 더해서 엄청 강해서 우리들 만으로는 이길 수 없어봐. 그건 곤란하잖아. 나 혼자 들어가서 상태를 살펴보겠다는 거니까. 너희들도 밖에서 상태보고 뭔가 이상한 점 있으면 나중에 나한테 말해줘. 마냥 놀지 말고."


안고 있던 말랑이를 아이엔의 머리 위에 턱 하니 얹고 저택으로 향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던전이라면 같이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이런 식의 일부러 불길한 느낌을 주려고 만든 건축물에 같이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


"네! 어서오세요! 아, 저는 레비인게에요. 잘 부탁드려요!"

"저야 말로."


나를 보고 한 차례 움찔거리더니 조금 망설이다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나를 맞이해주었다. 소심한 사람이 최대한 밝아 보이려 애쓰는 것 같아 왠지 마음이 아프다. 처음 계획대로 방송 같은 걸 하고 있었다면 나도 이런 모습을 하고 있었겠지?

저택의 안은 확실하 굉장히 넓었지만 거의 모든 부분이 불타 있었기에 한 발자국 내딛는 것마저 저어될 정도로 불안했다.


"...주인님이 계신 곳까지 안내해드릴게요!"

"밟으면 무너질 것 같은데요."

"맞아요!"


...그런 저택을 이상할 정도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딛는 저 아이도 카이엠처럼 어딘가에서 권왕같은 별명이 붙어 있진 않을까.


"후우..."


숨을 쭉 내뱉으며 흐름에 집중한다. 감각적인 기술이라 말로 표현하는 것은 힘들지만 표현하자면, 지금부터 이 저택의 흐름에 올라타 볼 생각이다.

예상대로 저택 안의 흐름은 상당히 짧게 뚝뚝 끊겨 있어 여기저기 빈틈이 많이 보였다.

실수로 틈을 밟아 저택을 무너뜨리지 않게 조심하며 나도 저택의 안으로 한 발자국 들어갔다.

혹시 모른다, 저택에 피해를 입혔다며 갑자기 손해배상 청구 같은 걸 하면 나로서는 참 곤란해진다.


"저번에 새하얀 분이 오셨을 때는 주인님이 만나고 싶어 하지 않으셔서 저하고 대화를 하다 가셨는데, 이번에는 주인님이 손님을 직접 초대하시네요."


왜 이렇게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풍기는 걸까? 이 게임을 계속하다가는 의심병에 걸린 음모론 환자가 되어버릴 것 같다.

쩝, 이 아이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표정 하나하나가 전부 거슬린다. 처음 봤을 때는 별로 그런 느낌은 없었는데 계속 보다보니 이 저택이 주는 불안함과는 또다른 불안함을 만들어준다.

그렇잖아. 어떻게 이런 저택을 저렇게 가볍게 걸어다닐 수 있는 거지? 왜 이 집의 주인은 에롤과 만나주지 않고 이 아이와 대화를 하고서 떠난거지? 에롤은 왜 이런 사실을 내게 미리 말해주지 않은 것이지?

정말로 이곳에 사슬이나 혹은 파이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인가? 에롤은 이곳에 언제 왔고 언제 사슬을 받아간 것이지?

젠장, 너무 생각없이 출발해버렸다. 첫 단추부터 과거에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저지른 업보로 인해 일그러져서 머리에 그려놨던 큰그림이 싹 다 쓸모 없어졌다.

뭐라고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은데 집중을 흐트리면 곧장 흐름을 잃고 와지끈 소리와 함께 무너져선 저택이 내 무덤이 되어버릴 것 같아 그럴 수도 없다.


"여기에요. 들어가시면 주인님이 있으실 거예요."

"...그냥, 들어갑니까?"

"네!"


뭐든 일단은 하고 생각하자. 인생은 도박이야 도박. 일확천금의 꿈을 그리며 살아가자고 우리.

툭 치면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

빛이 들지 않는 방 안에는 정말 이질적인 느낌의 새하얀 커튼 침대가 하나 놓여 있고 그 안에 누워있는 주인의 실루엣만이 조명의 빛에 의해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꽤, 분위기가 있다. 만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라 왠지 기대감이 생겨버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에롤님의 손님이시라고요?"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남성의 목소리가 거친 숨소리와 함께 말을 걸어왔다.

대영웅과도 대화를 하지 않았던 양반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나와는 대화를 하려는 건지, 무엇보다 조금 전의 레, 뭐랬더라. 하여튼 그 아이는 왜 주인에게는 말도 없이 이곳으로 나를 안내한 것인지.

...광신자의 가짜와 통화할 때 느꼈던 그 이질감과 위화감을 또 다시 이곳에서 느끼게 될 줄이야.

그때도 맞았으니 이번에도 맞겠지? 설마 이 감각이 확률형 시스템인 건 아닐 거 아니야?


"우선, 실례를 무릎쓰고."


촤악!


선 자리에서 손만 움직여 실루엣이 비치던 커튼을 걷어내었다. 밖에서는 이런 거 못 했는데. 흐름에 더 익숙해지면 진짜 마술같은 일들을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으으."


침대 위에 앉아 있는 것은 아무리 봐도 살아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불에 탄 흔적이 있는 엘프의 시체.

그래, 이미 죽어서 조금의 미동도 할 수 없는 시체가 그곳에서 마치 주인인 것처럼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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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찝찝한 영웅님 20.11.27 55 1 23쪽
99 고래 싸움에 새우가 20.11.26 64 1 24쪽
98 연애상담 20.11.25 71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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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시험의 탑 20.11.12 98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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