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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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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최근연재일 :
2021.07.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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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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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악마 공략

DUMMY

미로의 숲 어딘가. 미로의 숲치고는 안개가 들어차지 않은 식욕의 대악마가 머무는 저택의 앞에, 인광 일행이 다시 한 번 등장했다.


"길잡이씨, 다음엔 좀 더 빨리 올 수 있도록 해봅시다."

"크, 크흠! 이게 참, 미로의 숲이 원래가 전에 갔던 길도 오늘 오면 달라지는 신비한 곳이라."

"압니다. 아니까 화 안내고 그냥 다음엔 더 힘내자고 하는 거잖아요."

"죄송합니다, 사장님!"


오는 길을 조금 해매어 몇몇 몬스터 무리와 전투를 거치고서 도착한 이들은 싸우기 전부터 지쳐있었다.

전에 이미 한 번 대악마의 공격 가능 범위를 확인했었기에 일행은 지친 몸을 잠시 쉬기위해 공격 범위 밖에 앉아 휴식에 들어갔다.


"아! 제가 모포를 가지고 왔어요! 그걸 깔고 앉으세요!"

"아니요. 됐으니까 제발 나 좀 내버려둬요."

"안 돼요! 어쩌면 이 풀밭에 무시무시한 벌레들이 살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런 위험을 어떻게 가만히 보고 있겠어요?"

"제발 나 좀 내버려둬...제발..."


모든 싸움에서 인광에게 달라붙어 귀찮게 해대는 레비가 있었기에 인광은 몸의 피로야 어찌되었든 정신적인 피로가 정상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번 싸움은 상당히 힘들겠네요."


싸울 때를 제외하면 거의 인광에게 안겨서 이동하는 말랑이는 비교적 여유가 있었기에 조금은 걱정을 담아 말했다.

타락이나 자마니 때처럼 유저들의 도움을 받기에는 현재 하이앙 궤에 있는 유저도 없고 와달라고 해도 돈 써가면 와줄 유저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인광도 타락전 이후 인연이 생긴 김인방씨에게 도움을 구해보았지만 아쉽게도 거리가 너무 멀어 찾아올 수 없다는 대답을 들으며, 결국 정말 순수하게 현재 인원으로 공략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하나 다행이라면 레비의 몸에 깃든 정령의 힘이 상당하기 때문에 레비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몇 번 쓰지는 못하더라도 분명 강력한 공격을 기대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다른 게임에 비교하자면 일정 시간을 버티면 정해진 이벤트가 일어나 보스를 해치우거나 보스가 약해지는 종류의 던전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공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글쎄. 괜찮지 않을까?"

"인광 씨도 전혀 의욕이 없으시고."

"...아니 그렇잖아!"


인광은 지금 마음이 복잡했다.

레비를 피해 잠시 현실로 도피했다가 게임으로 돌아와 계속 이어간 회의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보스 공략을 하기 싫게 만든 것이다.


"저 공간은 시간이 반복되는 곳이라면서? 어? 거 에, 어쩌고라는 엘프가 죽기 싫어서 들어간 공간이라며? 죽여도 시간 지나면 다시 대악마로 돌아올 거라며! 이게 무슨 소용이야!"


당연히, 게임사에서 쓸만한 보스를 일회용으로 쓰지 않기 위해 집어 넣은 설정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 태연히 일어나는 미로의 숲이라는 설정을 집어 넣었기에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어도 밀고 나가는 것이었다.


"그래도 저희들의 목표인 불굴의 사슬은 얻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혹시 모르지! 다음에 다시 나타날 보스가 마찬가지로 내 사슬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면! 나중에 여길 찾아올 유저들이 너도 나도 불굴의 힘을 짜라란 하고 얻는단 말이잖아! 내가 무슨 생고생을 하면서 얻은 힘인데!"


모닥도 오랜 시간 사슬을 몸에 두르고 다니다 영물이 되며 인광처럼 사슬을 꺼낼 수 있게 되었지만 그건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누군 죽어라고 던전 바닥 구르며 파밍하고 날아갈 것 같은 정신 간신히 붙잡고 시간을 태우고 있는데 누구는 클릭질 한 번으로 바라던 것을 얻는다면 누가 좋아라 할까.


'그리고 이번 공략이 실패하던 성공하든 저 엘프가 따라 붙는다고...!'


인광이 받아들일 수 있는 특이 취향은 도르핀 한 명이 끝이었다. 그 이상으로 수가 늘어나면 인광의 마음이 꺽여버릴 것이다.

도르핀이 인광을 이뻐하고 귀여워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도 틈이 보이면 종종 놀리려 들고 있다. 애시당초 인광에게 붙어 있는 이유 자체가 인광을 괴롭히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인광도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단계에 접어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정확히 도르핀의 반대 성향을 가진 레비가 자신의 옆에 들러붙는다면, 그 이상은 상상하고 싶지 않은 영역이었다.


'저걸 확 죽여버릴 수도 없고...'


[모닥:그냥 죽이면 안 될까? 불태워서 맛있게 냠냠 먹어도 될 것 같은데.]


'업보가 늘어나...관둬 제발.'


누군가는 생각할 것이다. 아니, 그냥 너가 불쌍하고 힘들어 보여서 옆에 있으면서 도와주겠다는 사람을 도대체 왜 그렇게 피하는 것이냐고.

인광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자길 돌봐주겠다는 것이 나쁜 의도를 품고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싫어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 보살핌의 근간이 조금 뒤틀려 있기는 했지만 귀찮은 일을 대신 해준다면 나쁠 것도 없다.


"인광님, 음료를 대령할까요?"

"아니요."

"배는 안 고프신가요? 지금 수프라도 끓일까요?"

"괜찮아요, 제발."

"안 괜찮아요! 이, 이 팔뚝 얇은 것 좀 봐! 밥은 제때 먹고 계신 건가요?! 아니! 그럴 리가 없어요!"


3대 400드는 인광의 팔뚝을 보며 얇다고 호들갑을 떠는 레비. 가만히 내버려두면 요람 안의 아기처럼 대할 심산임이 분명했다.

20대 중반에 아기 취급 받으며 하루 종일을 들들 볶여야 하는데, 과연 혼자가 익숙해진 인광이 그런 취급을 쉽게 받아들일까? 오히려 오래 지나면 미쳐서 진짜 레비를 죽이려 들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 그만 쉬자. 다들 쉴만큼 쉬었지?"


더 오래 쉬면 더 오래 레비에게 붙잡혀있을 것 같아 인광은 급하게 일행들의 동의를 구했고 일행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싸울 준비를 시작했다.


"아이엔, 준비 됐지?"

"네. 충분히 쉬었어요."

"이번엔 네 역할이 중요하다는 거 잊으면 안 된다? 혹시라도 죽을 거 같으면 일단 튀어! 알아들어?"

"벌써 그 이야기만 다섯 번은 들었어요."


평소에도 아이엔의 역할은 파티의 메인 딜러로서 중요했지만 오늘의 이 싸움에서만큼은 평소보다 더 중요했다.

아이엔이 근면의 기사가 되어 인광과 함께 사냥을 다니며 터득한 스킬 '필참.'.

상대의 방어력을 완전히 무시하고 일도양단 해버리는 상당히 무서운 스킬이자, 아직 힘의 조정이 완벽하지 못하여 가끔은 생채기 정도의 상처밖에 내지 못하기도 하는 불안한 스킬이도 하다.


"다시 설명할게. 이번 보스는 두 가지 공략법이 있어. 하나는 양파 까듯이 겉면을 계속 부숴가며 중심부에 도달하는 것. 아마 이게 일반적인 공략법이겠지."

"그 양파를 까는 역할이 저고요."

"그래. 우리들은 최대한 아이엔이 공격을 할 수 있게 보조를 하는 방향으로 갈 거야. 그리고 두 번째 방법."

"아이엔양이 시선을 끄는 사이에 인광님이 악마의 본체를 꺼내는 것이죠!"

"아, 네. 그래요. 내가 사슬을 이용해서 녀석의 본체를 꺼내는 건데, 아마 혼에 사슬을 붙이는 거랑 원리는 비슷할 거야. 실패할 거니까 일단 시도만 해보는 걸로."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해야 될 상황에 기대하지 말라는 그 말투...정말이지...!"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웃는 레비에게 진저리치며 인광은 슬며시 한 발자국 멀어지고 일행들에게 역할을 확실히 하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말랑이는 보스의 디버프보다는 우리쪽 버프에 신경써줘. 대악마나 되는 녀석이 쉽게 디버프에 당할 것 같진 않아. 그리고 나보다는 아이엔의 상태에 신경쓰고, 절대로 앞으로 나서지 말고! 앞으로 나와야 치료 범위에 들 것 같으면 그냥 포기하고 뒤로 오라고 말해!"

"네!"

"촌장님은 오늘이 사실상 첫 데뷔전이니까 너무 긴장만 하지 마시고, 아마 촌장님 공격이 녀석에게 그렇게 효과적이지는 않겠지만, 괜찮은 물건 찾으셨다면서요? 그걸로 적당히 견제만 해주세요."

"허허, 저도 준비는 많이 했으니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맡겨만 주시죠."

"든든하네요. 그리고 레비씨. 당신은."

"네!"

"...닥치고 내 말만 들으세요. 나대지 마세요. 알았죠? 나대면 당신 머리를 두쪽으로 나눠버릴 겁니다. 내가 위험해 보인다고 도와주겠답시고 달려오지 마세요. 공격은 정령씨에게 전부 맡기고 안전한 자리에만 있어요. 농담하는 거 아니니까 진지하게 들어요."

"...네!"


나름 진지하게 화를 담아 말한다고 말한 것인데 오히려 그런 모습에서 나쁜 남자의 일면을 본 것인지 더욱더 흥분하는 레비. 인광은 레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상하다. 테스트 때에는 뭐만 하면 애들이 겁먹고 그랬었는데...그러고 보니까 정식 서비스 이후에는 칭호 관련 메시지가 안 뜨네...딴 애들은 다 칭호작 하는 것 같던데...'


[모닥: 아빠는 하양이랑 둘로 나눠진 거잖아. 어쩌면 칭호는 하양이쪽에 가있을지도 모르지!]


'오오, 그렇게 생각하니까 조금 마음이 놓이는데?'


모닥이의 말에 작은 위로를 받으며 인광은 모닥에게는 위험할 때 늑대의 모습으로 나타나 보스의 시선을 잡아줄 것을 부탁하며 심호흡과 함께 정신을 가다듬고 식욕의 대악마, 에피슈레안의 울타리 앞으로 다가갔다.

갑자기 닥쳐올 공격을 대비하여 얇은 사슬을 몸에 두르고 첫날 울렸던 종을 다시 한 번 울리는 인광.

이번에도 종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퍼지며 전과는 다르게 문이 격하게 벌컥 열리며 괴이한 생김새의 대악마가 기어나왔다.

화상을 입은 듯한 길쭉한 몸통에 얼굴 없이 무수한 이빨이 돋아난 거대한 입이 저택의 문을 박차고 나왔다.

압도적인 비주얼을 뽐내며 끝이 아니라는 듯이 길쭉한 몸통에서 불에탄 나무를 마치 지네의 다리처럼 뻗어 움직이며 저택의 앞마당으로 빠르게 기어나왔다.


[태워먹는 변질자 에피슈레안의 등장! 이기지 못할 적은 아니지만 강한 적이 확실합니다! 주의하세요!]


이제껏 도망쳐야 된다는 식의 메시지만을 봐오던 인광에게 이 정도면 상당히 희망적인 메시지였다.


"배...고파! 배고파!"

"내 업이긴 하지만, 참...흡!"


촤르륵!


거대한 입이 달린 지네와 비슷한 모양이 된 악마의 윗입술과 아랫입술 각각에 사슬을 부착, 아랫입술의 사슬을 바닥에 고정해 악마의 움직임을 막고 본인은 윗입술의 사슬을 있는 힘껏 잡아당겨 높은 하늘로 떠올랐다.


"배곱! 배고고고, 배고오오파파파!"

"입 다물고 있어야지!"


인광의 이동을 따라 고개를 들려했지만 아랫입술이 고정되어 있어 한 순간 몸이 정지 되었고 이에 인광이 다시 한 번 사슬을 잡아 당겨 악마의 머리(?)에 무릎을 꽂아넣었다.


"끄륵!"

"갑니다!"


입이 닫혀 혀를 이용한 공격이 막히자 아이엔이 대악마에게 뛰어들었지만 대악마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그녀를 죽이기 위해 무수한 입이 달린 불에 탄 뾰족한 나무 말뚝을 소환하여 아이엔에게 쏘아내었다.


"필참!"


서걱!


시원한 소리와 함께 잘리지 않을 것 같던 단단한 말뚝이 아이엔의 공격이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배어져 완전히 두조각으로 갈라졌다.

한 번의 참격에 혹시 전부 베이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배어 들어가 결국 완전히 베어내는 기술. 결과적으론 한 번의 참격으로 두동강을 내는 것이 맞았다.


"크윽! 역시 아직은!"

"반성은 자기 전에! 후회는 죽기 전에!! 지금은 집중!!!"


쩌렁쩌렁 울리는 인광의 유사 사자후에 한 순간 아이엔에게 공격을 집중하려 했던 대악마의 시선이 인광에게 집중되었고 아이엔은 다시 한 번 다음 공격에 집중했다.


"허허허, 그러면 저도 슬슬."


철컥.


틈을 노려 촌장이 꺼낸 무기는 철재의 길쭉한 원통형 관에 두 쪽으로 뻗은 철재 다리가 붙어 있고 두툼한 몸통을 가진.


"자, 잠깐! 준비했다는 도구가 그거였어?!"

"분당 5000발의 발사속도! 12.7mm의 마법으로 정제된 냉탄! 그것을 높은 정확도로 쏘아내는 하이앙 궤의 총기 장인이 직접 만든 총 중량 38kg의 '죽음의 탄을 뿌리는 자!' sbod127! 저금했던 돈 전부 쏟아부었습니다!"


너무 무겁고 발사하는 힘이 강해 촌장이 쏠 수 있는 시간은 짧았지만, 마법으로 정제된 탄은 조금이라도 대악마에게 타격을 줄 것은 분명했다.


투두두두두두!


귀가 찢어질 것 같은 발사음과 함께 대악마에게 쏟아지는 얼음 마법의 힘이 담긴 수많은 탄환들.

갑작스러운 서프라이즈에 아이엔도 인광도 황급히 자리를 피했고 대악마는 황급히 아이엔을 공격했던 말뚝을 소환해 입을 가로막으며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탄의 힘에 말뚝은 순식간에 박살이 나고 대악마는 탄에 맞아 뒤로 조금씩 밀려나갔다.


"어, 어쩐지 활을 안 들고 왔더라니..."

"흐하하하하! 젊어지는 기분입니다!"


방패로 사용하기 위해 불에 탄 기둥을 계속해서 소환했지만 공격이 이어지는 동안은 도저히 그 기둥들로는 촌장의 탄환 세례를 막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촌장의 나이도 나이인지라 연사가 점사로 바뀌며 탄환이 맞는 위치가 점점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우둑!


"윽! 허, 허리가!!"

"무리하더라니! 아이엔!"

"...필참!"


서걱!


촌장의 공격에 상당한 힘을 쏟아버린 대악마의 옆에서 아이엔은 힘을 모아 다시 한 번 있는 힘껏 필참을 사용하여 저택과 연결되어 있던 몸통을 갈라내는 것에 성공하였다.


"해, 했다! 제가 했어요! 보셨어요?!"

"집중하라니까!"


잘려나간 입 부분은 떨어져 나가자마자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졌고 짧아진 몸통에서 다시 입이 생겨나는 잠깐의 틈에 인광이 대악마의 앞으로 달려나와 숨을 고르고 악마의 식도를 통해 사슬을 쏘아내었다.


"생긴 건 김밥처럼 생겨가지고 진짜 사람 귀찮게!"


테스트 기간에 이미 혼과 혼을 이은 경험이 있었지만, 하양이의 보조 없이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작업이었다.

이때부터 아이엔과 레비는 대악마의 견제 공격이나 다리부분을 쳐내고 잘라내며 인광에게 시간을 벌어주었다.


"난...난 그저! 배가 고플 뿐이란 말이야!!!"


멈추지 않고 몸을 비틀며 버둥거리는 통에 아이엔도 레비도 점점 대악마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이엔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필참을 사용하여 대악마의 몸을 도려내거나 저택을 배어내는 등의 일을 했기에 피로감은 순식간에 커져갔다.


"으아아아! 이거 놔!!!"

"모닥아!"


대악마의 초조함이 극도로 올라갔을 때, 아직 본인의 체력은 거의 깍여나가지 않았음에도 부자유함과 허기에 집중력을 잃었을 때를 노려 인광이 모닥을 소환.

영물이 되며 과연 아름답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멋진 불의 늑대가 된 모닥의 모습에, 발버둥치던 대악마의 눈이 완전히 사로잡히며 경계심이 풀어졌다.


"찾았다! 월척이요!"


저택의 깊숙한 곳에 꼭꼭 숨어있던 대악마였지만, 순간 모닥이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인해 눈을 사로잡혀 스스로 몸을 내밀었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인광의 사슬에 붙잡혀 물고기 잡혀 올라오듯이 끌려올라왔다.

겉으로 드러난 대악마의 수척한 모습은 역시 인광이 처음 보았던 것처럼 시체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몸은 분명히, 천천히라도 움직이고 있었다.

역시 본체는 상당히 연약한 모양인지 인광의 사슬에 묶여 있기만 해도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그들의 눈에도 보였다.


콰직!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바로 겉으로 드러난 본체를 치기 위해 일행들이 곧장 움직였지만 그것보다 더 빠르게 저택에서 커다란 입이 튀어나와 본체를 집어 삼켰다.


"오오, 이게 2페이즈야?"


사슬을 끊어지지는 않았지만 더이상 사슬로 인한 데미지도 없이 대악마의 변형이 시작되었다.

본체를 집어 삼킨 입은 점점 거대해져가고 그와 연결되어있던 저택은 찌그러지며 입에게 흡수되어갔다.


"도대체...도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거지? 난, 난 그냥 맛있는 밥이 먹고 싶을 뿐이란 말이야...!"


둥근 몸체에 거대한 입, 아직 불씨가 남은 듯 움직임에 맞춰 뜨거워지는 커다란 둥근 몸에 어울리는 뾰족한 여섯개의 다리와 가장 높은 곳에 불쑥 튀어나온 초췌하고 야윈 모습의 본체.

마치 거미 마수와 비슷한 모습의 대악마는 이윽고 화상으로 문드러진 부분에 스스로 불을 지피며 서글프게 울부짖었다.


탕탕!


"차...차가워! 차가워! 얼어붙는다!"


허리가 망가진 채 바닥에 쓰러져 있던 촌장이 예비로 준비해둔 권총을 꺼내 두 발의 냉탄을 쏘았고 이를 신호탄으로 일제히 전투에 다시 돌입했다.

대악마의 발버둥은 과연 대단했다. 모든 것을 씹어 버릴 듯이 움직이는 입은 기어코는 인광의 팔을 한쪽 씹어 뜯어내었고 멀리서 견제하던 레비에게 불을 쏘아내어 빈사상태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이엔의 의해 차례차례 다리가 잘려나갔고 인광의 사슬에 의해 온몸이 불에 타오름과 동시에 움직임에 큰 제약이 생겨났다. 몸을 수복하려 하여도 모닥에 의해 불에 타서 재생조차 할 수 없었다.

마지막 힘을 다해 주변의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스킬을 사용하였지만, 그 마저도 말랑이의 강렬한 성광으로 인해 대악마가 충격을 받으면서 무마되었다.

더이상 숨지 않고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탓에, 본체를 드러내지 않았을 때보다 방어력이 낮아진 탓에, 인광의 공격에도 데미지를 입기 시작하였고, 얼마 가지 않아 대악마는 끔찍한 몰골로 바닥에 쓰러졌다.


"배...고파......"

"지옥에 가면, 네가 남긴 음식 싹 다 섞어서 준다더라. 거기서 그거나 먹어."


결국 아이엔의 마지막 일격으로 대악마는 완전히 파괴되었고, 커다란 몸체는 서서히 재가 되어 바람에 흩날려 마지막에는 이제 확실하게 죽은 대악마, 에피슈레안의 작고 초라한 시체와 사슬만이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후우. 다들 수고하셨어요."


인광의 종료 선언. 영웅급이 섞이지 않은 겨우 다섯 명의 파티로 대악마를 해치운 일은 얼마 가지 않아 길잡이의 입으로 하이앙 궤에 빠르게 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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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고래 싸움에 새우가 20.11.26 64 1 24쪽
98 연애상담 20.11.25 71 1 16쪽
97 면접 20.11.24 71 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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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불가능은 아닌 싸움 20.11.16 97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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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시험의 탑 20.11.12 98 1 18쪽
88 영웅의 전당 20.11.11 102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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