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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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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최근연재일 :
2021.07.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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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6,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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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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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호출

DUMMY

그 나라 그 카페 그 자리 그 음료. 오늘도 평화로운 게임 라이프의 시작을 알리자.

이제는 이 카페에서 아침을 시작하지 않으면 뭔가 찝찝함을 느끼게 될 정도로 습관적으로 이곳을 찾게 된다.


"꼬마야, 가끔은 다른 걸 먹어보는 것이 어떠겠느냐. 질리지도 않는가 보구나."

"이것만 계속 마시면 그것도 칭호나 업적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죠. 그러는 진도 뭣 좀 먹지 그래요? 도르핀은 돼지처럼 먹는데.

"어머머? 우리 인광이가 이 할미한테 못 하는 말이 없어! 에잇!"


콩.


가벼운 딱밤인데 상당히 아프다. 그래도 얼마 전에 있었던 회장의 '도르핀의 문제가 해결된 것을 확인하였네. 우선은 약속한 금액의 절반을 지급하지.' 라는 짧은 통화 때문인지 도르핀이 마냥 복덩이로만 보인다.


"우리 두고 멀리 여행가는 것도 봐줬는데 말이 너어무 심한 거 아니니? 무슨 일 있었는지 이야기 정돈 해줘도 되잖아!"

"그래, 금방 올 것처럼 말하고서는 꽤 오래 머무르지 않았더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번 말해보거라."


대악마를 쓰러뜨리고도 우리는 한동안 하이앙 궤에 머물렀다. 솔직히 말해 하이앙 궤를 떠날 이유가 별로 없었다.

대악마를 쓰러뜨린 공을 인정받고, 정식으로 연합 내에서의 활동을 인정받는 등, 제국에서는 보내지 못할 상당히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지금은 알로 할아버지의 호출을 받고 혼자 돌아온 것인데, 알로 할아버지 만나는 거야 그렇다 쳐도 다른 사람도 만나여 해서 기분이 그리 즐겁진 않다.


"하아...오랜만에 게임을 하고 있다는 실감을 느꼈는데...제국에만 오면 무슨 정치극에 휘말릴 것 같아서 싫단 말이지."

"저언부 우리 인광이가 자초한 일 아니었나? 인광이가 처음에 아이엔 이라는 애한테 자기 이야만 안 했어도 이렇게는 안 됐을 거 아니야~"

"어허, 거 자꾸 맞는 말 하지 마쇼! 내가 몰라서 이러는 줄 알아?!"


정말 처음으로 게임다운 게임을 한 것 같은 기분이라 묘하게 피가 들끓는 기분이었는데 팍 식어버렸다.

뭔가, 나 혼자 죽어라고 이세계 생활을 하고 있다가 이제야 게임다운 게임을 하는 기분이었단 말이지.

대악마를 쓰러뜨리고 얻은 식욕의 어금니라는 이름의, 재료인줄 알았는데 장비품이었던 아이템을 내가 입에 끼고 몬스터를 물어 뜯으며 사냥을 하러 다니는 건 진짜 재미있었다.

다만, 데미지를 입히는 기술이 없기 때문에 성실하게 기술을 갈고 닦고 스킬을 얻어낸 아이엔보다는 딜러로서의 면모가 많이 부족하다. 차라리 레비가 더 나을 것이다.

이번의 대악마 전도 사실상 아이엔과 레비 둘이서 딜을 다 넣었다고 해도 될 정도니 이제는 슬슬 완전히 탱커쪽으로 갈건지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 결정해야 될 때가 되었다.


"흐름을 익히면 그런 걱정 안 해도 된다니까? 딱~나 정도 수준만 되면 아무도 널 해칠 수가 없어요!"

"공격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

"아니거든! 붙잡아서 안의 흐름을 싹 다 거꾸로 돌려버리면 고통 받다가 죽어버리거든! 완전히 멈춰버려도 죽어! 까알끔하게!"

"이 꼬마가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모든 흐름을 거꾸로 돌리고 멈추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리련지."

"아니야! 우리 인광이 재능 있단 말이야! 인광아 저 돌연변이 도마뱀의 말은 무시해야 해! 할미 말 믿지?"

"응. 그리고 촌장님이 이번에 재미있는 장난감을 구했어."

"할미 말 안 들었구나...?"


촌장님의 에스보드인가 하는 기관총은, 솔직히 말해서 성능은 둘 째치고 유지 비용이 장난 없어서 보스전 때에만 순간 딜링용으로밖에는 쓸 수가 없어 조금은 아쉬웠다.

마법 처리된 기관총은 관리하려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데 장인의 수제품이라 장인에게만 맡겨야 된다고 하고, 탄환도 마찬가지로 수제라서 가격이 일반적인 화약을 쓰는 탄환에 비해 100배 정도가 된다고 하니, 평소 사냥 시에는 쓰려고 해도 쓸 수가 없었다.

당장 촌장님이 쓰려고 해도 너무 무겁고, 발사 시 반동도 꽤 심해서 촌장님이 버티질 못한다는 단점도 있으니 일단 촌장님은 근력 운동부터 시켜야겠다.


"그 노인이라면 괜찮을 게다. 생각보다 빠르게 몸이 단련되고 있기도 하니, 조만간 그런 물건 정도는 쉬이 쓸 수 있게 되겠지."

"문제는 돈이란 말이지~말랑말랑 말랑이가 만든 물건을 팔아서 돈을 버는 것도 한계가 있잖어. 어느 정도 자급자족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음, 명심할게. 안 되겠다 싶으면 그 장인을 우리쪽으로 영입하는 것도 생각해보고 있어."


아이엔은 대악마전 이후의 하이앙 궤 근처에서의 몬스터 사냥에서도 큰 전진을 보여주었다.

필참이라는 사기성이 짙은 스킬도 점점 숙련도가 높아지고 있어서 정말 훌륭한 파티의 딜러로 자라고 있다.

다만, 에롤의 평가를 빌려 말하자면 정말 강한 기술인 것은 맞지만 방어력이나 저항력이 높은 적은 한 번에 배어내지 못하는데 사용자인 아이엔이 움직임을 멈추면 기술의 효력도 사라지기에 쓰기에는 조금 피곤한 기술이라는 평이 있었다.

그래도 아이엔은 우리 일행 중 그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으니 아마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 대단한 아이다. 나도 본받아야지.


"근본이 근면인 아이이니 특별히 걱정할 것은 없을 테지. 너와 함께 다닌다고 광기에 홀릴 일도 없으니 더더욱 그렇겠어."

"그 아이를 본받으려면 이 할미에게 더욱더 훈련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닐까?! 당분간 붙어 있어야 겠는걸~?"

"그래, 그렇게 하자. 아니, 진짜로 붙지는! 으아아! 저리 떨어져!"

"인광이~귀여워!"


말랑이야 뭐, 타락전 때부터 이미 완성형 npc였으니 이제는 스킬 숙련도 보다는 다양성과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고, 레비는...조금 부담스럽다. 말만 안 걸면 조금은 괜찮을 것 같은데 계속 말을 걸어서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다.


"할미가 그 귀찮게 하는 거 지워줄까? 저기 꼬맹이처럼 존재를 지워버릴 수는 없지만은, 어디 영원한 굴레에 가둬버릴 수는 있는데에."

"......일단 선택지 안에 둘게. 나중에 안 된다고만 하지마."

"꼬마야, 정말로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구나. 왜, 너의 죄를 마주보는 것 같아 더 힘들더냐?"

"그 이야기는 그만합시다."


이러나저러나 조금은 이상하긴 해도 어찌저찌 균형이 잡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파티가 만들어졌다.

동료 npc의 생각 이상의 성장, 이 무슨 정석적인 rpg의 흐름인지, 광신자니 뭐니 하는 것보다는 그냥 얘네들이랑 돌아다니면서 던전 공략같은 거나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최종 목표를 파이를 되찾는 것으로 하는 게임 플레이. 그를 위한 동료 캐릭터 육성. 나쁠 것 하나 없는 흐름이잖아.

진과 도른핀에게 하이앙에서의 일을 이것저것 말하고 있으려니 만나기로 했던 시간이 된 것인지 오랜만에 보는 듯해도 익숙한 알로 할아버지가 인자한 웃음과 함께 나타났다.


"기다리게해서 미안하네."


그리고 뒤에는 처음보는 사람들이 세 명 딸려있었다. 입고 있는 옷을 봤을 때는 귀족인 것 같다.

표정에서 짜증이 그득한 것이 어지간히도 나와 만나는 것이 싫은 모양이다. 나도 같은 마음이다. 혹시 나만 이런 마음 가진 것 아닐까 조마조마했는데 이것 참 다행이다.


"앉아도 되겠나?"

"뭐 새삼스래. 주문은 하셨어요?"

"광대 돼지 스테이크라는 것이 있기에 한 번 주문해보았네. 내가 알기로 그 몬스터는 독을 가진 몬스터인데, 어떤 음식이 나올지 기대가 되는군."


불길한 보라색 베이스의, 몸 곳곳에 누가봐도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얼룩덜룩한 버섯이 피어있는 돼지 몬스터다.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버섯을 가니쉬로 곁들여 먹는 톡 쏘는 맛이 일품인 두 번 먹기는 싫은 음식이었다.

난감한 웃음과 함께 자리에 앉은 알로 할아버지의 옆으로 뒤따라온 귀족들이 주르륵 앉는다.


'본인들이 보자고 했고 그러면서도 황제가 있는 황성에서는 만날 수 없다고 까탈스럽게 대했으면서 사람 짜증나게 자기들끼리 짜증난 표정이야? 라고 말하고 싶다.'


불린 이유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생각을 해보았다. 무려 알로 할아버지가 부른 것이었고, 귀족들을 상대해야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기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네가 이렇게 우리와 마주하는 이유는, 알고 있는가?"


첫 번째, 제국밖으로 나가서 나대지 마라. 두 번째, 어째서 연합 측에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냐, 해명해라. 세 번째, 연합과 나눈 이야기와 구원의 대영웅 에롤과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라.

마지막으로는, 희망적인 관측인데, 연합 측에 붙지 마라, 우리가 더 잘해주겠다. 협상하자.

이거나 저거나,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들이라 그저 플레이어이기를 원하는 나에게는 조금 많이 무거운 이야기이다.

싫어하는 건 아니다. 싫어하는 건 아닌데, 막 게임다운 모습에 감탄하고 있던 찰나에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란 것이 문제다.


"글쎄요? 저와 대영웅께서 나눈 약속이 있는데, 뭐 때문에 이렇게 부르신 건지, 잘 모르겠네요."

"거 참, 나를 언제부터 대영웅이라 불렀다고 그러나. 다름 아니라, 자네에게 하나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어 그러네."


흠, 그렇다면 저기 저 귀족들은 과연 내가 그런 제안을 받기에 적합한 사람인지 심사하기 위해서 따라온 거라고 봐야 하나?

뭐야 이거? 이력서 넣은 적도 없는데 갑자기 면접이야? 게다가 더 짜증나게 압박면접 형식이야? 어처구니 없네.

표정만 보면 '내가 왜 저깟 것을 상대해야 하는 거지? 저딴 저급한 이방인과는 한시라도 시선을 마주하고 싶지 않단 말이다!' 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차라리 그런 정석적인 재수없는 귀족이면 재밌겠다. 시원하게 비웃어줄 수 있는데.'


혹시 설마 인재 영입을 위해 내려온 인간들이 겨우 내가 만나는 장소로 정한 곳이 이 카페라는 사실 때문에 저런 표정을 짓는 거겠어? 그렇게 속이 좁은 인간들이라면, 그리고 불편한 감정을 숨김없이 그대로 내비치는 어린 아이 같은 인간들이라면 무슨 제안이건 앞으로 같이 일할 일은 없을 거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불만이 생겨난 나는 어디 양아치 마냥 삐딱하게 앉아서 불만을 가득 품은 목소리로 말했다.


"연합과 떨어져라, 그 말 아닌가요 결국?"

"굳이 말하자면 그런."

"무례하군."


...이야~내가 좀 무례하긴 했지! 인정해! 그런데 이런 틀에박힌 반응을 보일 줄이야! 아니지, 상급자일 알로 할아버지의 말을 가로채가며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면 틀에 박히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예의는 밥 말어먹은 게 확실한데.


"우리들은."

"죄송합니다. 앉으시기 전부터 목매달아 죽고 싶은 표정들이시기에 이야기 빨리 끝내고 싶어하시는 줄 알고 제가 멍청하게 지껄였네요. 사과드리죠."


하하, 현실이었다면, 정말 현실이었다면 이런 말 못 했을 텐데. 게임이라 정말 다행이야...


"뭐라...!"

"그만하게. 그대들이 지금 이 자리에 누구의 명령으로 온 것인지 생각하고 행동하게. 제국의 권위를 땅바닥에 쳐박을 셈인가...!"

"...죄송합니다. 제가 실례했습니다."

"자네도, 이 자들은 제국의 기둥들일세. 기사로서 예의를 지켜주게."


아 맞다. 나 기사였지 참. 그것도 대영웅 직속이었지! 와아, 진짜 까맣게 잊고 있었네...

그래, 대영웅에게는 불굴의 기사로의 진급을 가능하게 해준 빚이 있다. 괜히 친하게 지내고 싶기도 하니 너무 고깝게 굴지 말자.


"미안해요."


후우...조금 전처럼 게임 생각이나 하는 게 더 좋은데, 진짜 너무해 이 게임.


"나도 경솔했었으니, 이번 일은 없던 일로 하세."


아아, 어른이 되어가는 이 느낌. 너무 싫다...게임에서만큼은 자유롭게 지내고 싶단 말이야. 판타지의 세게에서 판타스틱한 인생을 꿈꾼다고.


"본론으로 돌아가지. 자네의 생각이 맞네. 자네는 잘 모르고, 아마 관심도 없을 테지만, 제국에서는 연합의 힘이 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네. 그런데 그런 연합과 자네가 관계가 좋아지는 것을 그냥 볼 수는 없었단 것이지."

"대영웅! 그 무슨!"

"이 자에게 이 보다 효과적인 대화법은 없네. 자네는 지금 귀족을 상대하는 것이 아닌, 긴 이야기는 대충 흘려 넘기는 이방인을 상대하고 있는 걸세."


흐음, 솔직한 말로 난 지금 연합에도 제국에도 가담하고 싶은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다.

어느 한 곳에서 도움을 청한다면 일단 더 본 정이 있는 알로 할아버지 측에 손을 들어 줄 것이다.

튕기다가 갑자기 소원권을 꺼내서 내게 극도로 불리한 상황에 던져 넣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하니 말이다.

에롤은 뭐, 내버려둬도 알아서 잘 하겠지. 보니까 그런 인간이야 그 인간은.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아직 에롤에게 의심이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인간을 내가 왜 도와주겠어? 돈이라도 준다면 모를까!


"옆의 이 자들은 자네가 과연 제국에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 판단하기 위해, 과연 안전한 자인지 판단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만약 자네가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그 이후의 봉급과 관련된 말을 하기 위해 온 걸세."

"보, 봉급...혹시 최대로 얼마까지 생각하시는지...?"


돈 이야기에 갑자기 자세가 낮아진 내 모습에 재무 관련 일을 하는 듯한 귀족이 난감하다는 눈으로 알로 할아버지를 슬쩍보았지만 알로 할아버지가 허허 웃기만 했기에 헛기침 몇 번과 함께 말을 시작했다.


"대악마를 소수 인원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인물은 그리 흔하지 않기 때문에 봉급은 기사단의 부단장 정도로 처리될 것입니다. 물론, 이방인이시기에 건당 추가금이 지급될 테고요."

"그, 그러니까 어느 정도...!"

"아마..."

"...으음...그 정도라면...!"


막 엄청 많지는 않지만 그 정도라면 이 돈 많이 드는 파티를 돌보는 데에 분명히 큰 도움이 되리라.

주로 뒷시장 쪽에서 자리를 확고하게 하기 위한 돈이기는 한데, 덕분에 촌장님이 계속해서 괜찮은 사냥터에 대한 정보며 꾸준한 장비의 업그레이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니, 감내할 부분이다.

그런데 만약 이걸 이 양반들이 알게 되면 과연 나에게 그만큼의 돈을 지불핵사며 고용하려 들까?


"돈이 많이 필요한 모양이군."


처음 내게 무례하다 말했던 귀족이다. 셋 중에는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인다. 그만큼 엄격하고 딱딱한 인간인 거지.

분명히 내가 제국의 급에 맞는 인간인지 견적을 내기 위해 나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는 것일 것이다.

마음에는 안 들지만, 돈을 위해...!

그리고 광기를 가진 내 입장도 있으니 어느 정도 이해하고 들어가자. 나중에 수틀려서 제국을 무너뜨리려고 해도 일단은 안쪽 사정이 어떤지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테니까 말이다.


"네, 많이 필요합니다. 딸린 식구들이 많지는 않은데, 먹기를 많이 먹어서요."

"그런데 이런 카페를 다니는 건가? 이곳은 제국 내에서는 가장 가격이 비싼 곳 아니던가?"


거짓말을 하면 바로 꺼지라고 할 것 같고,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하자니 당연히 꺼지라고 할 것 같으니, 그럴듯하게 지어내보자.

...잠깐, 그게 거짓말 아닌가? 도대체 내 머리는 어떻게 생겨먹은 거지? 변덕이 너무 심하다.


"값이 비싸고 메뉴가 매니악해서 어지간해서는 다들 잘 안 오다보니 지금 여기 대단하신 분들이 모여 있어도 사람 하나 안 꼬이지 않습니까. 카페 점장도 제가 여기서 뭐하는 지 깊게 묻지 않으니 눈치 볼 것도 없고요."

"그렇다 해도 많은 이들이 다니는 곳이며 누군가가 자네에게서 중요한 정보를 캐내고자 이곳에 숨어 들거나 점장을 매수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는 중요한 정보라고 할 게 없어서 몰랐네요. 주의하죠."

"당당하게 자신의 부주의함을 드러내는 건가? 기사라는 이름에 부끄러운 일만 하는군."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는 것만큼 미련한 일도 없지요. 내가 적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시점에서, 무언가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면 그게 음모론 신봉자와 뭐가 다릅니까?"


물론, 그래도 어느 정도의 대비는 필요할 테지만, 내가 왜 그런 것까지 신경써가며 게임을 해야 한단 말인가.

이런, 표정을 보니 이번 면접은 실패인가. 역시 너무 띠꺼운 태도였던 모양이다. 그럼, 되는대로 떠들어보자.


"뭘, 이래봬도 대영웅 두 명이랑 안면 트고 지내는 인간입니다. 이미 한 번 아무도 몰랐던 제국 아래의 타락을 공략하기도 했고, 지금도 꾸준히 하수도 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무상으로. 또 제국이라는 후광을 등에 업고 세상 무서울 줄 모르던 제국의 암적인 인간을 걸러내고 이제껏 모습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던 광신자에 대한 단서를 줄 인물을 잡는 것에 일조하기도 했고요. 사실 그건 순전히 제가 다 한 것이죠. 마지막으로는 이번의 대악마. 말씀대로 소수의 인원으로 공략했습니다. 혹시, 제국에서 제게 감사를 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면 따로 정리해서 전해주면 감사할 것 같네요."


말하면서 감정이 격해져서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해버렸다. 알로 할아버지를 너무 난감하게 만든 건 아닌지.

...아니? 내가 신경 쓸 거 아닌데? 나는 알로 할아버지랑 적당히 선은 두고 지낼 거니까 이래도 아무런 죄책감도 없는데?!

그후 잠시 더 이야기를 나누기는 했지만, 별로 영양가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내게 비호감을 품고 있는 인간들과 더 무슨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어.

도대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지, 점심 시간에 시작하여 저녁 시간에 끝이난 면접은, 나를 녹초로 만들었다.

귀족 세 명이 먼저 자리를 떠나고 알로 할아버지도 수고했다는 듯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자리를 떠났다.


"......"

"횡설수설한다는 느낌은 피했구나. 고생했다."

"...이거 왜 퀘스트 보상은 없는데에..."

"...나 원, 이 꼬맹이는 정말, 어디까지 속물인 거냐..."


피곤하다. 오늘은, 조금 일찍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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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고래 싸움에 새우가 20.11.26 64 1 24쪽
98 연애상담 20.11.25 71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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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시험의 탑 20.11.12 98 1 18쪽
88 영웅의 전당 20.11.11 103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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