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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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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최근연재일 :
2021.07.30 1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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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27,431
추천수 :
570
글자수 :
1,793,099

작성
20.10.2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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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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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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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비상

DUMMY

"으아아아! 안 돼! 그만둬! 제발 그만둬!!!"


한 개발자의 필사적인 외침이 사무실에 울려퍼졌지만, 그의 외침을 들어야 할 인물은 정작 그와 같은 자리에 없었다.

한 개발자의 처절하기까지한 그 외침에 그와 같은 사무실에 있던 회장의 비서, 이배서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를 포함해 이 사무실에 있는 이들은 겨우 세 명. 하지만 이 세 명은 슈퍼 리얼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한다고 해도 무방한 이들이었는데, 지금 일거리가 한 뭉터기 더 추가되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작은 모니터의 안에는 결국엔 지하 왕국과 연결된 모든 물길을 알아내고만 인광이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비치고 있었고, 그녀의 한숨은 더 깊어졌다.


"여기 지하 왕국 중요한 곳 아닙니까? 그래서 일부러 npc들이 잘 안 찾아가게끔 만들지 않았어요?"

"네! 맞아요! 중요한 곳이에요! 그리고 일부러 안 중요한 척 하려고 몬스터도 약해빠진 고블린만 줄창 늘어놓은 곳이라고요!"


그렇다면 차라리 입구를 안 보이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했지만, 없던 것이 갑자기 나타나는 기분을 강하게 받은 유저들이 항의할 것이 분명했기에 일부러 눈에 보이게 만들어둔 것이, 단 한 명의 유저의 호기심을 크게 자극했다.

몇 백 시간을 쳐도 흠집만 나게 만든 파괴 불가 오브젝트를 보고 기어코는 부수고 치워내려는 놀라운 인간의 집착과, 수틀리니 그 오브젝트가 지키는 것을 전부 지워버리려는 광기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회장님, 회장님은 뭐라고 하십니까?"

"뭐라고 하시겠어요? 이분 회장님 원픽인 거 몰라요? 그냥 내버려두래요."

"으아아아!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테스터 시절부터 그 누구보다 많은 건의사항과 고쳐야할 부분을 말했고 플레이로 직접 안 되는 것들을 보여왔던 인광.

그는 결국 정식 서비스 이후에도 회장의 특별 지시로 게임 내의 모든 행적이 감시되기에 이르렀으며, 현재도 그로 인해 개발자들은 조용히 갈려나가고 있었다.


"흐름 가지고 놀 때는, 그럴만 하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심혈을 기울여 만든 기술이니까 쓰면서 헛점을 발견해주면 더욱더 완벽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건 아니잖아!"

"아아...우리들이...우리들이 몇 달을 밤새워 만든 스토리가...디자인이! 설정이! 물에 잠긴다!!!!"


월드 게이트 세계에서 너무 큰 역할을 하는 지하 왕국, 아직은 유저들이 마주치기에는 너무나도 하드한 컨텐츠이기에 시기도 아닐 뿐더러, 그 근처의 스토리 라인에 닿은 인물도 없었다.

그런데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예외적인 인물이 모든 사람들의 피, 땀, 눈물, 노력을 수장시키려 하고 있었다.


"배서 씨! 이거, 이거 못 막아? 이러다가 우리 애들 다 수장 된다니까?!"

"아아! 안 돼! 거기 막으면 안 돼! 으아아아! 다이너마이트! 으아아아!!! 저거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게 아니었는데! 안 되게 만들었어야 했는데!!!"

"저거 게임 내의 기술로 불가능한 거 아니라면서 시시덕거리면서 추가하신 거잖아요."

"알아요! 알아서 더 이러는 거잖아요!!!"


이배서는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 게임 내로 들어가 인광을 설득한다면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을 테지만 회장에게 질타를 들을 지도 몰랐다.

그리고 분명, 인광이 지금까지 보였던 행동 방식으로 생각하건데 인광은 분명히 자신이 왜 그만둬야 하는지에 대한 합당한 설명 및, 그에 따른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이것이 어째서 문제냐면, 게임사 측에서 유저들을 시찰하고 있음은 물론이요, 유저 개인에게 개인적으로 선물을 주는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암만 인광이 회장을 껄끄러워하는 것을 그녀가 알아, 회장을 들먹이며 그를 막는다고 해도 그가 확 돌아버려서 그런 사실을 모두에게 알린다면 자신은 처벌을 피할 수가 없게 될 것이 분명했다.


"...저기 애들 다 전멸하면 어떻게 되나요?"

"...일단, 악마들이 우르를 쏟아져 나오겠죠. 그리고, 얼마 안 가서 월드 보스로 제작했던 7대죄도 쏟아져 나올 거고요."


지금 유저들의 수준으로는 악마의 다음 단계인 대악마도 혼자 상대하기에는 힘든데 갑자기 끝판왕이 나온다면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일 것이 분명했다.

가뜩이나 인광의 말랑이를 보고 유저들이 슬라임 데리고 노는 것이 유행이 된 게임에서 갑자기 7대죄 같은 것이 튀어나오면, 그만한 재앙이 없었다.


"...일단, 제가 가서 말려라도 볼 게요. 아주 말이 안 통하는 분은 아니었어요."

"제발, 제발 그렇게 해주세요 제발."


이배서는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며 운영자들의 방으로 향했다. 그녀로서는 도르핀과 진을 인광에게 소개해주기 위해 한 번 들렀던 곳이었기에 쉽게 들어가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곳이었다.

게다가 그곳은 악질적인 유저들에게 시달리는 운영자들과 상상을 초월하는 업무량에 죽은 듯이 살아가는 워킹데드의 방이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실례합니다......"

"아, 이 비서님...어쩐 일이세요..."


주로 건의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을 확인하거나 신고 받은 플레이어의 행위를 확인하느라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여성이 이배서에게 초점 잃은 눈으로 인사를 건냈다.

도대체 운영자들은 무슨 일을 하는 걸까. 다른 게임 회사의 운영자들도 이런 걸까.

유독 혹독한 운영자 업무를 보는 듯한 슈퍼 리얼의 운영자들에게 이배서는 조용히 행운을 빌어주며 간단하게 사정을 설명한 뒤 운영자 전용 기기를 받았다.


"아시겠지만, 혹시라도 유저들 눈에 보이게 치트 같은 거 쓰시면 논란 되니까 조심하시고요......"

"네."

"시스템 이용해서 현재 얻을 수 없는 아이템 같은 거 만들어서 돈 벌면 바로 고소 당해서 빨간줄 그일 수 있으니까 순간의 금전적 욕구에 눈 멀지 마시고."

"무, 물론이죠!"

"유저들 대하실 때 항상 말 조심하세요. 조금이라도 말 실수하면 바로 유튜브 영상으로 박제되고 월드 게이트 논란으로 기삿거리 되니까요. 생각하고 칠 수 있는 채팅이 아니라 여긴 바로 육성으로 대화하는 거라서 더 조심하셔야 해요. 실수로 욕이라도 하면...네, 뭐, 그래요."


'...그런 일이 실제로 있단 말이지?'


영혼이 나가 버린 듯한 여성의 말을 가슴에 새기며 이배서는 조용히 빈 방으로 들어가 기기를 장착하고 게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장 지금 한참 흐름의 힘으로 땅 아래의 지하 왕국을 고립시키고 있을 인광을 찾아갔다.


"아저씨, 이거 진짜 이래도 되는 거 맞아?"

"으음, 나도 이쯤 되니 확실히 조심스러워지기는 하는데...일단 저지르고 생각하자고."

"안 돼요!"


도착하자마자 들린 가슴 찢어지는 대화에 이배서는 크게 소리쳤다. 갑자기 나타난 그녀지만 운영자 기기로 들어온 것이기에 npc들은 그에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두 쌍의 차가운 눈빛이 그녀를 반겨주었고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으으, 전에 현실에서 봤을 때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인광이 최초로 광기의 힘을 깨우친 인물이란 것은 알고 있었고, 그가 게임에 들어오면 유독 격한 감정을 보인다는 것도 알고는 있었지만 아는 것과 직접 마주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어어, 어디서 봤는데..."

"인광 씨 의외로 아는 여성 분이 많으시네요."

"네? 제가요? 농담도."

"주변에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지 않나요?"

"게임에서는 그렇죠. 게임에서는......"


이배서는 인광과 루시에게 간단한 자기 소개를 하였고 인광은 그제서야 기억이 난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반겨주었다.


"어쩐 일이시래요?"

"그...아, 이걸 뭐라고 해야 해..."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설명을 해야 인광이 납득을 하고 하던 일을 멈춰줄까. 알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관련된 이야기를 말하는 순간 스포일러가 되고, 그런 스포일러를 아는 사람이 회사 밖에 있는 것이 되는 순간 너무나도 큰 불안 요소가 되어버린다.


"그, 지금 하시는 일, 그만둬 주실 수 없을까요?"

"......"


동그랗게 뜬 눈으로 아무런 말 없이 빤히 바라보기만 하는 인광. 인광은 인광 나름대로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는 과정이었지만, 그녀가 오해하기에는 딱 좋은 표정이었다.

만약 현실에서 만나 나누는 이야기였다면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고 적당히 멀리 떨어져서 적당히 움츠리고 있을 그의 모습에서 오히려 자신감을 얻었을 테지만, 게임 안에서는 조금 달랐다.

월드 게이트는 게임 내에서 유저들의 몰입을 위해 매체에서 주로 표현하는 살기 따위의 것들을 적절하게 표현해 놓았고, 그것은 인광처럼 오래 게임을 해서 익숙해지지 않은 그녀로서는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무, 물론 그냥 멈춰달라는 말은 아닙니다!"

"...에?"

"이번 일을 하시려고 오래 고생하신 걸 아니까, 그에 대한 다른 보상을 드리려고요!"

"오호."

"아! 그, 인광 씨 사슬 있잖아요! 그거 제가 어디 있는지 힌트 정도는 드릴 수도 있는데!"


그 말과 동시에, 인광은 하던 작업을 그대로 반대로 되돌리기 시작했다. 무너뜨리던 작업보다 배는 더 빠르게.

개발자들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구현해낸 흐름이라는 직관적이지 않은 감각적인 기술에 이미 어느 정도 통달한 듯한 모습에 그녀는 인광이 그녀가 보는 것 그 이상으로 게임에 현생을 갈아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현생을 포기해가며 게임을 하는 인간들이 게임에 보이는 열의를, 그녀도 아주 조금은 알고 있었기에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실수하면 바로 징계 받을 일이 벌어질 것은, 누가 보아도 뻔했기에.


"약속입니다?"

"예? 예......"

"그런데 제가 이번 일을 그만두는 것에 대한 대가는 알겠는데, 이 장소에 대해 함구하는 건요?"

"......"


정말 회장이 좋아할만하다 느끼며, 그녀는 생각할 시간을 조금만 달라 부탁하며 자리를 피했다.


"다음에...개인적으로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아, 잠깐만요."

"예?"

"이거, 회장은 알아요?"

"어...아마...아시지 않을까요?"

"......그래요?"


게임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차갑게 꿰뚫어 보는 듯한 그의 눈길에 서늘해진 심장을 붙잡고 그녀는 게임을 나왔다.

그 짧은 순간에 많은 마음 고생을 해 지쳐버린 그녀는 자신과 같은 위치에 놓인 불쌍한 두 명과 상의를 하기 위해 기기는 반납하고서 사무실로 향한다.


"이 비서."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편안해지지 못하고 더욱더 불편한 존재를 마주치게 된다.


"회장, 님......"

"오늘 대응하신 것, 정말 잘 보았습니다. 쓸데 없는 짓을 하셨더군요."

"하, 하지만! 그걸 가만히 내버려두었다가는 다른 유저들에게 어떤 피해가 가게 될지!"

"저는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습니다. 불가능한 일 앞에서 인간이 보여주는 놀라운 결과들은 눈이 부시죠."


인자한 미소와 함께 살며시 웃어 보인 회장은 아주 짧은 한 마디만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감봉입니다. 인광 군 일은 이 비서가 저지른 일이니 잘 처리해주세요."


울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당장 회장의 면전에 욕을 때려박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때, 그녀는 비로소 개발자들이 인광을 왜 그렇게 무서워하고 싫어하는지, 뒤늦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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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찝찝한 영웅님 20.11.27 56 1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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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영웅의 전당 20.11.11 103 1 21쪽
87 건드려서 좋을 거 없다 20.11.10 64 2 18쪽
86 집에 가고 싶다. 20.11.09 51 2 16쪽
85 잠 못드는 밤 20.11.06 68 2 15쪽
84 마음이 놓인다 20.11.05 63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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