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연재 주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최근연재일 :
2021.07.23 12:00
연재수 :
288 회
조회수 :
26,803
추천수 :
569
글자수 :
1,765,990

작성
20.11.02 13:25
조회
90
추천
1
글자
18쪽

게임이나 하자...

DUMMY

파이인 척을 하는 것 같은 루시의 정체와 목적을 파악하기 위해 잠깐의 연기를 펼쳤던 나! 그런데 어머나! 갑자기 도르핀이 짜라란?

뭐지? 나 혹시 통속의 뇌인 건가? 이 모든게 미친 과학자의 실험인가?!


"아, 짜증나. 아아! 짜증나!"

"아이구, 우리 아가. 맨탈이 많~이 약하구나? 음, 이해는 한단다. 너는 본래 많이 배신당하고 버림 받아서 무언가를 믿을 수 있는 인간이 아닐테지. 오히려 이렇게라도 무언가를 믿을 수 있는 상태로 살고 있다는 것에 할미는 아가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단다?"

"으아아......그래, 뭐 됐어."

"체념하는 것이 빠른 것은, 조금 어떨까 싶구나."

"난 괜찮다고 생각해.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삶도 하나의 인간적인 삶이야. 내가 보장할게."


모르겠다. 그냥, 편하게 생각하도록 하자. 이게 진짜든 가짜든 그런 것들은 나중에 알게 되면 고민하기로 하자.

그래, 생각해보면 이건 나에게는 다시 없을 기회이기도 하다. 꿈에도 그리던 판타지 생활을 내가 실제로 겪는다니!

물론! 그 꿈은 고등학교 졸업하고부터는 관심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말이야! 암만 생각해도 나랑은 안 맞는 것 같더라고.


"그래, 내가 통속의 뇌고 이 세계가 매트리스든 뭐든 그냥 지금을 즐기면 되는 거야! 맞아!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음, 게임 속의 나는 그 문제로 술독에 빠져었는데, 우리 아가는 대단하구나아?"


어차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냥 즐기고 마련다.


"그런데 아가, 만약 이게 현실이라면?!"

"...?!"

"만약 아가가 통속의 뇌가 아니라면! 이 모든 것이 미친 과학자의 실험이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면?!!!"


내 얼굴을 붙잡고 확 얼굴을 들이밀며 그렇게 말하니 괜히 더 패닉에 빠졌다.

루시가, 아니, 파이가? 하여튼 눈 앞의 새하얀 여자 말고 다른 여자가 나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더 큰 패닉에 빠졌을 지도 모르겠다.


"그만해! 넌 뭔데 갑자기 나타나선 얘를 힘들게 하는 거야!"

"너희 둘 다 나를 힘들게 하고 있으니까 둘 다 어디로 좀 사라져주라. 우리, 만나는 건 게임 속에서만 하자. 현실에서는 최대한 눈 마주치지 말자고."

"시룽데~?"


도르핀은 게임 속이나 현실이나 비슷한 성격이구나. 이쪽이 조금 더 여유가 있는 듯하기는 하지만, 하는 짓이 비슷하다.

저저, 나는 미칠 것 같은데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이 실실 웃으면서 내가 듣기 싫을 말을 골라하는 것 좀 봐.


"...이게,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어디까지나 가정을 하고. 내가 미쳤든 뭐든 일단 눈에 보이는 것을 온전히 믿는다고 생각을 하고.


"루시 로웰이, 내가 아는 파이다. 온엘베 헤파이...그런데 너는 왜 나한테 이름이 아니라 성을 가르쳐 준 거야? 나로치면 김씨 김씨, 이렇게 부른 셈이잖아?"

"난 마음에 들었는데."

"아니......그래, 너 마음대로 해. 어어, 그리고, 게임에서 만난 도리도라도르핀도, 실제로 존재하던 사람이다? 실제로, 막, 흐름이 보이고 막, 그렇게?"

"그럼그럼! 하고 말고! 이 할미가 제일 잘 하는 거지!"


두 가지 현실을 사실로 받아들인다면, 나는 그 두 가지 사실로 어떠한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는가...떠올릴 가능성이 있기는 한 건가...떠올릴 필요는 있는가...


"도르핀이 여기 온 이유는?"

"그냥 보러 온 건데?"

"......회장이랑은 무슨 관계야?"

"아무런 관계도 아니야. 내가 모시는 분에게 푹 빠진 남자일 뿐, 뭐, 별로 대단한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했었어."


머리에 과부하가 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이걸. 이 정도면 차라리 내가 게임 속에서 싫다고 생각했던 복잡한 일들이 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루시는...루시라고 불러줘 파이라고 불러줘?"

"파이라고 불러줘."

"그래. 파이야. 너 어떻게 그 몸을 얻은 거야? 죽이고 뺏은 거야? 괜히 분위기 잡거나 하지는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만 말해줘."

"음, 이걸 어디서 부터 말해야 하나."

"천천히 말해."

"이 몸, 루시 로웰은 전에 말했다시피 회장의 연구원 중 한 명이었어."


과연, 파이가 말했던 루시 로웰의 과거는 전부 진짜였던 건가. 왜 연구원을 할 정도로 머리 좋은 고급 인력이 나랑 같이 게임하면서 시간 죽이나 했더니, 속에 든 건 파이였기 때문이었군.


"그리고 회장이 떠나기 직전에 월드 게이트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일부 빼내왔어. 그리고, 스스로가 가상의 세계를 만드려고 했지."

"오오, 그런데 그꼴이 난 걸 보면 잘 안 된 모양이네?"

"음. 준비도 부족했고, 인력도 부족했고, 자원도 부족했지. 그래서 엉성하게 만든 가상 세계에, 영혼이 붙잡히고만 거야."


크으, 이 세상에는 영혼도 있었던 건가! 아주 그냥! 어?! 나는 왜 이때까지 유령 같은 흔하디 흔한 거 한 번 못 보고 살았을꼬!

후우, 어쨌든, 참 안타까운 이야기다. 무슨 목적으로 기술을 빼간 건지 모르는 지금은 마냥 안타깝다고만 생각되지는 않아도, 참, 운도 없지.


"나는 월드 게이트, 내가 원래 살던 세계에서 10년 정도 너를 기다리다가, 더이상은 못 참을 것 같아서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


그리고 방법을 찾았고, 그 결과가 지금의 이 모습이다 이건가? 파이도 참 대단하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지금 미로의 숲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파이는 그 자리에 없다는 이야기 아닌가? 어라? 나 이때까지 헛고생 한 거야?


"외뿔이에게 들었어. 너, 미로의 숲 아래에서 구덩이를 봤다면서?"

"그래.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내가 지금 이곳에 있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 구덩이 때문이야. 거기에 있는 건 나같은 데이터가 아니라, 너 같은 진짜였어."


...뭐라는 건지 모르겠네. 파이도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하는 걸 보면 잘은 모르는 것 같다. 어쩌다보니 우연찮게 성공하게 되었다, 뭐 그런 거 아닐까?


"그건, 정말 나도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어. 이 루시 로웰의 몸을 얻은 다음 이런저런 지식들이나 상식들에 대한 것을 알아내기는 했지만, 그것에 관한 정보는 없었어."


...그렇다면, 회장이 그 누구에게도 말하고 있지 않은 극비 중의 극비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나와 파이의 대화를 서서 가만히 듣고 있던 도르핀이 돌연 뭔가 생각이 난 것인지 우리 둘 사이로 파고 들어와 장낭스럽게 소곤소곤 말 했다.


"아마도, 세계가 부서지고 남은 찌꺼기일 거야."

"찌꺼지? 세계가 부서지고 남은 찌꺼기라고? 이 세계는 혹시 뭐, 이미 몇 번이나 같은 시간을 루프한, 그런 세계야? 그런 세계관 설정이야?"

"아니야! 그런 건 아니니까 아가 일일이 흥분하지 말렴. 말했잖니, 그 회장은 내가 모시는 분에게 푹 빠진 인간이라고."

"......뭐, 뭔데? 뭐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데? 뭐, 원래 회장이 살던 세계가 있었고 그 세계가 터지고 부서졌어, 그런데 회장이 그 찌꺼기를 모아서 이 게임을 만들기라도 했다는 거야?"

"맞는데?"


짝짝짝, 도르핀이 박수를 쳐주었다. 이제는 더 놀라거나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힘들어 나는 그냥 입 꾹 다물고 벽으로 기어가 기대고 앉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회장의 목적은 그 찌꺼기를 이용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인 것일까?

그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월드 게이트라는 게임의 이름대로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을 만드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굳이 또 말하자면, 원래 회장이 살던 세계를 멸망시킨건 내가 모시던 분의 작품이었지이."

"...파멸...!"


400년 전의 대영웅의 기억을 엿보았을 때, 글 뿐이긴 했지만 수많은 전투에서 상처 하나 없이 생환했던 희망의 대영웅조차 쩔쩔맸던 존재.

그래...어쩐지 뭔가 대영웅의 기억이랑 현재 상황의 연결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400년 전의 대영웅의 시대에 한 번 세계가 멸망했고, 그 멸망한 세계의 찌꺼기를 모아서 회장 이 세계에서 월드 게이트를 만들었고 그 이후의 400년을 자기 멋대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면, 회장이 신이라도 된다는 거야? 세계가 멸망했는데 어떻게 회장은 그런 짓을 할 수 있었던 거지?"

"응. 내가 모시는 분이 화끈하게 미쳐있는 사람을 좋아하거든? 회장은 그 기준에 아슬아슬하게 통과돼서 그 분이 소원을 하나 들어준 것일 뿐이야."

"소원......"

"세계가 멸망하고 그 찌꺼지만이 남은 세계에, 나와 함께 가능성을 아주 조금 남겨주면 안 되겠느냐고."


미친놈이 맞네. 그냥 세계를 멸망시키지 말아달라고 소원을 빌던가, 아니면 본인이 지배자로서의 위치에 있고 싶다면 그냥 그렇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어야지 이게 뭐하는 짓이야? 왜 이런 짓을 해서 나까지 피해가 오게 만드냐고.


"예외적인 일이기는 했어. 원래 세계의 완전한 멸망 이후에는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는 거라고 하는데, 회장 때문에 찌꺼기가 남게 된 거니까."

"그냥, 멸망시키지 말아달라고 할 수는 없었던 거야?'

"하하, 이게 조금 어처구니 없는 말이기는 한데. 그분이 멸망을 시키지 않았더라도 그 세계는 그냥 멸망했을 거야."


대영웅의 시점으로 보았던 과거는, 분명히 꿈도 희망도 없는 시대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멸망하고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채 사라질 것 같이 보이지도 않았었다.

그렇다면 이건 일종의 예언 같은 걸까? 예언을 듣고서 다방면으로 아무리 노력하고 바꾸려고 해도 결국 그 행동이 예언을 실행시키는 계기가 된다거나 하는,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그거?


"그 분은 정확히 말하면, 파멸시키는 존재가 아니라, 멈추게 할지, 계속하게 할지 가능성을 보는 분이야. 이런저런 모습을 보고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면 멸망시키고, 가능성이 보인다면 본인 스스로를 희생해서 세계의 계속을 이뤄내는 거지."

"...뭐야 그게..."

"아마도 회장은 그 과정을 본인이 직접 만들고 싶었던 거 아닐까? 세계의 창조와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하는 거지. 마치 자기가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야."


...뭐, 그래. 다 좋다. 다 좋다 이거야. 그런데 여기서 내 머리에 계속해서 드는 의문이 딱 하나 있거든?


"그걸 왜 내가 알아야 하는 거지?"

"응?"


이 세계가 어떻게 생겨먹었던, 회장이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던, 회장의 비밀이 무엇이든. 그걸 내가 왜 알아야 하는 거지? 왜 하필 나지?

뭔가, 회장이 안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부탁인데 나 말고 다른 정의감이 뛰어난 인간을 자극하기 바란다.

혹시라도 내게 무언가 바래서 이런 이야기를 해서 자극을 주고자함이라면, 미안하지만 나는 그저 조용한 삶을 꿈꿀 뿐인 어디에서나 볼 법한 평범한 소시민이다.


"도대체 내가 왜 이 일에 엮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러니? 어엄청 궁금해할 줄 알았는데에~"

"...별로, 알고 싶지 않아."


알 수 없는 일에 괴로워하고 짜증을 냈으면서 막상 가르쳐 주니 이러는 거, 엄청 한심해 보이고 답답해 보이는 거, 나도 안다.

그런데 내가 스스로 궁금증을 가지고 탐구하던 주제도 아니고, 지나가던 중에 날 치고 간 녀석이 뭐하는 놈인지 궁금해 하다 감당이 안 돼는 이야기를 듣고 은근슬쩍 한 발자국 빠지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잖아?


"후후, 걱정 말거라 아가. 회장이 뭔가 안 좋은 일을 하고자 했더라면 이 세계는 이미 절반은 날아갔을 거란다."

"......"

"우린 아가에게 무언가를 알아주었으면 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란다. 그저 아가가 너무 힘들어 하는 모습이 보이니 가르쳐 주는 것이지."

"차라리 대충 지어내고 둘러대지 그랬어..."

"아하하! 우리 아가, 그러기에는 아가 머리가 너무 잘 돌아가는 것 같지 않니? 여기 이 아이가 대충 둘러대는 말을 아가가 그대로 믿었을까? 내가 나타나는 순간 자기의 망상이 모두 사실이라 믿게 된 아가가 과연 내가 하는 거짓말들을 그냥 그렇구나 하고 듣고 넘겼을까?"


부탁인데, 다 꿰뚫어 보는 듯한 말은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그래도 조금 마음이 놓여버리는 건 내가 생각해도 너무 추하다. 회장의 일을 마냥 남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잊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고,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잊고 넘기는 것은 익숙하다. 나 홀로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버리고 그냥 마냥 살아버리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이제는 파이도 현실에서 볼 수 있고, 현실도 전에 그러했듯이 마냥 잔혹한 세계는 아니게 되었다.

이제는 그냥, 다 내려놓고 현상황에 만족하며 사는 것도 분명히 한 방법일 것이다.


[...포기하시겠습니까?]


하지만 순간 눈앞에 나타난 '그 멘트'. 나도 모르게 눈을 부릎뜨고 이를 꽉 물며 주먹에 너무 힘을 줘서 부들부들 떨리게까지 만드는 그 멘트가 다시 한 번 눈앞에 나타났다.

내 그런 순간적인 반응에 파이는 짐짓 익숙하다는 듯한 반응이었지만 도르핀은 조금 놀란 듯 동그렇게 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그저 오기로 이런 되도 않는 도발에 응해주었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동안, 이 도발은 내게 일종의 스위치가 되어버린 것 같다. 파블로프의 개마냥 그렇게 훈련되어 몸 깊숙이 새겨져버린 반사적인 것 말이다.

...후우...지금 이게 전부 현실이라면, 이 메세지를 띄우는 누군가가 있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그렇다면 말인데, 진짜 내 눈에 걸리면 타이핑하는 손가락 관절을 하나하나 역으로 꺾어버릴 거다. 정말이야.


"...오랜만이네."


노이로제로인한 분노로 머리가 깔끔해지고 행동이 간결해진 것 말이다.


"응? 뭐가?"

"셧 업! 나는 지금 집중 중입니다! 말 걸지 말아주세요!"

"어머머."


잡생각을 떨쳐낼 것처럼 마른 세수를 하고 생각을 정리한다. 쉽게 정리 되지 않는 마음이 끝까지 발목을 잡지만, 멈추기에는 내 호기심은 아직 마저 채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뭣보다 도발을 듣고서 참을 것 같은면 나는 진즉에 포기했다. 여기서 한 발자국 나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좋은 일인 것이겠지.


"...일단은, 회장의 목적이 뭔지는 분명한 거지?"

"추측은 하고 있지. 그런데 너도 보다시피 워낙 이상한 상황이잖니?"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거나, 혹은 도르핀이 모시는 분의 오마쥬를 한다거나, 너무나도 그럴듯한 목적으로 보인다마나, 너무 대놓고 보이다 보니 오히려 의심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그래, 그렇다면 됐다. 일단 그 일은 뒤로 미루도록 하자. 더 생각은 하지 않도록하자. 답이 없다, 이건.


"파이는, 지금 그 몸이 완전히 네 몸인 거야?"

"아니야. 내 절반은 아직 저곳에 남아 있을 거야."

"너도 잘 모르는 거야?'

"이 몸을 얻고 나서는 원래의 내 몸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어. 볼 수는 있었지만."


음, 과연. 파이나 나나 절반 정도는 찢어져 있는 건가. 여전히 목적은 파이를 만나는 것으로 해도 좋을 것 같다.


"게임 속에서도 회장의 비밀에 대한 힌트들이 숨겨져 있을까?"

"그렇지 않을까? 회장 그 녀석 하는 꼬라지를 보니까 특별히 들켜도 상관 없는 것 같아 보였어. 재미있다고 게임 속에 힌트를 숨겨놨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지."


...하긴, 정말로 비밀로 하고 싶다면 구덩이를 보고 이상함을 느낀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도 않았을 테고, 흑백의 세계에서 내가 대영웅의 그런 과거를 보게 내버려두지도 않았을 테지.

그게 아니라면, 회장이 그 세계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증이니,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뭐야, 아가도 우리 도와서 회장을 파해쳐 보게?"

"보고."


스케일이 커보이는 판에 뛰어들고 싶진 않다. 하지만 내게 닥쳐오는 일은...뭐 피하고 싶지만, 포기하겠냐는 내 하찮은 오기를 건드리는 말이 나를 무시하잖아. 그걸 참아? 아니? 난 안 참아.

지금 와서 생각한다. 내가 한참 정신적으로 힘들 당시에 이런 메세지를 던져주는 사람이 곁에 한 명이라도 있었더라면 조금은 덜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하여튼 난 인간이 착실하질 못해서 누가 옆에서 보고 있거나 자극을 줘야 꿈쩍이라도 하니, 참 못났어.


"음, 됐어. 이제 다 나가! 나 죽는 꼴 보기 싫으면 당장 나가!!!"


도르핀과 파이를 집밖으로 밀어냈다. 갑작스러운 내 모습에 도르핀이 적잖이 당황하는 것이 보였지만, 난 처음부터 제발 좀 나가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자, 그럼."


마음은 안정은 되찾았다. 조금, 억지스럽긴 하지만, 그냥 이것으로 만족할 것이다. 이 이상 따지면 내가 진짜 미쳐버린다.

생각해보면 내가 파이의 흐름을 조정할 수 있었을 때부터 화들짝 놀랐어야 했는데, 역시 현실에서의 나는 생각이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게임이나 할까..."


날보고 엄청 놀랐을 애들에게 조금이라도 설명은 해줘야 하니 얼른 들어가 보자.

콘솔 기기를 착용하고 익숙해진 감각에 몸을 맡기며 게임 세계로 다이브. 게임 속에서의 나도 어지간히 힘든 삶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이때만큼은 마음이 편해진다.


"아저씨!"

"안녕?"


눈을 뜬 것은 내가 죽었던 전함의 위. 파이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이 모두 모여 있다.

그리고 어쩐 일로, 알로 할아버지도 이 자리에 있었다.


"정신은 조금 괜찮은가."

"아, 네, 뭐."


어라? 어째선지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은데? 이거 뭐지?


"걱정말게, 자네를 그리 만든 어인들은, 지금 바로 멸족시켜버릴 테니."

"네?"


바다 위에는 수많은 범선과 무장한 병사들의 모습...마치 전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어어?


"...실화냐..."

"진짜일세."

"......실화냐......"


게임이, 조금은 하기 싫어질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게임하는 게이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8 가정 방문 20.12.09 52 1 16쪽
107 집안 사정 +2 20.12.08 61 1 15쪽
106 쉽지 않네. 20.12.07 118 1 13쪽
105 버려진 구역 20.12.04 61 1 14쪽
104 내기...? 20.12.03 89 1 21쪽
103 일 저지르기 10분 전 20.12.02 61 1 16쪽
102 회장님 시찰 오신답니다 20.12.01 33 1 17쪽
101 헤로손의 보고서 20.11.30 79 1 20쪽
100 찝찝한 영웅님 20.11.27 55 1 23쪽
99 고래 싸움에 새우가 20.11.26 64 1 24쪽
98 연애상담 20.11.25 70 1 16쪽
97 면접 20.11.24 69 1 19쪽
96 마지막 부탁 20.11.23 68 1 16쪽
95 새 생명의 탄생 20.11.20 48 1 18쪽
94 레이드 준비 20.11.19 73 1 16쪽
93 생각은 짧게, 행동은 빠르게 20.11.18 60 1 15쪽
92 물건 찾기...? 20.11.17 56 1 14쪽
91 불가능은 아닌 싸움 20.11.16 88 1 18쪽
90 선배와 후배 20.11.13 58 1 20쪽
89 시험의 탑 20.11.12 90 1 18쪽
88 영웅의 전당 20.11.11 102 1 21쪽
87 건드려서 좋을 거 없다 20.11.10 64 2 18쪽
86 집에 가고 싶다. 20.11.09 50 2 16쪽
85 잠 못드는 밤 20.11.06 65 2 15쪽
84 마음이 놓인다 20.11.05 60 1 18쪽
83 뒷일은 생각한 적 없습니다. 20.11.04 92 1 18쪽
82 통제불능 20.11.03 67 1 16쪽
» 게임이나 하자... 20.11.02 91 1 18쪽
80 판타지 소설 20.10.30 108 1 15쪽
79 과거는 떠올리고 싶지 않다. 20.10.29 89 1 2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오탱이'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