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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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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최근연재일 :
2021.08.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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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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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뒷일은 생각한 적 없습니다.

DUMMY

귀찮다. 솔직히 말해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이 마냥 귀찮다.

현실에서 파이를 만난 김에 그냥 다 내려놓고 생각지도 못했던 둘 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가능한 것 아닐까.

이제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뭐, 호기심이고 자시고 그냥 편한 마음으로 게임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말이다.


"하하하! 영웅께서 다시 오셨군!"


위에는 전함이 진을 치고 있는데 어인들은 나를 웃으면 반겨주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짜증난 죽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데 잘도 나를 이렇게까지 반겨준다.

그만큼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어마어마한 일이었던 것이겠지.


"...안녕~!"

"하하하 안녕하시오~!"

"아저씨, 진짜 괜찮은 거 맞죠?"


몰라,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내 상태를 보고 그리 정상적이지는 않구나 걱정하던 어인들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지.

암, 내가 무슨 일을 하든 경계하고 봤던 제국의 그 귀족들과는 다르다 이거야. 단물 다 빠지면 씹다 버릴 연합과는 다르게 이쪽은 내가 필요가 없어져도 영웅 취급은 해주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굉장히 좋다. 지금까지 내가 고생했던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거잖아, 그렇지?


"다시 보자더니 이렇게 금방 보게 될 줄은 몰랐네."

"상황이 그렇게 흘러갔네요. 하하!"

"하하하!"


후우, 일단, 일단은 정신을 차리고, 평소대로 게임을 진행하자. 지금 망가진 정신으로는 조금 힘들겠지만, 음, 난 할 수 있다. 화이팅!

하하, 이거 참. 방금 전까지는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또 평화롭다니, 나란 인간의 감정선은 어딘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어 있다.

잘못되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걸 그냥 잘못된 채로 두려고 하는 그 게으른 심보가 절정이다. 인간 고쳐 쓰는 거 아니라니까.


"그래, 설마 인간인 자네가 저 수면 위의 인간들과 싸우기 위해 이곳에 오진 않았을 테고,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간단한 설명을 하였다. 인간의 대영웅이라는 것들이 단편적인 정보만 듣고 잘못된 판단을 해서 실수로 여기까지 왔다고.


"하하하! 인간의 대영웅은 별 것 없군!"

"하하하! 그러게나 말입니다!"


뭐, 대부분은 제 잘못이지만요. 에롤이 설마 일을 이렇게 키울 줄 알았더라면 조금 더 신중하게 했겠지.

다만, 그렇게 되면 루시가 파이라는 사실을 조금은 늦게 알게 되었을 것이다. 회장이나, 이 게임의 진실이라거나, 솔직히 몰랐어도 좋았을 정보도 조금 더 천천히 접하게 되었겠지.

하지만 인생은 그리 만만하지 않으니,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는 것에 마냥 신이 나서는 치켜 올라간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하고 엉덩이 씰룩거리고 있을 운명에게 건배를 올리자. 마시다 뒤지라고.


"아저씨, 이렇게 아무렇게나 말했다가 나중에 또 잘못되면 어쩌려고 그래요."

"...어떻게든 되겠지. 이 아저씨, 이제 뒷일을 생각하는 것에 지쳐버렸단다. 하루 정도만 시간을 준다면 다시 똘똘한 척 하는 아저씨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으니 기다려주겠니?"

"징그럽게 왜 그딴 식으로 말해요? 진짜 어디 아파요?"

"머리가 아파."

"거기서 더 아프면 위험한 거 아니에요?"

"...나도 참, 왜 이렇게 욕 먹을 짓만 하는지."


그야 말로 경악하며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아이엔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어인의 영웅을 다시 바라보았다.


"우리 깔끔하게 본론만 말할까요? 보상 말이에요 보상."

"그래그래, 일단은 그 문제를 해결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겠지. 무엇을 원하나."


[심해의 검]

[깊은 심해에서 벼려낸 물의 힘을 품은 카란틀리아의 대검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명검.

물 속에서는 한손 검 정도의 크기이나, 바깥에서 사용할 때 원래의 그 거대한 크기를 되찾게 된다.]

[근력+223 방어력+367 매력+58]


"오오, 좋은 건가?"

"뭐, 썩 괜찮은 편일세. 쓸 수록 사용자에게 맞춰 성장하는 검이기도 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명검이 되어가겠지."

"그래요?"


솔직히 이 게임에서 이렇게 게임다운 시간은 거의 겪어보지 않아서 척 봐서는 좋은 건지 아닌 건지 바로 감이 안 잡힌다.

전의 스포티가 보여줬듯이 외견은 굉장히 아름다운데, 그런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아이엔이 관심을 보일 지는 잘 모르겠다.


"이거면 되겠나?"

"아직이죠. 얘 머리부터 발끝까지 싹 맞춰줘요."

"호오, 자네의 연인인가?"

"아니에요!"


정석대로라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여야 될 순간에 너무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인의 영웅을 죽일 듯이 바라봐, 나도 영웅도 같이 머쓱해져버렸다.

아니, 그렇게까지는...너무하네 정말...나도 애한테는 관심 없어...!


"어흠, 맞춰달라 한다면 당연히 장인의 물건들로 맞춰 줄테지만, 그것으로 보상 이야기는 끝이 될 걸세."

"으음...그냥, 그렇게 해주시고. 이 검, 땅에서도 쓸 수 있게 해주세요."

"그래, 그러지. 그럼 이 소녀는 부하에게 맡기고, 자네는 잠시 이리로 오게. 할 이야기가 있을 테지?"

"...후우...그래요, 갑시다."


아이엔이 영웅의 부하를 따라 계속 나를 힐끗힐끗 돌아보며 떠나가고, 나는 영웅의 뒤를 따라 걸어간다.

아직 시간은 밤이 되지 않았는데 너무 힘들고 졸리다. 현실에서는 잠을 못 잘 것 같으니, 차라리 이곳에서 자 버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영웅의 뒤를 따라 걸어가는 복도의 안은 당장이라도 전투에 뛰어들 것처럼 무장을 한 병사들의 모습이 하나 둘씩 스쳐지나갔다.

아마 아직은 대기 중인 걸텐데, 지금부터 이 싸움을 완전히 끝내야 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암담해지는 광경이다.

그래도, 부대에 있을 때 준비 중인 훈련이 갑자기 취소나 연기되었을 때의 기분을 생각해보면, 은근히 나의 편이 많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 저 병사들은 지나가는 나를 보며 얼른 없던 일로 해달라고 빌고 있진 않을까.


"오오, 진짜 용궁이다."

"진짜 용궁이라니. 자네가 지금 걷고 있는 모든 곳이 용궁일세."

"음? 그러면 용궁 안에 어인들이 다 모여서 살고 있던 거예요?"

"그래, 용궁은 어찌저찌 마법으로 물을 차단하는 것에 성공했지만 다른 주거지역은 그러지 못해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지. 몇 백년을 소수의 인원으로만 관리하던 주거지를 다시 재정비할 생각을 하면 정신이 아득해진다네."

"그것 참, 바쁘시겠어요."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하하하, 쓰게 웃는 영웅. 당장 이곳을 정비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고 바쁜데, 정작 필요한 곳에 시간을 쓰지 못함에 아쉬워하는 듯하다.


'이 영웅은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이 싸움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이곳에 온 것이 잘 된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안 오고 에롤이든 알로 할아버지든 뭐든 잘나신 대영웅 두명이 이 악물고 이곳으로 쳐들어왔으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무너져버렸을 것이다.

제국의 수도보다 작은 이 용궁 위로 대영웅이 둘이 떨어진다? 그만한 재앙도 없을 것이다.


"여기서...뭐라고 부르더라...수뇌부? 여튼 그 인간, 그 물고기들은 뭐라 그럽디까?"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자는 이들이 많네. 이제는 바다가 온전히 우리의 영역인데 무엇이 무섭느냐고 말이야."

"위에 대영웅이 둘이나 있는 건 알고 말한 겁니까?"

"우리는 오랜 시간 대영웅이라는 존재가 없었네. 그러니 대영웅이라고 해도, 그 대영웅이 얼마나 무서운 힘을 가진 존재인지 모르는 것이지."


실제로 영웅인 이 양반은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대영웅이라는 이름의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나는 아직 영웅의 끝자락이 보일락말락한 수준에 걸쳐 있으니 얼마나 큰 격차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 번 붙어본 파스티엔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백번을 덤벼도 못 이길 것이란 이미지다.

백 번 정도 덤비면 그때부터는 파훼법이 보일지도 모르지만, 대영웅은 단순한 몬스터 AI가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며 판단하는 괴물이다. 패턴 파악이니 뭐니가 안 통하고, 내가 파훼법을 생각해내면 그 파훼법을 막아낼 수단을 찾아낼 것이다.

그러니 대영웅과의 싸움은 대영웅과의 직접적인 싸움이 아닌, 대영웅이, 극한의 선함을 지닌 정신이상자들이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것을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래도 힘든 건 매한가지지만.'


"자, 이제 이 문을 지나면 안에는 우리들의 왕이 자네를 기다리고 있을 걸세."

"으음, 은근히 떨리네요 이거."

"...그래도 자네의 말이라면 잘 들어줄지도 모르니, 부디 부탁하네. 아직 이 카란틀리아에는 시간이 필요하네."

"네, 처음부터 그러려고 온 건데요 뭘. 그래도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면 끝장이니까 준비는 하고 있어주세요."

"후우...일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나 때문이지 뭐.

이 영웅이나 어인들은 다행히도 그렇게 생각해주지 않은 모양이다. 자신들이 힘을 되찾아 부리나케 달려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 하기 싫다!"


굳은 다짐과 함게 왕이 있는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이런 곳을 알현실이라고 부르는 걸까?

예법을 안 지키면 또 그거가지고 뭐라고 한 마디 할 것 같고, 마음에 안 드는 말을 하면 한 두마디 짜증을 내며 반박을 할 것 같은 뚱한 표정의 신하들의 얼굴.

스포티처럼 조금은 인간다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크기가 감히 골렘과 비슷할 정도로 거대한, 색 배합이 꼭 범고래 같은 왕이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어깨에 새하얀 미역 같은 것을 걸치고 있는데, 저거 비싼 거라서 저렇게 걸치고 있는 걸까?


"음, 만나서 반갑네. 짐은 카란틀리아 제국의 32대 황제, 케이일러 와엘 올사 라고 한다."

"와아, 이름이 정말 멋지시네요. 케이 황제님. 전, 인광입니다."


한 번 들어서는 기억못할 기괴한 이름을 가진 황제와의 첫만남이다.

나의 가벼운 태도에 신하들이 웅성거리고 나를 노려보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지만,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닌 것 같다.

...좀 봐줬으면 한다. 나에게는 저렇게 길고 기괴한 이름을 온전한 발음으로 수려하게 말 할 수 있는 능력은 탑재되어 있지 않다.


"신하들이 소란스럽게 해 미안하군.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어인들을 위해 헌신한 자네를 왜들 저리 미워하는지 원."


척 보기에도 젊어 보였는데, 젊은 사람 특유의 일단 반대하고 반항하고 보는 기질이 보인다. 솔직히 왕의 앞에서 예의를 안 차리고 있는 나를 보고 아무 말도 안 하면 그게 이상한 거지.


"그래, 이번 전투에서는 자네는 우리를 도울 건가?"


'와아, 세상에...'


무슨 일로 왔는가,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 아닌 '우리를 도와라.' 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는, 나도 나대로 강하게 나가는 것 말고는 지금의 이 사태를 진정시킬 방법이 없을 것이다.


"크흠. 사실 저는 이곳에서 인간들과의 평화 협정을 부탁드리러 왔습니다."

"호오, 본인들이 먼저 병력을 이끌고 이곳에 온 주제에 뻔뻔하군. 협박이라도 할 샘인가?"


칫, 누가 봐도 그런 상황이라는 것이 문제다. 문 앞에서 사람 여럿 세워놓고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하하!' 이건 그냥 협박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런 쪽으로 밀고 나가볼까? 네가 무슨 수로 대영웅을 상대할 거냐고 협박하면 정신 차리지 않을까?

아아, 미치겠네. 이거 영웅 승급 퀘스트랑도 관계 있는 거라서 조심해야 되는 건데 진짜.


"그렇게 보일 수도 있으나, 인간들 측에서는 인간들 나름대로의 타당한 반응을 보였을 뿐입니다. 아무렴, 갑자기 예상치 못한 강대국이 나타났는데 그것을 경계하지 않는다면 그 나라에는 제대로 된 지도자가 없다는 말밖에 더 되겠습니까."


쥐어짜자. 안 돌아가는 머리를 쥐어짜고 쥐어짜, 최고의 결말을 만들어보자. 일단은.

안 돼면 그때는 이곳에 심어둔 사슬을 잡아당겨 진짜로 다 무너뜨릴 것이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너뜨려 입 벌린 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만들어버릴 거다.


"그렇다면 병사가 아닌 사자를 보냈어야지. 뻔히 우리 카란틀리아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병사를 이끌고 온 것이 아닌가. 마치, 틈이 보이면 밀어버릴 것처럼 말이야."

"순서는 이상하지만, 여기 있지 않습니까. 인간들의 사자. 너그럽게 용서해줄 순 없겠습니까?"

"...하하! 우리들의 영웅이 용서를 해달라면 내가 못 해줄 것도 없지! 암! 우리가 자네에게 빚진 것은 감히 이 해저의 모든 황금을 긁어 모아 주어도 부족할 것이야!"


그건 좀 구미가 당기는 이야긴데, 영웅 이 자식은 겨우 아이엔 장비 좀 맞춰주는 걸로 퉁치려고 했단 거지?


"허나, 난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예?"

"우리 카란틀리아가, 우리 어인이! 다시금 바다를 지배하는 시대가 찾아왔노라! 모든 인간들에게 그것을 증명할 기회 말이다!"


큰일인데...저렇게 생각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설득은 물 건너 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미 본인의 머릿속으로 최고 가치를 이곳의 존재와 그 가치의 증명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무슨 제안을 한다고 해서 감히 그게 통하기나 할까.


"그으, 뭐냐. 지금은 시기가 조금 이르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크윽, 무너진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김인광! 이 이상 업보를 쌓으면 더이상은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마는 것이야!


"현재 카~란? 틀리아? 가, 분명히 빼앗겼던 힘을 되찾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바로 세상에 선보이기에는 인간들과 어인들의 400년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우리들이 인간들과의 싸움에서 질 것이란 의미인가?"

"인간들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겠죠. 본인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전장이고, 바다는 말 그대로 어인들의 집이니까요. 하지만 네, 감히 말하자면 저는 이 싸움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로부터 듣기 싫은 쓴소리를 하는 충신은 현왕의 통치 아래에서 빛을 발하고, 어리석은 폭군의 아래에서는 피를 흘려 왔다.

의도치 않게 쓴소리를 하게 되었는데, 과연 나는 이곳에서 빛을 발하게 될지, 피를 흘리게 될지.

두고 봐라. 내 귀한 피 한 방울이라도 흘러내리면 영웅이고 뭐고 간에 이 곳을 무너뜨려서 저기 흑백의 세상으로 던져 넣을 거니까.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지?"

"우선 첫 째로, 지금까지 물 속에서의 전투 경험이 없는 병사들과 지휘관들이 전투에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우리 어인들은 본디 바다의 아이.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살아가면 최후에는 저 깊은 심해에 몸을 누이며 바다의 양분이 되는 것이 운명이거늘, 무슨 혼란을 겪는단 말인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인은 지난 400년을 물속에서 지내지 못했습니다. 현재의 병사들이나 지휘관들은 물속에서의 싸움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단 말입니다. 그야 당연히 육지에서 살아가는 인간들 보다야 빠르게 적응할테지만, 그 짧은 혼란의 순간이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으음..."


훤칠하게 잘 생긴 남자가 인상을 쓰며 턱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놀랍게도,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단 말이 된다.

뭐 다른 방법이라도 있는가 했더니...이딴 것도 왕이라고...


"둘 째로, 압도적인 준비의 차이입니다. 위의 병사들은 각각 제국과 아이폿의 병사들입니다. 대륙에서도 압도적인 힘을 가진 이들이 싸움을 준비한 채 달려온 것이죠."

"준비라면 우리들 또한 수 백년을 해왔네. 지난 400년을 우리가 대체 무엇을 하면 지냈겠는가."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마지막 세 번째 이유로 인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밖에는 말 할 수 없습니다."

"말해보게."

"제국의 정견의 대영웅, 아이폿의 구원의 대영웅. 둘은 각자아...뭐더라...최강의 대영웅과 최연소 대영웅이라고 불리는 천재 중의 천재. 세계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하마터면 말을 더듬을 뻔 했다. 가장 많이 만났고, 가장 인상적인 게임 캐릭터들인데 그에 대한 걸 순간적으로 생각해내지 못해 분위기를 망칠 뻔 했다!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나는 황제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고민하는 듯해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대영웅이 그리도 강한가?"


말이라고 하나 그걸...어디 내놔도 세계관 최강자인 인간들을 두고서 진짜 모르는 소릴 한다.


"대륙에서의 평화는 감히 대영웅으로 인해 유지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만약 제국이든 어디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대영웅을 보유한 나라가 있다면, 단언컨대 그 나라가 대륙을 평정할 것입니다."


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내가 단언했다.

대영웅이 강한 것은 맞지만, 실제로 그들이 그런 역할을 하는지 아닌지 내가 알게 뭔가. 나도 그냥 추측만 할 뿐이다. 분명히 그럴 거야! 정도로.


"허나, 지금 이곳에서 순순히 자네가 내민 손을 붙잡는 것은 우리들의 위신에 피해가 온다네. 누가 보아도 군대를 끌고온 인간들에 겁을 먹어 평화 협정이라는 이름으로 항복한 것으로 보이지 않겠는가."


어찌어찌 이야기가 잘 통하고 있다. 내가 이곳에서의 위치가 영웅이었기에 이렇게 별다른 의심이나 반발 없이 지나갈 수 있었던 거지, 나 말고 다른 인간이 왔으면 무슨 말을 하든 씨알도 안 먹혔을 것이다.


'그러면 이제...이쪽에게도 좋은 조건을 걸어야 하는데...뭐가 없...어?'


그때, 내 머리속에 사극 영화 한 편이 흘러지나갔다. 그래, 사극같은 곳에서는 이런 상황이 종종 만들어지고는 하지...이래서 문화 생활이 중요하다니까?


"...오! 아! 그래! 제게 아~주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오! 과연 영웅이로고! 믿어도 되는 것이겠지!"

"물론이고 말고요!"


음! 오늘은 왠일로 남에게 빚을 지우게 되었다. 참 별일이 다 있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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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시험의 탑 20.11.12 105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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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건드려서 좋을 거 없다 20.11.10 64 2 18쪽
86 집에 가고 싶다. 20.11.09 51 2 16쪽
85 잠 못드는 밤 20.11.06 68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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