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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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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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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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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마음이 놓인다

DUMMY

"어, 아저씨."


범고래 황제와의 짧은 대화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이엔이 짠하고 나타났다.


"오오, 그거 네가 고른 거야?"

"네. 괜찮지 않아요?"


전체적으로 짙은 푸른색의 갑옷인데, 등 뒤에는 망토도 아닌 딱딱한 재질의 사각형의 통이 여러개 달려있다.

일반적인 게임이라면 여캐가 아니라 남캐가 입을 것 같은, 투구만 쓰면 어느 던전의 보스 몬스터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다소 강렬한 디자인의 갑옷이다.


"뭐야 그, 통은?"

"아, 이 검을 밖에서도 쓸 수 있게 보조해주는 장비래요. 레비인게 그 엘프처럼 물대포로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정도면 게임 내에서 종결급 장비가 아닐까 생각되는 화려하고 정교한 장비를 선물로 받았버렸다.

뭐! 내가 해준 일에 비하면 조금 아쉬운 보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말이야! 하핫!


"여기에 투구까지 쓰면 특수한 힘이 생긴 댔어요."


스윽.


투구를 쓰자 눈부위에서 푸른 안광이 번뜩이더니 등에 달려있던 사각의 통이 갑자기 비행을 하기 시작했다!

거, 건담인가! 건담인 건가! 우와 미쳐! 나, 나도! 나도 그거 할래! 스샷, 빨리 이 모습을 찍어야 한다! 우효!


"우와 쩔어! 개쩔어!"

"그래요? 좀 거추장스럽지 않아요?"

"로망을 모르는구만! 호, 혹시 저 통을 타고 날아다니는 거 돼? 팔에 장착하고 빵야빵야 쏘는 건?!!!"

"아저씨, 진정해요."


뭐 어때서. 나를 안내해주는 어인도 자기 일이라도 되는 것 마냥 기뻐하고 있잖아. 저 뿌듯해 하는 표정 좀 봐.


"이야기는 어떻게 됐어요?"

"음, 잘 됐어. 물론, 위에서 다시 우리 대영웅 아저씨들이랑 이야기를 좀 해봐야 겠지만."

"...후우...아저씨는 정말,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겠네요. 분명히 얼마 전까지는 하수도를 전전했던 것 같은데."

"그러는 너는 어떻고? 아하하! 나만 믿고 따라와! 아주 그냥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줄테니까는!"


지금 얘가 몸에 걸친 갑옷만 때다 팔아도 그게 돈이 얼마야...기사 일하다 못 해먹겠다 싶을 때 팔면 어디 넒은 집에서 고용인 여럿 데리고 졸부의 삶으로 일생을 보낼 수 있을 거다.


"검은, 손에 맞아?"

"음, 너무 묵직해서 지금 당장은 못 쓸 것 같아요. 그래도 이 검, 쓸수록 단단해지는 성질이라고 하더라고요. 당장은 제가 쓰고 있는 검보다 못 해도 후에는 괜찮을 것 같아요."

"어? 그랬어? 네가 그렇게 좋은 검을 쓰고 있었던가?"

"촌장님이 주셨어요."


오오, 과연...! 촌장님은 내가 보지 않는 곳에서 그런 일까지 하고 있었던 건가.

어쩐지, 내가 특별히 챙겨주지 않아도 나를 따라다닐 수 있었던 이유가 있었구만 그래.


"그래도 이 갑옷들은 굉장히 좋네요. 전부 장착하면 힘이 불끈불끈 솟아나요."


푸른 안광을 번뜩이는 건담 같은 외형과 아이엔의 목소리는 그다지 어울리지는 않는군. 생긴 건 버서커 같이 생겨선.

목 부위를 손가락을 툭툭 쳐서 완전 묵직한 느낌의 풀무장에서 스포티가 몸에 걸치고 있던 것과 비슷한 재질의 조금 끈적해 보이는 옷감이 덮대어진 가벼운 경무장으로 바뀌었다.


"...쩔어...!!!"

"그렇죠? 저도 이건 엄청나다고 생각해요."


굳이 말하자면 지금의 경무장은 일반적으로 게임 내에서 보이는 여캐가 입는 갑옷과 비슷한 느낌이다. 제복 위에 판금을 얹은 것 같은 그것 말이다.

어쨌든, 아이엔의 머리도 푸른 색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뭐 어쨌든."

"이건 별로인가 보네요. 바로 딴 이야기 하려고 하는 거 보면."

"아니 뭐, 익숙해서. 응, 그것도 잘 어울려."


그럼, 아이엔의 새로운 무장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하고, 이제는 올라가서 단판을 낼 차례다.

내가 해야할 일이라고 해봐야 둘에게 황제와의 대화를 전하고, 내가 멋대로 제국과 연합에게 사죄금을 지불하게 만들었다고 전하는 일일 뿐이다.

두 사람에게는 바라지 않던 형태의 연결이 되겠지만, 제국이나 연합이나 보통 세력이 아니다. 마냥 지고만 있을 것들은 아니겠지.


'내가 알 바도 아니고.'


내게 묻지도 않고 멋대로 일을 키운 것에 대한 보답이다. 원하던 대로 두 세력과 이곳의 교류도 이루어 냈으니 난 오히려 감사 받아야 할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잘못 돼도 하필이면 머리가 복잡한 오늘 나에게 접근한 두 사람이 나쁜 거다. 난 잘못 없다.

음? 내가 자초한 일 아니냐고? 글쎄? 기억이 잘 안 나네? 과거는 잊고 사는 편이라.


"어어, 그럼 이제 올라갈까?"

"아저씨는 저처럼 뭐 안 받아도 돼요?"

"나야 뭐...괜찮지 않을까 싶어. 가자."

"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인광님!"


다시 한 번 대나무를 꺼내들려고 했을 때, 화려한 색의 복장으로 치장한, 스포티와 비슷한 느낌의 어인들이 주르륵 몰려 나왔다.

으음, 수산물 시장에서 맡을 수 있는 냄새가 올라와서 기분이 조금 난감하다. 나름대로 꾸미고 온 걸텐데 이렇게 말하면 화내겠지?


"...무슨 일로?"

"저희 카란틀리아의 영웅을 배웅도 하지 않고 보낼 수는 없는 일. 괜찮으시다면 저희가 저 수면의 위까지 배우해드리겠습니다."

"어어, 뭐 그러시던가."


남이 배푸는 호의. 특별히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닌 내게 받은 것에 근거한 호의. 거절할 이유가 없다.

옆에 서 있던 아이엔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다 얼굴이 완전히 가려지는 중무장 상태로 돌아간 건, 이유는 잘 모르겠다.

물속에 두둥실 뜨는 듯한 묘한 부유감과 함께 부드럽게 바다 위로 떠오른다.

동화에나 나올법한 용왕님이 행차하시는 그런 느낌이 되어 어쩐지 조금 부담스러운 느낌이 든다.

...그래, 마치 진짜 왕이 걸어나온 것처럼 오색빛깔 찬란한 신하들을 옆에 잔뜩 두고 전함이 돌아다니는 바다 위로 나타나버렸다.


'...어, 이거 왠지 부끄러운데?'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재빠르게 나를 배웅해준 어인들에게 인사를 하고 알로 할아버지가 기다리는 전함 위로 뛰어올랐다.

극진한 대접을 받으면 돌아온 나와 아이엔을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맞아주는 두 대영웅.

...아니 또 뭔데...이렇게 배웅 받으면서 돌아온 거면 좋게 봐줘야지 왜 그렇게 복잡한 표정인 건데?

도르핀이 현실에도 존재하던 인물이었단 걸 알고 보니 눈앞의 둘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자 왠지 기분이 묘하다. 지금까지 느꼈던 현실감과는 또 다른 느낌이라 괜히 움츠러든다.


"자네도 참...오해받기 좋은 모습으로 나타나셨군."

"뭐가요?"

"그렇게 화려하게 어인들의 배웅을 받으며 나타나면 저희들쪽 인간이 아니라 어인쪽에 붙은 인간으로 보인다는 거죠. 저희야 아니란 걸 알지만, 다른 분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런지."


...흠...음...그 시원한 미남이었던 범고래 아저씨가 나에게 커다란 엿을 먹였군. 너 내꺼라고 침 발라둔 거란 의미지 이거?

혹시 나는 높으신 분들의 눈길을 끄는 무언가가 있는 거 아닐까? 회장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도대체 나는 무슨 인생을 살고 있는 걸까.


"뭐, 어쨌든. 잠시 대화나 좀 합시다. 시간 있죠?"

"하하, 시간 이제 별로 없어요. 빨리 안 하면 사람들이 더 몰려올 걸요? 제국은 어떨지 몰라도 연합 측은 돈은 많아도 쌓은 업적은 없다면서 실적에 미친 양반들이 좀 있거든요."

"제국도 별로 다르진 않네. 할 이야기가 있다면 짧게 끝내는 것이 좋을 테지."


그놈의 공이 뭐길래 사람을 이렇게 귀찮게 하는 건지 모르겠네. 나라면 그냥 집에 틀어박혀서 숨만 쉬고 살아도 행복할 텐데.

하긴, 그런 인간이니 이렇게 살고 있는 거겠지. 어쨌든, 시간이 없다고 하니 빨리 할 이야기를 하자.


"우선. 다행히도 어인들도 평화협정에는 그럭저럭 긍정적인 반응이에요. 몇몇 정치하는 물고기들은 당장이라도 싸우고 싶어서 근질근질한 것 같지만, 황제에게 약속을 받아왔으니까 괜찮을 거예요."

"이야, 인광 씨 은근히 사업가 기질이 있으신가봐요? 잘도 약속을 받아내셨네요."

"제가 어인들에게 좋은 인상이라 그런 거죠 뭐."

"그래서, 평화협정의 조건은 뭔가?"


두 사람에게 내 생각을 들려주었다. 돈 조금 주고 지금의 이 상황을 종식시키고, 앞으로의 연결 고리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이번에는 알로 할아버지는 미간을 찌푸리며 힘들어하고 에롤은 정말 잘 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과연, 제국과 연합의 가치관 차이가 여실히 보이는 반응이다. 어느 정도는 예상해서 별로 놀랍지는 않다.

제국은 '오래된 역사를 지닌 찬란한 문화로 대륙을 이끄는 제국이 사죄금? 보상?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반면 연합은 '뭐? 돈을 주면 무역로를 열어준다고? 개꿀!' 이라는 입장일 것이다. 이득을 위해서라면 뭔들 못 할까. 광기인 나까지 받아들이는 곳인데.


"인광 군...그 말은 제국더러 저 아래의, 카란틀리아에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란 의미인가?"

"뭐 어때서 그러십니까? 제국이 조금 머리 숙인다고 제국과 카란틀리아의 위치가 바뀝니까? 여전히 카란틀리아가 제국을 올려다봐야 할 텐데?"

"자네 연합측이야 그렇게 생각하겠지. 명예와 자존심이 아닌 이득과 계약으로 묶인 자들이니."

"머리를 숙이고 한 번 져주는 것이 뭐가 자존심에 금이 간다는 겁니까? 까짓거 한 번 져주고 다음에 크게 이기면 되는 거죠."

"한 번은 두 번이 되고, 두 번은 반복이 되어 역사가 되고, 관습이 될 걸세. 쉽게 고개 숙이고 후일을 도모하는 것은 비열한 자의 행위지."

"저희 연합이 좀 그렇긴 하죠! 그래도 그 덕에 지금은 제국과도 비등할 정도의 힘을 가진 세력이 됐지 않습니까?"


오, 오오...완전 도망가고 싶은데 이거...이대로 두면 두 사람이 진짜로 싸움을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크흠! 알로 할아버지! 이런 건 어디까지나 말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말의 차이?"

"네. 저쪽에는 사죄금이라는 명목으로 받아도 우리가 이걸 강대국이 약소국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하지만 정작 받는 카란틀리아는 그것을 사죄금으로 받아들일 테고 우리와의 관계에서도 강자의 위치에 서려 하지 않겠는가. 서로서로가 강자라고 우기는 관계가 얼마나 오래 가겠는가."

"거기에서는...융통성이 있는 사람을 고용해서."

"자네가 하겠는가?"

"네?"

"자네가 하겠다면 나도 자네 의견에 힘을 실어주겠네."


이, 이 할아버지가! 은근슬쩍 제국에서의 내 입지를 더 단단하게 만들려고! 나를 아주 그냥 완전히 제국에 묶어두려고 작정을 했구만 그래!

어디 돌려말하는 것도 아니고 이건 완전히 '제국으로 들어오렴.' 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수준이잖아?


"이미 어인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 자네가 제국을 대표해준다면 카란틀리아도 우리에게 마냥 내려다보려 하지는 않을 테지."

"하하, 너무 급하시네요. 에이에알로님. 정견의 대영웅이나 되시는 분께서 뭐가 그렇게 초조하십니까?"

"자네도 알다시피 내 나이가 어디 적은 나이인가. 조금이라도 제국을 위해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초조해질 수밖에. 아직 어려 연합의 미래를 몇 십년이나 책임질 수 있는 자네와는 조금 다를 수밖에."

"...하하하..."

"허허허."

차라리 싸워라! 둘이 아주 속 시원하게 싸우고 결정 짓자고! 제발 부탁이니까 내 앞에서 이러지 좀 말아주라...!


"저어...힘들게 평화협정을 끌어왔는데 이런식으로 무산시키시면 제가 좀...난감해지는데요?"

"자네는 내게 안 그런 것처럼 말하는군. 내가 인광 군 자네 덕분에 얼마나 골머리 썩었는지 알기는 하는가?"

"와아, 에이에알로 님, 너무 치사하다. 지금 그걸 핑계로 제국 편에 서달라고 말 할 셈이에요? 인광 씨, 정말 너무 치졸하지 않나요? 제국이라는 대륙의 패자를 자처하는 곳의 대영웅이."

"아니 뭐, 둘이 싸울 구실 찾으려고 이러는 거예요? 그럼 나는 신경 안 쓸 테니까 어디 멀리서 싸우다 오세요."

그리고 어쨌든 병력 물릴 구실은 찾았으니 공적에 눈이 먼 귀족들이 쳐들어온다는 상황은 피한 것 같은데? 둘 다 시간 많은가 봐?

설마 내가 아래에 있는 동안 계속 이러고 투닥거리면서 싸우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애들도 아니고 뭐하는 거야 정말.


"...후우, 알겠네. 일단은 어느 정도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군. 제국의 대영웅은 그리 권력이 강하진 않거든."

이미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알로 할아버지의 명령에 제국의 군함이 철수, 그 뒤를 따라 연합도 멀찍이 떨어져 철수한다.

...애초에 제국이 빠져야 빠질 생각으로 버티고 있었구만 이 인간? 진짜 목적이 뭐지?


"...인광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게다가 옆의 분은...아이엔 양 입니까?"


육지로 돌아가는 배 안. 파이를 제외한 모두와 다시 한 번 마주쳤다. 내가 다시 부활하자마자 아무런 설명도 없이 바다로 다시 뛰어들었으니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일행들은 꽤나 놀랐을 것이다.

알로 할아버지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있을 땐 엮이기 싫은 건지 뭔지 조금 멀찍이 떨어져 있었으니 처음부터 설명을 하는 것이 맞겠지.

길고 긴 인내의 시간. 겨우겨우 내가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대답과, 파이에 대한 것, 그리고 푸념 하듯이 늘어놓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의 일을 알려줄 수 있게 되었다.

특별히 돌려 말하거나 하지 않았는데도 일행들의 질문이 쏟아져 들어와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


"아무리 그 마녀분을 흔들기 위해서라지만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제가 모시는 분이 갑자기 그런...! 그, 그런..."

"와아, 레비 너 진짜 악질이다. 너 내가 그러고 있는 거 봤으면서 웃는 거야?"

"크윽! 하지만!"

"뭐가! 뭐가 하지만이야! 나 너 싫어!"

"허어...이거 굉장히 충격적이군요. 이방인이 저희들의 세계에 들어올 수는 있어도 저희들이 이방인들의 세계에 간섭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럼 저희들도 운이 좋으면 인광 씨의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건가요?"


이것들, npc라서 적응이 빠른건지, 아니면 이방인이라는 정체불명의 상식을 초월하는 것들과의 만남이 잦아 쉽게 받아들인건지 나는 패닉에 빠졌던 일을 너무 쉽게 받아들인다.

...아니, 너희들이 그렇게 쉽게 받아들이면 그 일 때문에 난리 쳤던 나는 뭐가 되는 거야...

너희들도 좀, 어?! '말도 안 돼!' 나 '거, 거짓말이지? 그런게 가능할 리가 없어!' 같은 말을 해주면 안 될까? 나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심지어는 말랑이는 약간 재미있어 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는데, 이거 혹시 내가 이상한 거야? 내가 좀, 피해 망상이 있어서 그랬던 건가? 어라?


"뭐, 어쨌든. 잘은 모르겠지만 이걸로 어인들과의 관계도 나름대로 괜찮은 상태인 거 아닌가요? 의도치 않게 아저씨가 평화의 중심이 되어버렸네요."

"...그게 또 그렇게 되나? 아하하!"


흠, 주목 받는 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이건 이것대로 그리 나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이번 일이 게임에 어떤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그저 던전에 불과했던 곳이 하나의 국가로 인정받게 되었고, 그것도 모자라 어인들은 완전한 자유를 되찾았으니까.

게다가 이 모든 것이 나의 공이 되는 거지. 이야, 이 정도면 영웅의 전당인가 뭔가 하는 곳은 하이패스로 지나갈 수 있는 거 아니야?


"아참, 촌장님. 영웅의 전당인가 하는 곳, 혹시 아세요?"

"알고 말고요. 이 대륙 전체에 그 장소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겁니다. 그 어떤 순간에도 중립을 지키는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오오, 영웅의 전당이라기에 나는 어느 국가에 소속되 기관 같은 것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개별적인 시설로 존재하고 있는 건가?

하긴, 어느 한 국가게 소속되어 있는 시설이라면, 게다가 영웅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라면 다들 무슨 수를 써서든 자기 것으로 하려 들겠지.

그래도 중립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시설 자체가 가진 힘이 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텐데...기대가 된다.


"도착했군요. 우선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다시 이야기를 하는 게 좋겠군요."

"으음, 저는 일단 알로 할아버지 쪽에 한 번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제국 쪽은 아직 이야기를 조금 해야될 것 같거든요."

"오오...이렇게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실 줄이야...오늘은 정말 많이 피곤하셨던 모양입니다."

"촌장님까지...대체 저를 어떻게 보셨던 거예요? 제가 뭐 그렇게 이상한 짓을 많이 했다고."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하!"


배가 육지에 닿고, 오랜만인 것 같은 땅을 밟을 때, 사박사박하고 누군가가 내게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실에서의 일 때문인지 조금은 머뭇거리는 모습이다.

병사들의 눈을 의식한 듯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온 파이. 음, 뭐라고 해야 하나. 테스터 시절, 그 미로의 숲에서 살던 그때가 떠오른다.

...그때의 기억도 뭐,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떠올리자면 나름 좋은 기억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오래 걸렸네."

"왜, 기다렸어?"

"기다렸지."


조금,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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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찝찝한 영웅님 20.11.27 55 1 23쪽
99 고래 싸움에 새우가 20.11.26 64 1 24쪽
98 연애상담 20.11.25 71 1 16쪽
97 면접 20.11.24 71 1 19쪽
96 마지막 부탁 20.11.23 68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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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생각은 짧게, 행동은 빠르게 20.11.18 61 1 15쪽
92 물건 찾기...? 20.11.17 57 1 14쪽
91 불가능은 아닌 싸움 20.11.16 97 1 18쪽
90 선배와 후배 20.11.13 58 1 20쪽
89 시험의 탑 20.11.12 98 1 18쪽
88 영웅의 전당 20.11.11 102 1 21쪽
87 건드려서 좋을 거 없다 20.11.10 64 2 18쪽
86 집에 가고 싶다. 20.11.09 51 2 16쪽
85 잠 못드는 밤 20.11.06 65 2 15쪽
» 마음이 놓인다 20.11.05 62 1 18쪽
83 뒷일은 생각한 적 없습니다. 20.11.04 99 1 18쪽
82 통제불능 20.11.03 71 1 16쪽
81 게임이나 하자... 20.11.02 92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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