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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게임하는 게이머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연재 주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0.09.07 13:54
최근연재일 :
2021.09.21 12:00
연재수 :
3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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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09,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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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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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고래 싸움에 새우가

DUMMY

"와아, 깜짝아."


갑작스러운 광신자들의 등장에 깜짝 놀라버렸다. 바로 방금 영웅이 된 것을 축하합니다~하고 팡파레 세례를 받고 있었는데 말이다.

진짜, 이 눈치도 없고 적당히도 모르는 쓰레기 같은 놈들. 당장 전부 죽어 사라져버렸으면 좋으련만.


[긴급 퀘스트 발생!]

[무수히도 많은 광신자들이 영웅의 전당을 습격했습니다! 그들을 저지하세요!]

[퀘스트 보상 : 뒤섞인 광기의 파편.]


이것들 분명히 숨어 지내는 녀석들이었는데 내가 영웅될 것 같으니까 방해하려고 온 건가?

광신자 녀석들 혹시 분파가 나뉘어져있다던가 해서 자기들끼리 권력 다툼하고 의견 대립이 이루어진다거나 해서 이 사단을 낸 건 아니겠지?

혼돈 그 녀석은 통화했을 때는 아직이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혹시 지금이 바로 녀석이 드러날 때란 건가? 난 준비가 된 셈이야?


"아버지, 꼭 이 자들과 싸워야 하는 건가요?"

"무슨 의미니, 딸."


퀘스트 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광기의 파편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새까맣고 뒤틀린 인간의 형태를 한 괴물.

번들거리며 빛을 내는 끈적이는 액체인지 고체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 것을 몸에 엎어쓰고 곳곳에 팔이며 다리, 눈이며 입 같은 것이 불규칙하게 돋아난 모습.

전에 자마니가 데리고 왔던 씨앗들이 비교적 멀쩡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 녀석들이 뿌리일 수도 있겠다.


[모닥: 아니야! 내가 만난 뿌리 녀석은 완~전히 새까만 녀석들이었어!]


"그래?"


그럼 저것들은 뭘까. 아니 목적은 뭘까. 나를 노리고 온 것은 분명할 텐데, 무슨 목적으로 그러한 행위를 자행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다만, 그런 답답함은 뒤로 하고서 이런 이벤트는 나쁘지 않다. 가뜩이나 면접을 하며 게임을 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루했으니 이런 게임 같은 이벤트는 환영이다.


"저들에게서 아버지가 가진 것과 비슷한 힘이 느껴져요."

"'광기'말이구나? 뭐, 그렇겠지."

"아버지의 사람이 아닌가요?"

"저딴 놈들 밑에 둔 적 없어."


뭘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지만 어련히 그렇겠거니 생각하고 있다. 광기인 나를 인신매매하니 어쩌니 하는 이야기도 들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본다.

내가 계속 광신자의 신념에 반하는 짓을 하면 언젠가는 나를 처리하러 오리란 것을 대충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흔히 들을 수 있는 레퍼토리다. 자기들이 신이라고 떠받들던 사람이 자기들 생각이랑 다른 말을 하면 '넌 신이 아니다! 가짜다! 저 자는 가짜! 신의 모습으로 우리를 우롱하려 드느냐!' 같은 소릴 하는 거지.


펑! 펑!


기둥 위에 올라서서 여기저기 펑펑 터지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직 이곳에는 대영웅인 알로 할아버지도 있는데 이것들 참 간도 크다.

다르게 생각하면 그만큼 자신이 있으니까 온 것이긴 할텐데...참 마음에 안 든다 하여튼.


"...좀, 많이 온 것 같은데."

"싸우실 건가요? 저는 준비 돼있어요!"


[찍찍: 하나하나의 전투력이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저희 병사들이 있다면 그리 어려운 전투가 되리라 생각되진 않습니다.]


......어? 잠깐만...생각해보니까 이번 시험에서 얻었던 찍찍이나 자연이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건...내가 있었던 그 숲이 실제로 구현되어 있는 지역 중 하나란 거잖아?

세, 세상에...또 한 번 엘프들과 같은 일을 벌이고 말았다. 나는 왜 이걸 이제야 깨달은 거지?

탑의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구현되지 않은 지역이나 그냥 따로 독립된 지역인 줄 알았는데?!


'혹시...내가 광기의 힘을 쓴 것을 알아차리고 찾아온 건가? 와아 미친, 소름끼치네.'


그렇다는 이야기는 그 지역에 실제로 순간적으로 에셋이 실존하고 있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에셋은 탑이나 궁전에서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인 건가?


"...뭐, 일단. 찍찍아, 애들 데리고 오려면 얼마나 걸릴 것 같냐?"

"명령만 내려주신다면 30분 내로 대령하겠습니다."

"그래, 애들 데리고."


쿠웅!


마치 판타지 소년 만화처럼 뭔가 거대한 기에 짓눌린 것 같은 느낌이 순간적으로 내 몸을 덮쳤다.

압도적으로 불길한 기운이 하늘에서부터 천천히 떨어져 내리는 것이 느껴진다. 본능적으로, 그 불길한 기운의 정체가 소문만 무성한 뿌리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힘겹게 고개를 들어 거대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올렸다.

거대한 몸집에 무수히 많은 새하얀 손이 뻗어 나와 몸을 덮어 마치 악마의 갑옷처럼 보인다. 저 손은 일종의 비늘 같은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몸집에 비해 작은 머리의 위에는 태양을 표현한 것 같은 새까만 링이 떠있고 등 뒤로는 끈적한 액체를 흘리는 구체가 보인다.

달리 할 말이 없는, 보스 몬스터의 등장이다.


{어리석은 이들이 어찌 이리도 많은지.}


[광신자의 일원 13번째 뿌리 '파멸의 태양을 짊어진 성기사' 가 현신했습니다! 너무나도 위험한 존재입니다! 그와의 싸움은 피해주세요!]


"모닥아...너 저런 거랑 만났던 거니?"


[모닥: 쟤 보다는 약해 보이는 애랑 만났지! 저런 거랑 만났는데 내가 어떻게 빠져나왔겠어?]


새하얀 얼굴에 경멸이 가득 담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천천히 지면을 향해 떨어져 내려오는 뿌리.

혼돈 녀석이 대영웅 둘이 있는 자리에서 뿌리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기에 어지간히도 강한 몬스터인가 보다 했는데, 상상 그 이상이다. 이런 건 알로 할아버지에게서도, 에롤에게서도 느껴본 적이 없는 강렬함이다.

흐름을 읽어내보려 해도 녀석의 주변의 흐름은 지극히도 왜곡되어 도르핀이라면 모를까, 나는 저 녀석의 흐름에 조금이라도 간섭할 수 없을 것 같다.


"와아, 대영웅 급 이상인가? 게임 밸런스 미쳤네."

"아버지, 고개를 숙이세요."

"어? 왜?"

"곧...옵니다!"


쾅!


뿌리의 강렬함에 눈길을 빼앗겨 한참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던 내게 저 뿌리 녀석이 뿌리며 내려오던 존재감보다 강렬한 무언가가 폭발적으로 덮쳐왔다.

전혀 불길함이 묻어 있지 않은, 그저 압도적인 그 힘은 온몸에 뿌리내리려 하던 뿌리 녀석의 불길함을 쳐내주었지만, 강렬한 압력에 몸이 날아가버릴 것만 같았다.

아니! 지금 날아간다! 지금 날아가고 있다! 바람을 맞은 것이 아니라 댐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줄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크윽!"

"주인님!!!"


한 박자 빠르게 내 품 안으로 파고들었던 자연이를 끌어안고 몸을 웅크린 나를 찍찍이가 황급히 뛰어와 내 방패 역할을 해주어, 찍찍이는 많이 다쳤지만 다행히도 나는 많이 다치지 않았다. 이 충신에게 나중에 뭐라도 하나 선물해 줘야겠다.


"이거...알로 할아버지야?"


딱밤 한 번으로 내가 생사의 경계에서 고무줄 넘기 하게 만들었던 알로 할아버지가 약할 리는 없지만, 이건 생각 이상이다.

대영웅을 보며 항상 핵폭탄 같은 인간들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 이럴 줄은 몰랐다.

카란틀리아...잘못해서 정말로 제국이든 연합이든 어디 하나라도 척지게 되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정견의 대영웅...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 이곳에 있었군.}


알로 할아버지의 기운에 맞서듯이 뿌리 녀석도 눈을 부라리며 더 큰 힘을 폭발시켰지만, 알로 할아버지가 한 수 위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 최강의 대영웅이었지.


'그런 인물이 있는 곳에,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달려왔다? 나와 통화에서 파이의 이름을 말했던 혼돈이 있는 광신자의 뿌리가?"


광신자 내에소 파벌이 나눠져 있는 건가? 온건파 강경파로 나뉘어져 혼돈의 말을 듣는 녀석들과 듣지 않는 녀석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저 녀석은 혼돈에게 아무런 정보도 듣지 못한 채 이곳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야겠지...아무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온 것이다.


"...찍찍아, 애들 빨리 데리고 와."

"예? 하지만 저희들이 이곳에 있어 봐야 방해밖에는...!"

"어허, 점수 따야지."


알로 할아버지가 저 녀석에 비해 한 수 위인 것은 확실하지만, 저 녀석도 또한 대영웅 급은 되는 녀석이다. 그런 녀석과 싸우며 지금 궁전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녀석들을 견제하기는 힘들 것이다.

알로 할아버지의 정신을 온전히 저 뿌리 녀석에게 집중시키는 것이 현재의 사태를 가장 빠르게 진정시키는 방법일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이 자리에서 활약하며 그만큼 궁전이든 제국에든 빚을 지울 수도 있다. 그 사실 자체가 내게는 이득이다.

썩, 괜찮은 베팅이라고 생각한다.


"...명을 받들겠나이다!"

"딸, 생쥐들한테 버프 걸어줄 수 있어?"

"저만 믿으세요. 믿음에 보답할게요."


자연이를 찍찍이에게 맡긴 뒤 모닥이를 소환하여 나란히 선다. 30분을 버티면 생쥐들이 오고 수로 압도할 수 있다. 인해전술이 무식하기는 해도 그 만큼 머릿수는 훌륭한 무기이기도 하다.

당장 영역 스킬을 발동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우선은 상황을 조금 더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 저 뿌리는 나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보이니 괜히 영역 스킬을 써서 광기의 힘을 흩뿌리며 내 존재를 어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 막무가내로 나타난 건데...저놈들은 대체 뭐하는 놈들이야?"


뿌리보다 앞서 나타났고 뿌리의 뒤를 따라 쏟아져 나오는 몸의 절반이 이상한 검은 무언가에 집어 삼켜져 뒤틀린 생명체가 되어버린 괴물들.

뒤섞인 광기의 파편을 준다고 했으니 분명히 광기의 힘에 잡아먹힌 것이라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내가 상대할 수 있는 녀석들인가?


[영웅의 전당에 머무는 영혼들이 불굴의 의지를 불태우는 당신에게 힘을 불어넣어줍니다! 스테이터스가 대폭 상승합니다!]


음! 싸울 수 있겠네! 가자가자!


후웅!


기다렸다는 듯이 광신자들이 보내온 몬스터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팔이 두 개 더 달려 있고 커다란 입을 딱딱 거리는 징그러운 녀석이었다.


퍽!


내가 움직이기도 전에 모닥이가 먼저 주먹을 뻗어 녀석을 공격함과 동시에 녀석의 몸에 불을 지폈다.

모닥이의 확실한 공격력은 이미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 불 때 마다 새롭게 듬직하다. 끈질기게 말을 걸어 친구가 되었던 보람이 있다.


촤르륵!


불이 붙어 고통스러워 하는 녀석의 몸에 사슬을 두른 뒤 투포환을 하는 느낌으로 빙글빙글 돌려 녀석이 집단으로 뭉쳐 있는 곳을 향해 집어 던졌다.


"우선! 저기부터!"


쿵!


한껏 업된 몸의 성능을 주체하지 못하고 궁전의 사람들이 교전 중인 전장에 뛰어들며 광신자 녀석들과 몸이 부딪혀 한 녀석이 터져나갔다.


"이것들 뭐야!"

"불굴의 기사님! 광신자의 새싹입니다! 그리 강력한 전투원은 아니지만 수가 너무 많아서!"


궁전에서 살아가는 npc들도 그렇게 약하게 설정된 것은 아닐테지만 적이 수가 많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훤히 보인다.

나를 탑으로 안내해주었던 녀석은 이미 목이 따여 죽은 것을 확인했다. 면접관을 하던 누나가 그 자리에 있던 것 같은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일단 다들 물러나서 확실하게 준비부터!"


쾅! 쾅!


이게 무슨 진짜 전쟁터도 아니고 대영웅 급이 싸움을 시작하니 아래에 있는 불쌍한 중생들은 제대로 서 있는 것조차 힘들다.

싸우려면 즈그들끼리 싸우고 다칠 것이지 저 둘이 주먹 한 번 무기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땅이 갈라지고 바람이 터져나온다.

...이거 생쥐들이 몰려오면 그냥 한 방에 싹 다 죽어버리는 거 아닌가 몰라.


"전부 탑의 앞으로 모여요! 제가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갈 테니까 그곳에서 버티고 있어요!"

"아, 알겠습니다! 무운을 빌겠습니다 불굴의 기사 님!"


이제는 영웅인데...뭐 좋다. 아직 영웅다운 실적은 없으니 이곳에서 확실히 영웅다운 모습을 보이도록 하자.

모두를 위하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세계가 잘못된 것이다. 그런 선행을 배푼 내가 잘못 됐을리는 없잖아, 그치?


쿵! 콰지지직!"


한참 사람들을 탑으로 이동시키고 있던 중 세상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다친 알로 할아버지가 하늘에서부터 뚝 떨어졌다.

그래도 아주 크게 다친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 알로 할아버지는 어느 정도 여유는 있었던 모양인지 주변을 둘러보다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인광 군! 왜 아직도 이곳에 있는가!"

"전당 사람들을 탑쪽으로 모으고 있어요! 할아버지는 내쪽은 신경 쓰지 말고 저놈이랑 싸우는 것만 집중해요!"

"광신자들이 노리는 것은 자네일 것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가! 지금 이곳의 모두가 살아도 저들이 자네를 데리고 가면 우리의 패배란 말일세!"

"아! 말이 많아! 그렇게 안 되게 할아버지가 저놈만 확실히 마크해요!"


나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내가 어떻게 생겨먹은지도 모르는 녀석인 것 같지만 광신자들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가 나 말고 또 뭐가 있겠어.

그러니 일이 길어져봐야 다른 뿌리 놈들이 찾아올 확률만 높아진다. 다르게 생각하면 어지간해서는 다른 뿌리는 찾아오지 않는다. 본인들의 모습을 드러낸다는 행동 방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동 방식이니까.

지금 저 뿌리가 뭔가 확실하게 준비를 한 채 온 것이라면 또 모를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온 녀석이 뭐가 문제야.


"지금 내 애들이 병사 이끌고 이쪽으로 오는 중입니다. 할아버지가 저 녀석을 확실하게 붙잡아두면 내가 알아서 아래쪽 난장판은 해치운다고요, 오케이?"

"자네가 하지 않아도 다른 이들이 그리 할 것이야! 이곳은 위험하니 도망가라니까!"

"대영웅 급인 괴물이 나타난 시점에서 할아버지 근처 말고 어디가 또 안전합니까? 나 뺏기기 싫으면 얼른얼른 해치우고 끝내요. 알아 들어요?"

"......!"


마지막 말은 순간적으로 생각해낸 것치고는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다. 알로 할아버지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이 대사만큼 알로 할아버지의 사기를 높이는 방법이 또 있으랴.

게다가 이런 빌드업이 있어야 내가 나중에 뭔가 안 좋을 일을 내서 쫓기는 경우가 생겨도 한 두 번 정도는 봐주는 경우가 생기는 거지.


"마음에도 없는 소릴 잘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자네는 수치라는 것도 없는 건가?"


...음! 역시 정견의 대영웅!


"에잇! 좋은 일 하겠다는데 말이 많아! 것보다 여기서 나랑 수다 떨 시간 있어요? 엄청 여유로우신가 봐?!"

"쯧쯧, 커서 어찌 되려고 저러는지..."

"우리 부모 같은 말 하지 마시죠! 얼른 가서 할아버지 일이나 해요!"


몇 번이나 나를 못미덥게 쳐다보던 할아버지는 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다시 뿌리를 향해 달려갔다.

이렇게 떠들어도 될 정도인 것을 보아서는 싸움도 얼마 가지 않아 끝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빨리 끝나지 않는 것은 아마 뿌리의 목적이나, 힘의 정체를 알 수 없어 할아버지가 조심하고 있는 탓이겠지.

그러니 나는 적당히 사람들을 도와주고 시간이나 끌면 된다는 의미지!


"자! 얼른 이동합시다! 가다가 저 괴물 같은 것들 싸움에 휘말리지 않게 조심하고!"


지금도 무슨 새까만 파도 같은 것이 몰려오려다가 조각조각 나며 흩어지거나 바람이 칼날처럼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다거나 하는 미친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있으니 정말로 조심해야 한다.

나는 물론이고 여기 있는 모두가 한 방 맞으면 그 날로 황천행이다. 알로 할아버지 공격이야 그렇다 쳐도, 뿌리의 공격을 맞은 뒤에도 부활이 가능할지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 포인트다.


"불굴의 기사님! 이곳입니다!"


탑 앞에 모여 있던 궁전의 사람들이 힘겹게 새싹들과 싸우며 추가 인력을 이끌고 달려오는 나를 보고 다급하게 외친다.

정말 수가 많아도 너무 많은 새싹 무리에 나도 말문이 막힐 것 같다. 이런 건 좀비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아빠! 내가 커져서 싹 다 잡아 먹어버릴까?"

"안 돼. 넌 커도 너무 커. 잘못해서 뿌리 녀석이 너를 보고 이쪽을 타겟팅하면 곤란해. 전부 때리고 차서 불태워!"

"전부 내가 잘 하는 거네! 맡겨만 두라구!"


그 뒤로는 무쌍류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다. 멈추지 않고 계속계속 움직이며 새싹들과 싸웠고 잔뜩 펌핑 되어 있던 덕에 나름 수월하게 싸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껏이다. 정말 무쌍류 게임처럼 내가 휘두른 주먹의 바람에도 공중에 붕 뜨고 이후 이어지는 연계 공격을 전부 다 맞아주는 친절하고 속시원한 시스템이 아니다 이 게임은.

범위 공격으로 계속해서 선이나 점이 아닌 면의 공격을 의식하며 진행해야 이 물밀듯이 들이쳐오는 새싹들의 진격을 조금이라도 멈춰둘 수 있다.

몸이 부서져도 괴상한 소리를 내며 궁전의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만드니, 이건 뭐 사실상 패배가 정해진 컷신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광신자의 새싹 267/??? 처치!]

[뒤틀린 광기의 파편을 2개 획득하셨습니다!]

[아군이 습격을 당해 뒤섞이고 있습니다! 도와줘야 합니다!]

[과도하게 사슬을 휘둘러 어깨가 탈골되었습니다! 뼈를 다시 맞추기 전까지 공격력이 현저하게 감소합니다!]


'난장판이네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있다. 사슬을 이용한 공격이며 흐름을 이용한 상대 진형 흔들기 등등, 열심히 하는데도 점점 밀려가고 있다.

알로 할아버지 쪽도 싸움이 길어져가고 있으니 이쪽의 일이 마무리 되려면 한참은 더 버텨야 할 것 같다.


"포기하지 마세요! 우리는 정견의 대영웅의 비호 아래에 있습니다!"

"기사님!!! 방벽이 무너졌습니다! 지, 지원을! 으아아아!"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 이상은, 이 이상은!!!"

"인생 참...!"


이대로 가다가는 좋은 일을 한다는 목적이 사라지고 만다. 전부 다 죽어 사라진 곳에 나 혼자 손 흔들며 맞아주면 할아버지가 퍽이나 좋아라 하려고.


"별 수 없지...모닥아!"

"모닥이 준비 완료!"


영역 스킬을 사용하면 보나마나 뿌리 놈이 나를 알아차릴 테지만, 그래도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려면 별 수가 없을 것이다.


후웅.


탑을 나와서는 처음 사용하는 영역 스킬. 준비를 끝내자마자 나를 중심으로 불길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영역의 안으로 들어온 새싹들의 몸에 스며들어 녀석들의 몸을 비틀어 죽여버린다.

이 정도의 힘을 낼 수는 없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녀석들이 나와 연관이 깊은 녀석들이다 보니 힘이 더 잘 전달되는 것 같다. 쯧, 처음부터 이렇게 될 운명이었나?


"전부 탑쪽에 딱 붙어요! 절대로 가까이 오면 안 됩니다!"

"기, 기사님! 지금 도대체 무엇을!"

"어어...희생?"


파앙!


탑 안에서 몇 번이고 사용해봤기에 이제는 상당히 익숙하고 모양도 외뿔이와 싸울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안정적이다.

검은 불꽃으로 만들어진 짐승의 팔다리가 내 팔다리를 덮고, 세계의 조각을 박아넣었던 가슴에서부터 내 몸에 뿌리 내려가는 새까만 불길이 마치 혈관처럼 뻗어나간다.

심장이 오싹하다 느낄 정도의 고양감에 일그러지는 얼굴을 감싸 쥐고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며, 크게 소리쳤다.


"전!!! 부!!!! 여기!!!! 집중!!!!"


온몸의 힘을 모아 폭발시키듯이 고함을 지르며 몸에서 사슬을 발사해 새싹을 꿰뚫어 광기의 불꽃으로 불태운다.


[유사 사자후의 효과로 인해 새싹들의 시선이 집중 됩니다! 당신의 거대한 외침에 적들이 겁에 질렸습니다!]


'빠르게 해치우자!'


다분히도 게임같은 상황에 나도 모르게 찢어져라 미소 지으며 새싹들을 향해 돌진해 내 사슬에 꿰뚫린 놈들을 실 끝에 묶인 추처럼 여기며 빙글빙글 돌려 녀석들을 쳐낸다.


"싹 다 뒤져!!!"


{그곳에 있었습니까, 광기시여.}


엇.

누군가의 시선이 확실하게 나를 향하는 것이 느껴진다.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내게 건 말이 선명하게 귓가에 울린다.

그 짧은 한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뿌리의 목소리만이 내 귀를 파고 들어와 머리속에 웅웅거리는 듯 했다.

예상은 했지만 설마 할아버지와 싸우면서도 내게 시선을 돌릴 시간이 있을 줄이야.


쿵! 콰과과!


내게 건넸던 말의 매아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땅이 흔들리는 진동과 함께 수많은 손에 뒤덮인 거대한 손이 나를 향해 뻗어왔다.

알로 할아버지와의 싸움에서 큰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어떻게 하기 위해 이렇게 행동한 것이다.

이쯤 되면 차분히 앉아서 대화라도 나누고 싶은 기분이다. 대체 나한테 왜 이렇게까지 집착을 하느냐고, 제발 신경 좀 끄고 알아서 살아 망할 것들아.


콰지직!


그런데, 무언가가 부서지고, 무너지는 소리는 내 등 뒤, 탑쪽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굉장히, 불길하다.


"조심!"


슈욱!


짧은 절삭음, 나를 향해 뻗어오던 뿌리의 팔은 잘려나갔고, 이후의 할아버지의 공격에 뿌리는 회복 못할 상처를 얻게 된다.


{...통한의 실수...하다못해 너희들과 함께 가리라.}


나의 등장에 눈이 멀어버려 나만 바라본 것이 실수라 말하던 뿌리가 비늘처럼 몸을 덮고 있던 수많은 손을 동시에 움직여 뿌리 자신의 몸을 잡아 뜯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나도 모르게 실소할 정도로 거대한 흐름이 뿌리의 몸 안에서부터 터져나오려는 것을 알아챘다.


"자, 자폭?!"

"설명 고맙네!"


콰지직!!


신비로운 빛이 하늘에서 떨어지며 만들어지는 전당의 그 신비로운 무지개가 알로 할아버지가 든 검에 집중되기 시작했고, 탑에 균열이 가며 나는 소리도 점점 커져갔다.

상황 파악이 잘 되진 않았지만 나도 도울 생각으로 사슬을 뻗어 뿌리의 몸을 두르고 하늘 높이 집어던졌다. 급하게 던져 직각이 아니라 대각선, 탑쪽을 향해 던져버렸다!

잘못하면 탑에도 할아버지의 공격이 가해질 테지만 그래도 공격은 멈출 수가 없었고 알로 할아버지는 절로 고개를 할아버지에게 향하게 할 정도로 거대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빛에 싸인 검을 자폭하려는 뿌리를 향해 찔러 넣었다.


쿠쾅!!


검을 내지를 때는 절대로 나지 않을 소리와 함께 빛의 검이 있는 힘껏 뿌리에 박혀들어갔다.

다행히 탑은 정말 튼튼한 재질로 만들어진 것인지 대영웅의 전력을 다한 공격에도 흠 하나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어쩐 일인지 그 전에 탑에 난 균열은 더더욱 커졌다.


{......파멸의 때를 여는 것은...당신이 아닙니다......!]


"...뭐래."


{파멸은...반드시...돌아온다...!}


펑! 쾅!


할아버지의 공격으로 힘이 상당히 줄긴 했지만 뿌리는 결국 탑의 근처에서 자폭을 해버렸고, 탑이 흔들릴 정도로 큰 충격을 주며...아니 정말로 탑을 터트려 버렸다! 그것도 아주 성대하게!

나도 알로 할아버지도 당황하기는 했지만 움직임은 빨랐따. 터져버린 탑이 떨어뜨리는 잔해의 아래, 황급히 영역 스킬을 끄고 탑의 아래로 대피시켰던 사람들을 그곳에서 다시 대피...시키려 했는데.


"주인님! 제가 돌아왔습니다!"

"아버지! 저 왔어요! 끝났나요?!"


뿌리의 폭파로 만들어진 균열의 사이로 튀어나온 건지 뭔지, 찍찍이와 자연이가 생쥐 병사를 수 천을 이끌고 무너져가는 탑을 더 무너뜨리며 등장했다.


"...자네..."


뿌리가 터졌던 공중에서 산산조각이 난 생쥐 병사들이 후두둑 떨어녀내리는 것을 보며 할아버지가 조용히 내게 시선을 돌렸다.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탑을 무너뜨린 건 안에서 튀어나온 우리 애들인 것 같긴한데, 저는 몰랐어요! 이 아이들이 향한 곳이 탑의 안인 줄 몰랐어요! 정말이에요!


"아, 아니에요...이번엔 저 진짜 아니에요!!! 믿어주세요!"


...하아...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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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기대감 21.02.08 25 1 18쪽
150 회장의 준비 21.02.05 21 1 12쪽
149 경계는 점점 옅어진다 21.02.04 25 1 18쪽
148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 21.02.03 24 1 16쪽
147 파멸을 만나다 21.02.02 21 1 15쪽
146 전설의 대장장이 21.02.01 27 1 17쪽
145 오 선생! 나의 선생! 21.01.29 29 1 13쪽
144 다행이다 21.01.28 26 1 14쪽
143 우정의 대영웅과의 첫 만남 21.01.27 26 1 13쪽
142 여권 발급 중 21.01.26 30 1 25쪽
141 지하 왕국 입국 절차 21.01.25 28 1 11쪽
140 믿음의 이유 21.01.22 32 1 12쪽
139 광신의 이유 21.01.21 32 1 12쪽
138 대규모 ㅇ업테이드 함빈다. 21.01.20 34 1 19쪽
137 파멸의 전조 21.01.19 26 1 18쪽
136 버려진 구역의 희망 +2 21.01.18 33 1 13쪽
135 괴리감 21.01.15 29 1 21쪽
134 광기의 축제 21.01.14 28 1 13쪽
133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 21.01.13 28 1 13쪽
132 희망이 태어난 마을 21.01.12 25 1 11쪽
131 꽃의 부탁 +2 21.01.11 39 2 18쪽
130 광신자의 꼬리 21.01.08 29 1 17쪽
129 너, 나랑 게임하자 21.01.07 28 1 10쪽
128 저렇게, 되고 싶진 않다... 21.01.06 26 1 15쪽
127 정산 21.01.05 32 1 17쪽
126 광기와 희망 21.01.04 31 1 14쪽
125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21.01.01 32 1 14쪽
124 공격대 모집합니다~! 20.12.31 33 1 17쪽
123 질투 20.12.30 34 1 8쪽
122 보살핌이 필요하다 20.12.29 38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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