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시험
해당 소설은 실제 역사적 사실과 인물 사건을 바탕으로 진행 하지만 세부 사항이 다를 수 있으며, 가공된 인물이 등장할 수 있으며, 인물들의 묘사는 전부 허구입니다.
“아바마마, 기체후 일향 만강하시옵니까?”
“어서 오너라 세자야, 아비는 평안하단다. 헌데, 그것을 누가 세자에게 알려줬더냐?”
‘우아. 역시, 킹 갓 제너럴 스승님이셔!’
이영은 정천에게 여러 가지를 추가적으로 배우고 돌아왔는데, 그중에서 이 인사법을 배워서 금일 아침 문안인사에 적용하였는데, 킹 갓 제너럴 같은 못된 것도 배웠다.
이공은 자신의 소중하고 귀여운 아들이 예를 갖추며 공손하게 인사하자, 아들 바보의 입꼬리는 점점 올라하기 시작하였다.
“아바마마, 소자가 어제 지난 괴질을 치료한 정가 천이에게 다녀왔사옵니다. 이것의 인사법은 바로 그자에게 배웠사옵니다.”
“호오? 그 아이가?”
“그렇사옵니다. 그리고 더욱 놀란 것이 있사옵니다.”
“그래? 어서, 이 아비에게도 알려다오. 허헛”
“소자가 수학 중인 대학에 대하여 질문을 하였사온데, 지금의 스승들보다 더욱 쉽고 정확하게 알려주었사옵니다.”
‘그 아이가? 얼마 전까지 노비였거늘. 그전에 수학을 한 것인가? 그때 나이가···’
방실방실 웃으면서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이영이 이야기하자, 이공도 눈에 이채를 띄면서 물었다.
“호오? 그럼 무엇을 배웠느냐?”
“소자가 그 자에게 수기치인의 세 가지 강령과 팔조목에 대하여 묻자, 그 자가 이르길···(중략)했나이다. 아바마마, 참으로 놀랍지 않사옵니까?”
이영이 정천이 말한 내용을 그대로 말하자, 이공이 탄식을 하면서 답했다.
“허어··· 대단하군. 실로 완벽한 답변이로다.”
‘허··· 그 연치에 그리 통달을 했단 말인가?’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덧 자신도 자세를 바로하며 아들의 이야기를 경청 하다가 마지막엔 감탄사가 나왔고, 그 모습을 보던 세자가 더욱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아바마마 또 있사옵니다. 들을 때 소자도 너무 놀랐사온데. 아바마마께옵서도 심호흡을 먼저 하시옵소서.”
“음? 그래, 세자가 하라면 해야지. 후우- 자, 이제 말해 보거라. 허허헛”
“그 자가 마마의 치료를 위해서 시술을 준비하고 있사옵니다.”
-쾅!
세자의 이야기에 자신도 모르게 탁자를 세차게 치고 벌떡 일어선 이공은 동공이 흔들리고, 온몸을 세차게 떨며 물었다.
“세, 세자야? 그것, 그, 그것이 정녕, 사실이더냐?”
‘내가 어제 저랬었구나? 아바마마께서 이렇게 놀라신 것은 처음 보는 거 같아.’
깜짝 놀라서 일어난 아비를 올려다보던 세자가 또렷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제 보아하니, 시술에 필요한 도구는 벌써 사놓았사옵니다. 우두만 오면 자신의 신체부터 시험한다고 하였사옵니다.”
‘이게? 대체··· 이번에도 그의 조부가?’
이공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세자의 옆에 천천히 앉아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혹··· 이번에도 조부가 꿈속에 나타났다고 하더냐?”
“그러하옵나이다. 아바마마 이번에는 조부가 그자를 이끌고 선계와 저승을 다녀왔다 하옵나이다. 소자가 그 연유를 들어보니 어찌나 생생하게 말해주던지, 너무나도 신기 방기하였사옵니다.
그래서 말이 온대, 소자가 청이 있사옵니다.”
‘선계? 저승을? 허어··· 참으로 놀랍도다.’
이공은 해맑게 웃는 세자가 너무 귀엽고 깜찍하여 자신의 무릎에 앉혀놓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세자야. 어서 말해보아라. 그것이 무엇이든 들어줄 터이니.”
“소자의 스승으로 초빙하고 싶사옵니다. 헌데”
“으음? 헌데?”
“그자가 소자에게 요청한 두 가지가 있나이다.”
“허···? 그것이 무엇이더냐?”
세자의 이어진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이공이 다시 세자를 내려놓고서 눈을 맞추며 물었고, 이영은 마음의 결심을 내린 듯 자세를 바로 하고서 조심스럽게 답하였다.
“먼저 첫 번째로는 스승은 오직 그 자신만 하고 싶다 하였나이다.”
“음··· 그리 요청할 만큼 그자가 대단한가? 세자의 지금 스승들도 학문의 일가견이 있는 자들인 것을?”
“그자가 소자에게 이르길, 지금의 스승들과의 자리를 주선해 주시면 담판을 지어보겠다 하였나이다.”
“스스로가 그리 말하다니? 실로 오만하구나. 또한, 기고만장이 너무 과하구나.”
‘역시, 스승님께서 하신 말씀 대로야··· 우리는 겸손을 아무 때나 쓰고 있어.’
“그자가 그 말을 하면서 소자에게 이르길, 겸손과 자신감은 다르다 하였사옵니다.”
“뭐···? 하하하하핫!”
세자의 말에 이공이 예가 아님에도 한참을 배를 잡고 바닥을 뒹굴며 크게 웃다가 다시 자리에 앉아 자세를 바로잡으며 세자를 바라봤다.
“그래. 그것이 오만인지, 자신감인지 한 번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지. 시간 끌 것 없이 지금 부르도록 하마. 상선! 상선!”
-드르륵.
“주상 전하. 부르셨나이까?”
“지금 즉시, 세자의 스승들과 정가 천이를 편전으로 불러와라. 금일 상참은 그걸로 진행하도록 한다고 신료들에게도 전하라.”
“명 받잡겠나이다.”
‘정녕··· 스승님의 안배대로 이렇게 흘러가다니. 스승님은 반드시 이길 거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어! 스승님 힘내세요!’
결단을 내리고 상선에게 명하는 이공을 보며 이영이 마음속으로 정천을 응원하였다.
* * *
[같은 시각, 정천의 방]
‘음. 마마 시술을 하면 5일은 방 안에서 죽치고 있어야 되는데··· 가르치는 건 아직 외거노비들이 모두 도착을 안 했으니, 일단 상단 개설도 하고 비누부터 만들어서 위생상태 좀 바꾸자고.
그럼, 인삼 비누와 오이 비누부터 만들면 되겠어.’
정천은 조반 식사를 하면서 장 씨에게 식사 다하고 방으로 오라고 하고 잠시 뒤 장 씨가 들어와서 앉자 그에게 말했다.
“조선에 없는걸 만들 생각이니 잘 듣게.”
“예. 도령님.”
“먼저 이 그림을 손재주 좋은 자들에게 보여주고 제작이 가능한지 물어본 다음, 어려울 시 목수를 불러오게. 목수를 부를 시엔 품삯을 물어보고 그것의 기존의 두 배를 부르도록 하고. 수량은 계속 만들라고 그러게.”
“예. 도령님.”
장 씨가 인사를 하고 나간 뒤, 정천은 혼자서 생각을 마무리하고 다른 교재를 만들었다.
‘아, 목수 오면 인쇄기부터 제작해달라고 해야지. 너무 갈리는 느낌이야!’
-도련님! 잠깐 나와 보셔요!
“음? 또 누가 왔나?”
-끼익.
“자네가 정가 천이 인가?”
정천이 문을 열고 나가자, 관복을 입은 사람이 대뜸 자신의 위아래를 쳐다보더니 다짜고짜 물었다.
‘이 새끼는 뭔데 훅 물어보는 거야?’
“맞습니다만, 무슨 일로 오신 건지?”
“속히 채비하게. 주상 전하께서 부르셨네.”
‘세자 고- 귀요미가 아침부터 일렀나 보네. 좋아, 어디 한번 붙어보자고.’
“빠르게 준비하겠나이다. 큰 년아! 멀뚱히 서있지 말고, 어서 나리 마실 것 좀 드려라!”
“네? 네에! 나리 수정과랑 식혜가 있사온데 어느 걸로 드시겠나이까?”
“호··· 수정과로 주게나. 허허헛”
“얼른 내올 테니, 잠시만 기다리셔요.”
‘떠올라라! 인간 컴퓨터!’
큰 년이 부엌으로 뛰어가는 동안, 정천은 생각의 정리를 하면서 맞춤 제작한 비단옷을 꺼내 입고 나왔다.
“혹시, 말 타고 오셨습니까?”
“으음···”
사내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정천이 슬쩍 웃으면서 물었다.
“허면, 말이 있으면 타고 가도 됩니까?”
“그, 그건 허용되네.”
“실례지만, 말은 타시 줄 아십니까?”
“어험! 그건 덕목일세!”
“왔군. 어서 그것부터 쭉 들이키시지요. 야, 소똥아!”
“예! 도련님!”
“말 두 마리 가져와라.”
“예이!”
‘허, 조선의 최고 부자였던 가문을 회복했다더니, 경우가 참 바르구먼? 나야 편하게 가고 좋지. 후루룩- 오? 이것 참 꿀맛일세! 허허헛!’
관복을 입은 사내와 정천이 수정과 한 잔을 즐겁게 마시는 사이, 어느새 말이 도착했다.
-푸륵. 푸륵.
“왔군요. 그럼 가시지요. 소똥이랑 쇠똥이가 좀 도와드려라.”
“예!”
“허헛. 그럼 가세. 이랴!”
“가시지요. 가자! 킹 적토마!”
“키? 뭐? 재미난 친구야. 허허헛!”
-다 가닥. 다 가닥.
‘만주 먹고, 간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위생상태랑 길 정비 좀 시켜야겠어. 도대체가 이게··· 아프리카냐? 으이그.’
정천이 말로 이동하기에 시간이 있어서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이동하였는데 저승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욱 상태가 좋지 않았다.
길은 하나같이 너무 좁고 더러웠으며,
초가집들은 언제라도 무너질 듯이 위태로웠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표정들이 어두웠으며,
다리를 건너자, 더러운 오물이 흐르는 시냇물에 빨래를 하는 아낙들을 보면서 정천이 크게 한숨을 셨다.
정천이 크게 한숨 쉬자, 옆에 있던 사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네? 무슨 한숨을 그리 쉬는가? 혹, 무슨 언짢은 일이라도 생겼나?”
“아닙니다. 저기, 저들을 보시지요. 저렇게 더러운 물로 빨래를 하고, 밥을 짓습니다. 그리되면 다시 또 역병이 발생할 수 있나이다.”
“아? 자네가 괴질을 치료했다지? 자네가 있는데 무슨 걱정인가? 하하핫”
‘사람은 좋아 보이는데, 참- 답답하네. 바꿀 생각은 전혀 안 하는 건가?’
“나리. 정녕, 개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아니 해보셨나이까? 그리해야 역병의 예방이 되지 않겠나이까?”
정천의 말에 멋쩍은 표정으로 사내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그것은 본인도 잘 알고 있네. 허나, 이 나라 조선에 이러한 곳이 한두 곳인가? 또, 그러려면 어마어마한 재원이 들어갈 것일세.”
“마음은 있으시면 되었습니다. 나중에 그 말 무르지 마시지요.”
“재원만 충분하다면 이 몸도 두 팔 걷고서 도울 테니 걱정 말게나! 허허헛”
‘그래··· 사람들은 참 좋단 말이야. 시박바! 한번 해보자 부국강병!’
사내의 해맑은 웃음에 전염이 된 듯, 정천도 그자를 바라보면서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 * *
“소신, 북촌의 정가 천이 주상 전하를 뵈옵나이다.”
어느새, 관리와 창덕궁 편전에 도착한 정천은 세자를 돕기로 마음을 먹고서 호칭도 소신이라고 칭하며 정성을 다하여 절을 올렸다.
정천을 탐탁스럽지 않은 표정으로 지켜보던 이공도 그 정성을 다한 절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예는 충실하구먼, 참말로 오만이 아니라 자신감 이였던가?’
“그래, 여가 너를 부른 이유는 알고 있겠지?”
“예, 스승의 증명을 보이기 위한 자리인 것 같사옵니다.”
“잘 알고 있군. 다른 스승들이 도착을 하지 아니했으니, 먼저 신료들의 질문들을 받고 있게. 경들은 모두 들으시오. 여기, 이 자에게 궁금한 것이 있다면 지금 물어보도록 하시오.”
“주상 전하- 신 병조참판 김정희! 저자에게 시험할 것이 있사옵니다.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음, 완당이라면 그것이겠지. 허하노라.”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뭐야? 시야, 붓글씨야? 보니까 입도 짧고, 고집이 엄청나던데··· 붙어보자!’
이공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읍을 하면서 요청한 김정희가 눈을 부릅뜬 채로 중앙의 정천에게 걸어오자, 그 모습을 본 정천이 속으로 다짐을 하면서 지켜봤다.
“네놈이 단독 스승을 요청했다고 들었다. 맞느냐?”
“그렇습니다.”
“참으로 오만한 녀석이로군. 대체 정신이 있는 게야, 없는 게야?”
‘심리전인가?’
“참판 영감. 소인의 정신은 지극히 멀쩡하오니, 질문을 하시지요.”
“이런 고얀··· 좋다! 가르침의 시작은 서예라고 생각한다. 어디, 너의 붓글씨부터 보자꾸나.”
‘주 종목을 건드리시네?’
“그러지요. 주상 전하! 소신에게 문방사보를 빌려주시길 청하옵나이다.”
“허하노라. 상선!”
“전하! 속히 대령하겠사옵나이다.”
‘스승님··· 힘내세요!’
이공의 옆에서 앙증맞은 주먹을 꾹 지고서 응원의 눈빛을 보내자, 그것을 슬쩍 본 정천이 상쾌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탁자와 종이, 붓 등이 준비되자, 정천이 소매를 걷고 벼루에 먹을 간 다음, 붓을 들고서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먹물에 충분히 묻혀서 써 나가기 시작하였다.
禮記 中庸
君子之中庸也 君子而時中
小人之中庸也 小人而無忌憚也
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明辨之 篤行之
禮記 大學 八條目
格物 致知 誠意 正心 修身 齊家 治國 平天下
‘허어. 어찌 저 연치에 저런 필체를···’
‘저 나이에 중용, 대학이라? 허어···’
‘완당 표정이 참으로 볼만하군. 저치도 괜히 나섰어. 쯧쯧쯧’
-웅성웅성
정천의 글씨가 진행할수록 신료들의 입이 점점 벌어지며 저마다 탄성이 나왔으며, 어느새 들어온 현 세자시강원의 스승들도 그 글씨에 놀라서 탄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을 던진 김정희의 표정은 생략하고 싶을 만큼 어둡게 변해갔다.
‘참으로 명필 아닌가. 정녕···’
이공 역시 정천의 서체를 보면서 입이 벌어지며 감탄을 하게 되었다.
‘와··· 스승님 서체. 참으로 훌륭하시다. 역시, 역시!’
이영 역시 존경의 눈빛을 마구 발산하며 아비처럼 입을 벌린 채 감탄을 하였다.
어느새, 저승에서 온갖 갈굼을 받으며 배운 붓글씨와 공부한 것을 초 집중하여 글을 다 썼다. 그리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서 김정희를 똑바로 바로 보면서 설명했다.
“먼저, 예기의 중용에 나오는 이 뜻은 군자의 중용은 그 때에 적절한 것이고, 소인의 중용은 자기 멋대로 꺼리는 것 없이 하는 것을 뜻합니다.
더하여, 참된 선비는 널리 배우며, 자세히 묻고, 신중히 생각하며, 밝게 분별하고, 두터이 행하여야 함을 뜻하지요.
또한, 예기의 대학에 나오는 팔조목을 요점만 설명하자면, 격물은 천하 사물의 이치를 깊이 파고들어 모든 것에 이르지 않는 데가 없게 함을. 치지는 격물한 다음에야 모든 사물의 이치를 알 수 있음을. 성의는 선을 따르는 각 개인의 마음과 뜻을 성실히 하는 것을 뜻하고.
정심은 마음을 올바르게 닦아 정한 위치에 두는 것을. 수신은 몸을 올바르게 닦는 일로 인격의 수양을 뜻하고. 제가는 집안을 바르게 다스리는 것을. 치국은 나라를 바르게 다스리는 것을 뜻하며, 위 항목대로 올바르게 하다 보면 평천하의 뜻대로 나라 전체가 평안해 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 쓰고, 논해 드리오리까?”
‘실로 완벽하다! 과하지도, 부족함도 없이 요점만을 간단하고 바르게 설명하였구나.
세자의 말대로 오만이 아니라 자신감 이였어! 충분하다. 충분해! 세자의 스승으로 맞춤이로군!’
‘아바마마! 스승님은 정말 최고입니다! 이제 아시겠지요?’
이공이 여전히 감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을 하다 부드럽게 웃으며 아들을 바라보자, 이영도 해맑게 웃으면서 이공을 바라보았다.
‘인정할 수밖에 없군. 나 역시 또 정진해야겠어. 이것 참, 부끄럽군. 한수 배웠어!’
“아, 아닐세. 그 정도면 충분하니···”
‘어딜 내빼시려고? 역공 받으셔야죠?’
손을 내젓고 애써 밝게 웃는 김정희를 바라보던 정천이 미소 지으면서 물었다.
“영감. 이 나라 조선의 군영 중 속오군을 일컬어 천예군 이라 하더이다. 맞사옵니까?”
“어흠. 그것은 본인이 있기 전부터 불렸다네.”
“그들에게 녹봉도 없이, 농한기에 억지로 불러내어서 돼먹지도 않은 진법을 가르쳤지요.
허나, 이제는 노비들도 소출을 내면서 기피하고 있는 것이 맞사옵니까?”
“그, 그것은 재원이 부족하여 어쩔 수 없는 결정이네!”
“알겠습니다. 허면, 국본은 그저 사서삼경 혹은 자치통감, 어려우면 통감절요 등의 이런 것들만 배워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국본은 먼저 정신적 수양부터 충실히 쌓으며 경험을 축척해야 된다고 생각하네!”
“그럼, 세상 물정은 언제 가르치옵니까? 어디, 거기 오신 스승 분들께서 답해 보시지요.”
“그, 그것은 커험.”
-쾅.
아무리 기다려도 그들이 헛기침을 하고서 그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자, 정천이 끓어오르는 울화를 주체 못하고 이공을 바라보며 무릎을 박력 있게 꿇으며 외쳤다.
“주상 전하! 소신 정천이 간곡하게 청을 드리나이다. 소신이 바라본 바, 세자 저하께옵서는 참으로 총명하시옵니다.
만일, 소신에게 스승의 자리를 명해 주신다면 목숨을 걸고 다양한 학문을 가르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저하를 전심전력으로 도와서 반드시 그것을 행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이 몸이 부서지더라도!
이 몸이 가루가 되더라도!
이 나라의 주인이신 주상 전하와 세자 저하를 위하여서!
이 땅의 수없이 많은 백성들을 위하여서!
이 나라의 위대함을 세상의 모든 만국이 알도록 만들어내겠나이다!
부디,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흑···. 스승님···.’
감동한 세자가 어깨를 들썩이며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연신 흘러내렸다.
‘기백이··· 대, 대단하군.’
‘빌어먹을. 눈물이 왜 흐르는 것인가.’
‘저자를 돕고 싶구나. 정녕···’
모든 신료들은 잠시 당파를 떠나 정천의 기백에 감동을 받은 듯이 눈물을 흘렸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이공은 정천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를 붙잡고 눈을 마주 보면서 말했다.
“과인이 그대에게 바라건대···”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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