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머 아카데미의 귀환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세피아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09.09 16:45
최근연재일 :
2021.07.16 01:06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89,290
추천수 :
5,311
글자수 :
180,945

작성
20.10.03 12:00
조회
3,606
추천
137
글자
18쪽

처음으로 밥값할 때다, 릴리트!

DUMMY

일시에 커진 동공에서 의구심과 적대감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릴리트의 최면과는 사뭇 다른 현상이다. 그건 아예 영혼이 빠진 꼭두각시처럼 만드는 능력이었고, 이건 생기와 의지만은 멀쩡히 남겨주었다.

단지 나를 대하는 태도만이 180도 달라졌을 뿐.


“아, 안녕하세요, 주인님!”


이브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마치 손님을 맞이하는 백화점 직원 같은 모습.


“너 이름이 뭐지?”

“이브입니다!”


내 질문에 발랄한 대답이 돌아온다.


역시 카트리나가 맞았군.

다행이다. 다른 녀석이었다면 생각이 좀 꼬였을 텐데.


그럼 이 건방진 위장복을 벗겨보실까?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

“알겠습니다!”


조금은 주저할 법도 한데, 지체하지 않고 명령에 따르는 이브. 릴리트의 최면보다도 효과가 훨씬 강력하다. 그땐 망설이며 내게 그만해달라 부탁이라도 했는데.


“그럼 변신 해제합니다.”


곧이어 이브의 주변을 감싼 공기가 아지랑이처럼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브컷 단신 소녀의 모습이 사라지고, 새로운 형태가 드러났다.


빨간색과 파란색의 오드아이, 흑백으로 양분된 머리, 그리고 프릴이 잔뜩 달린 고딕드레스가 인상적인 소녀.


“어?”


고개가 절로 갸웃 돌아간다.

이건 완전히 인간이잖아. 머리색과 눈색이 좀 특이하긴 하지만.


“너 종족이 대체 뭐야?”


내 의구심 가득한 질문에 이브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원래 인간이었어요.”

“인간?”

“네!”


예상 범위를 한참 벗어난 대답이 돌아왔다.

그럴 리가 없다. 분명히 말풍선이 보였는데?


“말도 안 돼. 인간이 어떻게 이런 능력을 써?”

“지금은 아니지만요.”

“뭐?”

“여동생이랑 함께 게이트 사고현장에 버려진 걸 혁명군 괴물들이 구해줬어요. 그래서 비밀기지 안에서 자랐는데, 간부직을 보장해줄 테니까 자기들한테 붙으라는 정규군의 밀서를 받았어요.”

“그래서?”

“출입용 패스워드를 들고 냅다 튀었죠. 그 대가로 간부직이랑 이런 능력도 선물 받았어요. 충성하는 뜻으로 괴물로 개조당했고요. 그 과정에서 조금 아프긴 했지만.”

“뭐야?”


미친 녀석.

노기가 끓어올라 언성이 높아졌다.


“어떻게 네 목숨을 구해준 세력을 배신할 수가 있지?”

“제 동생이 생체실험을 당하다가 죽었어요!”


순간, 이브의 말투가 날카로워지며 눈물이 고였다.


“딜리터라는 병기를 만드는데, 거기에 인간의 생체 정보가 필요하다고 혁명군의 기술자가 손을 댔다가 그만······.”

“혁명군의 기술자?”

“소피아라는 여자예요! 자기 말로는 100일 정도 동면을 취하는 거라는데, 그냥 변명일 뿐이에요! 심장과 맥박도 안 뛰고, 체온도 영하로 떨어졌는데 그걸 살아있다고 할 수 있어요?”


혼란스러웠다. 저 말대로라면 앙심을 품을 법도 한데, 뭔가 숨겨진 뒷사정이 있을 것 같았다.


“원래 동면은 그런 거야.”

“직접 보시면 그런 말씀 못할 거예요. 아무리 그 여자 손재주가 좋다고 해도, 그 상태에서 소생시키는 건 불가능해요.”


곧이어 이브는 무릎을 꿇고 내 소맷자락을 붙잡았다.

간절한 눈빛이 오드아이에 서려있다.


“주인님도 이해하시죠, 그렇죠?”

“아니.”

“네?”

“박아.”

“박아요?”

“바닥에 머리 박으라고.”

“아, 알겠습니다.”


이브는 잠시 주저하다가 원산폭격 자세를 취했다.

세뇌된 와중에도 통증은 여전한지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으, 으으으으윽······.”

“동의 없이 여동생 몸을 빌린 건 소피아 잘못이 맞다고 쳐. 그런데 그게 다른 혁명군까지 배신할 명분이 되냐?”

“그, 그건······. 너무 분해서······.”

“안 닥쳐?”

“네, 죄송합니다······.”

“게다가 너, 소피아 말대로 100일은 기다려봤냐? 진짜 동면일 수도 있잖아.”

“여, 열흘 만에 뛰쳐나왔어요······. 아무리 들어봐도 믿을 수가 없어서······.”


착잡한데.

오로지 부귀영화만 노린 릴리트와는 달리 참작의 여지가 있다. 하나뿐인 동생이 갑자기 산송장이 되면 정신이 나갈 만도 하지. 하지만 분노를 못 참고 저지른 짓의 여파가 너무 크잖아.


나는 캡슐 하나를 꺼냈다.

의문을 풀어줄 수 있는 녀석은 얘 하나뿐이니까.


“카트리나, 나와.”


소환 버튼을 누르자, 군청색 단발의 로봇 소녀가 섬광 속에서 튀어나와 바닥에 착지했다. 그리고 시야에 이브를 담은 순간,


[저 녀석!]


눈이 돌아가서 다짜고짜 오른손의 캐논부터 내밀었다.


“카트리나, 스톱.”

[주인님, 이 자식은······!]

“하나만 묻자.”


나는 팔짱을 끼고 눈을 가늘게 떴다.


“진짜 소피아가 얘 여동생 데리고 생체실험 했어?”

[그렇습니다. 그 덕분에 저 같은 딜리터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죠.]

“동의도 안 구하고?”

[사, 상황이 급박했다고 합니다.]

“소피아가 잘못했네. 왜 그 말은 안 했지?”

[죄송합니다. 소피아 님의 허물을 굳이 들추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건 그렇고,”


제일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얘 동생은 동면에서 깨어났어?”

[네, 딱 100일째 되는 날에 눈을 떴습니다. 저도 직접 그 광경을 봤으니 틀림없습니다.]

“100일째에 눈을 떴다고?”


카트리나의 생각을 그대로 따라서 읽자, 이브가 원산폭격 자세를 풀고 내 발목을 붙잡았다.


“지, 진짜? 진짜예요? 진짜 아벨이 살아있어요?”


어차피 카트리나가 뭐라고 하든 얘 귀는 안 들리겠지.

똑같이 물어보았다.


“그 애, 살아는 있고?”

[비밀기지가 습격당할 때 죽진 않았습니다. 빚을 많이 졌다면서 소피아 님이 먼저 탈출시켜준 덕분입니다. 정작 소피아 님 본인은 못 피했지만요.]

“행방은?”

[모릅니다. 생존 가능성이 있다는 것 외에는······.]


카트리나는 말끝을 흐렸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비밀기지가 초토화될 때 도망치는 데는 성공해서,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데.”


그대로 브리핑해주자, 이브의 말투가 더욱 간절해졌다.


“부, 부탁입니다! 제 동생을 제발 구해주세요!”

“조건이 있어.”

“조건이요?”

“괴물 세력을 포기하고 나한테 붙을 것. 그리고 네가 아는 정보를 모두 나한테 말해줄 것. 어때? 네가 가지고 있는 지위를 포기할 수 있겠어?”


이건 테스트다.

얘는 혁명군 비밀기지를 쑥대밭으로 만든 일등공신. 정규군 세력에게서 받은 포상도 아마 엄청날 거다.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는 여동생을 위해 이걸 모두 내버릴 수 있다면, 그럭저럭 믿을 만하겠지.


“아,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주인님을 따르겠습니다!”

“진심이냐?”

“네, 네!”


미심쩍긴 해도, 일말의 의심마저 모두 날려보내는 증거물이 하나 있었다. 바로 머리 위에 뜨는 말풍선.


[아벨, 아벨! 그 애를 다시 볼 수만 있다면 뭐든지 포기할 수 있어!]


“좋아.”


진심인 듯하다. 상식이 통하는 녀석이라서 다행이군.


나는 반사적으로 캡슐을 꺼내서 포획 버튼을 누르려했다.

그런데 카트리나가 재빨리 손을 뻗으며 말렸다.


[괴물 놈들은 얘가 주인님한테 붙은 걸 까맣게 모릅니다. 이쪽에서 스파이로 쓰는 게 어떨까요?]

“트릭에 트릭을 걸자는 건가?”

[네.]


그거 괜찮네.

나는 이브의 몸을 일으키고 지시했다.


“너는 세뇌에서 깨어나도 이걸 모두 기억한다.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배신할 생각 말고.”

“제 동생을 구할 수 있다는데요! 뭐든지 하겠습니다!”


이브는 감격 반, 기쁨 반의 표정으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으로는 낙제점이라도, 적어도 언니로서는 괜찮은 녀석 같군.


학생회장 자리에 계속 박아놓고 써먹어야지.

활용할 데가 많은 듯하니.


“카트리나, 괜찮겠어? 소피아의 원수인데.”


딱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

나는 조심스레 카트리나의 눈치를 보았다. 굳이 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진 않은데.


[주인님의 뜻이라면 기꺼이 수용하겠습니다.]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로봇 소녀.

그 놀라운 포용력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소피아 님만 구할 수 있다면, 뭐든지 괜찮습니다.]




“너 어제 총학생회실에 불려갔다면서?”


아침 등굣길에서 임승아가 걱정스레 물었다.


“학생회장님이 뭐라고 안 하셔?”

“잘하고 있다면서 칭찬하던데.”

“뭐? 진짜? 그 엄격한 선배가?”

“1대1 상담을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뛰어난 녀석 같다고 가산점 주셨어.”

“가, 가산점?!”


임승아의 시선이 부러움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야, 너 벌써 몇 점이야?”

“80점 정도 쌓였나?”

“이제 겨우 첫 주 끝나 가는데, 대단하네.”


진심 어린 감탄이 돌아온다.

예전 같았으면 시기로 가득차서 입을 삐죽 내밀었겠지?


“슬슬 친구들한테도 기회 양보하려고. 혼자 너무 치고 나가면 적이 생기는 법이니까.”

“뭐 그런 거 갖고 걱정해? 기우야.”

“송 교수 봤잖아. 학생들 중에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게다가 오늘은 모의 던전 강의가 있는 날이기도 하고.

그 히스테릭한 아줌마는 또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겠군.


“아참, 오늘 뉴스 봤어?”

“무슨 뉴스?”

“인천국제공항이랑 용산역 부근에 게이트 나타났다더라.”

“또? 요즘 경기도는 아예 동네북이네.”


바실리스크가 몽촌토성역에서 그 난동을 부린 게 고작 5일 전.

이러면 준전시상태나 마찬가지다.


이상하군. 5년 전의 이 시기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뭐가 역사를 바꾼 걸까?


“그래서 아카데미 게시판에 공지사항 올라왔어. 이제 곧 교수님도 알려주실 거야.”

“공지?”

“박물관 견학 가는 학생 수를 30명으로 제한한대. 모의 던전 공략에서 제일 높은 점수를 받은 30명만. 그 외에는 위험하다나?”

“30명······.”


널널한 커트라인이다. 지금까지 줄곧 1등을 놓친 적이 없는데, 30등 안에도 못 들 리가.

그나마 변수라면 딱 하나.


“조심해. 송나은 그 여자, 아주 약이 바짝 올라있더라. 어떻게든 너 떨어뜨리려고 할 걸.”

“그러라지, 실력으로 돌파하면 되니까. 그나저나······.”


나는 걱정스레 임승아를 바라보았다.


“너는 어쩌려고? 테스트 통과할 수 있겠어? 이론 강의가 아닌데.”

“괜찮아, 모스맨은 이제 내 손발처럼 척척 알아서 움직이거든.”


임승아는 콧노래를 부르며 내게 살짝 미소지어보였다.


“누구 덕분에.”




“네?!”


청천벽력 같은 공지를 듣자, 학생들이 경악하며 절규했다.

그러자 송 교수가 교편을 들고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이런 위험한 시기에 1학년을 한꺼번에 데리고 나가긴 곤란해요. 원래는 임원진에서 아예 외출 자체를 금지하려고 했는데, 은수현 교수님이 혼자서 필사적으로 설득한 끝에 30명이나마 내보낼 수 있게 된 거예요. 다들 그분한테 감사하세요.”


은수현 교수님. 고운 외모답게 마음도 넓으시다. 낙제생에 가까웠던 나한테 유일하게 호의적으로 다가와 주신 분이기도 하고.

나중에 꼭 은혜를 갚아야지.


“C클래스 던전 공략으로 30명의 학생을 추리겠습니다. 평가 기준은 클리어 속도, 효율적인 타격, 상성에 대한 이해입니다. 그리고······.”


송 교수의 송곳 같은 시선에 내 얼굴에 꽂혔다.


“B클래스 이상의 괴물은 못 쓰게 할 거예요.”

“저기, 잠깐만요!”


순간 욱해서 따지려고 들었는데, 임승아가 먼저 손을 들어 나를 감싸주었다. 일단 가만히 있어봐야겠다. 말솜씨로 따지자면 얘가 나보다 훨씬 나으니.


“교수님, B클래스 이상은 왜 못 쓴다는 거예요?”

“C클래스 던전을 B클래스 괴물로 돌파한다? 그러면 실력이 아니라 클래스 덕분이잖아요.”


송 교수는 그렇게 대답하며 뻔뻔하게 미소 지었다.

인두겁을 쓰고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저번에 강민성 학생이 뱀파이어 로드 던전을 너무 쉽게 깨버렸죠? 그런 사태가 재발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B클래스를 일찍 얻은 것도 실력 아닌가요?”

“그건 테이밍 실력! 이건 전투 실력! 강의마다 평가하는 능력은 다른 법이에요.”


찌질하다. 졸렬하다.

그 어떤 부정적인 수사를 붙여도 이 아줌마한텐 모자랄 것 같다.

물론 그만큼 콧대를 눌렀을 때의 쾌감은 큰 법이지만.


“임승아, 굳이 나 변호 안 해줘도 돼.”

“하지만!”

“돌파할 수 있어.”


말로 승부가 안 나니 실력으로 증명할 때다.

5년 전의 경험을 활용해야겠군. 내가 처음으로 돌파한 그 던전.


그때는 은수현 교수님한테 빚을 많이 졌었지.



***



“씨발······.”


서글퍼서 링 위에 쪼그려 앉고 말았다.


함께 보충수업을 받던 친구들도 이미 한참 전에 자리를 비운 후였다. C클래스 던전 하나 돌파 못해서 아직까지 강의실에 붙들려있는 학생은 오로지 나 하나뿐.


반드시 클리어한 뒤에 퇴실하라는 지시를 어길 수도 없고,


“미안해, 달링. 내가 너무 약해서······.”


그렇다고 이 서큐버스 하나만으로 돌파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던전도 안 보인다. 테이밍이 쉽다는 이유만으로 무심코 고른 게 잘못이었다.


“됐어, 들어 가.”


나는 힘없이 캡슐의 버튼을 눌러 릴리트를 회수했다.

그냥 다 포기하고 여기서 날밤을 샐 생각까지 들던 찰나,


“거기 누구예요?”


웬 젊은 여자 분의 목소리가 어두컴컴한 강의실 내부에서 메아리쳤다. 귀에 익은 목소리다.


“은수현 교수님?”


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강의실 조명을 켜고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여교수님께 인사를 올렸다.


“죄, 죄송합니다. 보충수업 받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보충수업이요? 지금 밤 여덟 시인데요?”


교수님은 자기 폰 시계를 확인하며 깜짝 놀라셨다.


“네, 모의 던전 공략 보충수업이에요. 아직 하나도 통과 못했거든요. 교수님은 어쩐 일로?”

“제가 아끼는 목걸이가 없어져서 혹시나 싶어 여기저기 돌아다녀보고 있어요. 그런데 보충수업이라면서 송나은 교수님은 어디 가셨어요?”

“먼저 숙소에······.”

“세상에, 너무해! 어떻게 학생만 덩그러니 남겨놓고 보충수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내 말이.

그러자 은 교수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불쑥 물었다.


“갖고 계신 파트너 괴물이 뭐였죠?”

“어······. 서큐버스입니다.”

“서큐버스요? 그럼 힘들 만하네요. 이건 실력 문제가 아니에요.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교수님은 내 등을 토닥이며 위로해주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났는지 머리 위의 전구를 밝혔다.


“아, 맞아! 서큐버스만으로 돌파할 수 있는 던전이 있어요!”

“네?”

“아니, 서큐버스를 써야만 쉽게 돌파할 수 있는 던전이에요.”


그저 얼떨떨할 따름이었다.

위로해주려고 거짓말을 하시는 것 같지도 않고.


곧이어 그 던전의 이름이 나왔다.


“타니아 던전이요!”

“네?”


내가 기겁해서 물었다.


“타니아라면 네트워크로 정신을 공유하는 인간형 전투 종족 아닌가요? 감정과 이성이 링크돼있어서 한 몸처럼 움직이고, 심지어 개체수도 많을 텐데!”

“서큐버스의 미약한 최면 능력이라도 걔네한텐 치명적일 거예요. 저를 한 번 믿어보세요.”


은수현 교수님의 눈은 확신으로 차있었다.



***



감사합니다, 은수현 교수님. 그때의 가르침을 써먹을 순간이 왔네요.

성공한다면 영광을 교수님께 돌리겠습니다.


“제가 제일 먼저 하겠습니다!”

“네?”


뜻밖의 포부에 송 교수가 당황한 듯했다.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교편으로 날 가리키며 물었다.


“C클래스만 쓸 수 있는 건 아시죠?”

“충분합니다. 딱 하나만 쓰겠습니다.”

“딱 하나만이요?”


나는 릴리트의 캡슐을 꺼내서 자신 있게 내밀어보였다.

처음으로 밥값할 때다, 릴리트.


“제 파트너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좋습니다, 앞으로 나오세요.”


송 교수는 내게 손짓을 해서 링 위로 불러냈다. 그리고 가소롭다는 듯이 조소를 내보이며 물었다.


“누굴 상대하실 거죠?”

“타니아요.”

“타니아?”


내 당찬 대답을 듣자 눈을 움찔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


“괜찮겠어요? 수가 엄청나게 많을 텐데. 보통은 테이밍한 괴물이 최소 다섯 마리 이상은 돼야 도전하는 곳인데요?”

“네, 자신 있습니다.”

“C클래스 하나만 쓰신다고 했죠? 그 약속을 잊으신 건 아니겠죠?”

“그럼요.”

“한 번 보고 싶군요. 어떻게 돌파할지.”


송 교수는 뒤로 슬슬 물러나며 리모컨 버튼에 손가락을 얹었다. 설마 이걸 해내겠냐는 의구심으로 가득 차있다.


“시작하겠습니다!”


그 신호와 함께 증강현실 프로그램이 기동했다. 깔끔하고 넓은 강의실 실내가 자취를 감추고, 찐득한 점액이 가득한 늪이 드러났다.


“우, 우어어어어어······.”


그리고 이 던전의 주인, 아니 주인‘들’이 곧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새파란 피부에 노란 눈, 그리고 여기저기 뒤틀린 관절이 혐오감을 자아내는 인간형 괴물.


얼핏 보면 좀비 같다. 그러나 좀비와는 큰 차이가 있는 녀석들이다. 고도의 지능을 갖춘 우두머리가 따로 있고, 다들 그 우두머리와 신경이 네트워크로 연결돼있어서 한 몸처럼 움직인다. 본능대로 움직이는 좀비보다 훨씬 위협적인 존재.


어림잡아도 수십 마리는 족히 넘어 보인다.

그리고 그 중앙에 유독 외모가 튀는 녀석이 한 마리 있었다.


관절이 뒤틀리지 않고 멀쩡한 인간의 몸에 가까운 신체. 이목구비도 반듯해서 사람과 더욱 닮은 외모다. 그 대신 다른 개체들보다 덩치 하나는 더 컸다.


저게 바로 공략 포인트.


나는 얼른 캡슐의 소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웨딩 란제리 차림의 분홍머리 소녀가 튀어나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적잖이 당황한 표정.


“응? 달링? 여긴 어디야?”

“네가 밥값 할 곳.”


나는 손가락을 쭉 뻗어 그 중앙의 개체를 가리켰다.


“저놈한테 키스해서 최면 걸어. 할 수 있지?”

“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테이머 아카데미의 귀환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리메이크 관련 마지막 공지입니다. +35 20.10.28 3,008 0 -
공지 연재 중단 + 리메이크 공지입니다. +58 20.10.04 3,892 0 -
공지 카트리나 이미지입니다. +7 20.09.30 3,606 0 -
공지 헉!!! 밀키가 팬아트를 받았어요 >ㅁ< +5 20.09.22 5,074 0 -
공지 은수현 교수님 일러스트입니다. +11 20.09.22 5,449 0 -
공지 밀키에게 후원금을 주신 오빠들이에요!(9/27) +29 20.09.14 4,368 0 -
공지 히로인 릴리트 이미지입니다. +10 20.09.11 9,221 0 -
공지 히로인 임승아 이미지입니다. +3 20.09.11 8,490 0 -
공지 히로인 서은하 이미지입니다. +7 20.09.09 9,344 0 -
공지 이 작품은 매일 오후 12시 정각에 연재됩니다. +3 20.09.09 7,868 0 -
29 리메이크 앞두고 잠금 해제합니다. +20 21.07.16 1,133 13 1쪽
28 나랑 비밀친구 할래? +21 20.10.04 3,279 127 19쪽
» 처음으로 밥값할 때다, 릴리트! +37 20.10.03 3,607 137 18쪽
26 두 번째 스파이, 이브 +26 20.10.02 3,921 150 16쪽
25 뱀파이어 로드를 잡아라! +17 20.10.01 4,290 154 17쪽
24 설마 질투하는 건가? +23 20.09.30 4,894 139 11쪽
23 이 머리, 안 어울려? +29 20.09.29 4,781 170 14쪽
22 그 책이 왜 거기서 나와? +25 20.09.28 4,899 184 12쪽
21 제 주인님을 구해주세요! +51 20.09.27 5,101 181 14쪽
20 B클래스 괴물, 카트리나 +32 20.09.26 5,197 150 16쪽
19 그 자세로 기어 봐. +34 20.09.25 5,562 163 14쪽
18 어린이가 된 릴리트 +30 20.09.24 5,708 172 13쪽
17 난 이런 방송 못 해! +17 20.09.23 5,814 175 13쪽
16 노래를 들려줘서 고마워요! +25 20.09.22 5,986 178 13쪽
15 괴물 세계에도 유행곡이 있나요? +16 20.09.21 6,335 191 15쪽
14 꼬, 꼬리만은 안 돼! +26 20.09.20 6,805 208 12쪽
13 시리우스, 넌 내 거야! +36 20.09.19 6,665 219 14쪽
12 내기에서 지면 날 주인님이라고 불러! +18 20.09.18 6,736 195 12쪽
11 내 방송에 출연하지 않을래? +13 20.09.17 6,976 212 15쪽
10 코코아는 먹고 가야지! +20 20.09.16 7,559 211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