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으로 들어가다(Memorize 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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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pin
작품등록일 :
2020.09.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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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9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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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5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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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악몽(惡夢)

DUMMY

51화 악몽(惡夢)


4월 17일 화요일, 대도시 바바라.


수십 명의 교관들이 신규 사용자 인솔을 마치고 각자 숙소로 흩어졌다.


나와 고은솔, 김효주는 함께 교관 숙소 A동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중앙 관리 기구로부터 교관 숙소 A동 2층을 배정받았다.


“신우 님, 그럼 이따가 봐요.”

“네, 고은솔 님도 푹 쉬세요.”

“신우야, 너도 잘 쉬어.”

“네, 누나도 이따 봐요.”

“응~.”


김효주는 마치 여행이라도 온 사람처럼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녀는 아마 사용자 아카데미가 처음이라서 가슴이 설레는 모양이다.


훈련받는 거 보면 바로 생각이 바뀔 텐데.

아, 사제라서 상관없구나.


진짜 사제만 너무 꿀 빠는 거 아닌가?

이것도 개선 사항에 넣어서 천계 회의 때 제출해야겠다.


김효주와 고은솔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옆방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내 방으로 들어섰다.


오, 대박 좋은데?


방은 나 혼자 쓰기엔 지나치게 넓다. ‘조신한 숙녀’도 일반 여관치고는 시설이 좋은 편이지만 이 방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듯하다. 아마 4성급 호텔과 모텔만큼 차이가 나지 않을까.


침대는 2개다. 다른 하나는 부교관이 쓰라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내 부교관으로 온 김효주는 고은솔에게 맡겼다. 나는 이 넓은 방을 혼자서 쾌적하게 써주면 된다.


지금 김수현 표정이 어떨지 보고 싶은데.


나는 침대에 몸을 던지며 작은 소리로 웃었다.


천하의 김수현이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가 황금 사자 클랜한테 덤터기를 씌웠으니까 김수현이 날 의심할 일도 없겠지.


꽤 상쾌한 출발이다. 김한별이 사용자 아카데미에 온 건 예상 밖의 일이었지만. 아마 이만성이 우리 클랜에 갑자기 합류한 것과 관련이 있을 거다. 원작에서도 이만성과 김한별은 좋은 관계를 맺었던 걸로 기억한다.


원작에서는 김한별이 황금 사자 클랜에 들어간다. 그 때문에 그녀는 통과의례 멤버들한테 배신자로 낙인 찍히고 만다. 그래서 그녀는 나중에 머셔너리 클랜에 들어가고 나서도 겉도는 느낌이 조금 있었다.


김한별이 그런 은근한 따돌림에 힘들어할 때 그녀를 많이 보살펴준 사람이 바로 이만성 영감님이었다. 이곳에서도 두 사람은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을 거다. 둘은 직업 궁합이 너무 좋으니까.


“어? 누나?”


김한별은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이렇게 짠 하고 나타나니까 제법 신기하다.


근데 저 짐들은 다 뭘까.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겠지.

한별이는 김수현 부교관이니까 B동에 있어야 할 텐데.


“뭘 그렇게 놀래?”


김한별은 왜 그러냐는 듯 자연스럽게 짐을 풀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나는 그 뻔뻔한 태도에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누나, B동으로 가야죠. 수현이 형 부교관으로 온 거라면서요.”

“오빠는 다른 여자랑 있던데?”


다행히도 김수현은 순순히 유현아를 받아들인 모양이다. 김수현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자를 마다하지 않는 타입이니까.


원작에서 황금 사자가 김한별을 김수현에게 보냈을 때도, 김수현은 아카데미 내내 묵묵히 김한별과 같은 방을 썼다. 다른 수많은 여자들은 말하는 게 입 아플 정도고.


“수현이 형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어차피 누나는 수현이 형이랑 다른 방이니까 상관없어요. 다른 방 써야죠, 남자랑 여자가. B동에 다른 방 많으니까 거기로 가면 돼요.”

“굳이 그럴 필요 있어? 너 혹시 내가 여자로 보여?”


이런 식으로 나오시겠다?


“네, 여자로 보여요.”

“어···?”


나는 김한별의 속셈을 빠르게 파악한 덕분에 그녀의 수작에 간단히 대처할 수 있었다.


“무슨···?”


감히 내게 짓궂은 질문을 던졌던 김한별은 내 즉답에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그 틈에 나는 김한별의 짐을 가방에 도로 집어넣었다.


“어? 잠깐만.”


나는 김한별의 팔을 잡아끌며 방에서 빠져나왔다.


“야, 누나를 힘으로. 애가 버릇이 없네?”


나는 피식 웃었다.


나보다 한참 어린 게 어른 행세하는 모습이라니. 지금이 2012년이니까 2021년의 김한별은 나보다 누나겠지만.


“한번 해보자 이거지? 그래, 좋아. 나도 마법사치고 힘 세거든?”

“무슨 힘 대결이에요. 마법사가 체면이 있지.”


김한별은 마법사 주제에 신체 능력이 신기하게 높다. 김유현과 비슷한 타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도 나는 ‘신체 개조 시술’ 특전을 받았으니까 미래에는 김한별을 이길 수 있을 거다. 아직은 내가 김한별보다 힘이 약한 게 사실이지만 말이다.


무슨 남녀역전 세계도 아니고.

‘메x라이즈’가 그 장르의 선구자였나, 설마?


내가 실없는 생각을 하며 김한별과 투닥거리는 사이, 고은솔과 김효주가 문을 열고 나왔다.


“사이가 참 좋아보이네요.”


고은솔이 나와 김한별을 보고 밝게 웃었다.

나는 곧바로 고은솔에게 김한별의 잘못을 고자질하기로 결정했다.


“고은솔 님, 총교관의 권한으로 조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한별 교관은 부교관 지위에 걸맞지 않은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부교관이 교관을 보좌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부교관이 왜 필요하겠습니까?”


김한별은 열변을 토한 나를 아니꼽다는 듯 째려보았다.

그러나 고은솔이 입을 열자 김한별은 금세 긴장하는 얼굴이 되었다.


“무슨 일인지는 알겠어요. 하지만 그렇게 모든 일을 원칙대로 처리할 수는 없어요. 원칙대로라면 여기 효주 씨가 신우 님이랑 같은 방을 써야 해요. 부교관은 교관과 같은 방을 쓰는 게 원칙이니까요.”


소설에서 비슷한 내용을 본 것 같긴 한데. 아카데미 규칙은 아직 안 읽어봤다. 조만간 시간을 내서 빨리 숙지해야겠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아카데미 규칙을 안 읽어봐서요. 하지만 그래도 상식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남자와 여자가 한 방을 쓰는 건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

“호호, 그래요? 그건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었군요.”

“아니요, 생각해 보니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네요.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나는 고은솔의 눈웃음을 보자마자 빠르게 저항을 포기했다. 그녀의 웃음에 깃든 속뜻을 쉽게 헤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고은솔을 통해서 황금 사자를 움직였다. 그리고 황금 사자는 유현아와 김수현을 룸메이트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나는 김수현을 계략에 빠뜨린 대가로 이 위기를 모면할 방법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이게 바로 ‘뿌린 대로 거둔다.’라는 건가.


“그러면 제가 신우랑 같은 방을 쓸게요.”


조용히 있던 김효주가 나섰다.


세 여자는 언뜻 봐도 특색이 확실하다. 김한별은 푸른색, 고은솔은 은색, 김효주는 밝은 갈색. 이 조합은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느낌이다.


“아니? 사양하도록 할게. 넌 총교관님한테 배우러 온 거잖아? 네가 부교관인 것도 사실 말이 안 되고. 부교관 일은 내가 하면 돼. 그러면 내가 신우 부교관인 셈이니까 같은 방에서 지내도 문제 없어. 넌 수련이나 열심히 하는 게 어때?”


김한별은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말을 쏟아냈다.


“부교관 일 하면서도 언니한테 배울 수 있어요.”

“하, 그래? 그렇게 능력이 대단한 줄 몰랐네. 그럼 왜 무슨 일만 있으면 신우부터 찾으셨을까? 난 또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바보인 줄 알았잖아.”

“누나, 그만해요.”


나는 일부러 보여주듯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이 둘은 잘 지내지 못하는 걸까?

괴롭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이 둘은 친하게 지내야 한다. 내가 동 대륙으로 떠날 때 두 사람은 내 가장 강력한 동료가 되어줄 거다. 김한별은 최상위 마법사가 될 수 있고, 김효주는 최상위 사제가 될 수 있다.


밖으로만 돌아다니느라 내부를 관리하지 못한 내 잘못인가?

하지만 김효주는 다른 사람과는 하나같이 잘 지낸다. 둘의 첫만남이 안 좋기는 했는데.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건가.


“신우 님은 참 곤란하겠어요.”


고은솔이 우아한 자태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외부인에게 클랜 내부 사정을 들킨 것 같아 속이 쓰린 느낌이었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렸네요.”

“그럼 차라리 저랑 같은 방을 쓸까요?”

“네!?”

“어···?”


둘은 열심히 반응했지만 고은솔의 말은 순전히 농담이었다.

그러나 나는 고은솔의 농담에도 전혀 웃지 못했다.


“휴, 너무해요. 반응도 안 해주고.”


나는 고은솔의 애교 섞인 투정에 순간 심장이 출렁이는 듯했다.


‘카리스마’는 역시 랭크가 높으면 대처하기 무척 까다로운 능력이다.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카리스마에 대한 면역력을 기를 기회가 많을 듯하다. 한소영, 유현아, 고은솔, 김한별 등 카리스마를 가진 사용자가 내 주위에 가득하니까.


“중앙 관리 기구까지 갈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총교관님 선에서 정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한껏 정색하며 말했다.

그러자 고은솔은 서운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금세 다시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알겠어요. 한별 씨는 옆방을 드릴 테니까 그곳에서 묵도록 하세요. 그리고 효주 씨는 저와 같은 방에서 지낼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이제 겨우 정리된 건가.


잠깐 사이에 나는 몸에서 기운이 쫙 빠진 느낌이었다.


시작부터 이러면 나중에는 어떨지 모르겠다. 앞으로 신경 쓸 문제가 한둘이 아닌데 애들까지 날 힘들게 할 줄이야.


‘친해지길 바래.’ 대작전, 그건 혹시 내가 감당할 수 없는, 한낱 공상에 불과한 계획이었나?

설마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 사고가 터지진 않겠지.


“총교관님! 그리고 특별 교관님.”


박현우가 어울리지 않게 급한 태도로 뛰어왔다.

그는 단정한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는 차분하고 깔끔한 인상의 남자다. 이런 흐트러진 모습은 이제껏 본 적이 없다.


나는 삽시간에 마음이 불안해지는 걸 느꼈다.


“무슨 일인가요?”

“교관끼리 싸움이 나서··· 한 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네?”


고은솔의 눈이 크게 떠졌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장난해?

무슨 시작하자마자 사고를 치고 난리야.


“혹시 반다희 교관입니까?”

“아닙니다.”

“그럼··· 공찬호 교관?”

“아닙니다, 그게···”


사고를 칠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체크해 놓은 사람이 그 둘인데. 또 누가 있더라.


“사용자 아카데미 첫날부터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네요. 폭행한 교관이 누구인가요?”


고은솔의 물음에 박현우는 슬쩍 내 눈치를 살폈다.

박현우는 이윽고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폭행한 쪽은 김수현 교관입니다.”

“네!?”

“수현 오빠가?”


나는 박현우의 입에서 나온 말을 잘못 들었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김한별과 김효주의 반응 때문에 현실을 외면할 수 없게 돼 버렸다.


미친, 설마 유현아를 팬 거야? 왜?


나는 완벽하다고 믿었던 계획에 시작부터 금이 가자, 눈앞이 핑 도는 듯했다.


유현아를 살해하는 김수현, 그 끔찍한 원작의 악몽만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맴돌았다.


작가의말

04/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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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4 abcdee2
    작성일
    21.04.16 22:15
    No. 1

    원작처럼 싸움 유발한 후에 유현아를 비롯한 너도밤나무 전부 죽일지 아니면 다른 인물을 팬건지 ㄷㄷ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2 rupin
    작성일
    21.04.17 00:29
    No. 2

    바로 다음화에 나옵니다. 하하.
    댓글 감사드립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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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7화 마지막 주말 모임 +4 21.06.02 89 4 16쪽
77 76화 메모라이즈(Memorize) +4 21.05.30 82 4 19쪽
76 75화 루시퍼 +2 21.05.30 75 3 17쪽
75 74화 사용자 아카데미로 돌아가다. +4 21.05.28 74 4 15쪽
74 73화 두 번째 회상 +6 21.05.19 103 4 20쪽
73 72화 로렌스(Laurence) +4 21.05.17 90 4 16쪽
72 71화 세 번째 탐험을 마치다 +4 21.05.15 116 4 20쪽
71 70화 절규의 동굴(2) +4 21.05.12 91 4 17쪽
70 69화 절규의 동굴 +4 21.05.10 97 5 21쪽
69 68화 검후(劍后) 남다은 +4 21.05.08 117 4 13쪽
68 67화 사라 제인(Sarah Jane) +4 21.05.07 111 7 21쪽
67 66화 흉금(胸襟)을 털어놓다 +4 21.05.05 103 4 12쪽
66 65화 선택하다 +6 21.05.03 110 4 14쪽
65 64화 예언자를 만나다 +4 21.05.02 114 3 15쪽
64 63화 영입 성공 +2 21.05.02 106 6 13쪽
63 62화 섬광(閃光) 차소림 +4 21.05.01 120 5 15쪽
62 61화 대모의 계획 +6 21.04.29 122 4 16쪽
61 60화 유키즈키 아스카(雪月明日香) +4 21.04.26 120 3 12쪽
60 59화 진수현과 김수현 +6 21.04.25 126 3 16쪽
59 58화 학살자 시몬 +6 21.04.23 13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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