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 Lv.MAX 이세계패키지투어가이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이호경
작품등록일 :
2020.09.25 18:39
최근연재일 :
2020.11.05 23:27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925
추천수 :
66
글자수 :
161,178

작성
20.10.29 23:30
조회
80
추천
1
글자
12쪽

25화

DUMMY

SSS급 Lv.MAX 이세계패키지투어가이드




30

점액질이 흐르는 기다란 칼을 꺼낸 바퀴벌레는 당장이라도 꿰뚫고 달려나갈듯한 검격의 자세를 취했다. 정호는 그 자세를 보며, 앞의 두 벌레보다 저 벌레가 월등히 더 높은 무력수준을 가지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움직임 속에서 한치의 틈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호는 CPU연산의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2분.


일단 연산이 끝나면, 송필헌의 위치를 알 수 있다. 그러면 저장한 좌표값 중 그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순간이동한 뒤에, 송필헌만 수습하고 이곳을 떠나면 된다. 2분.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기세가 흉흉한 저 바퀴벌레를 봤을 때, 아주 긴 시간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바퀴벌레가 잔영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정호는 그 순간 본능적으로 마기를 끌어올려 온몸을 감쌌다. 하지만 이미 바퀴벌레의 검은 미처 감싸지 못한 마기를 비집고 들어갔고, 정호의 왼쪽 어깻죽지를 꿰뚫었다.

정호는 갑작스러운 통증에 비명을 질렀다.


크악!


그 소리에 마기는 더 두터워지며 방어막에 올라타 검을 찔러넣은 바퀴벌레를 침식하려 했다. 그러자 바퀴벌레는 뒤로 크게 뛰며 상처를 크게 벌리기 위해 최대한 거칠게 검을 뽑아내고선, 정호와 거리를 벌렸다.

정호는 재빨리 인조신체의 감각센서를 꺼버렸다. 원래 절대로 하면 안되는 방법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검상이 너무 치명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바퀴벌레의 검은 살아 있는 촉수 같았는데, 찔러 넣기까지는 매끄러운 검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가. 찔러 넣자마자 고슴도치처럼 사방팔방으로 가시가 튀어나와, 더 큰 데미지를 줬다.


방어막이 갈라지고 그 사이에서 정호는 다시 악마의 형상으로 변해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본 바퀴벌레는 팔짱을 낀 채, 멀뚱히 보고 있었다.

방어막 속으로 숨어서 시간을 기다릴까 생각도 해봤지만, 아마 방어막이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결국 정호는 맞서기로 생각하고 방어막에서 나온 것이었다.

솔직히 맞붙어도 괜찮았다. 앞뒤 재지 않고 최대파워로 맞붙는다면 최소한 지지 않을 자신을 있었다. 하지만 주변의 여파로 송필헌이 휩쓸리지 않을까가 문제였다.

더 최악의 문제는 송필헌이 이끌고 있는 투어 손님들이었다. 물론 송필헌이 그렇게까지 기본도 없는 가이드라고는 정호는 생각하지 않았다.

응급구조킷으로 손님들 전부 텔레포트 시켰을 것이 분명했지만, 만약 혹시라도. 손님들이 송필헌의 주변에 있다면, 일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송필헌의 긴급 녹음을 들어보자면.

송필헌은 혼자 있었던 게 맞다. 아마도 자신이 벌레들을 막고 있을 동안, 손님들을 텔레포트 시킨 게 분명할 것이다. 응급구조킷은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워낙 느리게 작동했다. 원가 절감이라는 이름은 그렇게 실무를 망친다.


이걸 꺼내기는 싫었는데.


정호는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 순간부터 마기가 정호의 오른손에 집중되었고, 고도로 집중된 마기 때문에 그의 손바닥이 하얗게 불타올랐다. 그리고 아래로 향한 손바닥에서 검의 손잡이가 서서히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파리대왕의 검.


정호는 튀어나온 손잡이를 붙잡고 천천히 검을 뽑아냈다. 파리대왕이 지금까지 모아온 억울한 원혼의 1할로 만든 이 검은, 사용할 때마다 검에 달라붙어 있는 원혼들이 소멸한다.

그렇기 떄문에 오랜기간 충전이 필요한 까다로운 검이며, 억울한 영혼들을 소멸시키는 대가로 힘을 얻는 검이기에 정호는 이 검을 사용하기 꺼려했다.

하지만 수억년 동안 원혼을 먹어치웠던 파리대왕의 검이었다. 그 파괴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무엇보다도 이 검을 사용하면, 너무나도 거대한 마기로 감정을 컨트롤하기 힘든 경우가 있었다. 예전에는 그게 무슨 문제인가 싶었지만, 아틀란티스에서 고객들이 모두 죽은 일 이후. 정호는 생각을 고쳤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파리형님에게 안부연락 오겠네.


라는 생각을 하며 정호는 검을 뽑아 바퀴벌레에 겨누었다. 바퀴벌레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가소롭다는 듯이 정호를 쳐다봤다. 정호는 씨익 웃으며 검지손가락을 까딱였다. 와봐, 이 벌레새끼야.

정호의 그 모습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바퀴벌레는 잔영만을 남긴 채, 정호의 주위를 미친듯한 속도로 맴돌았다. 마치 그 모습은 수백마리의 바퀴벌레가 주위를 둘러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호는 그 위협적인 모습에 전혀 흔들리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바퀴벌레는 정호의 뒤에서 달려들었고, 정호는 순식간에 그 공격을 막아 흘려보냈다. 바퀴벌레는 땅바닥을 긁으며 속도를 멈추더니, 다시 한번 정호에게 달려들었다.

정호는 마치 권법을 하는 듯한 자세로 바퀴벌레를 맞더니, 벌레의 쉴새 없는 날카로운 공격을 하나하나 다 막아냈다. 막아낼 때마다 원혼들이 귀곡성을 내지르며 사라져갔다.


꺄아아아악!


정호는 온몸이 마기로 충만해지는 것을 느꼈다. 파리대왕의 검에서 흘러나오는 마기가 정호에게 힘을 불어넣고 있던 것이다. 바퀴벌레의 전광석화같은 공격이 더 뚜렷하고 느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정호는 암무트 때 이 검을 진작에 꺼냈으면, 지금 이 전투를 하지 않았어도 되는 건데. 라는 후회가 들었다. 케메트 정부의 말을 믿었던 게 실착이었다.

바퀴벌레는 자신의 공격이 계속해서 막히자, 뒤로 훌쩍 뛰어 잠시 거리를 벌리고선. 하늘을 향해 포효하며 날개를 엄청난 속도로 진동시켰다.

그 여파로 계곡에 토네이도가 생성되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바퀴벌레는 생성 된 토네이도들 사이에 떠올라 붉게 빛나는 눈으로 정호를 내려봤다.


정호는 CPU연산에 남은 시간을 체크했다. 이제 30초.


그는 지금 온몸이 에너지로 충만해 있는 상태였고, 그로인해 조금이나마 흥분되어 있는 상태였다.


지금이라면 저 벌레새끼를 짓눌러 버릴 수 있을텐데.

지금이라면 저 벌레새끼를 뭉개서 날개며 다리며 하나씩 뜯어 저 계곡에 전시해 놓을 수 있을 텐데. 지금이라면 저 벌레새끼의 내장을 내가...


그 순간, 정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큰일 날 뻔했다. 또다시 원혼에 잡아먹혀 이성을 잃을 뻔했다. 정호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입술이 찢어지며 진득한 배터리액이 흘러나왔다.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조금 머리는 맑아졌다.


28초.


정호는 바퀴벌레에게로 달려들기보다, 뒤로 돌아 냅다 도망쳤다. 바퀴벌레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정호를 향해 토네이도를 끌어 날렸다. 거센 폭풍같은 토네이도 6개가 정호의 뒤를 향해 쇄도했다.


25초.


정호는 사역마들을 풀어 발판을 만들어 놓고, 번개같은 속도로 절벽의 위로 뛰어올랐다. 그러다 절벽을 거의 다 오를 때쯤 정호는 기괴하고도 거대한 날개를 활짝 펴 하늘로 솟았고. 토네이도는 그런 정호를 집요하게 추적하며 따라왔다.

마치 먹이를 노리며 쇄도하는 독사처럼 보였다. 정호는 속도를 더 내기 위해 날개를 좁히며 하늘로 로켓처럼 날아갔다.


17초.


정호의 등 뒤로 토네이도가 거의 다 따라잡을 무렵.

그는 갑자기 날개를 활짝 펴 속도를 급격히 줄였고, 토네이도들은 자신들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정호를 지나쳐 갔고. 자기들끼리 얽히며 요동쳤다.

정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수십번 허공을 베어, 토네이도 바람의 흐름을 끊어버렸다. 그러자 토네이도로 가득찼던 하늘은 언제 그랬다는 듯이 고요해졌다.


8초.


하지만 그 순간 정호의 등 뒤에 바퀴벌레가 나타나 그의 등 뒤에 기다란 검을 찔러넣었다. 본능적으로 정호는 몸을 뒤틀어 피했지만, 정호의 등에는 기다란 검상이 남으며, 배터리액이 흩날렸다.

정호는 재빨리 사역마들을 바퀴벌레의 눈에 쐈고, 벌레는 가소롭다는 듯이 손을 내뻗어 그것들을 치워버렸지만. 정호에게는 단지 그 찰나의 순간만으로 충분했다.


그의 활짝 펴진 날개가 바퀴벌레의 등 뒤를 꿰뚫은 것이다.


정호는 있는 힘껏 날개를 펼쳐 갑각을 찢어발겼으나, 너무 급박한 상황이었던 나머지 입힌 피해는 치명적이지 못했다. 그래도 고통스러워 하며 바퀴벌레는 울부짖었고, 정호는 번개같이 파리대왕의 검을 바퀴벌레에게 찔러넣었다.

벌레는 혼미한 정신을 수습하면서도 그 검격을 막았으나, 손이 어지러워 몇 번의 검격을 내주고 말았고. 결국 왼쪽 눈과 날개를 동시에 꿰뚫렸다. 키에에엑!

바퀴벌레는 눈을 감싸쥐며 번개같이 뒤로 물러났다.

비행이 불안해보였다.


1초.


정호는 날개를 움직여 바퀴벌레에게 돌진했다. 벌레는 움찔하며 부딪히려는 정호를 막았고, 그 가드가 유명무실하게도 정호는 벌레의 옆을 지나쳐 멀어지고 있었다.


1초.


그제야 정호의 작전을 눈치 챈 바퀴벌레는, 자신의 커다란 왼쪽 눈에 손을 찔러넣더니 뽑아서 으적으적 씹었다.


1초.


시발시발시발. 정호는 CPU를 체크하며 욕을 내뱉었다. 1초는 이미 지난 지 오래잖아 뭐가 이렇게 연산이 버벅대!

사실 연산이 버벅인 이유는 정호의 전투 때문인 것이 당연했지만, 그걸 생각할 여유는 정호에게 없었다.


1초.


바퀴벌레의 왼쪽 눈은 재생되지 않았고, 오히려 등 뒤에 4쌍의 날개가 더 돋아났다. 날개가 돋아나자 마자 바퀴벌레는 검을 앞으로 두고 미사일처럼 몸을 말아서, 정호를 향해 돌진했는데.

그 기세가 말그대로 벼락같은 기세에 속도여서, 정호는 순식간에 자신의 눈 앞에 다가온 바퀴벌레의 검끝을 보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본능과 사역마들로 인해 겨우, 그 검 끝을 튕겨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정호의 왼쪽 귀가 잘려나간 건 막을 수 없었다.


바퀴벌레는 공중에서 몇 번이나 선회하고서야 겨우 멈췄고, 다시 정호를 향해 검 끝을 겨누며 돌진할 준비태세를 갖췄다. 그때.


분석완료. 이동하시겠습니까?


라는 안내 메시지가 정호의 눈 앞에 떠올랐고, 정호는 곧바로 악마형태를 풀어버렸다. 악마형태를 지니고 있으면 인조신체의 주특기인 순간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겼다!


정호는 씨익 웃으며 바퀴벌레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렸다. 벌레가 다시 미사일처럼 날아오며 정호의 가운데 손가락까지 검끝을 내뻗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바퀴벌레의 검끝 보다.


정호의 손가락이 먼저 튕겨졌다.




***




정호가 사라진 지 14분 째.

바쿰은 정호에게 수십번 연락을 취했으나 회신이 없었고, 지금도 계속해서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김지영과 거의 말다툼을 하는 지경으로까지 통신을 하고 있었다.


진짜 이 아줌마 들이박고 그냥 다시 박사나 따러가?!


라는 생각까지 바쿰의 머릿속에 떠오를 무렵.

누군가 버스 문을 두들겼다. 깜짝 놀란 바쿰과 버스기사 문쪽으로 다가가자, 그곳에는 송필헌을 안고 있는 정호가 있었다.


그리고 송필헌의 온몸에는.

수십마리의 조그마한 블랙 엔젤이 들끓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SSS급 Lv.MAX 이세계패키지투어가이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30화, 에필로그(완결) 20.11.05 150 0 13쪽
29 29화 20.11.04 57 0 11쪽
28 28화 20.11.03 60 0 11쪽
27 27화 20.11.02 75 0 11쪽
26 26화 +1 20.10.30 103 1 11쪽
» 25화 20.10.29 81 1 12쪽
24 24화 20.10.28 79 0 11쪽
23 23화 20.10.27 77 1 12쪽
22 22화 20.10.26 90 0 11쪽
21 21화 20.10.23 92 1 12쪽
20 20화 20.10.22 91 2 11쪽
19 19화 20.10.21 97 2 12쪽
18 18화 20.10.20 99 2 11쪽
17 17화 20.10.19 108 2 12쪽
16 16화 20.10.16 103 2 11쪽
15 15화 20.10.16 114 1 12쪽
14 14화 20.10.14 118 2 12쪽
13 13화 20.10.13 121 2 12쪽
12 12화 20.10.12 130 1 11쪽
11 11화 20.10.09 135 2 12쪽
10 10화 20.10.08 139 2 12쪽
9 9화 20.10.07 161 1 12쪽
8 8화 20.10.06 167 2 12쪽
7 7화 20.10.05 186 2 12쪽
6 6화 20.10.02 195 4 13쪽
5 5화 20.10.01 217 5 13쪽
4 4화 20.09.30 229 5 12쪽
3 3화 20.09.29 307 8 13쪽
2 2화 20.09.28 483 7 15쪽
1 프롤로그, 1화 +1 20.09.25 861 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