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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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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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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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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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의 숲, 쿠발란 (5)

DUMMY

억누르고 있던 힘을 개방하는 것은 좋은 기분이 아니다.


마력을 사용한다는 것은 자신의 심상을 이용한다는 것.


스테민에게는 두 가지의 심상이 있었다.


하나는 스터디 마스터로서 교육의 재능인 심상, 누군가를 가르치는 모습을 떠올리고, 학문을 연구하는 심상이기에 아무런 페널티도 없다.


하지만 주입식 교육의 규칙이나, 억누르고 있던 힘을 개방하게 되면 더 이상 가르치는 심상은 떠오르지 않는다.


주입식 교육을 받기만 하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 그 이야기만 떠오르기에 스테민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인간이니까.’


특이체질로 태어난 스테민은, 자신이 특이체질이라는 사실을 부모가 안 순간부터 병기로 키워내기 위해 교육 받았다.


잔혹한 자를 잡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가문에게 해가 되는 자를 죽이고, 이득이 되는 싸움을 위한 병기로 자랄 뿐이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라고는 볼 수 없는 모습.


스테민은 괴롭지만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라 거역할 수 없었다. 어린이가 부모에게 버림 받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법이니까.


하지만 지나치게 이기적인 인간들은 이 세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법이다.


부모는 어느 순간 잔혹한 자에게 유혹당해 악마가 되어 사라졌다.


왜 악마가 되면서 자신을 죽이거나 함께 데리고 가지 않았는지는 몰랐으나, 그런 부모를 찾아 죽이는 것을 스테민은 의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악마가 된 부모가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 없었다. 최대한 강해지고 죽이러 가는 것이 옳다고 믿었고, 부모가 사라졌음에도 무식한 훈련은 멈추지 않았다.


무식한 훈련은 이미 습관처럼 되어있었으니까.


그러나 습관이 된 훈련은 더 이상 스테민을 강화시켜주지 못했다. 스테민은 강해지기 위해 새로운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그리고 교육의 재능을 통해 아카데미에서 스터디 마스터가 되고, 배움의 규칙을 익히게 되어 부모를 죽일 수 있었다.


죽인 후에 스테민은 허무했다.


‘너무 약해.’


생각보다 너무 약했다.


배움의 규칙을 안 쓰고, 부모도 전력을 다해 덤벼왔다고 하더라도 스테민이 이길 수 있었다.


어째서 악마가 된 부모가 자신을 죽이거나 데려가지 않았는지는 알 것 같았다.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자기들이 죽을 것 같으니까 그랬던 것이다.


-스테민, 설마 우리를 죽이려고 찾아온 것이냐?

-그래도 우리가 너를 낳고 키워줬거늘, 은혜도 모르고!


스테민에게 악마가 된 부모는, 넘어야 할 벽인데 거대한 벽이었었다. 그래서 최대한 강해지고 찾아가려고 스터디 마스터까지 되었다.


그러나 그 벽은 너무나도 낮았다. 진즉에 넘을 수 있는 벽이었다.


그런데 자신은 대체 왜 그랬던 것일까. 허무함을 느끼며 스테민은 자기 자신을 분석해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는 간단했다.


‘배움이 부족하다고 늘 판단하기 때문이야.’


강해지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이미 웬만한 상대를 이길 수 있음에도 계속해서 강해지려고 한다.


특히 주입식 교육의 힘을 안 쓰면서도, 새로운 힘을 학습하여 적을 무찌르려고 한다. 그런 자신의 행동이 무작정 옳다고 할 수는 없었다. 주입식 교육을 받던 시절도 마냥 괴롭다고 말할 과거는 아니었다.


단지 습관일 뿐이다.


‘습관이라는 것은 무서운 거야.’


그러니 레이라가 한 번이라도 잘못된 길을 걸어가면 안 된다. 레이라가 슬픔이라는 길을 걷는 순간부터 잘못된 습관이 완성된다.


‘모든 불행이 슬픈 것만은 아닌데.’


모든 불행을 슬픔으로 보면서 없애려고 할 것이다. 그 끝에 자신만 파멸한다는 것을 모르는 채로.


‘그러니 레이라의 타락을 어떻게든 막아낸다.’


스테민은 정신을 갉아먹는 기억들을 애써 가라앉히며 심호흡했다.


“킹 오크.”


그리고 쿠라단을 불렀다. 쿠라단은 압도적인 격차를 깨닫고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었다.


혼란스러웠다.


그토록 강해지기 위해 노력했는데 아무런 의미도 없었단 말인가?


다른 킹 몬스터에 비해서 약해도 괜찮았다. 분노의 악마 레이파보다 약해도 괜찮았다. 그들은 자신보다 오래 살아왔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세월이 흐르면 강해질 수 있다고 믿어왔으니까.


그런데 새파랗게 어린 스테민에게 지다니.


‘믿을 수 없어. 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쿠라단이 느끼는 허무함은 슬프다는 감정으로 이어져갔다. 스테민은 그 슬픔을 느끼면서 불안함을 느꼈다.


‘설마, 레이라가 이 녀석의 슬픔까지 고려해주지는 않겠지?’


불안해하며 레이라의 눈치를 살폈다. 레이라는 아까와 똑같은 모습일 뿐이다. 쿠라단의 슬픔을 공감하는지 안 하는지는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황제는 선택지와 함께 지켜보고 있었다.


-


킹 오크 쿠라단까지 보기 좋게 당해버렸습니다.


혼란을 일으켜 슬픔을 만들고, 레이라를 슬픔의 악마로 타락시키겠다는 계획은 보기 좋게 실패하였습니다.


이제 당신에게 남은 선택지는 거의 없습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1. 쿠라단을 후퇴시킨다.

2. 쿠라단이 끝까지 싸우게 한다.

3. 쿠라단으로부터 식탐의 힘을 회수한다.


-


황제는 3번을 골랐다.


“뭐···?”


쿠라단은 킹 오크가 되면서 얻었던 힘이 빠져나간다는 것을 느꼈다.


“자, 잠깐 식탐이시여! 저는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식탐의 힘은 필요하다. 식탐의 힘만 있다면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러니 가져가지 말아 달라,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


절규하며 울부짖었지만 소용없었다.


쿠라단으로부터 새카만 마력이 빠져나오더니 어딘가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스테민은 놓치지 않고 마력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지켜봤다.


진혁이 있는 쪽, 즉, 이프가 수행을 하던 숲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 식탐의 악마가?’


이프도 못 죽였던 식탐의 악마다. 스테민 자신이 죽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실마리가 있다면 붙잡는 게 맞다. 특히 쿠라단의 절규와 슬픔은 레이라의 타락을 자극시킬 수 있기 때문에, 우선 레이라를 데리고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판단을 끝낸 스테민은 재빠르게 외쳤다.


“식탐의 힘을 잃은 쿠라단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합니다! 지금 식탐의 힘을 쫓아 악마를 추적할 예정이니, 자신 있는 학생은 쫓아오고 없는 학생은 이곳에서 정예오크들의 수호를 받으십시오!”


식탐의 악마를 쫓는다.


레이라는 쿠라단의 슬픔을 보며 공감해주려다가, 식탐의 악마라는 말에 정신이 번뜩 뜨여 스테민을 쫓아갔다.


레이라는 아버지나 다름없는 레이틀리를 킹 고블린에게 잃었다. 비슷한 킹 오크에게 슬픔을 공감해줄 이유도 없었고, 식탐의 악마를 쫓는다는데 넋 놓고 있을 이유도 없었다.


“지, 진혁님?!”


레이라는 만신창이가 된 성진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스테민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어 당황스러웠으나, 주변에 식탐의 악마가 있을 수도 있으니 방심할 수는 없었다.


“리릴 학생, 식탐의 마력이 이쪽으로 오지 않았습니까?”


“네? 네···”


리릴도 식탐의 마력이 대뜸 이쪽으로 날아오기에 놀랐었다. 하지만 날아오자마자 홀연히 모습을 감췄기에 어디로 갔는지는 알지 못했다.


“이 주변에 식탐의 악마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중에 듣도록 하죠!”


스테민은 재빠르게 달려가 일대를 수색했다. 그러나 별 수확은 없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악마는커녕 잔혹한 자의 흔적 자체를 볼 수 없었다.


“힘이 이쪽으로 와서 사라졌다고 했는데, 왜 없는 거지···?”


식탐의 악마에게 순간이동 능력이라도 있단 말인가?


아니, 그럴 리가. 식탐의 악마에게 그런 능력은 없다. 순간이동 능력은 교만과 나태에게만 있는 능력이니까.


‘하지만 더 찾아봤자 헛수고겠지.’


그런 것보다도 진혁이 왜 만신창이가 되었느냐를 알아봐야 했다.


일단은 응급처치부터.


스테민은 마력 구급법을 이용해서 진혁의 상처를 응급처치했다. 치료한 것은 아니지만 죽을 위험 또한 없을 것이다.


‘애초에 진혁의 강함에 비해 죽을 정도로 다친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는 리릴에게 자초지종을 물었고, 리릴은 있었던 일을 설명해줬다.


“네? 분노의 악마 레이파와 싸웠다고요?”


스테민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분노의 악마는 역사상 한 번도 상처를 입어본 적이 없는, 무패의 악마입니다. 그런데 치명상을 입어서 도망갔다니···”


스테민은 리릴에게 그 힘을 다시 보여 달라고 했다. 리릴은 알겠다고 하면서 무기의 문을 열고 화살을 발사했다.


파악!


스테민은 바닥에 꽂힌 화살과 무기의 문을 교대로 봤다.


“익스퍼트 심화도 아니고, 이 화살도 평범한 화살입니다만.”


“그, 그러게요. 갑자기 왜 안 되지···”


리릴은 머쓱하게 웃었다.


“어쨌든··· 교양 수업은 이거로 끝내야겠군요. 더 진행할 상황은 아닙니다.”


결국 여행 교양은 긴급하게 종료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쿠라단을 아카데미로 데려가고 싶었지만, 쿠라단을 레이라가 보면서 슬픔을 느끼면 위험할 수도 있기에 그러지 않았다.


쿠라단의 처우는 정예오크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정예오크의 족장, 렉사는 쿠라단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쿠라단이 비록 강함을 추구하여 킹 오크가 된 것은 맞지만, 동족상잔을 해보기 전에 제압되었으니 죄는 없다.


어째야 좋을까.


렉사는 쉽게 결정할 수 없어서 쿠라단에게 다가갔다. 쿠라단은 아까까지 보여줬던 위용을 모두 잃고 힘없이 앉아있었다.


식탐의 힘뿐만 아니라, 쌓아올린 모든 힘을 빼앗겼다. 쿠라단은 자신이 살아온 일생이 모두 부정당한 기분이라 살아갈 힘조차 나지 않았다.


렉사는 그렇게 약해진 쿠라단에게 말했다.


“어릴 때부터 너를 봐왔지. 정예오크치고는 너무나도 허약하게 태어난 너를 말이다.”


쿠라단은 렉사의 말에 아무런 대답 없이 밤하늘을 보았다. 밤하늘에는 별빛이 빛을 흘리고 있었다.


이리도 밤하늘이 아름다웠던가.


쿠라단은 얼마나 자신에게 여유가 없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여유가 없을 법도 한 인생이었다.


“그렇죠. 저는 우리 종족에서 제일 약했으니까요. 그래서 강해지고 싶었던 것뿐이었는데.”


“운명이란 참 서글픈 것이구나. 강해지고 싶은 아이에게 이토록 끔찍한 시련을 줬었다니.”


렉사와 쿠라단은 그 이후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밤하늘을 보았다. 렉사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이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또한 운명의 흐름일 뿐이겠지. 비록 너로 인해 오늘 정예오크의 운명이 다할 뻔하였으나, 그러지 않은 것 또한 운명일 것이고. 그러니 이렇게 된 것, 너를 봐주도록 하겠다.”


쿠라단은 서글프게 고개를 내저었다.


“봐준다고 해서 뭐가 있겠습니까. 저는 아무런 힘도 남지 않았는데.”


“우리 정예오크에게는 긴 수명이라는 무기가 있지 않나? 지금은 그 스테민이라는 인간보다 약할지 모르지만···”


끝까지 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러니 힘을 내라. 이왕 이렇게 된 것, 내가 봐줄 테니, 너 또한 다시는 그런 실수하지 말고 잘 살아봐라.


“이번에는 부정한 힘 없이, 오롯이 너만의 노력으로 강해져 보거라.”


렉사는 그리 말하고 자리를 떴다. 쿠라단은 소리 없이 흐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근육을 모두 잃은 그의 모습은 빈약했지만, 눈물을 멈춘 후에 전해지는 기백은 이전보다 고결한 것이었다.


이어진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족장은 널 살려뒀지만··· 내 얼굴을 아는 이상, 내가 널 살려둘 수는 없겠는데?”


쿠라단은 익숙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어린 소녀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쿠라단은 소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경악하며 몸을 떨었다.


“시, 식탐···”


“그리고, 색욕이지.”


쿠라단의 가슴에 소녀의 손이 꽂혔다.

쿠라단은 숨 쉬기가 어려워져갔다.

곧 죽을 것이다, 확실했다.


죽어가는 쿠라단의 눈은 소녀의 모습을 분명하게 담고 있었다.


소녀는 식탐의 악마이자 색욕의 악마인.


“로···스트.”


로스트였다.


작가의말

로스트 너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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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미래 +2 21.01.07 128 4 13쪽
102 이프 +2 21.01.07 129 4 13쪽
101 리릴 +2 21.01.06 138 4 13쪽
100 나태의 저주 (6) 21.01.06 127 4 12쪽
99 나태의 저주 (5) +2 21.01.05 123 4 12쪽
98 나태의 저주 (4) +2 21.01.04 110 4 12쪽
97 나태의 저주 (3) +3 21.01.01 126 4 12쪽
96 나태의 저주 (2) 21.01.01 102 4 12쪽
95 나태의 저주 (1) +2 20.12.31 126 4 13쪽
94 에리나 (5) +2 20.12.30 108 6 13쪽
93 에리나 (4) 20.12.29 88 5 13쪽
92 에리나 (3) +4 20.12.28 108 6 12쪽
91 에리나 (2) 20.12.25 112 6 12쪽
90 에리나 (1) 20.12.25 128 5 13쪽
89 모순 20.12.24 110 5 13쪽
88 가시의 책임 20.12.23 120 4 12쪽
87 질투와 탐욕 20.12.22 125 5 12쪽
86 로스트(lost) +2 20.12.21 319 5 12쪽
85 분노의 악마 +4 20.12.18 120 5 12쪽
84 최유정 (5) 20.12.17 131 5 12쪽
83 최유정 (4) +2 20.12.16 139 5 12쪽
82 최유정 (3) 20.12.15 147 5 13쪽
81 최유정 (2) 20.12.14 119 5 12쪽
80 최유정 (1) +2 20.12.11 12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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