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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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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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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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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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리릴

DUMMY

아카데미를 다시 복구하고 있을 때.


진혁은 이때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아카데미의 교관들에게 이야기해줬다.


잔혹한 자는 이미 죽어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악령과 악마가 생겨나는 것은 결국 막을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악마가 된다고 해서 반드시 악해지지는 않는다. 레이라처럼 악마가 되더라도, 그 악이 선의에서 비롯된 악으로 잘만 이겨내면 더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일들을 죽지 못한 황제가 증명해줬다. 황제는 진혁에게 당한 모습 그대로, 정신만 회복된 상태로 모든 것을 말해줬다.


거짓말을 하거나 불응할 여력은 없었다. 황제는 가슴 깊숙이 남아있는 자괴감 때문에 저항하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들은 리칼과 교관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때까지 믿고 있었던, 당연한 상식 수준의 정보가 모두 뒤집혔을 뿐더러, 제국을 이끌어야 할 황제가 사실 흑막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니까.


‘이때까지 황제에게 느꼈던 위화감은 그 때문이었는가···’


황제가 잔혹한 자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은 했지만, 설마 잔혹한 자가 존재하지 않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다.


“이야기를 정리해보자면, 아직까지 위협이 완전히 사라졌지는 않군요.”


스테민이 종이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아직 질투라는 태초의 악마가 남아있는 거죠.”


진혁은 질투가 어떤 존재인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까지는 모른다.


“최고신 메리스를 괴롭혀왔고, 잔혹한 자 또한 질투의 시나리오 중 하나라면···”


스테민은 긴장한 기색이었다.


“틀림없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겁니다.”


전국의 마스터를 전부 모은다고 해도 이길 수 있는 상대일까?

마스터라고 해봤자 결국 황제의 수준인 엠페러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한 마디로 개미가 수천 마리가 모인다고 해도 거대한 드래곤을 이길 수는 없듯이.

마스터들이 아무리 많이 모여도 황제조차 가지고 놀던 질투를 이길 수는 없다.


“당장 나태만 해도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진혁군, 나태는 자네들이 무찌르지 않았나?”


“그게 우리들의 힘으로 무찔렀다고 말하기 애매합니다.”


황제를 쓰러트렸던 진혁과 리릴을, 나태는 고작 한 팔로 대충 휘둘러서 공격했었다. 그런데 그 공격을 받고 진혁은 양팔이 부러졌지 않은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고작 그 정도 힘으로 죽을 나태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나태가 죽지 않았다는 건가?”


“아니요, 죽긴 죽었습니다. 단지 나태의 죽음 또한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일 수도 있다는 거죠.”


결국 어떡해야 이길 수 있을지 답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에리나가 침울해했다.


“질투는, 나도 잘 몰라.”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프와 함께 잔혹한 자를 죽였던 나··· 그런 나를 가지고 놀 수 있었지. 게다가 네베의 일기를 봐보면, 수많은 이들의 기억을 조작할 수도 있는 것 같아.”


“그건 아닐 겁니다.”


스테민이 반박했다.


“정황을 살펴보면, 질투가 이때까지 해온 수많은 공작들은 나태를 이용했을 겁니다. 나태가 죽은 지금 질투는 기억조작도, 환영 보여주기도 못 할 테죠. 다만···”


그래서, 더 두렵다.


“현실조작도 가능했을지 모르는 나태가, 왜 질투를 따랐을까요?”


결론은 질투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이다.

더 이상 시나리오를 만들 수는 없겠지만, 여기 있는 모두를 죽여버리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뜻.


“그렇다면 왜 질투는 지금 바로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까요?”


“아직··· 시나리오를 더 이끌고 싶은 거겠지.”


나태는 죽었지만 지금 진행 중인 시나리오는 이어갈 수 있다.

질투는 어디까지나 최고신 메리스를 괴롭히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질투하는 상대를 나락 끝까지 떨어트리기 위해 행동한다.


“결국, 리릴이 목적인 거네.”


잠자코 듣고 있던 오로리가 말했다.

리릴이 원래는 최고신 메리스라고 하지만, 엄연히 오로리가 아끼는 제자.

질투인지 뭔지는 몰라도 그런 제자를 괴롭히게 놔둘 생각은 없다.


“학교장님, 일단 안 된다고 해도 최선을 다해보는 게 맞습니다. 언제 질투가 공격해올지는 모른다지만, 전국의 마스터들, 그리고 이종족의 강자들까지도 모아야 합니다.”


단순히 리릴을 괴롭히는 것으로 끝이 날까?

아니다, 이 세상은 애초에 최고신 메리스를 괴롭히는 시나리오를 유지하기 위해, 질투가 계속해서 이끌어온 것이나 다름없는 세상.


그 질투가 더 이상 시나리오를 안 쓴다고 한다면, 그건 이 세상의 종말을 의미한다.


“이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해서라면, 응당 그래야겠지.”


하지만 국민들에게 공개하기에는 너무나도 혼란스러운 정보다. 황제가 사실 흑막이었다는 것부터가 충격적인데, 그 외의 진실들도 상식과의 괴리감이 컸다.


“그래도 언젠가 알아야 할 일들이네. 최대한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애써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지.”


리릴은 돌아가는 상황을 아무 말 없이 지켜봤다.

이 모든 게 자신이 최고신인데도 약하기 때문이다.

어째서 신이라는 작자가 악마 하나 못 이기고 쩔쩔매고 있단 말인가.


‘나도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민폐만 끼치고 있어.’


저번 전공교류주간 때 리시아와 싸운 이후.

스스로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때 이시즈가 리릴을 걱정해주며 말을 걸어왔었다.


-리릴, 힘이 없어 보이네?


그 물음에 리릴은 자신이 얼마나 약한지 슬퍼하며 감정을 토로했다. 이시즈는 그런 리릴의 어깨를 두들겨주며 미소 지었다.


-괜찮아. 잘하고 있잖니. 다음부터는 안 그러면 돼.


괜찮다. 잘하고 있다. 다음부터는 안 그러면 된다.


하지만 전혀 괜찮지 않다. 잘하고 있지도 않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으려고 수련도 했는데 소용없었다.


스스로의 한심함에 절망하며 리릴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런 리릴에게 이시즈가 다가와 다시 한 번 어깨를 두들겼다.


“리릴,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아?”


“으, 응? 아, 아무 것도 아니야···”


“질투 때문에 걱정되는 거야?”


“응? 아, 응···”


“질투는 어떻게든 될 거야. 많은 강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잖아? 그러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


“왜 그래? 최고신 메리스인 너를 지켜주려고 다들 노력하는 거잖아. 그럼 네가 침울해하지 말고, 너를 생각해주는 사람을 위해 웃어줘야지.”


“그렇지만, 나는 너무 약한 걸···”


“괜찮아. 괜찮대도.”


이시즈가 아무리 리릴에게 괜찮다면서 위로해줘도, 리릴에게는 오히려 그 괜찮다는 말이 독이 되어 돌아왔다.


전혀 괜찮지 않은데.

왜 자꾸 괜찮다고 하는 거야.

그런다고 뭐가 바뀌어?

내가 강해져?

사람들을 구할 수 있어?

민폐 안 끼칠 수 있어?


리릴은 그런 말들이 자꾸만 나오려고 했지만, 자신을 위로해주는 이시즈에게 그리 말하면 실례라고 생각하여 꾹 참았다.


이시즈는 리릴을 빤히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서 에리나에게 다가갔다.


에리나는 질투를 어떡해야 상대할 수 있을지 고민하느라 예민한 상태인데, 이시즈가 그런 에리나의 등을 콕콕 찔렀다.


“흐에엑?!”


에리나는 자기도 모르게 질서의 마법을 사용해 이시즈를 차렷 자세로 만들었다.

이시즈는 의도치 않게 각 잡힌 채로 차렷 자세를 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많이 예민하구나.”


“아, 깜짝이야. 왜 사람을 놀라게 하고 그래?”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어.”


“그래서? 무슨 일인데?”


에리나는 이시즈를 처음 볼 때부터 싫어했다.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었었는데, 그 이유는 이시즈가 뜨겁기 때문이었다.

에리나는 냉기 마법을 쓰는데 이시즈는 불꽃 마법을 쓰니 상성이 안 맞을 수밖에.


‘물론 그것도 그거지만.’


질투가 자신을 바라볼 땐 뜨거움을 느꼈었다.

그 이유는 질투의 심상 때문이다.

엔비아가 무의식의 영역을 펼쳐도 뜨거운 풍경으로 바뀌듯이, 질투는 언제나 타오르는 불의 심상이다.


그 때문에 불 마법을 쓰는 인간들은 다 마음에 안 들었었다. 엔비아가 무의식의 영역을 펼치는 것 또한 엔비아니까 용인해주는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바로 싫어했을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질서의 마법사니까.’


에리나는 질서의 마법사가 된 이후부터 이시즈가 싫지 않았다. 이제 와서 마음에 들고 친해지라고 하면 어색하겠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으르렁거릴 이유는 없었다.


“음, 리릴이 많이 어두워보여서.”


“리릴이?”


“응. 표정이 많이 안 좋잖아.”


에리나는 리릴을 봤다.

리릴의 표정은 어두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내가 리릴이었어도 표정이 안 좋았을 거야. 최고신인데도 아무 것도 못 하는, 무능한 상태니까.”


“그러니까, 그런 리릴을 위해 서프라이즈 파티라도 준비하는 게 어때?”


“서프라이즈 파티?”


“응, 지금 그런 걸 할 분위기는 아니란 걸 알지만···”


아카데미는 현재 복구 중이고, 질투에 맞서기 위해서 수많은 인력을 소집하려고 한다.

그런 분위기에서 리릴을 즐겁게 해줄 서프라이즈 파티를 한다는 건 앞뒤가 안 맞지만.


“그래도 너무 처지면 전투력을 발휘 못 해. 우리의 힘은 결국 심상에서 올라오는 거니까.”


“그건 맞는 말이지. 부정적인 심상으로 힘을 내는 사람도 간혹 있긴 있지만, 우리는 대부분 긍정적 심상에서 강력한 힘을 뽑아내니까.”


그래서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하기로 했다.


아카데미에서 멀쩡한 건물을 찾기는 어렵지만, 운 좋게 에리나의 방은 멀쩡하게 남아있었고, 에리나의 방은 혼자서 쓰기에 양해를 구할 필요가 없었다.


이시즈는 에리나 말고도 진혁, 덴트, 베르단디, 레이라에게 이야기해서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이런데 해도 괜찮겠느냐고 다들 이야기했지만, 이시즈가 이럴 때일수록 더 힘을 내야 한다고 말해서 다들 수긍했다.


파티에는 빠트릴 수 없는 것이 풍선과 케이크.

베르단디는 바람의 힘을 이용해서 풍선을 만들었고, 진혁과 레이라는 케이크를 사러갔다.


덴트는 숨기는 힘을 이용해서 파티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모두 감췄다.


서프라이즈 파티니까.


그리고 모든 준비가 끝난 뒤, 에리나는 리릴에게 자기 방으로 와달라고 말했다.


“갑자기 왜···?”


“친구 방에 놀러오는 거 별 일 아니잖아?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나 하자구.”


리릴은 고개를 끄덕이고 에리나의 방으로 갔다.

에리나의 방에 들어오자마자 덴트는 숨겨둔 모습을 드러냈고, 다른 이들은 생일 폭죽을 터트렸다.


팡! 팡! 팡파레~


진혁이 케이크를 가지고 다가오자, 리릴은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진혁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주인 아가씨, 혼자 힘들게 끙끙 앓으려 하지 마. 주인 아가씨 곁에는 우리가 있잖아? 우리 함께 힘을 합치면 뭐든 극복할 수 있을 거야.”


근거 없다.

가능성 없다.

그럼에도 진혁이 그리 말하니 설득력이 있었다.

안심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진혁이 이렇게 말하니 억지로라도 응할 수밖에 없었다.


“고, 고마워요 다들···”


그리고 케이크를 먹으면서 다들 신나게 놀았다.

덴트는 베르단디의 얼굴에 케이크를 묻히기도 했고, 그 때문에 열 받아서 베르단디는 케이크를 덴트의 얼굴에 집어 던졌다.

케이크는 못 먹게 되었지만, 진혁이 요리를 해와서 맛있는 음식들을 먹을 수 있었다.


리릴의 걱정도 자연스레 분위기에 녹아들어 사그라들어갔다.


하지만 걱정이 줄어들수록 불안감은 커져갔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결국 자신이 약하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데?


그리 생각하는 리릴 곁에 이시즈가 다가왔다.


“무슨 생각해?”


“아, 그냥··· 이래도 괜찮나 싶어서.”


“몇 번을 말하게 해야 해? 괜찮대도.”


“그렇지만··· 이렇게 남들한테 민폐만 끼치는데, 남들은 나한테 도움만 주고. 이런 게 괜찮은지는 잘···”


“괜찮다니까?”


“이시즈, 넌 무슨 근거로 괜찮다고만 말하는 거야? 전혀 괜찮지 않은데···!”


“그야, 넌 원래 그랬으니까.”


“······뭐?”


리릴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고, 이시즈는 당연한 이야기를 하듯이 말했다.


“넌 원래 남들한테 도움만 받으면서 살았잖아. 진혁님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나한테, 진혁님이 나타난 이후에는 진혁님한테.”


─넌 원래 혼자서 아무 것도 못 하는 아이였는데, 이제 와서 뭘 새삼스레 불안해하는 거야?


“원래 그런 애니까 괜찮다고. 내 말이 틀렸어?”


“어······?”


이시즈의 말에, 리릴은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툭, 끊어지는 기분이 들면서.


작가의말

팩트로 사람 때리지 말랬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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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에필로그 +2 21.01.08 392 6 11쪽
104 질투 21.01.08 220 4 13쪽
103 미래 +2 21.01.07 128 4 13쪽
102 이프 +2 21.01.07 129 4 13쪽
» 리릴 +2 21.01.06 139 4 13쪽
100 나태의 저주 (6) 21.01.06 127 4 12쪽
99 나태의 저주 (5) +2 21.01.05 123 4 12쪽
98 나태의 저주 (4) +2 21.01.04 110 4 12쪽
97 나태의 저주 (3) +3 21.01.01 126 4 12쪽
96 나태의 저주 (2) 21.01.01 102 4 12쪽
95 나태의 저주 (1) +2 20.12.31 126 4 13쪽
94 에리나 (5) +2 20.12.30 108 6 13쪽
93 에리나 (4) 20.12.29 88 5 13쪽
92 에리나 (3) +4 20.12.28 108 6 12쪽
91 에리나 (2) 20.12.25 112 6 12쪽
90 에리나 (1) 20.12.25 128 5 13쪽
89 모순 20.12.24 110 5 13쪽
88 가시의 책임 20.12.23 120 4 12쪽
87 질투와 탐욕 20.12.22 125 5 12쪽
86 로스트(lost) +2 20.12.21 319 5 12쪽
85 분노의 악마 +4 20.12.18 120 5 12쪽
84 최유정 (5) 20.12.17 131 5 12쪽
83 최유정 (4) +2 20.12.16 139 5 12쪽
82 최유정 (3) 20.12.15 147 5 13쪽
81 최유정 (2) 20.12.14 119 5 12쪽
80 최유정 (1) +2 20.12.11 12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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