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없이 야구만렙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스포츠

강직구
그림/삽화
k-young
작품등록일 :
2020.09.29 14:25
최근연재일 :
2020.11.13 09:59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50,153
추천수 :
858
글자수 :
206,768

작성
20.10.27 22:00
조회
983
추천
20
글자
12쪽

금강불패(2)

DUMMY

휴대폰 화면에 모르는 번호가 떴다.

일단 박지연 아나운서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지난밤에 답장도 못하고 잠들었다.

내가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 그녀가 먼저 전화까지 걸어온다면?


나는 또 얼마나 어리바리할까?

그나마 다행이었다.


“여보세요.”

- 금강 번호 맞나? 나 김경달 감독이야.


응? 김경달 감독?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말인가?


“아, 네······.”

- 요새 네 경기 잘 보고 있어.

“감사합니다.”


순간 김선달 ING스포츠 대표 말이 스쳤다.

8월 열리는 올림픽 대표팀에 뽑힐 수 있다는 말.

메달을 따면 당장 내년에 메이저리그를 노릴 수 있다는 그 황당한 계획 말이다.


- 어깨랑 팔꿈치 수술 받았잖아? 지금은 안 아파?

“네. 괜찮습니다.”

- 하긴, 괜찮으니까 150㎞ 넘는 공을 던졌겠지. 선발로 던져 보니까 좀 어때?

“편합니다. 컨디션 관리하기 더 좋습니다.”

- 그래. 네 피칭을 아주 인상적으로 봤어.


“감사합니다.”

- 이렇게 잘 던져주니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참 고마워. 허허.


김경달 감독은 정말 날 뽑을 생각인 것 같았다.

어떻게 대답해야 그의 마음에 들 수 있을까?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내가 그런 걸 잘할 리 없지.


“네. 더 잘하겠습니다.”

- 아냐. 지난 3경기를 보면 충분히 잘했어. 한 달 후에 올림픽 예비 엔트리를 발표하는 거 알지?

“네.”

- 그때까지 무리하지 말고 평균자책점 10위 안에만 들어봐. 그렇다면 난 자네를 뽑고 싶네.


여기까지 들었는데도 난 믿기지 않았다.

내가 국가대표가 된다고?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에 도전한다고?

메달을 따면 병역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정말 메이저리그에도 갈 수 있는 건가?


“가, 감사합니다.”

이 짧은 대답을 하는 데도, 난 버벅거렸다.


- 자네, 군대는 안 다녀왔지?

아, 김경달 감독님이 핵심을 찔렀다.

“네······.”


- 그게 문제야.

“······.”

군대 다녀오지 않은 게 문제라니.

금강불괴의 팔을 가졌는데도, 문제가 있는 건가?


- 예전에는 비슷한 기량이면 군 미필 선수를 우선적으로 뽑았는데 말이지. 지금은 반대라고.

“아······.”


- 국가대표가 되어 병역 특례를 받는 것에 대해 여론이 안 좋잖아. 그러니까 더 잘해야 돼.

“알겠습니다.”

- 그렇다고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지금처럼 하면 내가 뽑지 않을 이유가 없지.

“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침대에 다시 누웠다.

김선달 대표의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구나.

이렇게 하면 국가대표에 뽑힐 수도 있겠구나.


그런데 김선달 대표는 어떻게 알았지?

김경달 감독과 사촌쯤 되나?


어쨌든 구체적은 목표가 생겼다.

한 달 후에 평균자책점 10위 안에 드는 것.


보통 상위 10명 중 5명 이상은 외국인이다.

국내 선수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야 한다.


가능할까?

할 수 있을까?


***


닷새 후 서울 파이터스와 대구 히츠의 경기.

나의 첫 완봉승 다음 등판이었다.

대구에서 벌어진 경기에 많은 팬들과 미디어가 관심을 가졌다.


나는 아주 신중하게 던졌다.

오른 어깨 근육이 나흘 내내 뭉쳤기 때문이다.


아픈 건 아닌데, 신경이 쓰였다.


선발 투수로서 3경기를 던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스트라이드를 좁혀서 폼이 바뀐 탓일까?


어쨌든 전력으로 던질 수 없었다.

아니, 그러지 않았다.


1회 말 볼넷을 내준 뒤 히츠의 4번 타자 호세 로마리오에게 투런 홈런을 맞았다.


바깥쪽으로 던진 하이볼을 그가 잘 밀어 쳤다.

시속 148㎞의 패스트볼이었다.


올 시즌 들어서 내가 가장 놀란 장면이었다.

아무리 외국인 4번 타자라고 해도, 내 공을 밀어서 홈런을 만들다니.


이후 5회 말까지 나는 5피안타 2실점으로 꾸역꾸역 막고 있었다.


[금강 선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보입니다. 최고 스피드가 148㎞인데, 그게 홈런 맞은 공이었어요.]

[투구 내용을 보면요. 거의 안 던지던 커브를 15개나 던졌습니다. 슬라이더 비중은 줄었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보십니까?]

[글쎄요. 오늘은 스피드가 나오지 않다 보니까 오프스피드 피치를 보여준 것 같습니다.]


난 벤치에 앉아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5회까지 투구 수가 75개야. 6회 말까지 던질 수 있겠어?”

윤승환 투수 코치가 물었다.


오늘 제구와 구속 모두 썩 좋지 않았다.

지난 3경기보다 이닝 당 투구 수도 꽤 많았다.

윤승환 투수 코치로서는 걱정이 됐을 것이다.

“예. 6회까지는 던져야죠. 동점이니까요.”

“그래. 이번 이닝까지만 막자고. 괜히 승리 욕심 내지 말고. 벌써 3승이나 했잖아.”


누가 그걸 모르나.

나는 내 1승이 필요한 게 아니다.

수비와 타선의 도움, 그리고 행운까지 작용하는 승리 투수라는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는다.


선발 투수로서 가치만 보여주면 된다.

굳이 기록 욕심을 낸다면 평균자책점 정도다.

국가대표에 선발된다는 것은 내 계획을 1년 단축할 기회니까.


6회 말 히츠 공격은 2번 타자부터 시작한다.


● 히츠 우타자 김민우

-타율 0.315 / 출루율 0.411 / 홈런 2개

-우투수 타율 0.297 / 우투수 홈런 1개

-강점 : 바깥쪽 상위 18% / 변화구 상위 19%

-약점 : 몸 쪽 하위 31% / 패스트볼 하위 30%

-통산 상대 전적 : 15타수 7안타


김민우는 예전부터 나에게 꽤 강했다.

변화구, 특히 슬라이더 대응이 좋은 타자다.


오늘도 3회 말 두 번째 타석에서 슬라이더를 받아쳐 안타를 만들었다.

3번, 4번 타자 앞에서 그를 출루시키면 안 된다.


슉-.

퍽!

“스트라이크!”

김민우 바깥쪽으로 패스트볼을 꽂았다.

시속 145㎞.


2구째는 변화구를 기다리겠지?

슉-.

퍽!

“볼.”

이런, 빗나갔다.

몸 쪽 패스트볼을 찔렀는데, 살짝 빠졌다.

세게 던진 것 같았는데, 시속 144㎞였다.


“후우~.”

내가 충분히 힘을 쓰지 못하는 건가?

아니면, 힘을 써도 이 정도인 건가?


3구째는 커브를 선택했다.

오늘 그나마 가장 잘 듣는 변화구가 커브였다.

2스트라이크 이후 패스트볼로 승부를 걸면 된다.


슈욱~.

딱!


[쳤습니다! 우전 안타!]

[타이밍이 늦었는데, 툭 밀어 친 타구가 안타가 됐어요. 김민우 선수의 배트 컨트롤이 좋았습니다.]

[금강 선수, 오늘 운이 안 따르네요. 커브가 잘 떨어졌거든요.]

[오늘 구위가 썩 좋지 않습니다. 투수 교체를 고민해야 할 타이밍으로 보입니다.]


선발 투수에게는 이런 날도 있다.

뭘 해도 안 되는 날,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날.

지금까지 너무 잘 풀렸으니, 고비가 올 수도 있다.


이 고비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오늘 지더라도 망가지면 안 된다.


오늘은 그만 던지는 게 낫겠다 싶었다.

난 더그아웃을 바라봤다.

윤승환 투수 코치는 제자리에 서 있었다.

불펜 투수들은 이제야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6회 말까지는 내 몫인가 보다.

파이터스 불펜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딱!


[쳤습니다! 잘 맞은 타구! 쭉쭉 뻗어갑니다. 중견수! 중견수!]

[아! 잡아냈습니다. 정수민 선수의 파인 플레이!]

[풀카운트 접전 끝에 히츠 3번 타자 구자운 선수가 때린 타구, 하마터면 넘어갈 뻔 했어요.]

[금강 투수의 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몰렸거든요. 홈런이 될 뻔 했습니다.]


“후우~.”

마운드 위에서 나는 긴 숨을 토해냈다.


- 형, 오늘 왜 이래?

“그러게······.”

나는 동윤이에게 이렇게밖에 답하지 못했다.


- 스트라이드 때문 아니야?

“잘 모르겠어. 상체와 하체 움직임은 괜찮은 것 같거든.”

- 그러면 메커니즘이 좋다는 뜻인데. 제구도 흔들리고, 구속도 떨어졌다면······.


내가 괜한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시즌 중 투구 폼을 바꾸는 건 미련한 짓일까?

금강불괴의 팔을 가진 뒤, 오늘처럼 헤맨 적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스트라이드를 다시 늘려볼까?


● 히츠 우타자 호세 로마리오

-타율 0.290 / 출루율 0.355 / 홈런 9개

-우투수 타율 0.301 / 우투수 홈런 6개

-강점 : 바깥쪽 상위 3% / 패스트볼 상위 7%

-약점 : 몸 쪽 하위 49% / 변화구 하위 29%

-통산 상대 전적 : 9타수 4안타(2홈런)


KBO리그에서 4년째 뛰고 있는 로마리오는 일발 장타를 갖춘 타자다.

특히 우투수의 바깥쪽 패스트볼을 좋아한다.


로마리오는 어퍼컷 스윙을 한다.

바깥쪽 패스트볼을 잘 걷어 올리지만, 높은 코스에는 그나마 약한 편이었다.


난 1회 말 결정구로 하이 패스트볼을 던졌다.

그걸 로마리오가 잘 받아쳐 홈런을 때린 것이다.


로마리오를 상대로 어떤 공 배합을 해야 할까?

제구와 구속이 조금씩 떨어지니까, 자신감도 떨어지는 것 같았다.


안 된다.

내가 날 믿고 지키지 못하면, 끝이다.


초구는 몸 쪽 커브다.

슈육~.

“스트라이크!”


로마리오는 역시 패스트볼을 노리는 건가?

2구째는 스윙을 하겠지?


슉~.

“볼.”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로마리오는 인내심을 가지고 흘려보냈다.

분명 스트라이크 존 하단을 겨냥했다.

공이 필요 이상으로 잘 떨어졌다.

로마리오가 속지 않았을 뿐, 난 좋은 공을 던졌다.


먼저 몸 쪽 커브로 타자의 밸런스를 흔들었다.

다음에는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시선을 분산했다.


여기서 몸 쪽 패스트볼을 찌를 수 있다면?

타이밍을 뺏을 수 있다.

땅볼이나 내야 플라이가 나올 가능성이 크겠지.


슉-.

내 손을 떠난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향했다.

보더라인으로 잘 붙어야 할 텐데.


어라?

내 공은 몸 쪽을 향했지만 삐딱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에 가까운 공이었다.


딱!


***


경기 후 나는 숙소 바닥에 매트를 깔았다.

스트레칭을 한 뒤 섀도 피칭을 했다.


- 좀 쉬는 게 낫지 않아?

동윤이 목소리가 또 등장했다.

까불지 않는 걸 보니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이기든 지든 루틴은 지켜야지. 게다가 오늘 망한 건 밸런스 문제 같아.”


나는 오늘 올 시즌 첫 패를 당했다.

5.2이닝 동안 6피안타 4실점.

투구 수는 86개였다.

선발 투수로 전환한 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 난 아무래도 스트라이드 때문인 것 같은데.

“내 생각도 그래.”

- 그럼 되돌리는 게 좋지 않을까? 첫 2경기도 너무 좋았잖아?

“그것도 생각해 봤는데, 지금 투구 폼이 너무 편해. 미국 코치들도 과도기라고 했거든.”


- 어렵네. 뭐든 너무 급작스럽게 변하면 불안한데.

어린 녀석이 영감 같은 소리를 계속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부터 올 시즌 초까지 내 피칭을 대단했다.

‘유리 몸’이자 ‘유리 멘탈’에게는 과분한 성과였다.

그 폼에 변화를 준 것은 도박과 다름없었다.


“갑자기 왜 약한 소리야? 메이저리그 가서 크게 먹고, 크게 튀자며?”

- 폼까지 바꿀 줄은 몰랐지.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처음 3경기에서 벌어놓은 게 있으니 좀 까먹어도 돼. 느낌은 나쁘지 않아.”


- 다음 등판 때는 스피드가 잘 나올까?

“한두 번 더 던져보면 알겠지. 제구도 그렇고.”

- 커브는 어때?

“오늘 그나마 커브가 낫던데. 계속 해보려고.”


극단적이었던 드롭 앤드 드라이브 폼을 바꿔 보려는 건 메이저리그 진출을 고려해서다.


수직 무브먼트가 크다는 내 피칭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릴리스 포인트가 더 높아야 한다.


위에서 타자 무릎 높이로 내리꽂는 패스트볼이 궤적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그러면 커브와 체인지업 등 수직으로 움직이는 변화구의 효용도 커질 것이다.


혹시 아는가?

포크볼까지 장착하면 더 위력적일 수도 있다.


주무기였던 슬라이더의 비중은 조금 줄여야 한다.

리치가 긴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옆으로 휘는 변화구는 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 같다.


- 희한하네. 그렇게 비관적인 형이 이렇게 낙관적으로 변하다니.

“내가 말했잖아. 공이 세지니까 깡도 세지더라고.”


- 위이이잉.

밤 12시가 다 된 시간에, 전화기가 울렸다.


박지연 아나운서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없이 야구만렙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0 [공지] 독자 여러분께 알립니다 +8 20.11.13 746 4 1쪽
39 태극마크(3) +1 20.11.10 677 17 12쪽
38 태극마크(2) +1 20.11.09 681 17 12쪽
37 태극마크(1) +2 20.11.06 777 20 12쪽
36 암스트롱(4) 20.11.05 789 21 12쪽
35 암스트롱(3) +2 20.11.04 791 19 12쪽
34 암스트롱(2) 20.11.03 807 15 12쪽
33 암스트롱(1) +1 20.11.02 874 19 12쪽
32 금강불패(5) 20.10.30 921 20 12쪽
31 금강불패(4) 20.10.29 930 20 12쪽
30 금강불패(3) 20.10.28 922 24 12쪽
» 금강불패(2) 20.10.27 984 20 12쪽
28 금강불패(1) 20.10.26 1,023 21 12쪽
27 에이스와 에이씨(4) 20.10.23 998 22 12쪽
26 에이스와 에이씨(3) 20.10.22 964 17 12쪽
25 에이스와 에이씨(2) 20.10.21 1,011 20 12쪽
24 에이씨와 에이스(1) +2 20.10.20 1,079 19 13쪽
23 돈보다 공(4) 20.10.19 1,076 20 12쪽
22 돈보다 공(3) +1 20.10.18 1,098 15 12쪽
21 돈보다 공(2) +2 20.10.17 1,140 16 12쪽
20 돈보다 공(1) +2 20.10.16 1,181 21 12쪽
19 두 번째 기회(2) +3 20.10.15 1,228 21 12쪽
18 두 번째 기회(1) 20.10.14 1,240 25 12쪽
17 먹튀 프로젝트(5) 20.10.13 1,263 22 12쪽
16 먹튀 프로젝트(4) +1 20.10.12 1,243 20 12쪽
15 먹튀 프로젝트(3) +1 20.10.11 1,270 23 11쪽
14 먹튀 프로젝트(2) +2 20.10.10 1,313 14 12쪽
13 먹튀 프로젝트(1) +1 20.10.09 1,396 19 12쪽
12 점핑 패스트볼(4) +1 20.10.08 1,433 24 12쪽
11 점핑 패스트볼(3) +2 20.10.07 1,507 2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