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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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길헌
작품등록일 :
2020.10.05 07:33
최근연재일 :
2021.03.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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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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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정신병원

DUMMY

68. 정신병원.









박 경장이 탄 차는 에코 빌라 앞에 섰다.


앞에서 내린 박 경장이 앞서고 뒤에서 내린 근육질의 마 순경과 봉 순경이 박 경장을 따라 계단을 올랐다.


지옥으로 향하는 기분으로 계단을 오르던 박 경장은 302호 앞에서 차마 벨을 누르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이를 못마땅한 눈으로 보던 마 경장이 앞에 선 박 경장을 제치고 대신 벨을 눌렀다.



거실에 선 연홍이는 백팩을 메고 바닥에 놓인 가방을 들고 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다.


‘이건 가져가 봐야 거추장스럽기만 할 텐데.’


안 가져가는 게 맞는 거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져가면 모르게 쓸모 있는 경우가 많았다.


“엄마. 뭐해? 안 가?”

“응? 가야지.”


그래. 그냥 가자. 움직이기 편한 게 최고지.

결정한 연홍은 이찬의 손을 잡고 나가려는데 벨이 울렸다.


‘띵똥 띵땡! 띵똥 띵땡!’


‘하필 이럴 때 오는 사람이 있다니. 아이~ 참.’


항상 그랬다. 중요한 타이밍에 발생하는 엇박자.

그런데 문제는 이 엇박자가 모든 일의 행방을 좌우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엇박자 속에는 미래 예측의 불확실성이 있다.


빨리 보내고 가야겠다고 생각한 연홍이는 백팩을 풀고 나가 현관문을 열자 박 경장과 모르는 건장한 남자 두 명이 보였다.


연홍은 이때 박 경장이 보여주는 쑥스러운 표정과 남자 두 명의 무심한 표정을 보는 순간 뭔가 불안한 느낌이 확 밀어 닥쳤다.


“잠깐 나오시죠.”


연홍은 일부러 왜 그러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왜요?”

“나쁜 일 아닙니다. 잠시만 시간 내시면 끝납니다.”

“아니요. 싫어요. 무슨 일인지 알아야 나가겠어요.”

“잠깐이면 끝난다니까요.”

“싫다니까요.”

“에이~ 씨이~”


마 순경은 오른 손으로 연홍의 팔을 붙잡고 왼 손으로는 현관문을 확 열어 젖혔다.

그러나 문은 뜻대로 열어졌어도 연홍이는 뜻대로 따라오지 않았다.


‘어? 이게 뭐지?’


마 순경은 연홍이를 노려보고는 다시 힘을 줘 끌었다.


연홍이는 어떻게든지 자기 팔을 잡아끌려 힘을 주느라 어그러지는 마 순경의 표정을 보며 지금이 그때인지를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만약에 여기서 자신의 힘을 보여준다면 퇴촌은 물론이고 한민과의 추억도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만다.


연홍이는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아니. 이 여자 봐라. 도대체 이 여자 정체가 뭐야?’


힘을 줘도 안 딸려오는 연홍을 보며 잡아 땅기느라 이를 갈고 있을 때 갑자기 여자가 확 딸려 나왔다.


“그러면 그렇지.”


마 순경은 자기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좋아하는 마 순경을 별꼴이라는 눈으로 본 봉 순경이 문 안에 있던 이찬에게 다정한 눈빛으로 물었다.


“네가 아들이지? 우리 엄마 따라 가자.”


봉 순경을 멀뚱멀뚱하게 보던 이찬이는 봉 순경 뒤에 있는 엄마에게 눈을 돌리니 엄마가 고개를 끄덕여 나오라는 사인을 줬다.


이찬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엄마를 따라 문을 나섰다.



6명 정원 초과로 파출소에 도착한 경찰차는 파출소에 대기해 놓은 마 순경의 SUV를 타고 박 경장도 함께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차는 외곽도로를 타고 한참 가다가 도시가 보이기 시작하자 곧 이면 도로로 접어들었다.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지?’


연홍이는 무시하는 척 하면서도 앞으로 생기는 일에 어떤 식으로 대비를 해야 하는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표정을 보니 박 경장도 궁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게 모르기는 마찬가지인 거 같았다.

그렇다면 박 경장은 이들과 같은 패가 아니란 얘기다.


연홍이는 이찬을 보고는 살짝 미소를 지은 후 손을 잡자 이찬이도 미소를 지은 후 연홍의 손을 마주 잡는데 그 손의 힘에는 엄마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강한 전달력이 있었다.


됐다. 이찬이가 알고 있으면 한결 결정하기가 쉽다.


차는 계속 달리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말하는 사람이 없어 차 안에는 조용함만이 깔려 있었다.


이면도로를 달리던 차는 주택들 사이에 위치한 4층짜리 건물 앞에 정차했다.


마 순경이 내려 뒷문을 열어 주자 이찬과 연홍이, 박 경장은 차에서 내려 신세계를 구경하듯 몸을 360도 돌려 곳곳을 구경하다 건물을 쳐다보니 이층에 붙어있는 간판이 눈에 띠었다.


‘밈 정신과.’


연홍이와 박 경장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신과에는 뭐 하러 왔으며 또 하필 이 먼 곳까지 온단 말인가.


마 순경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며 박 경장은 과연 이곳에 환자가 찾아올 수는 있을까 궁금했다.


허름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역시 허름한 대기실을 청소하고 있던 할머니 조금 안 된 여자가 마 순경을 이미 알고 있는지 진찰실을 가리켰다.


마 순경은 진찰실이라 쓰여 있는 문을 노크 한 후 응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문을 탁 열었다.


“선생님. 왔습니다.”


마 순경은 연홍이와 이찬이를 들어가라고 손짓을 한 후 문을 닫고는 대기실 의자에 앉았다.


멋 적어하던 박 경장도 마 순경 떨어진 곳으로 가 앉아 잠시 생각했다.


‘도대체 나는 왜 같이 데리고 왔을까?’



의사는 대강 70세 정도 되어 보이는 긴 얼굴에 뺨이 푹 빠진 마른 모습으로 책상 뒤 의자 등에 기대어 앉아 말도 없이 연홍이와 이찬을 노려보기만 했다.


이찬은 일부러 시선을 멍하게 가져갔고 연홍도 멍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속으로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의사를 보았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냐?’



의자 등에서 등을 떼고 제대로 앉은 의사는 진지한 얼굴로 연홍에게 물었다.


“아이를 학교에 안 보낸 지는 얼마나 되었죠?”


‘무슨 대답을 해야 하지.’

연홍이는 마땅한 답변이 생각나지 않아 그대로 있기로 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학교를 안 보내면 그건 일종의 아동학대라는 건 알고 있죠? 아이의 사회성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감방에도 갈 수 있어요.“

“집에서 다 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실 거 없어요.”


즉흥적으로 나온 연홍의 대답에 의사는 잠깐 멈칫했다가 계속 물었다.


“유전병이 있다고 했는데 언제부터 시작이었죠?“

“유전병이요?”

“네. 엄마만 심한 게 아니라 애도 똑같이 심하다고 하던데.”


연홍은 조금씩 이야기의 줄기를 알 수 있을 거 같았고 여기 온 이유도 약간은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어떨 때 나타나나요? 오기 전에 무슨 전구증상이 있는가요? 여기서 보여줄 수 있어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이 사람들의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

알 수가 없는 연홍은 가만있기로 했다.


기다렸으나 증상의 실현이 없자 의사는 할 수 없다는 듯 자기 앞의 진료 차트를 덮었다.


“밖의 경찰이 목격한 바로는 엄마나 애한테 나타나는 증상이 매우 심각하고 특히 엄마의 발작이 애한테는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는 보고서를 올렸으니까 일단 입원해서 나타나는 증상을 관찰하고 거기에 맞는 치료를 하도록 합시다.”


연홍이는 아직 이해가 완전히 되지는 않았으나 이 계획의 배후에는 어떤 목적이 있을 거 같았다.

있다면 그게 무엇일까?


연홍이가 이찬을 보니 이찬도 눈을 가늘게 뜨고 의사의 심중을 헤아리고 있었다.

이 모습은 연홍이가 기대하던 부메라벨의 왕자다운 모습이었기에 연홍은 흡족하여 이찬의 어깨를 한 팔로 안았다.


의사는 대기실로 나와 박 경장에게 서류에 사인하도록 했다.

서류는 연홍과 이찬이가 발작하는 걸 봤다는 걸 확인하는 내용이었기에 본 게 맞다는 사인을 해 줬다.


의사는 이 서류와 진단서가 들은 봉투를 마 순경에게 넘겨줬고 마 순경은 봉투를 건네받은 후 의사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지금 가야 하는 건가?’


연홍은 마 순경을 따라 의원을 나서며 이 사람들의 계획을 확인한 다음에 도망갈 것인지 아니면 지금 도망갈 것인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조금 더 일찍 출발할 걸.’


연홍은 조금 늦장 핀 게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생각되니 자신이 너무 책망되었다.


그것은 그냥 무사히 떠났으면 자기가 한민의 추억을 가지고 가는 것이고 여기서 도망을 하게 되면 한민이가 가지는 자신의 추억을 파괴하는 것이기에 더욱 후회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말을 하는 사람이 없어 차 안은 그야말로 답답할 정도로 조용했다.



“아저씨. 어디로 가는 거예요?”


이찬이가 순진한 어린아이의 얼굴로 옆에 앉은 박 경장에게 물었다.


“나도 잘 몰라.”


알 리가 없는 박 경장이 자신 없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 순경과 봉 순경은 분명히 이찬의 목소리를 들었음에도 아무 말 없이 운전만 하고 있었고 이런 숨이 막히는 분위기 속에서 마음을 정리하기 시작한 이찬은 손을 뻗어 연홍의 손을 꽉 잡았다.



국도를 한참 달려간 SUV는 마침내 마당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 주차장에 정차했다.


답답했던 이찬과 연홍이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음에도 기다렸다는 듯 문을 열고 내렸다.


마당은 넓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쉴 공간으로는 충분했고 건물은 2층 건물로 오래되어 낡은 기분을 주었으나 더럽지는 않은데다 벽에 덩굴장미도 얽혀있는 게 약간은 고전적인 느낌도 주었다.


마 순경은 이찬의 등을 살짝 밀며 자기를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는 앞서 갔다.


“얘야. 따라와라.”


이찬이 마 순경을 따라가는 걸 본 연홍이도 따라 가려 했으나 봉 순경이 연홍의 앞을 가로 막았다.


“왜 이래요? 비켜요.”

“못 갑니다.”

“아니 왜 못 가게 하는 거예요. 비켜요.”

“엄마는 다른 병원에 입원해야 합니다. 같이 있으면 아이가 위험해요.”

“뭐라고요? 아이가 위험해요?”

“네. 위험하다고 분리시켜 입원시키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누구한테요?”

“알 거 없습니다.”


연홍의 몸은 반사적으로 봉 순경의 목을 치려 손 모서리를 들어 올리다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국은 손을 내렸다.


연홍은 아직 한민과의 사랑의 흔적을 지울 자신이 없었다.


‘나 어떻게 해’ 하는 표정으로 연홍을 보며 마 순경 뒤를 따라가는 이찬을 보며 연홍은 ‘잠시만 기다려라. 곧 올게’ 라고 속으로 말하자 입술 모양을 보고 알아들은 이찬은 미소를 띠우고는 돌아 마 순경을 따라 건물로 들어갔다.


“자. 갑시다.”


봉 순경은 연홍에게 말하고는 운전석에 올라 연홍과 박 경장이 타자 차를 출발시켜 ‘루브’ 정신병원을 빠져나와 국도를 타고 달렸다.



연홍이가 도착한 곳은 분위기가 완전 달라 인적도 드문 곳에 5층짜리 건물 하나만 삐죽이 올라가 있었다.


어둡고 침침한 건물.

마치 사형수들이 집행 일자를 기다리며 자기에게 남은 마지막 생을 보내는 곳 같았다.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불이 안 들어와 어두워 전조등을 켜지 않고는 내려갈 수 없었으며 주차장 내부도 컴컴하고 켜진 불이 몇 개 안 되어 주차 지역의 구분 칸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연홍을 대동한 봉 순경은 1층 사무실로 들어가 정신과 의사에게 받은 진단서를 보여주자 직원이 이를 확인한 다음 봉 순경과 연홍을 데리고 엘리베이터 앞에 올라감을 누르고 기다렸다.


엘리베이터 안은 일부러 그랬는지 불이 켜졌다 꺼졌다하여 사람 마음을 심란하게 하였고 내린 4층은 더 어두웠다.


4층의 병실은 전부 철창으로 가려져 안을 볼 수 있었으며 안에 있는 사람들은 바닥에 누워 자거나 기어 다니거나 얼이 빠진 얼굴로 침을 흘리며 헤헤~하다가 연홍을 보고는 환영한다는 뜻으로 비명을 질러 그 소리가 천장을 타고 퍼져 4층 전체가 울렸다.


여기는 인간 존엄의 끝이었다.

아니 아예 인간이란 없었다.


직원은 439라고 쓰여 있는 철창문을 열어 연홍을 밀어 넣고는 문을 걸고 복도를 걸어 나가 버렸다.


들어가 앞에 놓인 어두워 보이지도 않는 검은 회색 벽을 보며 이곳에서는 한민과의 사랑의 추억은 한갓 단어의 나열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을 깨우칠 때 뒤에서 말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 봉 순경을 봤다.


“여기서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거야.

아마 너는 새로운 세상이 어떤 것인지 느끼지도 못하겠지만.

그래도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는 세계.

그것도 꼭 그렇게 나쁜 거는 아니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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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123. 잔사탄, 인간의 잔인함을 일깨우다 21.03.08 23 1 12쪽
122 122. 잔사탄 지구에 오다 21.03.08 18 1 11쪽
121 121. 아들, 아빠와 헤어지다 21.03.05 34 1 11쪽
120 120. 산사에코와 하미레시 홍천에서 만나다 21.03.04 22 1 11쪽
119 119. 추적자들 드디어 E팀과 맞붙다 21.03.03 25 1 12쪽
118 118. 강철두, 한민이 메시지 받다 21.03.02 25 1 12쪽
117 117. 연홍이, 파이어 볼 맞다 21.03.01 24 1 11쪽
116 116. 하미레시도 사이보그 21.02.26 28 1 12쪽
115 115. 국군과 베로치오왕국, 전투 벌어지다 21.02.25 36 1 11쪽
114 114. 한민이 드디어 일어나다 21.02.24 22 1 12쪽
113 113. 추적자들, 국방 연구소에 침입하다 21.02.23 25 1 11쪽
112 112. 연홍의 기억을 찾은 하미레시 21.02.22 26 1 12쪽
111 111. 나는 무당이다 21.02.19 3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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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09. 무당, 게이트로 향하다 21.02.17 31 1 11쪽
108 108. 무당, 산사에코 만나다 21.02.16 2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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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04. 한민의 곤봉풍 21.02.08 25 1 11쪽
103 103. 철두 탈출에 성공하다 21.02.05 25 1 12쪽
102 102. 함정에 빠진 철두 21.02.04 19 1 11쪽
101 101. E팀과 사링칸의 만남 21.02.03 2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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