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개미 주포로 회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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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탁
작품등록일 :
2020.10.0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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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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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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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목M&A(5)

DUMMY

'세상에 댓가없는 친절이 어디있겠냐만은.'


일단은 당장 뭔가를 해달라고 주는 돈은 아니었으니 태성의 말이 거짓은 아니었다. 강실장에게 건넨 이 돈은, 그가 스스로 최원우가 아닌 이쪽에 붙는 것이 제게 더 이롭다는 것을 깨달으라는 의미에서 주는 것이었으니까.

물론 이런 단순한 방법으로 최원우의 비서실장인 강세운을 꾀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으나, 유정환이 강세운은 생각보다 더 단순하며 최원우에 대한 충성심이 깊은 인물은 아니라고 이야기했기에 실행하기로 한 방법이었다.


"어쩌다보니 어린 나이에 또래들보다 더 큰 것을 손에 쥘 수 있기는 했는데, 결국 또 그게 어렵더라고요."

"무슨 말씀이신지..."

"강실장님처럼 사회생활 경험도 있고, 한창 필드에서 뛰시는 분들의 조언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이죠. 사실 최대표님은 나이도 많으시고, 제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두 분이 나이차이가 많이 나시긴 하시죠."

"강실장님하고 편하게, 좀더 형동생 같은 느낌으로 지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네? 저야, 뭐."


강세운의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태성은 그것을 굳이 아는체하지 않으며, 강실장님이 그렇게 말해주시니 좋다고 속 없는 사람처럼 웃었다.

그리곤 위에 모여있는 이들에 대해 다 알면서도 부러 강세운의 입으로 그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싶어 이런저런 질문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저분들이 모두 최대표님하고 친분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던데요."

"아, 네. 팀장님 맞은 편에 앉아계셨던 가온캐피탈 공대표님이 저희 대표님하고 친분이 있으셔서, 다른 분들까지 함께 하시게 된겁니다."

"아, 그래요?"


태성은 안재민과 유정환이 말했던대로 앉아있던 인물들을 떠올리며 이런 일에 참여할 만한 인물로 쉽게 꼽힐 정도면 알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채업자한테 명예가 어디있겠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들 사이에서 지켜야하는 예의가 있고, 그들 나름대로 양아치와 자신들을 구분하는 기준이 있었다.

뭐,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는 이들이라면 코웃음을 칠 것이긴 하겠지만.


"...마찬영 의원님과 한 배를 타기로 하시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시는데, 그 일환으로 보시면 됩니다."


생각보다 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들어대는 강세운을 보며, 중요한 일을 할 때 써먹을 인사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태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제 그만 올라가자는 제스처를 취했다.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도 지금쯤이면 의사결정을 완료했을 것이 분명했다.





"이야기는 잘 나누셨습니까?"


강세운과 함께 2층으로 올라온 태성은 자신이 올라오자 웃으며 반기는 이들을 보며 결국 제 뜻대로 일을 진행하기로 저들이 결정했음을 깨달았다.

뭐, 더 인원수가 많았다면 모를까, 이렇게 작은 인원들이 의견을 모으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니었으나 어려운 일도 아니었을 것이었다. 게다가 어차피 이제 시작하는 일만 남은 상황에 조금 더 이익을 보겠다고 하다가 일을 그르칠만큼 멍청한 이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태성이 다음 말을 하기 전, 강세운이 나서서 결정 다 하셨으면 오늘 계약을 마무리짓자고 나섰다. 어차피 그 계약에는 태성의 이름자는 없을 테지만, 흥미로운 광경이기는 했다.


"이팀장님, M&A 맡아주실 분들 인감은 가져오셨죠?"

"네, 걱정마세요."


태성은 순식간에 정리되는 상황을 보며 잠시 웃었다. 이제 이 재밌게 돌아가는 일을 구경하면서, 얽히고설키다 결국 자명하는 걸 구경만 하면 된다니, 기쁘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강세운은 태성의 미소를 다른 의미로 생각한건지, 조용히 옆으로 다가와 저 분들이 결정을 내리고 나면 또 일사천리라며 사채업자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태성이 제 명함지갑 속에 넣어둔 네 명의 명함을 떠올렸다. 일이 끝나고 나면, 저들에 대한 처벌은 강명자가 할 예정이었다.





***





안재민이 섭외한 중간책들은 일처리가 꽤 빨랐다. 어차피 이 일이 끝난 뒤에 빵에 가야할 수도 있지만, 거래의 진짜 상대방이 안재민이다보니 약속된 보수는 반드시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망설임이 없어보였다.

최원우와 마찬영이 집중포화를 맞는 사이, 이래저래 형을 최대한 줄이면 된다는 속셈으로 보였다. 남의 죄도 아니고, 제가 지은 죄에 대한 댓가로 예상대로라면 길어도 2년이 안 될 형기를 마치고 나오면 수십억의 돈이 생기는데, 굳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기자의 눈)줄 잇는 코스닥 상장사 M&A...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반도체 후공정 장비 업체 아우리테크, 경영권 및 지분양도 공시]


태성은 M&A와 관련된 기사들을 읽으며, 자신들 뿐만 아니라 과거 뒷골목M&A로 단속을 받아 형을 살다온 이들도 움직이고 있음을 깨달았다.

기업가치를 아직까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회사들을 헐값에 사들일 기회를 놓칠 바보들은 없었으니, 너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태성은 이것과 관련해 강오현에게 연락해 기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잇따르는 M&A에 대해 언론에서는 어떻게 보고있는 지를 물었다. 언론은 최원우와 마찬영을 무너뜨리기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는 도구였으니까.


'회사 주인이 회사 팔겠다는 건데, 그걸 금감원에서 뭐라고 하겠어?'


그리고 강오현이 한 말은 꽤 인상적이었다. 아직 팀에서 막내축이지만 그래도 몇년 일을 해봤다고 기자다운 말을 하는 것이 재밌었다. 그리고 제게 계속 위험한 일에 엮이는 것 같다는 걱정어린 말을 건네기도 했다.

위험한 일... 뭐, 원해서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니 불만은 없었지만 강오현의 걱정이 기분나쁘지는 않았다. 저를 생각해주는 사람의 말이 기분 나빠진다면 결국 최원우나 천지웅처럼 되고 말테니, 그래선 안되기도 하고.

게다가 여전히 연락을 주고 받으며 매체쪽 상황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했고, 그쪽에서 만드는 리스크들이 얼마나 큰 지 알고 있으니 그 부분을 이용할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으니까.


"과거처럼 내년 6월에 딱 단속만 들어가면 좋겠는데."


태성은 M&A를 완료하고, 불법적으로 회사의 자금을 횡령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난 직후에 그들이 법망에 걸리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직 증거가 뚜렷하고, 완전히 상황을 정리하기 전에 걸려야 만천하에 그런 일들이 일일이 드러날 테니까. 태성은 잠시 한숨을 내쉬고는 M&A와 관련된 기사들을 읽기 시작했다.


[M&A를 통한 코스닥 기업의 경영권 변동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전자부품업체 포지스와 편광필름업체인 에이지텍을 비롯한 10여개 기업이 경영권 및 지분 양도 계약 체결을 공시했다.

경영권이 변동되며 대부분의 업체들이 신규 사업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경영권 변동 발생 기업 중 실적 부진과 성장 정체에 직면한 한계기업도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인수 주체를 잘 확인해야한다고 경고한다.]


기사에는 일반적인 M&A 뿐만 아니라, 태성이 진행하고 있는 뒷골목M&A와 관련된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열되어있었다. 지금은 당연히 관련 내용을 유추하기도 힘들 뿐더러, 최원우가 상황을 비호하고 있을테니 그럴 수밖에.

조용히 상황이 빠르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는 점은 좀 답답하기는 했다.


'Rrrr-.'


"여보세요."

-유정환입니다.

"네, 어쩐 일이세요?"

-일이 좀 재밌게 되고 있어서, 알려드리려고 전화했습니다.

"재미요?"

-제가 지금 전화를 한 통 받았는데, 공교롭게도 상대방이 마찬영의원이네요.

"마찬영이요?"


태성은 지금 제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지 잠시 황당해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이 미친놈들은 대체 어떻게 된 인간들이길래 누구 하나 서로 뒤통수를 치지 않으려고 하는 이들이 없었다.

게다가 최원우가 대놓고 천지웅과 척을 지고 제 편으로 서겠다고 나서고 있는 마당에, 유정환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는 건 그 의도부터가 당연히 불순할 수 밖에 없었다.

모두 다 거기서 거기인 인사들이지만, 마찬영도 그 멀쩡한 겉껍데기와는 다르게 역시나 제대로 된 인간은 아닌 모양이었다.


-이게 최대표 때문에 나에게 연락을 한건지, 천의원 때문에 나한테 연락을 한 건지가 좀 헷갈리긴 하는데, 재밌는 일은 맞는 것 같아서요.

"당장 최원우랑 하는 일이 있는데, 거기에 전화를 했다는 게..."

-아무래도 최원우에 대해서도 100% 신뢰를 하고 있지 않으니 그런 거겠죠. 왜 최원우가 천지웅과 척을 지게 되었는지도 조사를 했을 테고.

"거기서 나온게 유실장님이니, 확인차 연락을 했다?"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나름대로 신빙성 있는 추측이기는 했다. 다만 그렇게 단순하게 일이 돌아가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유정환도 그런 태성과 같은 생각인지, 일단은 마찬영이 연락온 것에 대해서는 천의원에게 털어놓을 생각이며, 상황에 따라 이쪽도 운신의 폭을 넓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안재민을 통해 강선생의 지지도 얻어 냈겠다, 잘만하면 천지웅의 분노로 말미암아 일을 더 크게 엮을 수도 있는 일이니 망설일 이유도 없었고.

태성은 유정환이 안재민과 먼저 연락을 했으며, 마찬영의 다른 행적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며 태성에게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라 전했다.


"만남이 점점 더 조심스러워지네요."

-어쩔 수 없죠. 그래서 안사장이랑 생각한게, 태성씨한테 안사장쪽 사람을 붙여두면 어떤가 하는 겁니다.

"안사장쪽이요?"

-일단은 대외적으로 최원우와 함께 움직이는 건 숨기지 않고 있고, 라이프투자클럽쪽과 사이도 안 좋은 걸로 되어있으니까요. 그러니 거기에 안사장네 사람까지 붙어버리면 최원우와 마찬영은 태성씨를 의심하는 게 덜할겁니다.

"어차피 천의원은 저같은 하파리한테까지야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고, 유실장님한테 맡길 테니 나쁘지 않을 수 있겠네요."

-아마 곧 공식적으로, 천의원의 뜻에 따라 제가 태성씨를 만날 일도 생길 겁니다.


태성은 대외적으로 최원우와 같이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되며 천지웅에게는 자신과 반대쪽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심어져있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보다는 훨씬 별것 아닌 존재로 느껴질 것인데다, 최원우 또한 태성의 쓰임은 높게 평가하나 단순한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니 크게 신경을 쓸만한 인물은 아닐테지.

유실장을 심복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천의원 입장에서는 이런 가벼운 일부터 유실장에게 맡겨 충성심을 테스트할 수도 있었다.


-일이 점점 더 커지는 느낌이 드는게,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작가의말

*선작과 추천, 댓글 달아주시고 읽어주시는 독자님 감사합니다.


*소설에 나오는 내용은 모두 허구이며, 실제와 상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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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더 큰 산을 향해(1) +2 21.02.26 888 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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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뒷골목M&A(9) +1 21.02.23 874 26 11쪽
106 뒷골목M&A(8) +1 21.02.20 893 27 11쪽
105 뒷골목M&A(7) +2 21.02.19 898 25 11쪽
104 뒷골목M&A(6) +2 21.02.18 895 26 11쪽
» 뒷골목M&A(5) +1 21.02.17 1,021 31 11쪽
102 뒷골목M&A(4) +1 21.02.16 1,082 3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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