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학교의 마나먹는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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츤츤데레
작품등록일 :
2020.10.10 14:25
최근연재일 :
2020.11.2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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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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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급 게이트 출현

DUMMY

“그렇게 말 안 해도 됩니다. 연서를 살려준 은인에게 도둑질이라니, 후우, 제 자신이 참을 수 없이 부끄러워서 그렇습니다.”


30살은 되어보이는 아저씨가 자신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는 것이 서판은 적응되지 않았다.


“그럼, 코어는 필요 없으니까, 제가 하는 부탁 들어주시겠어요?”

“그게 뭡니까, 할 수 있는 거라면 얼마든지.”

“인챈터가 되세요.”


서판의 말에 준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인..챈터? 그런 걸로 되겠습니까?”


준수는 인챈터의 재능이 있었다. 바람 속성을 완전히 나이프에 담아서 몬스터의 갑각을 베어내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했다. 서클만 낮을 뿐이지, 인챈트 실력만 보면 가람과 동등, 아니 그 이상이었다. 이런 인재는 자신에게 맞는 길을 걸어야했다.


‘나중에 인챈트 할 거 생기면 공짜로 부려먹을 수도 있겠고.’


순수한 목적만은 아니었다. 어쨌든 수준급의 인챈터와 친분을 갖는 것은 좋았으면 좋았지 나쁘지는 않았다.


“인챈터 가람 연락처에요. 혹시 무시하면 저나 자인, 아니 벨라도나 이름을 대셔도 좋고요. 박준수님.”


서판은 포스트잇에 가람의 연락처를 적어 준수에게 주었다. 가람에게도 메시지로 언질은 해두었다. 상태창에 적힌 준수의 이름을 보고서 호칭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님을 선택한 서판이었다. 준수는 자신의 이름을 서판이 알고 있어 당황했지만 어떻게 알았는지는 묻지 않았다.


게이트가 열린 지 2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증원은 끝내 오지 않았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동시 다발적 몬스터 게이트 발생. 그것 말고는 지금 상황이 설명되지 않았다.


준수는 서판과 자인의 연락처를 받았다. 준수는 곧 전화번호를 바꿀 생각이었기 때문에 이 편이 좋았다. 자인은 연락이 가능해지면 연서의 상태를 꼭 알려달라고 말했다. 준수는 살짝 미소지으며 긍정의 의사를 보냈다.


그리고 게이트가 열리며 나타난 세상의 공기는 어수선했다.


[서초구 3급 게이트 방어에 성공하셨습니다. 토벌 포인트가 30 추가됩니다.]

[경험을 쌓아 마법 등급이 변화됩니다. 6서클 유저-> 6서클 익스퍼트.]


그리고 게이트에서 벗어난 우리 모두의 스마트 폰에서는 한 알림 메시지가 수신되었다.


‘현재 시각 오전 12시 16분, 경상남도 김해시에서 재난급 몬스터 게이트 발생.’


지금 시간은 오후 1시 34분이었다. 증원이 안 온 이유가 확실해졌다. 재난급 몬스터 게이트. 대한민국에서 단 한 번도 출현한 적 없던 등급의 게이트이자 최악의 게이트인 재앙급 바로 밑 등급 게이트. 그것이 지금 시점에서 출현하고 말았다.


“서판아, 우리 지금 바로 학교로 가야 해!”

“알고 있어. 빨리 가자.”


자인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사태에서는 마법학교 학생인 이상 학교로 복귀해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마법사법에 위배되었다.


학교로 복귀하고나서 운동장을 바라보자, 평소와는 다르게 마법병단이 있었다. 유사 시에만 소집할 수 있는 군대였다. 마법 능력이 미진한 3서클 이하의 마법사들 중 마나탄을 이용하여 마나 배리어가 있는 6급 이상의 몬스터들에게도 타격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병단이었다.


자인과 서판은 서로 헤어져 각자의 기숙사로 달려갔다. 기숙사 복도는 서슬어린 분위기를 차갑게 내뿜고 있었다. 서판은 자신의 기숙사실로 들어가 바로 전투복을 꺼냈다. 저번 재해급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손상된 부위는 이미 자가 복구 기능에 의해 복구되어 있었다.


‘기숙사생 전원 전투복으로 환복 후 대기.’


방금 수첩으로 하달된 명령이었다. 나는 불안 반 긴장 반으로 전투복을 갖춰입기 시작했다.


“카이랄, 이번에 생긴 재난급 게이트,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냐니. 막을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거야?

“응. 우리나라 마법 전력이면 가능한 건가?”


현재 전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6서클 마법사는 102명. 그 중에서 한국은 6서클 전력을 7명 보유하고 있었다. 마법 전력 전체 7위, 국토 대비 마법전력 2위였다. 몬스터 웨이브가 발발하면서, 국토가 넓은 것은 오히려 게이트가 생길 위험을 증가시켰다. 따라서 국토는 좁아도 상위급 마법사가 많은 나라가 비교적 더 안전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달랐다. ‘확률’적으로 국토가 좁은 나라에 게이트가 적게 생길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생긴 게이트가 재난급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확히 비례는 안 되겠지만, 재해급 게이트는 ‘구’ 수준의 면적을 집어삼키고, 재난급은 ‘시’, 재앙급은 ‘도’에 상응하는 면적을 게이트와 동화시킨다. 즉, 지금 상황에서 김해 시는 온전히 게이트에 동화되어 먹혀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가능이야 하겠지. 한국 마법사 전체를 희생으로 한다면야, 80% 정도?


카이랄은 비꼬는 투로 답을 했다. 그랬다. 재난급 게이트는 7서클 마법사가 존재하지 않으면 너무 힘든 싸움이었다.


‘내가 지금부터 7서클에 도달하려고 생각해봐도, 재해급 코어 5개는 더 필요해.’


서판은 6서클이 된 지도 얼마 안 된 참이었다. 인류 전체로 볼 때, 그의 성장 속도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빨랐다. 그러나, 서판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상황은 심각했고, 그는 조급해졌다.


-바보야, 실력이 없으먼 돈을 써야지. 전세계에서 너만 지금 가진 게 있잖아.


‘전세계에서 나만 가진 것..!’


카이랄의 권능, 그 중에서도 카이랄 상점. 나는 카이랄 상점을 호출하여 장비 카테고리의 물품을 살폈다. 새로운 스틱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스크롤을 내리던 중, 한 물품이 눈에 띄었다.


[카이랄 스태프]


|인간의 몸으로 9서클에 오른 카이랄이 사용하던 스태프. 카이랄, 혹은 그녀의 인정을 받은 자만이 사용 가능하다. (신의 눈물, 청룡•녹룡•적룡•황룡의 비늘, 드래곤 하트 아티팩트)


마나 증폭력: SSS급, 공전 마법 출력 50% 증가, 방전, 치전 마법 출력 30% 증가, 어둠을 제외한 전 속성 저항 70%, 마나 소모율 50% 감소.|


가격: 2,000,000 포인트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장비였다. 하나하나의 보조 효과들이 그야말로 미친 효과를 냈다. 우선, SSS급 마나 증폭력. 인류가 만들었던 가장 좋은 마나 증폭력 등급이 SS급. 그러나 이 스틱은 SS+, SSS-를 넘어 SSS급이다.


다음으로는 마법 출력 증가. 이것은 인류가 아직도 걸음마 수준인 인챈트 분야였다. 공전, 방전, 치전 중 한 개만 10%가 붙어도 역대급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 출력 증가 옵션이 50%, 30%, 30% 붙어있다는 것은 사기 그 자체였다.


어둠을 제외한 전 속성 저항은 몬스터 전에서 크게 유용하지는 않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많지는 않지만, 몬스터 중에서 화염이나 얼음 등을 쓰는 몬스터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마나 감소율 50%. 이건 듣도 보도 못한 옵션이었다. 만약 서판이 생각하는 그 옵션이 맞다면, 이것은 인류의 인챈트계가 백날 노력한들 도달할 수 없는 경지였다.


카이랄이 자신의 스태프가 상점에 있는 것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으아악! 저게 왜 여기있어..! 내 껀데.. 내 껀데.. 으흑..


카이랄은 서글픈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서판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있잖아, 나 사실은 여기에 다른 좋은 스틱 있는 거 많이~ 알거든? 그러니까.. 이거 안 사면 안 돼~?


그렇게 강한 자존심을 가진 카이랄이 한 수 굽혀 서판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카이랄이 이토록 저자세인 것으로 보아, 성능 하나는 증명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서판은 카이랄의 애교를 가볍게 무시하고 구매 버튼을 눌렀다. 카이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너..! 너어..!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카이랄의 스태프’를 구매하셨습니다. 2,000,000 토벌 포인트가 차감됩니다.]


한 줄기 빛이 들이치며, 스태프가 바닥에 놓여졌다. 수려한 외형에, 다이아몬드처럼 생긴 보석이 하나 박혀있었고, 그 주위로 용의 비늘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으흐흑. 내 스틱인데. 내 껀데.. 외간 남자한테 범해져버렸어..


그녀의 이상한 흐느낌을 뒤로 하고 나는 카이랄의 스태프를 집어들었다.


[카이랄의 권능이 사용 제한 조건을 만족시킵니다.]


역시 카이랄의 권능이 있는 서판은 카이랄의 스태프를 사용할 수 있었다. 500만 포인트 중, 절반에 가까운 200만 포인트를 썼디만, 이 스틱의 성능을 생각할 때, 충분히 만족스러운 지출이었다.


-우리 세이린.. 가여운 것.. 언니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세이린?”


카이랄 스태프의 애칭인 것 같았다. 그런데 서판이 직접 세이린이라고 말하자 스틱이 그에 반응했다.


[사용자 김서판의 부름에 에고 스태프, 세이린이 응답합니다.]


“에고 스태프?”


자아를 가진 스태프였다. 전세계에 단 하나만 존재했던 스틱이었고, 그 스태프는 자아만 가졌을 뿐, 성능은 형편 없었다. 그러나 이 스태프는 달랐다.


=우아! 몇 년만에 깨어난 거야! 거의 10년 만이네.


스틱에서 직접 서판에게로 텔레파시를 보내고 있었다. 카이랄은 그것을 훔쳐 듣고, 슬픈 표정으로 웃었다.


-그래.. 네가 행복하면 된 거야.

=근데, 카이랄 왜 이렇게 약해졌어? 또 힘숨찐 놀이해? 서클도 6개 밖에 없고.


서판은 카이랄에게 텔레파시로 대답했다.


‘나는 카이랄이 아니야, 카이랄은 내 몸 안에 깃들어 있어.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나 이외의 사람에게서는 간섭력을 잃었어.’


=그, 그럴수가.. 그럼 당신은 우리 언니로도 성에 안 차서, 나까지..! 으흑흑.. 하지만, 언니를 위해서라면 세이린은 무엇이든 하겠어요.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정신 사납고 어지러운 게, 둘이 딱 코드가 맞는다고 서판은 생각했다. 서판은 세이린을 다시 재우고, 이어서 쇼핑을 즐기기 시작했다.


***


그 시각, 자인은 기숙사에서 자신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온 몸이 불덩이 같이 뜨거웠다.


‘아파.. 온 몸이 뜨거워..’


단순한 질병이 아니었다. 온 몸이 뒤틀리는 감각, 몬스터에게 저주라도 걸린 것 같았다.


‘저주는 아니야.’


1급 이상의 몬스터나 저주를 걸 수 있었다. 오늘 상대했던 몬스터는 고작해야 3급. 저주일 가능성은 없었다. 자인은 아픈 원인을 찾기 위해 탐색 마법을 자신의 몸에 걸었다.


‘빨리 나아야 해. 재난급 게이트가 나타났는데, 6서클인 내가 아파버리면..!’


찾았다. 그녀의 심장에 있는 마나가 과도하게 축적되었고, 그것이 응축되면서 고열과 통증이 시작된 것이었다. 조심스레 짐작해보자면, 협력 마법의 부작용 같은 것 같았다.


‘풀어지질 않아.’


심장의 마나를 아무리 어르고 달래고 압박해도 마나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순간, 자인은 미묘한 감각을 느꼈다. 심장을 둘러싼 6개의 마나고리에서 마나고리 하나가 덧씌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7서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타이밍이었다. 재난급 게이트 토벌에는 7서클 마법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자신이 그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으리라 자인은 믿었다.


아까의 고통과 고열은 협력마법의 부작용이 아니라, 서클 생성의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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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샤브케 지하감옥 20.11.23 128 2 11쪽
45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4) +2 20.11.22 146 5 11쪽
44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3) 20.11.22 129 3 9쪽
43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2) 20.11.22 153 4 12쪽
42 몬스터의 본진, 디프로 +1 20.11.21 144 5 12쪽
41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4) 20.11.21 157 4 11쪽
40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3) 20.11.21 158 4 12쪽
39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2) +1 20.11.20 165 5 10쪽
38 재난급 몬스터 토벌, 그 이후의 이야기 20.11.20 15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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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재난급 게이트 출현(2) 20.11.17 159 3 12쪽
» 재난급 게이트 출현 20.11.17 184 3 12쪽
29 코어 도둑(6) +1 20.11.16 184 4 11쪽
28 코어 도둑(5) 20.11.16 172 3 9쪽
27 코어 도둑(4) 20.11.16 196 3 10쪽
26 코어 도둑(3) 20.11.13 212 2 9쪽
25 코어 도둑(2) +1 20.11.11 191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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