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시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청파맨션
작품등록일 :
2020.10.12 23:01
최근연재일 :
2020.12.30 23:3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2,544
추천수 :
5
글자수 :
433,747

작성
20.11.05 23:30
조회
23
추천
0
글자
11쪽

등장밑은 어두웠고 믿었던 사람에 통수맞았다

DUMMY

“으음...”



여기가 어디지.

그래. 교통사고를 당했었다.


차에 치였고, 몸이 하늘로 부웅 떴고, 그대로 땅에 ‘쿵’ 하고 떨어졌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다가, 정신을 잃었다.



정신이 맑아진다. 몸이 가벼워지고 있다. 조금 전까지 죽을 것처럼 아팠는데 지금은 그 어떤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 움직일 수조차 없던 몸이 날아갈 듯 가볍다.


손가락을 움직여 본다. 누워있어 볼 수는 없지만 분명 내 손가락은 움직이고 있다.


이번엔 발가락을 움직여 본다. 역시 볼 수는 없지만 분명 내 발가락은 움직이고 있다.


도리도리해본다. 고개가 잘 돌아가는 듯하다.



이곳은 병원일까?

나는 어떻게 된 걸까?

시간이 얼마나 지난 것일까?



삐뽀 삐뽀.



“어? 구급차 왔나 보다!!!”


“여기요!!! 여깁니다!!!”


“어떡해. 근데 이 사람 죽은 거 아니야?”


“몰라. 정신을 아예 잃은 것 같은데.”



다시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근데 왜지?

손과 발은 잘 움직이고, 고개까지 좌우로 힘껏 흔들었는데, 나보고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



눈을 떠서 확인해야 한다.



번쩍.


눈 뜨는 것이 힘들지는 않다.

몸 일부를 움직였던 것처럼 눈꺼풀도 가볍다.



사람들이 나를 본다.

한 명, 두 명, 세 명.

족히 열 명은 돼 보인다.



“나 안 죽었어요. 괜찮아요. 멀쩡해요!”



사람들을 향해 소리친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천천히 손을 뻗는다. 사람들이 잡아주지 않는다. 상체를 일으켜 세워본다. 여전히 사람들의 반응은 없다.


일어서 본다.



응?



이상하다.

위에 분명 사람이 있었는데 일어서 보니 눈앞에 그 사람이 안 보인다. 마치 그 사람을 통과한 것 마냥.



‘뭐? 통과했다고?!?!?!’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본다.


나는 여기 서 있는데

내가 저기 누워있다.


지금 서 있는 나도 나인데

저기 누워있는 사람도 나다.



“웜마 이게 뭐야!!!!!”


“환자분 어딨습니까!!!”


“선생님, 여기 있습니다!!!”


“잠시만요.”



구급대원은 누워있는 나의 심장 박동을 체크한다.



“아직 숨은 쉬네요. 어서 옮겨!”


“네.”



일사불란 하게 움직이는 네 명의 구급대원들. 그리고 들것에 실려 나가는 ‘나’. 아니, 나와 같은 모습을 하는 ‘저 사람’.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서둘러 건물 1층 공용 화장실로 달려왔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은


나다.


나, 강현재다.



“뭐야. 귀신이라도 된 줄 알았는데 멀쩡하잖아?”



뒤에서 어떤 남자가 손을 씻으러 세면대 쪽으로 걸어온다.



‘그래. 저 사람한테 물어보면 되겠다.’



“저기요!!! 제가 보이세요?”



스윽-



응?



아무렇지 않게 손을 씻는 남자. 그렇지만 아까 나를 보고 있던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를 무시한다.



“내가 안 보이나...?”



남자는 손을 씻고는 자신의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뒤도 안 돌아보고 밖으로 나간다.



“아까 구급대원 선생님이 나 숨은 쉰다고 했는데... 귀신도 아니고 그럼 대체 뭐야!!!”



설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적 있다. 누군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혼수상태인 체로 영혼이 육체 밖으로 빠져나오는...



‘뭐야. 그럼 설마 이건 그 말로만 듣던 유체이탈?!?!’



WOWWWWW.



사람이 육체 밖의 세상을 인지하는 경험을 뜻하는 유체이탈. 내가 지금 그 황홀한 것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대박. 대박. 대박. 내가 지금 유체이탈을 하고 있다고?!?!!!”



왠지 들뜬다.


현실에서 나는 주인공 아닌 들러리인데, 왠지 유체이탈을 경험하니 주인공이 된 것만 같다.



‘원래 유체이탈 같은 건 주인공이 경험하는 거잖아?!?!?!’



밖으로 뛰어나가는 강 현재.



“저기요, 여러분. 저 안 보이세요?!?!”


“오늘 저녁 뭐 먹지? 떡볶이 먹을까?”


“아니 치맥이나 하러 가자.”


“굿굿.”


“저기요, 여러분. 제 목소리 안 들리세요?!?!”


“어제 소개팅 어땠냐.”


“죽여줬지. 주말에 한 번 더 보기로 했다.”


“나도 가지 좀 쳐주라~”


“저기요, 여러분. 저 유체이탈 했어요!!!!!”



...



세상이 나만 빼고 돌아간다. 나 하나 없어도 세상은 너무 잘만 돌아간다. 어쩌면 나 하나 없어도 세상은 괜찮을지도 모른다. 나 하나 없는 것은 세상에 0.00000000000000001%의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다.




***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강현재를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



“저 머저리 저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그러게 말입니다. 어서 가 보시지요.”


“잠깐. 내가 지금 나타나면 당황해서 진짜 쇼크사해 버릴지도 몰라요.”


“하긴. 영혼이 쇼크받으면 진짜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모르니.”


“조금만 더 지켜보시죠.”




***



들뜬 기분이 바람 빠진 풍선 마냥 금새 가라앉았다. 나를 알아 달라고 열 번은 더 외쳐봤지만,아무도 보지 못한다.



‘근데 분명 뭔가 잊은 것 같은데... 아. 이세진씨!!!’



세진과 이야기하려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말을 걸었을 때 세진은 분명 나를 아는 눈치였다. 그렇다면 적어도 지금 내 육체를 따라 병원에 가지 않았을까? 이세진은 강현재의 여자친구니까.




***



구급대원이 말했던 병원 응급실에 왔다.



‘내 몸. 내 몸이 어딨지?!’



“강현재씨 보호자 연락됐나요?”


“네. 가족분들은 캐나다에 있다고 방금 친구분이 오셔서 대신 사인했습니다.”


“그래요. 3번 수술방 이랬지? 금방 갈 테니 준비해놔요.”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내 몸이 수술대에 있나 보군. 한 번 보고나 와볼까...’




***



“우웨엑. 욱...욱...!!!”



담당 의사 선생님이 수술을 집도한 지 1분 만에 뛰쳐나와버렸다.


살면서 굳이 보지 않아도 될 못 볼 꼴을 봤다. 내 몸이지만 열려 있는 뱃가죽과 피범벅 된 장기를 보고 있자니 구역질이 나왔다.


의사 선생님들이 참 존경스럽다.



‘내 육체와 정신이 분리되는 바람에 이런 경험까지... 잠깐. 근데 세진씨는 어딨지?’



만신창이가 된 내 몸뚱이를 보러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이세진.

세진을 만나러 왔다.


근데 응급실에도, 수술실 앞에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안 온... 건가?”



불안한 예감이 머리에 스쳐 지나간다.



‘수술은 의사 선생님이 잘 끝내주겠지...? 내가 여기 있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으니.’




*** 삼일전자 본사 앞



회사 앞 직원들이 그녀를 부사장이라 칭했다. 3명의 보디가드와 함께 다니는 모습을 보면 그냥 하는 소리도 아닌 듯하다.


1층에는 3개의 엘리베이터가 있다.

첫 번째는 1층~8층

두 번째는 9층~16층

세 번째는 17~19층.


부사장실은 19층에 위치해 있다.



띠링-


문이 열리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부사장실 앞에 도착하니 두 명의 비서가 문 앞에 있다. 비서가 퇴근하지 않은 것을 보니 세진, 아니 부사장도 퇴근 전인가보다.


내 옆으로 50대쯤 보이는 어떤 남자가 스윽 지나간다.



“부사장님 안에 계시니?”


“다른 손님이 와 계십니다.”


“흠... 그럼 내일 오전에 방문하는 걸로 일단 말씀드려줘.”


“네, 알겠습니다. 이사님.”



‘저 사람은 빠꾸 당했지만.’



스윽-


문을 통과해버리는 강현재.



‘나는 유체이탈자라 그냥 들어가 버릴 수 있다는 말이지~! 후훗!’



부사장실에 들어오니 익숙한 세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 박사님. 그러게 미션 같은 건 왜 집어넣어요. 쓸데없이!!!”


“내가 말하지 않았나 미션은 일종의 게임이라고. 쾌감이 있어야 중독이 되고 그래야 계속 사용해.”



‘뭐야. 김혜성 박사?!’



“그럴 거면 제대로 된 것을 넣던가. 아현병원이고 한방만기자고 그딴 미션은 도대체 왜 넣은 거야?”


“그래도 이 사람아 아빠뻘인 사람한테 반말을 하면 안되지! 흠... 근데 그건 나도 도무지 모르겠어. 기술팀에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은 없었는데...”


“내가 반말을 안 하게 생겼어요? 결국은 자기 손으로 시계를 부숴버려서 그간 내 노력이 물거품이 됐는데.”


“좀 더 잘해보지 그랬어~ 나도 아쉽다고.”


“좀 더 잘해보라고? 강현재랑 우연히 만난 것처럼 보이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어요 내가? 클럽에서 혼자 쇼까지 했다고!!!”



‘뭐...? 세진씨가 나한테 일부러 접근했다고...?’



“그러니까 왜 되지도 않는 애정 요법이야. 이세진씨 당신 성격대로 협박을 했어야지~”


“그, 그건 사정이 있었어. 나도 개인적으로 확인해 봐야 할 게 있었다고.”


“당신이 자초한 거 맞네 뭘~”



‘세진씨와 내가 사랑이 아니었다고...? 내가 단지 이용당한 거라고...?’



“시끄러워.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


“뭘 어떻게 해. 나머지 피험자들이나 잘 챙겨 야지~ 봐봐. 우리 잘나신 부사장님이 밀착마크 안 한 피험자들은 알아서 잘해주고 있잖아.”


“참나. 댁이 중독성 연구니 뭐니 그런 시덥잖은 이유로 이상한 미션만 안 넣었어도 백배는 쉽게 할 수 있었어.”


“그래서 모두 내 탓이라는 거야? 허허 이거 참.”


“한달 내로 성과 없기만 해봐. 이 영감탱이.”


“아무튼 나 갈 테니 다음에 보자고 이세진씨~”


“하~ 짜증나 짜증나 짜증나 진짜!!!”



김혜성 박사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진도 나갔다.



나가고 싶은데

나가야 하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그것도 아주 세게.




***



거리를 배회하는 강현재.


꼬르륵



‘아놔. 이 상황에서 배가 고프냐.’



허기라도 채우자는 심정으로 까페에 들어간다.



“흠... 어떻게 먹어야 하는 거지. 줄을 서서 주문할 수도 없는 거고.”



케이크와 샌드위치가 진열된 진열장을 바라본다.



“아아랑 샌드위치 하나 먹으면 딱일텐데... 그렇다면!!!”



진열장의 유리문을 통과하는 강현재의 손.



“으흐흐. 이건 몰랐쥐~”



난생처음 해보는 도둑질에 들뜬 강현재.



스윽-


“어라?”



스윽-


“이런?”



스윽-


“젠장.”



손에 잡힐 리 없다.



“짜증나. 되는 일이 없어 진짜!!!!!!”




***



아무것도 먹지 못한 지 7시간이 지났다.



‘이러다 아사로 내 영혼까지 죽는 거 아니야? 이럴 거면 영혼은 왜 빠져나온 거야? 영혼은 원래 배가 안 고픈 게 정상 아니냐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먹는 것도, 대화하는 것도, 최소한의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이럴 바엔 그냥 콱 죽어버리자.’



눈앞에 4차선 도로가 있다. 저 멀리서 트럭이 달려온다. 이미 영혼이라고 생각하니 죽음도 무섭지 않다.




하나


슈웅-



“헉, 헉.”



뒤를 돌아보니 내가 건너와 버린 4차선 도로가 보인다. 숨만 차다.



“그래 ㅅ발. 몸도 없는데 교통사고가 나는 게 이상하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응???



‘태수잖아?!’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간다.



“태수야. 정태수!!! 나야 강현재. 나 안 보여? 나 좀 봐줘 제발!!!”



“이렇게까지 될 거라고는 말 안 했잖아요!!!”



‘전화 통화 중인가? 화난 것 같은데 무슨 일이지.’



자신도 모르게 태수가 들고 있는 핸드폰에 귀를 기울인다. 수화기 너머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누구한테 큰 소리야. 강현재는 니가 죽인 거야.”



뭐...???




수면시계는 매일 오후 11:30 에 업데이트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수면시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1 정말, 안녕 20.12.30 55 0 14쪽
80 죄와 벌(2) 20.12.29 11 0 12쪽
79 죄와 벌(1) 20.12.28 15 0 14쪽
78 조우 20.12.27 43 0 13쪽
77 뜻 밖의 조력자 20.12.26 21 0 14쪽
76 朋友有信(4) 20.12.25 29 0 11쪽
75 朋友有信(3) 20.12.24 14 0 12쪽
74 朋友有信(2) 20.12.23 34 0 12쪽
73 朋友有信(1) 20.12.22 35 0 12쪽
72 김기자(2) 20.12.21 15 0 12쪽
71 김기자(1) 20.12.20 37 0 12쪽
70 현실로 돌아왔다 20.12.19 20 0 13쪽
69 전야제(前夜祭) 20.12.18 14 0 12쪽
68 해국(2) 20.12.17 12 0 12쪽
67 해국(1) 20.12.16 20 0 13쪽
66 박재우(5) 20.12.15 12 0 12쪽
65 박재우(4) 20.12.14 13 0 13쪽
64 박재우(3) 20.12.13 16 1 12쪽
63 박재우(2) 20.12.12 14 0 12쪽
62 박재우(1) 20.12.11 28 0 11쪽
61 55번 피험자 이세진(5) 20.12.10 15 0 11쪽
60 55번 피험자 이세진(4) 20.12.09 13 0 12쪽
59 55번 피험자 이세진(3) 20.12.08 22 0 12쪽
58 55번 피험자 이세진(2) 20.12.07 12 0 11쪽
57 55번 피험자 이세진(1) 20.12.06 44 0 12쪽
56 54번 피험자 박혜원(6) 20.12.05 21 0 11쪽
55 54번 피험자 박혜원(5) 20.12.04 16 0 12쪽
54 54번 피험자 박혜원(4) 20.12.03 13 0 12쪽
53 54번 피험자 박혜원(3) 20.12.02 13 0 11쪽
52 54번 피험자 박혜원(2) 20.12.01 21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