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집착하는 EX급 교장이 되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플래터]
작품등록일 :
2020.10.13 16:04
최근연재일 :
2021.01.20 16:5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98,076
추천수 :
4,022
글자수 :
180,513

작성
20.10.18 23:00
조회
5,661
추천
174
글자
12쪽

2. 첫걸음

DUMMY

내가 양산형 웹소설을 읽을 때 손에 꼽을 만큼 싫어하는 부분이 있다.


‘아니, 누가 봐도 엄청 사기적인 특성인데 비주류라는 이유만으로 쓰레기라고 천대받는다고? 작가 새끼, 일부러 주인공한테만 제일 좋은 능력 줘놓고 불리한 척 페이크 오지네.’


누가 봐도 압도적인 히든 피스를 초반부터 얻었는데, 정작 배가 부른 주인공은 하필 쓰레기 특성을 고르고 말았다며 한탄하는 뻔한 패턴.

하지만, 유인광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경우였다.

그런 클리셰를 혐오하는 내가 봐도 이 『집착하는 박애주의자(EX)』는 정신이 나갔다.


‘원작에서 유인광이 받았던 페널티는 누가 봐도 역대급이었으니까.’


이 EX급 이능 때문에 외모도 준수하고 모범적이던 유인광은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오죽하면 원작 보던 안티팬들마저 유인광이란 캐릭터한테는 동정을 느꼈을 정도일까.

아직도 1화 때부터 꾸준히 욕하던 악플러가 ‘작가 씨벌 놈아, 유인광 좀 적당히 괴롭혀.’라는 베스트 댓글을 달성했던 기억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찾았어요.”


베아트리체가 끝이 약간 녹슬어가는 열쇠로 아카데미의 문을 열었다.


***


“······.”


역시나 말이 좋아 아카데미였다.

이곳은 농촌에 흔히 있는 작은 학교를 개조한 건물이었다.

교실 내부는 오래된 바닥에 콘크리트가 드러나 있어 신발을 신고 들어와야만 한다.

그리 멀지 않은, 씽크대가 붙은 주방 쪽에서는 베아트리체가 보이차를 끓이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한담.’


교장실(그래 봤자 낡디낡은 단칸방) 의자에 앉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가장 최우선적으로 『집착하는 박애주의자(EX)』부터 제거해야 한다.

나중에 이 소설 속에서 뭘 하려고 해도 이 특성 가지곤 정신적으로 아무것도 안 될 테니까.


‘······그럼 현재로서 꼭 만나야 하는 인물은 딱 한 명뿐이야.’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원작대로라면, 지금 그 녀석은 초명문 아카데미 ‘아벨라’에 다니고 있겠지.

내가 가진 이 이능을 지우기 위해서는 그 녀석을 만나러 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떻게?’


‘아벨라’는 여러 강대국이 결탁해 대서양 무인도에 세운 중대 극비 시설이다.

그 아카데미의 실체는 각 국가의 수장이나 세계권 교육 인사들밖에 모르는 중대 사안이다.

내가 지금 ‘아벨라’ 아카데미의 존재를 아는 것만으로도 총살을 받을 사유가 충분할 만큼.


‘지금 대한민국의 일개 17살 소년인 내가 아벨라를 들어갈 방법은······.’


어찌어찌 배를 타고 들어간다 해도 근처 해안선에서 해군함대의 집중 포격을 받을 것이다.

원작에서 『투명화』나 『수면 걷기』이능으로 그 아카데미에 잠입하려고 했던 작자들도 있었지만, 결국 모두 성공하지 못하고 섬에 발이 닿기도 전에 처형당했다.

그만큼 외부 언론에 알려지는 것에 민감하고 경비가 삼엄한 ‘아벨라’였다.

각 국가에서 가장 유능한 아이들만 끌어모아 교육하는 일류 중의 일류 아카데미이니까.


‘이런 깡촌 시골에서 어느 세월에 거기까지 가냐.’


『집착하는 박애주의자(EX)』를 지우기 위해서는, 나는 언젠가 ‘아벨라’로 가서 주인공을 반드시 만나야만 한다.


‘생각해보자. 그런 국가 기밀 보안 시설에 내가 안전하게 들어갈 방법이 있을까?’


일단 내가 세계권에서 손꼽히는 최소 A급 이상의 이능을 지닌 10대라면, 당연히 가능하다.

그럼 뭘 하지 않아도 알아서 비밀스럽게 ‘아벨라’로 입학하겠냐는 제의가 찾아올 테니까.

그러나 불운하게도 지금 내가 지닌 이능이라곤 『집착하는 박애주의자(EX)』뿐이다.


‘EX급 이능은 아직 이 시점에서는 최신식 이능 검사지로도 발견되지 않아. 희귀도만 따지자면, 그 전설적인 S급 이능보다도 숫자가 적으니까.’


원작 전체를 따져봐도 EX급의 이능을 지녔던 인물은 유인광을 포함해 고작 ‘3명’뿐이었다.

내가 그토록 희귀한 이능을 지녔단 사실을 관계자들에게 밝힐 방법은 지금으로서는 없다.

그러니 지금 내가 ‘아벨라’에 정식으로 입학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몰래 침입하려 했다가는 아까도 생각했다시피 내가 먼저 죽을 테고.’


원작에서 유인광과 주인공이 만나는 것은 서로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4년은 지난 후였다.

성인이 된 두 인물은 모두 괴물 신인 헌터로서 여러 국가에서 맹활약하다가 우연히 ‘오아설’이라는 조연의 결혼식에서 마주친다.

아직도 주인공이 유인광의 첫인상을 묘사하던 문장이 머릿속에서 선명했다.


「무알콜 맥주를 들고, 자신을 유인광이라 소개한 S급 헌터는 훤칠하고 수줍어 보이는 한국인이었다. 그는 마치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이를 사랑하는 순수한 왕자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악인에게마저 공정하며 깊은 저 부드러운 밤색 눈동자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시선은 정확했다.

원작 속에서 유인광은 너무 많은 인물을 사랑했다.

그래서 말미에는 ‘자기가 가장 사랑했던 인간’한테 비참히 살해당하고 말았던 거고.


‘원작의 유인광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절대 해치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집착하는 박애주의자(EX)』의 페널티가 끔찍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어쩌면, 나도 미래를 위해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악인을 결국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도련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계세요?”


차를 가져온 베아트리체의 말에 나는 놀라서 고개를 퍼뜩 들었다.

주인공을 만날 계획을 짜도 모자랄 판에 나도 모르게 유인광 생각에 빠져버렸다.

이런 걸 보면 유인광도 원작에서 비중이 적은 것치곤 꽤 매력 있는 캐릭터였단 말이지.


“그냥, 걱정이 좀 많아서.”

“이해해요. 솔직히 아카데미라고 하기도 우습죠, 여기?”


베아트리체는 한숨을 토하며 내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나는 나보다 한 살밖에 많지 않은 프랑스계 미인을 다시금 보았다.


베아트리체 라주르(Beatrice LAZUR).

과거 외교에서 명망 있던 유인광의 가문을 모셔온 하인 가문의 후계.

대체 어떤 역사적 연유로 프랑스 가문이 한국 유씨 혈족을 모시게 된 것인지는 원작을 읽으면서도 의문이었지만, 이 소설의 설정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게 속 편하다.


하여간 원작에서 베아트리체는 최후까지 책임감 있게 유인광의 곁을 지키다 죽는다.

그녀의 마지막 대사가 뭐였더라?

기억이 잘······.


“미안해요. 도련님.”

“아, 맞아. 그게 네 유언이었지.”

“네?”

“아, 아니야. 계속 말해.”


······입조심 안 하다가는 미친놈 취급받겠다.

베아트리체가 날 이상한 눈으로 보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도련님. 저 좀 이기적이죠?”

“네가 왜?”

“고작 제가 다니는 아카데미가 사라지는 게 싫다고 외국에 계신 마님을 함부로 부르려 했잖아요. 심지어 도련님도 제가 불러서 먼 길까지 오셨는데 저는 대놓고 실망부터 해버렸어요.”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궁금했었다.


“너는 왜 그렇게 아카데미가 폐교되는 걸 싫어하는 거야?”

“그냥 제 욕심이에요. 저는, 그냥 여기 애들이랑 다 같이 공부하고 훈련하는 게 좋아서요.”


베아트리체의 수려한 얼굴에 살며시 옅은 슬픔이 번졌다.


“장차 헌터가 되든지, 짐꾼으로서 게이트 앞에서 마석을 줍던지, 돈을 많이 벌던지. 거기다가 이 아카데미가 다른 곳들보다 시골에 있고 낡았더라도, 그런 건 하나도 상관없어요. 그냥 이곳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더 이야기하고, 이 아카데미를 오래 다니고 싶어요.”


끝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울먹이듯 조금 떨렸다.


“애들이랑 다 같이 무사히 졸업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같이 있어 주세요. 이 아카데미에.”

“베아트리체.”


나는 턱을 괸 채로 그녀에게 말했다.


“연기하지 마.”

“······네?”

“연기하지 말라고. 너, 그런 이유 아니잖아.”


아주 잠깐의 침묵.

베아트리체가 방금 떠올라 있던 슬픔을 무색하게 지워냈다.


“못 본 새에 눈치가 꽤 느셨네요, 도련님.”


《베아트리체의 작은 거짓말을 간파했습니다.》

《해당 아카데미 관련 등장인물에 대한 이해도가 1 오릅니다.》

《『집착하는 박애주의자(EX)』의 효과로 이해도가 추가로 2 증가합니다.》


떠오른 상태창을 힐끗 보고는, 난 턱을 까닥였다.


“다시 말해봐.”

“네. 사실 아카데미 한 곳은 졸업해야 제가 취업하려는 게이트 관련 사기업을 노려볼 수 있거든요. 장차 도련님께서 몰락한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실 수 있도록 보필하고 싶습니다.”

“사기업이 목표라면 다른 아카데미로 편입하면 되잖아?”

“큰 어르신 보필하느라고 여길 이미 2년이나 다녔어요. 인제 와서 아카데미가 폐교되면 완전 뒤통수겠죠. 다른 아카데미에서 첫 학년부터 다시 다니는 것은 시간 낭비고요. 물론 그럴 돈도 없지만, 아카데미는 전학 절차는 밟기도 어려워서 편입할 수 없을 테고 말이에요.”


이해를 끝마친 내가 최종적으로 정리했다.


“결국, 네가 졸업할 때까지 퇴교가 없게끔 내가 교장 대리로서 이 아카데미에 남아달라?”


갑자기, 베아트리체가 날 보며 처음으로 미소 지었다.

저 미소에 담긴 의미가 뭘까.


“네. 옳게 보셨어요.”

“솔직히 말해줘서 고마워. 그럼 방금은 왜 거짓말을 한 건데?”


베아트리체는 아주 천천히 내가 지금 한 자세와 똑같이 턱을 괴었다.

신장 차이 때문에 그녀의 가까워진 시선은 내 눈썹을 내려 보았다.

선홍빛 입술 틈에서 당연하지 않냐는 듯한 낮은 음색이 흘러나왔다.


“그래야 도련님이 완전히 제 뜻대로 움직이실 거잖아요.”


원작에서도 느꼈지만, 이 시녀는 가끔 자기가 모시는 사람을 오히려 밑으로 둘 때가 있다.

뭐, 나는 도리어 주인을 내려 보는 저 오만함이 오히려 매력이라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제가 이 아카데미를 사랑하는 것만은 사실이에요, 도련님. 같이 다니는 애들도 좋아하고요. 하나 그렇다 해도 얼마든지 다 버릴 수 있어요. 도련님 가문의 앞날을 위해서라면.”


저 말이 참 베아트리체의 성격을 잘 나타내준다는 생각이 든다.


“알았어. 난 여기에 있을게. 네가 졸업할 때까지 계속.”

“정말로요?”


내가 의외로 순순히 끄덕이자, 베아트리체가 기쁜 표정으로 안도했다.


“그나마 도련님이 와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여길 졸업 못 하면 정말 어쩌나 싶었거든요. 가사 일이나 원래 계시던 학교 관련된 절차도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있는 동안은 교장 업무 외의 귀찮은 일은 모두 제가 도와드릴게요.”

“고마워. 어차피 내 계획을 이루려면 여기 오래 있어야 하거든.”

“도련님의 계획이요?”


내가 싱긋 미소 지었다.

그녀와 이 아카데미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제법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몰락한 우리 가문을 일으켜 세웠으면 좋겠다고 했지?”

“네? 그야 물론이죠. 하지만 도련님께선 항상 가문의 부흥 같은 것엔 관심이 없으셨······.”

“생겼어. 방금 막.”


나는 교장실의 낡디낡은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외할아버지도 버리고 도망친 망한 아카데미를 성인도 안 된 손자가 화려하게 일으켜 세운다. 어때? 한국의 콧대 높은 가주들도 인정할 만큼 스토리 텔링이 그럴듯하지 않아?”

“그건, 물론 그렇기야 하지만······.”


현재 주인공이 다니고 있는 초일류 아카데미, ‘아벨라’.

말했다시피 ‘아벨라’의 실체를 알고 있는 것은 각국 수장이나 세계권 교육 인사들뿐이다.

따라서 그 명문 아카데미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사람들 또한 그들뿐이란 의미였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 대해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내가 내릴 결론은 간단하다.


“내가, 이 부실 아카데미를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으로 만들 거야.”


바로 내가 세계권으로 유명한 교육 인사가 되는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으로선 이것만큼 효과적이고 빠른 길이 없다.

이 모든 것이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아벨라’의 정문을 여는 첫걸음이 되리라.


그때 갑자기 베아트리체가 정색하며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도련님.”

“왜?”

“여기 아카데미 다니는 학생 중 절반은 곱셈도 할 줄 몰라요.”

“······.”


씨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집착하는 EX급 교장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7화가 수정되었습니다 +1 21.01.05 345 0 -
공지 몽실이 +12 20.12.30 1,573 0 -
공지 팬아트 +1 20.12.27 1,688 0 -
공지 추천글 써주신 분들 감사합니다!(2020.12.19) 20.12.17 354 0 -
공지 다시금 자유연재로 전환합니다(2020.01.29 변경) +7 20.11.15 2,721 0 -
30 30. 취리히 +58 21.01.20 1,566 90 12쪽
29 29. 회귀(300回) +39 21.01.15 1,361 93 14쪽
28 28. 산신의 일족 +43 21.01.11 1,523 95 12쪽
27 27. 김서혁[2021.01.05 수정] +22 21.01.04 2,073 121 15쪽
26 26. 첫 마법 수업 +90 20.12.30 2,151 129 16쪽
25 25. 아카데미 불법 마개조 도구 박스 +44 20.12.27 2,185 131 13쪽
24 24. 성장 +60 20.12.22 2,455 134 17쪽
23 23. 역(逆) 살인 게임 +50 20.12.18 2,617 146 11쪽
22 22. 요정 +44 20.12.16 2,447 111 10쪽
21 21. 마왕성(魔王城) +30 20.12.14 2,640 126 11쪽
20 20. 주인공과의 채팅 +48 20.12.11 2,679 129 13쪽
19 19. 디엠 +30 20.12.09 2,670 124 13쪽
18 18. 바냐크라 +37 20.12.07 2,782 152 16쪽
17 17. 미래시(未來示) +20 20.12.03 2,859 123 15쪽
16 16. '교장' +23 20.12.01 2,940 128 13쪽
15 15. S급 몬스터 +20 20.11.28 2,982 121 10쪽
14 14. 임신 +28 20.11.25 3,494 132 14쪽
13 13. 류이한 +45 20.11.23 3,201 138 11쪽
12 12. 룸메이트 +37 20.11.20 3,303 145 15쪽
11 11. 오서후 +26 20.11.18 3,349 134 13쪽
10 10. 수석 장학생 +25 20.11.16 3,365 138 15쪽
9 9. 대련장 +16 20.11.15 3,528 118 10쪽
8 8. F급 이능 +23 20.11.10 3,748 138 15쪽
7 7. 애살검(愛殺劍) +26 20.11.08 3,879 142 15쪽
6 6. 그 아카데미 밑에는 +33 20.11.02 4,011 143 16쪽
5 5. 반 아이들 +39 20.10.27 4,274 154 15쪽
4 4. 주인공의 스승 +15 20.10.26 4,617 136 14쪽
3 3. 유솔 +34 20.10.21 5,153 173 14쪽
» 2. 첫걸음 +28 20.10.18 5,662 174 12쪽
1 1. 부실 아카데미 +53 20.10.17 8,213 20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플래터]'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