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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집착하는 EX급 교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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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터]
작품등록일 :
2020.10.1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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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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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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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대련장

DUMMY

모두가 각자의 무기를 골랐다.

김서혁은 큼지막한 방패, 베아트리체는 푸르른 창, 이소흔은 새까만 건틀렛이었다.

물론 모두 대련용 장비였기에 날은 없고 뭉툭했다.


“솔이야, 넌 뭐 골랐어?”

“나, 난 이거······.”


조그만 단검이었다.

가장 손에 잘 익고 초보도 다룰 수 있는 평범한 무기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나는······.’


다양한 장비들이 있었지만, 내가 선택할 무기야 정해져 있었다.

무기를 고른 날 본 이소흔이 심각한 표정으로 머리 옆에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렸다.


“전학생. 너, 이거야?”


나는 그저 말없이 뻔뻔하게 웃었다.


***


수면 위에 흰 안개가 얕게 깔린 호숫가.

지팡이를 짚으며 산속을 걸었을 텐데도, 명일만은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베아트리체가 물었다.


“우리 말고 나머지 학생들은요?”

“오늘도 결석이다. 유치원생들 다섯과 몸 아파서 기숙사에 있는 놈 하나.”


어제에 이어서 또 불참인가?

명수 채워 넣기 위한 유치원생들이야 그렇다 쳐도, 그 몸 아픈 학생은 누구일지 궁금하네.

김서혁이 아쉬운 듯이 입맛을 다셨다.


“그나저나 어제 밤새더라도 그 누렁이는 꼭 잡아서 국물 끓었어야 했는데. 아쉽네.”

“다음에 봤을 때 사살하면 되겠지.”

“흥. 보나 마나 주인도 그 개랑 똑 닮은 개새끼일 거야.”


얼떨결에 개새끼가 되어버린 솔이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만 꾹 다물었다.

호숫가는 파문 하나 없이 잔잔했다.

대련장에 입장하기 전, 명일만이 말했다.


“모의 대련은 2인 1조로 실시하겠다. 먼저, 각자 조를 짜도록.”


아까 창과 방패로 논쟁을 했던 베아트리체와 김서혁은 당연히 한 조가 되었다.

그때 솔이가 내 쪽으로 슬그머니 다가왔다.


“아, 저, 저, 그 인광아······. 그, 그, 하, 할 사람 없으면······.”


그때 이소흔이 솔이의 말을 끊었다.


“야, 전학생. 너는 나랑 한 조야.”

“나?”

“여기 전학생이 너 말고 누가 있는데?”


후드티를 벗고 이소흔이 민소매 차림으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


본능적으로 밑으로 쏠리는 시선을 참으며, 내가 물었다.


“그걸 왜 네가 정하는데?”


이소흔은 솔이 쪽으로 턱을 까닥였다.


“쟤는 보나 마나 내 상대도 안 될 게 뻔하잖아? 네가 최소한 유솔보다는 나아 보인다, 얘.”


나 원참. 얘가 솔이를 얕봐도 너무 얕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이가 가진 『맹독』의 진가를 제대로 알면 저런 소리가 쏙 들어갈 텐데.

명일만이 혼자 시무룩해서는 잔뜩 울상을 짓고 있는 솔이를 보더니 말했다.


“학생 한 명이 남는군. 유솔은 나와 대련한다.”

“제, 제가요······?”


겁주려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귀여워서인지 노교수가 픽 웃었다.


“설마 이런 절름발이 늙은이를 상대로 밀리진 않겠지?”

“으으······.”


인제 와서야 솔이는 우리를 따라오며 볼멘 목소리로 중얼댔다.


“나, 나는 그냥 실내 수업도 좋은데······.”


하지만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아무도 그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오직 나만 고개를 돌려 솔이를 바라보았다.


“솔아.”

“왜······?”

“난 너랑은 절대 모의 대련 안 해. 분명 다치고 말 테니까. 그건 내가 너무 싫어.”


그건 아주 진지하게 옳은 소리였다.

나는 절대 『맹독』을 지닌 녀석과는 대련 따위 하고 싶지도 않다.

오히려 내가 크게 다칠 것이 분명하니까.


그런데 갑자기 솔이는 양 뺨을 붉히고는, 내 눈은 쳐다보지도 못한 채 더듬거렸다.


“나, 날 걱정해줘서 고, 고마워. 인광아······.”


······어, 내 말을 좀 이상하게 오해한 모양인데?

그걸 본 베아트리체가 미소를 짓고는 내게 몰래 속삭였다.


“도련님. 솔이한테 관심 있죠?”

“응. 이렇게 자주 말을 걸어줘야 쟤가 절대 자퇴 안 할 것 같아.”

“세상에.”


주인 놀리기 좋아하는 시녀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쿡쿡 웃었다.

어째선지 나를 심히 자랑스러워하는 눈빛이었다.


“못 본 새에 도련님도 이젠 다 컸네요. 이렇게나 본인 감정에 솔직해지셨으니.”

“왜 남을 좋아하는 걸 굳이 숨겨야 하는지 모르겠어. 나는 너도 이미 사랑하는걸.”

“······오늘 뭐 잘못 드셨어요?”


내 태연스러운 고백에 베아트리체가 웬일로 당황했다.


***


호숫가의 대련장은 체육관 같은 건물이었다.

체력 단련을 위한 기구들이 있었고, 실내가 꽤 넓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넥타이까지 먹물처럼 새까만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와 있었다.


“어?”


그 아이들도 각자 무기를 들고 있었다.

최신식 대련용 장비 같았다. 쟤네도 모의 대련을 하러 온 걸까?

다른 교복의 학생들이 우릴 보며 웅성댔다.


“쟤들 누구야? 교복 처음 봐.”

“아마 다른 아카데미 학생들인 것 같은데.”

“여기에 우리 말고 아카데미가 또 있었어?”

“왜, 거기 있잖아. 산골짝에 하나 있다는 지잡 아카데미.”

“아, 들어가면 인생 망한다는 거기?”


그 말에 눈썹이 꿈틀한 이소흔이 사납게 고갤 돌렸다.


“야, 반장. 가만히 듣고 있을 거야? 우리 보고 지잡이란다.”


만사가 느긋한 김서혁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우리 아카데미가 명문이냐?”

“씨발. 넌 화도 안 나?”

“배고파.”


어째선지 김서혁이 날 곁눈질하며 입맛을 다셨다.

그 근엄하고 진지한 대답에 이소흔이 울컥했다.


“반장 선거할 때 너 말고 베아 언니한테 투표했어야 했어!”

“좀 그래 주지 그랬냐. 나 좀 덜 귀찮게.”

“뭐? 딱 기다려. 교실 돌아가면 넌 무조건 탄핵이야.”

“잘됐네. 내가 자퇴할 핑계도 생기고. 어······, 전학생. 너 갑자기 눈이 왜 그리 무섭냐?”


원래도 저 둘은 친하게 잘 투닥거리는 사이인가보다.

그때 베아트리체가 창을 닫으며 금빛 머리칼을 귓가 뒤로 넘겼다.


“바람이 들어오네요. 아침부터.”


순식간에 상대 아카데미 남학생들의 입이 딱 벌어졌다.

내가 잠깐 목격한 것만 네 명이었다.


“와······.”


남녀를 막론하고 아닌 척하며 베아트리체를 의식하는 학생들의 시선이 폭주했다.

오히려 몇몇 녀석들은 그녀와 같은 아카데미를 다니는 우릴 부러워하는 기색까지 보였다.

그녀의 유려한 미모는 출신이고 학력이고 간에 상대를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소흔이 실실 웃으며 베아트리체 곁에 달라붙어 속삭였다.


“언니, 약간은 노렸지?”

“외모지상주의가 싫지만, 학벌주의보다는 낫다고 봐서.”

“우. 질투나.”


그 애는 입술을 삐죽 내밀곤 더 키가 큰 베아트리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명일만은 점잖게 말했다.


“백사 아카데미에서 한 자리 쓰려고 하오만. 오전 시간 동안.”


대련장 관리자가 난처한 기색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게, 저. 조금 곤란합니다.”


그때 상대 아카데미 학생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키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교복 속의 몸매가 대단히 좋다는 걸 알 수 있는 남학생이었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지금 대련장은 저희 ‘흑조(黑鳥) 아카데미’가 쓸 거라서요. 자리를 내어드릴 수 없습니다.”


명일만이 살짝 눈썹 끝을 구부렸다.


“애초에 이곳에 있는 대련장은 전 아카데미 공용으로 알고 있는데. 거기다 우리 학생 수는 그쪽보다 현저히 적다. 자리가 안 남을 리가 없을 텐데.”

“아, 그게 저희 교수님 지침이라서요. 연습 동안은 저희 아카데미가 독점으로 이 대련장을 쓰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으니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흑조 아카데미 측에서 독점으로 이 대련장을 대여하는 비용이라도 쓰고 있단 말인가?”

“아니요.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럼 무슨 자격으로 대련장으로 독점한다는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단 말인가. 비키게.”


그 남학생이 계속 말꼬리를 잡는 명일만에게 약간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 교수님. 아카데미끼리도 급이 있잖습니까. 벌써 전국 아카데미 대항전이 석 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저희 아카데미는 이미 참가신청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부실 아카데미는 대항전에 참가할 자격도 주어지지 않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니 지금은 그쪽보다, 저희가 연습이 더 필요합니다.”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흐음.”


명일만은 잠시 턱을 쓰다듬었다.

내 눈에는 어떤 쌍욕을 내뱉을지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목에 기름때가 낀 것처럼 걸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명일만이!”


누군가 걸어 나왔다.

배가 푸짐하게 나오고 욕심이 그득해 보이는 눈의 노인이었다.


“순간 잘못 봤나 싶었네. 간만이군. 이게 도대체 얼마 만인가?”


명일만은 잠깐 눈을 찡그렸다.

마치 기억나지 않는 사람의 이름을 억지로 떠올리려는 것처럼.


“······조방섭.”

“과연 내 일평생 하나뿐인 절친한 원수로군. 오래간만에 보는 건데 할 말이 그것뿐인가?”


조방섭의 눈빛이 아주 잠깐 예리하게 빛났다.

상대 교수는 아무래도 명일만을 숙명의 라이벌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무관심한 눈빛으로 일관했다.


“자네 아직도 교수하나?”

“하하, 만나자마자 날 화나게 하려는 그 뻔한 수작은 이미 간파하고 있네.”


조방섭 교수는 태연한 듯 웃었지만, 바지를 꽉 움켜쥔 주먹이 부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우리 아카데미도 마침 모의 대련을 하러 온 참이지. 오늘 아침 호숫가가 잔잔하니 파문 일으키기에는 참 좋지 않은가.”


본인은 멋들어진 말이라 생각하고 내뱉은 것 같은데 명일만의 표정은 여전히 시큰둥했다.


“그래서 본론이 뭔가?”

“우리, 이 대련장을 걸고 시합을 겨뤄보세.”


작가의말

지금까지는 업데이트 주기가 불규칙했지만, 앞으로 최소 주 3회 연재를 하려고 합니다

자세한 건 공지를 참조해주세요!

+주인공이 있는 아카데미 이름이 ‘양단 아카데미’에서 ‘백사 아카데미’로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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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산신의 일족 +43 21.01.11 1,526 95 12쪽
27 27. 김서혁[2021.01.05 수정] +22 21.01.04 2,076 121 15쪽
26 26. 첫 마법 수업 +90 20.12.30 2,155 129 16쪽
25 25. 아카데미 불법 마개조 도구 박스 +44 20.12.27 2,188 131 13쪽
24 24. 성장 +60 20.12.22 2,458 134 17쪽
23 23. 역(逆) 살인 게임 +50 20.12.18 2,621 146 11쪽
22 22. 요정 +44 20.12.16 2,451 111 10쪽
21 21. 마왕성(魔王城) +30 20.12.14 2,642 126 11쪽
20 20. 주인공과의 채팅 +48 20.12.11 2,682 129 13쪽
19 19. 디엠 +30 20.12.09 2,672 124 13쪽
18 18. 바냐크라 +37 20.12.07 2,785 152 16쪽
17 17. 미래시(未來示) +20 20.12.03 2,862 123 15쪽
16 16. '교장' +23 20.12.01 2,942 128 13쪽
15 15. S급 몬스터 +20 20.11.28 2,985 121 10쪽
14 14. 임신 +28 20.11.25 3,497 132 14쪽
13 13. 류이한 +45 20.11.23 3,204 138 11쪽
12 12. 룸메이트 +37 20.11.20 3,306 145 15쪽
11 11. 오서후 +26 20.11.18 3,351 134 13쪽
10 10. 수석 장학생 +25 20.11.16 3,368 138 15쪽
» 9. 대련장 +16 20.11.15 3,531 118 10쪽
8 8. F급 이능 +23 20.11.10 3,752 138 15쪽
7 7. 애살검(愛殺劍) +26 20.11.08 3,883 142 15쪽
6 6. 그 아카데미 밑에는 +33 20.11.02 4,014 143 16쪽
5 5. 반 아이들 +39 20.10.27 4,277 154 15쪽
4 4. 주인공의 스승 +15 20.10.26 4,621 136 14쪽
3 3. 유솔 +34 20.10.21 5,160 173 14쪽
2 2. 첫걸음 +28 20.10.18 5,668 174 12쪽
1 1. 부실 아카데미 +53 20.10.17 8,222 20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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