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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집착하는 EX급 교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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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터]
작품등록일 :
2020.10.13 16:04
최근연재일 :
2021.01.2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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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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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마왕성(魔王城)

DUMMY

뱀 여왕 바냐크라의 첫 수업은 숲에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인간으로 둔갑했지만, 본래 몬스터인 그녀는 야외 수업을 선호했다.


“유인광.”

“예.”


영광스러운 첫 수업, 새로 온 교수님은 어째선지 불편한 얼굴로 팔짱부터 끼고 있었다.


“왜 너희 인간은 젖먹이 동물이란 말인가.”

“······예?”

“아이를 가진 입장으로서 참 고역스럽기 그지없군.”


잠시 그 말을 곱씹던 나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사정을 들어 그녀의 정체를 아는 베아트리체가 침착히 일어섰다.


“교수님. 실례지만, 잠깐 저 좀 보실까요?”


두 여성이 잠시 수풀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는 특이한 변화가 있었다.

오른팔을 깁스한 그 애는, 왼손에 우윳빛 액체가 가득히 든 유리병을 쥐고 있었다.


“그거······.”

“사모님이 젖몸살에 걸리지 않게, 밤중 모유 짜는 법을 가르쳐드리는 일은 시녀의 필수 교육과정이에요.”

“······.”

“교수님이 제가 가져가도 좋다고 허락해주셨어요. 얼려 놓으면 오래 보관할 수 있고요.”


······도대체 그걸 놔뒀다가 어디에 쓰려고?

하여간 어째선지 조금 편안해진 듯한 바냐크라가 말했다.


“이처럼, 너희가 몬스터라 부르는 우리와 인간은 성(性)과 육신에서부터 수많은 차이를 보인다. 나 같은 뱀 계열 몬스터들은 본래 새끼들에게 젖을 먹여 기르지 않지.”


의외로 바냐크라의 야외 수업은 꽤 재미있었다.

평소 수업과는 달리, 우린 교과서도 없이 풀밭에 앉아 재미난 이야기를 듣기만 하면 됐다.

그녀가 경험으로 술술 풀어주는 일화는 인간은 사뭇 경험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한 번은 우리 부족에 오크들이 습격한 적이 있다. 알을 깨 먹고 암컷을 겁탈하기 위해서.”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내 휘하의 여전사들이 오크들을 겁탈하고 불알을 깨뜨렸다.”

“······.”


뭐, 가끔은 어디가 성교육인가 싶을 만큼 자극적인 얘기도 있었지만 그래서 더 재밌었다.

흥미진진하게 듣다 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서 수업이 끝나는 게 아쉽다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마지막으로, 바냐크라가 살며시 덧붙였다.


“다음 수업에는, 너희 각자에게 맞는 마법의 기초를 가르쳐볼 생각이다.”

“우와······. 이, 인광아. 마법이래······!”


아이들의 눈이 당장 반짝이기 시작했다.

마법!


‘애들이 좋아할 만도 하지.’


인간 중에서도 물론 이따금 천부적인 마력을 타고나 마법을 쓸 수 있는 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도 그 수가 너무 적었고, 현대에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아직 이 사회에서, 마법이란 신화적인 요소나 다름없었다.

그런 놀라운 마법을 이런 시골 아카데미에서 배울 수 있다니.

도대체 그 어느 학생이 싫어하겠는가.


“교수님.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들의 반장, 김서혁이 진지하게 물었다.


“빗자루는 못 탑니까?”


이소흔이 어이없어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야, 김서혁. 여기가 무슨 호그와트냐?”


그런 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외로 동심을 간직한 녀석은 정색했다.


“나한테는 어렸을 때부터 로망이었다고. 하늘을 나는 건.”

“부유(浮游)와 관련된 마법을 말하는 거라면, 꽤 긴 노력과 재능이 필요할 거다.”


바냐크라의 말에 김서혁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재능 없으면 마법 못 배워요?”

“글쎄. 화염만으로 한 국가를 태워버리는 대마법(大魔法)까진 힘들겠지.”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데요.”

“하지만.”


따악!


“으힉!”


깜짝 놀란 이소흔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 애의 교복 안주머니 속에서 담배 한 갑이 튀어나와 허공에서 불탔다.


“내 멘솔!”

“이런 잔재주는 큰 재능이 없더라도 가능하다. 물론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갈리겠지만.”


따악!


바냐크라가 손가락을 한 번 더 튕기자, 그 불타던 담배가 재와 함께 흩날려 사라졌다.


“이번 학기가 끝날 즈음에는 너희들 전원이, 손아귀에서 큰불은 일으킬 수 있게끔 초급 마법학(魔法學)의 진도를 떼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목표다.”


이소흔이 원망스러운 눈동자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내 담배는 왜 태워 없앴어요?”

“벌점 2점이다. 이소흔.”

“······!”


바냐크라가 미소 지었다.


“명일만이 그러더군. 이소흔이 수업에 연초를 가져오면 무조건 벌점부터 떠먹이라고.”

“······.”


이소흔이 뭐 씹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바냐크라는 차분히 배를 쓰다듬었다.


“내 아이가 유독 너와 얼른 친해지고 싶다고 한다.”

“좀 전해주실래요? 나랑 친해지려면 담배 두 갑만 사 들고 오라고.”

“벌점 1점 추가.”


우리 새 교수님은 신입이 맞나 싶을 만큼 부실 아카데미에 순조롭게 적응해가고 있었다.


***


방과 후.

내가 교수실로 가고 있을 때였다.

삐걱대는 복도에서 의외의 인물들을 마주쳤다.


“헤에. 처음 보는 오빠다.”


한 여섯 살은 되었을까?

신장이 자그마하고 눈동자가 크고 맑은 여자애였다.

곁에는 자기랑 똑 닮은 남자애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와, 잘생겼다. 근데 눈매가 되게 재수 없네. 그치, 누나.”

“응. 저 오빠, 눈빛이 위험해서 외모 다 망쳐.”


······뭐야, 갑자기. 왜 지들끼리 소곤대. 내 눈이 뭐 어때서?

괜스레 기분이 상한 내가 허리 숙여 물었다.


“너흰 누구야? 여긴 어떻게 왔니?”


어린 여자애가 자랑스레 가슴을 폈다.


“우리 엄마가 이장이야.”

“저 형은 우리 마을 처음 왔나 봐. 그치, 누나.”


아아, 이장님네 자녀들이었구나.

부실 아카데미 총원을 맞추려고 불법 재학생으로 있다던 다섯 명의 유치원생들.

엊그제인가 전부 자퇴했던 거로 아는데, 여긴 왜 왔지?


“너희 자퇴한 거 아니었어?”


여자애가 고개를 갸웃댔다.


“자퇴가 뭐야?”

“아카데미에 그만 오기로 한 것 아니었냐고.”


그러자 두 아이 모두 성을 내며 고개를 내저었다.


“우리는 그런 적 없어! 아빠가 그냥 억지로 못 가게 한 거야.”

“아직 우린 학교 다니고 싶은데. 그치, 누나!”

“여긴 학교가 아니라 아카데미인데. 하여간 너희 이름은 뭐야?”


어린 여자애가 자기를 가리켰다가 남자애를 가리켰다.


“난 백은. 동생은 백동.”


여자애가 백은이고, 남자애가 백동이구나.

이름이 좀 특이하네.


“그런데 너희 원래 다섯 명 아니야? 나머지 셋은 어디 있어?”

“정글짐에서 놀다가 떨어져서 다쳤어. 그래서 우리 둘만 왔어!”

“게네 완전 허약해. 우리만 튼튼해. 그치, 누나?”


백은과 백동이 키득거렸다.


“하여간 오빠도 우리랑 같이 숨바꼭질할래?”

“저 형도 같이 놀면 재밌겠다. 그치, 서후 형.”


아이 둘에 이어서 뒤따라 들어오는 남학생이 있었다.

다름 아닌 오서후였다.


“어, 네가 왜?”

“······오늘 처음 본 애들인데, 갑자기 놀아달라고 해서.”

“여기는 또 왜 온 거야?”

“다시 한번 편입생으로 받아달라고 하려고 왔다.”


그러더니 오서후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물론, 너 때문은 아니다. 이 아카데미에 편입하려는 것은 내 누나가 싫어서니까.”


누가 뭐라고 했냐?


“상관없어. 어쨌든 나는 네가 우리 아카데미로 오는 게 중요하니까.”

“······.”


질색한 오서후가 내게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때 교수실에서 명일만이 문을 열고 나왔다.


“늦었군, 유인광······. 그런데 어째 내가 부르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오서후가 재빨리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실례지만, 교장 선생님은 어디 계십니까? 편입 신청서를 드려야 하는데, 교장실에는 안 계시던데요.”

“아아. 그럴 필요 없네. 오서후였나? 자네는 무조건 바로 편입이야.”


순간 오서후의 표정이 급격히 밝아졌다.


“지금 아카데미 실정상 오는 학생을 거부하면 바보짓이지. 교장 선생님께는 내가 따로 강력히 말씀을 드리겠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서 말이지. 부실 아카데미는.”

“그, 괜찮습니까? 저는 모의 대련에서 그쪽 아카데미 여학생의 팔을······.”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이 되는 건 장차 헌터가 되어서도 자주 겪게 될 경험일 걸세.”

“정말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백사 아카데미가 쓸 대련장의 1학기 독점 비용은 약속대로 저희 흑조 아카데미의 조방섭 교수님께서 전액 대납하시기로 결정됐습니다.”

“허, 그거 하나는 드물게 반가운 소식이로군.”


내가 환히 웃으며 말했다.


“부실 아카데미에 온 걸 환영해. 오서후.”

“난 네가 싫다. 유인광.”

“응, 싫어해도 돼. 네 의사는 고려하지 않을 거니까.”

“······.”


안색이 창백해진 오서후가 내게서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한편 백은과 백동이 눈을 반짝였다.


“교수님. 우리는?”

“서후 형도 들어가면 우리도 당연히 다시 여기 다닐 수 있겠다. 그치, 교수님?”

“너희는 안 된다. 아카데미 다니기에는 너무 어려.”

““······?””


곧바로 두 어린아이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명일만이 미소 짓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시선을 낮추었다.

우리를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놀랍도록 인자한 말투였다.


“그 대신, 오늘 하루만 이 답답한 시골에서 벗어나게 해주마. 어떠냐.”

“우와! 놀러 간대!”

“엄마 몰래 가면 더 재밌겠다. 그치, 누나.”


단순한 아이들은 금세 반색했다.

내가 의아스러워하며 물었다.


“오늘 저 애들도 같이 데려가요?”

“뭐, 울면 귀찮아지니까. 이장님께는 내가 연락해놓겠네.”


하여간 이 양반, 실종된 손녀 때문인지 어린 애들한테는 은근히 약하단 말이야.

그때 오서후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 교수님.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도 함께 가도 되겠습니까?”

“금요일 저녁이잖나. 자네는 오늘 할 일도 없나.”

“오늘은······ 누나가 인턴 실습에서 돌아오는 날이라 집에 들어가기 싫습니다.”


명일만은 녀석을 이상하다는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누이랑 의절이라도 했나? 뭐, 내키는 대로 하게.”

“예. 고맙습니다. 그런데 어디를 가는 거죠?”

“마왕성.”

“어. 마왕성······ 말입니까?”


오서후가 자기가 뭘 잘못 들었냐는 듯이 당황스러워했다.


“설마 어디, 뭐 비밀스러운 게이트를 열고 다 함께 마계(魔界)라도 다녀오는 겁니까.”

“헛소리 말고 어서 역으로나 가세. 기차 시간 다 됐어.”

“예?”


저 녀석은 믿기지 않겠지만, 놀랍게도 사실이었다.

‘현(現) 마왕성’은 백사리에서도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다.


작가의말

여러분, 여러분 

지금 문피아에서 ‘리뷰가디언’이라는 이벤트를 진행 중입니다!

추천하기 게시판에 추천글을 쓰고 지원서를 제출해서 선정되면

띠용? 한 달 5만 골드 후원을 지급 받을 수 있다네요?


추천하기 게시판이 많이 활성화돼서 투베에 들지 못한 소설들도 많이 발굴되면 좋겠어요

많이들 참여해주세요!


+선호작 500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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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첫 마법 수업 +90 20.12.30 2,149 129 16쪽
25 25. 아카데미 불법 마개조 도구 박스 +44 20.12.27 2,183 131 13쪽
24 24. 성장 +60 20.12.22 2,453 134 17쪽
23 23. 역(逆) 살인 게임 +50 20.12.18 2,616 146 11쪽
22 22. 요정 +44 20.12.16 2,447 111 10쪽
» 21. 마왕성(魔王城) +30 20.12.14 2,640 126 11쪽
20 20. 주인공과의 채팅 +48 20.12.11 2,678 129 13쪽
19 19. 디엠 +30 20.12.09 2,670 124 13쪽
18 18. 바냐크라 +37 20.12.07 2,781 152 16쪽
17 17. 미래시(未來示) +20 20.12.03 2,859 123 15쪽
16 16. '교장' +23 20.12.01 2,940 128 13쪽
15 15. S급 몬스터 +20 20.11.28 2,981 121 10쪽
14 14. 임신 +28 20.11.25 3,491 132 14쪽
13 13. 류이한 +45 20.11.23 3,197 138 11쪽
12 12. 룸메이트 +37 20.11.20 3,303 145 15쪽
11 11. 오서후 +26 20.11.18 3,348 134 13쪽
10 10. 수석 장학생 +25 20.11.16 3,364 138 15쪽
9 9. 대련장 +16 20.11.15 3,527 118 10쪽
8 8. F급 이능 +23 20.11.10 3,748 138 15쪽
7 7. 애살검(愛殺劍) +26 20.11.08 3,878 142 15쪽
6 6. 그 아카데미 밑에는 +33 20.11.02 4,009 14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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