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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집착하는 EX급 교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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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터]
작품등록일 :
2020.10.1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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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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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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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요정

DUMMY

1시간 30분. 90분. 5400초.

어떤 단위로 세든 간에 짧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무려 마왕성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서는 말이다.


‘보통 마왕성은 마지막에 가서야 최종결전을 벌이는 장소인데.’


최후의 싸움을 위한 무기도 구하지 않았고, 죽어가는 동료와 눈물겨운 작별도 겪지 않았다.

우린 그저 기차에 여유롭게 앉아서 수다를 떨고 바뀌어 가는 창밖 풍경이나 보았을 뿐이다.

고전 소설 속의 용사 일행이 봤다면 피거품을 물고도 남았을 일이다.


‘이 소설, 클리셰 덩어리인 것 같아도 정작 예상 못 한 곳에서는 독창적이란 말이지.’


1시간 30분 동안 기차를 타고 대전역에 도착했다.

역을 나온 우리는 잠시 걸었다.


‘그 시골에 며칠이나 있었다고.’


해가 저문 아스라한 도심이 새삼 낯설었다.

수개월 뒤에 있을 ‘아카데미 대항전’ 광고가 벌써 전광판에서 요란하게 홍보됐고.

큼지막한 가게 곳곳에서 ‘보안관보 차태희’의 끔찍한 케이팝 노래를 틀어주었다.


“빌딩 커! 학교 건물보다!”

“걷는 사람들 되게 많은데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안 보여. 신기하다. 그치, 누나.”


이장님네 애들 백은과 백동은 신이 나서 거리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조그만 시골을 벗어난 것이 저리도 좋은가 보다, 꼬마들은.

우리가 큰 박물관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을 때, 오서후가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왜 멈춥니까?”

“여기가 우리 목적지일세.”

“······‘대전 종합 박물관’이 사실은 마왕성이었단 말입니까?”


경악스러운 사실에 놀란 녀석에게 명일만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어줬다.


“자네, 보기보다 우리 부실 아카데미에 들어올 소질이 충분했었군?”

“예?”


노교수가 지팡이로 가리켰다.


“마왕성은 저 박물관 안에 있네.”


***


“그, 이게 마왕성이란 말입니까.”


눈앞의 마왕성을 바라보는 오서후는 기대감이 와장창 깨진 표정이었다.

반면 까치발을 하고 유리막에 얼굴을 기댄 백은과 백동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으헤, 귀여워.”

“레고로 만든 집 같다. 그치, 누나.”


그 말대로였다.

유리막 안에 전시된 검은 성은 참 우아하고 작달막했다.

저곳에서 종달새가 살고 있다고 해도 믿어질 만큼.

오서후가 어이없어하며 따졌다.


“여기 설명란엔 ‘1997년, 광화문 게이트 근처에서 발견된 조각품’이라고만 쓰여 있는데요.”

“아니, 이것은 분명한 마왕성일세.”

“도대체 말이나 됩니까? 이런 장난감 같은 성이 무슨······.”

“요정일세.”

“예?”

“요정 말이네. 왜, 게이트가 열린 이후 매체에서 보이지 않았던가. 각종 탑이 등장할 때마다 보상을 두고 벌어지는 참살극(慘殺劇). 그 시련은 항상 잔인한 튜토리얼로 시작되곤 하지.”


오서후가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기는 압니다. 가끔 탑이 나타날 때마다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놈들이 꼭 도전하죠.”

“탑의 튜토리얼에서부터 사람 모가지 날리는, 조그맣고 짓궂은 장난꾸러기 도우미.”


지금 우리 근처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감사히 여겨야 했다.

노교수의 말을 듣고도 비웃을 자가 없다는 의미였으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마왕은, 그 튜토리얼 도우미에서부터 시작해 정점까지 오른 남자일세.”

“······?”


오서후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그럼 설마 마왕의 종족은······.”

“이미 말했잖나. 요정이라고.”

“······그게 무슨.”


명일만은 태연히 설명했다.


“아마 자네도 그 유명한 ‘결사대(決死隊)’를 모르진 않겠지. 마왕을 퇴치하기 위해 전 세계 최정예 헌터들이 결집한, 역사적으로 오직 단 한 번의 전투를 벌였던 영웅들의 집단.”

“모를 리가 없죠. 저는 그 결사대를 동경해 헌터가 되려고 아카데미에 입학했습니다.”

“그 결사대 전원이 목숨을 걸고 싸웠던 마왕의 크기는 이 손가락의 절반을 조금 넘네.”


명일만은 담담히 오서후에게 가운뎃손가락을 쳐들었다.


“······!”


어릴 적부터 결사대를 동경해온 녀석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마왕과의 전투에서 수십의 영웅들이 죽어 나갔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선진국 연합도 짓밟아버릴 만큼 크고 사악한 거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작은 요정이라고요?”

“꼭 덩치와 강함이 비례하는 것은 아닐세. 그건 어리석은 편견이지.”


명일만은 그 가운뎃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툭툭 쳤다.


“끝없이 살아 움직이는 총알과 싸워봤나?”

“예?”

“표적이 작으면 오히려 싸우기가 개 같다네. 내 발이 왜 이리됐겠나.”


그가 아직도 절뚝대는 오른발을 가리켰다.


“이건 지금은 다들 마왕이라 불러줄 뿐인 ‘튜토리얼 요정’한테 당한 상처일세.”

“그런······.”


결사대에는 참여하지 못했으나, 놀랍게도 명일만은 마왕과 대면한 적이 있던 인간이었다.

물론 처참하게 패배하고 손녀마저 빼앗기고 말았지만.

충격적인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던 명일만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덧붙였다.


“아, 참고로 이건 세계 각지 고위인사만 아는 비밀일세. ‘헌터 협회’는 세간에서 마왕이 무시무시한 이미지로 각인되길 원하거든. 대중은 공포를 심어야 다루기 쉬운 법이니까 말일세.”

“······그런 막대한 비밀을 저희한테 함부로 알려주셔도 됩니까?”

“뭐, 자네들 정도야 알아봤자 입증할 방법도 없으니 누구도 안 믿어줄 게 뻔하거니와.”


그의 진중한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그저, 직접 보고 잘 알아두라는 걸세. 숙적을 깊이 파악할수록 나쁠 것은 없을 테니까.”


나는 저 마왕성을 그저 바라보았다.


마왕(魔王). 이 원작의 최종보스. 언젠가 주인공이 독대하게 될 최후의 적.


저 성의 주인에 관해, 나는 참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오서후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눈치였다.


“그런데 그런 무시무시한 마왕성이 왜 하필 대한민국 대전 박물관에 있는 겁니까?”

“마왕쯤 되는 강자가 성을 하나만 뒀을 거라고 생각하나?”

“예?”

“우루과이, 영국, 체코, 일본, 브라질, 슬로베니아.”


명일만이 손가락을 하나씩 폈다.


“모두 마왕성이 발견된 국가들일세. 한국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에서 총 일곱 채의 마왕성이 발견되었지. 그리고 이 각양각색의 일곱 성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네.”

“그게 뭡니까?”

“별 것 아니야. 모든 마왕성이 한곳에 모이면, 사라졌던 마왕이 부활하네.”

“······허억?!”


오서후가 입을 쫙 벌리며 경악했다.


““허억?!””


백은이랑 백동이는 얘기를 잘 이해도 못 했으면서도 그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따라 했다.

본의 아니게 세 아이들의 치아 상태를 점검하게 된 명일만이 시큰둥하게 정정했다.


“정확히는 ‘부활(復活)’이 아니라 ‘재림(再臨)’이겠군. 결사대가 목숨을 걸고 다른 세계로 쫓아냈던 마왕이, 다시금 이 지구로 되돌아오는 것이니까 말이야.”

“그, 그런 위험한 마왕성을 놔둬도 됩니까?”

“당연히 안 되지. 실제로 우리 눈앞에 있는 이 성을 제외한 다른 여섯 채의 마왕성은 모두 각 국가에서 비밀리에 파괴해버렸네.”


오서후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마왕이 돌아올 일은 없겠군요. 그런데 왜 우리나라의 마왕성은 그대로 있는 겁니까?”

“이 성만은 파괴가 되지 않아. 포크레인으로 내려찍어도, 수압 프레스로 긁어도 안 부서져.”


눈앞의 금이 하나 가지 않은 마왕성은 교묘하고 촘촘하게 이루어져 있었다.

작디작은 테라스나 베란다, 그리고 연무장과 계단을 올라가기 위한 성문도 보였다.

무슨 재질로 이루어졌는지 옅은 형광등 불빛만 내려도 검은색 구성물질은 아리땁게 빛났다.


“어차피 다른 여섯 채의 마왕성이 파괴된 이상, 이 마지막 마왕성은 우리 인간들에게는 그저 좀 특별한 학술적 자산에 불과하네. 원래라면 정부에서 거창하게 전시해 관광요소로서 돈이라도 확 끌어모아야겠지만 마왕의 정체가 숨겨지고 있는 마당에 그건 불가능하지. 유능한 연구원들이 오랜 기간 조사해보기도 했으나 딱히 높은 가치 또한 발견되지 않았고.”


명일만은 마왕성 앞에 ‘1997년, 광화문 게이트 근처에서 발견된 조각품’이라 쓰여 있는 명찰을 툭툭 두드렸다.


“그래서 이런 외딴 지방 박물관에 다른 이름으로 전시해 방치를 해둔 걸세. 그 강소(强小)한 마왕이 직접 살았던 성치고는 허무한 최후지.”

오래 말하던 노교수가 불현듯 날 힐끔 턱으로 가리켰다.


“그런데 유인광. 이 모든 사실을 말하는데도 자네는 왜 놀라지 않나?”


이 능구렁이 같은 교수는 눈치도 좋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생각해둔 답이 있었기에 어깨를 으쓱였다.


“우리 외할아버지가 누구였죠? 교수님께서 없는 비밀도 털어놓는 절친한 친구로 아는데요.”

“입 싼 놈이라고 욕하는 대신, 나도 놈의 비밀 하나 말해볼까. 그 자식은 치질 3기야.”


은근히 속 좁은 구석이 있는 명일만이었다.

한편 오서후는 의아스러워했다.


“그런데 교수님은 이런 모든 사실을 어떻게 알고 계신 겁니까? 오늘만 해도 제 인생에서 평생 알지 말아야 할 비밀을 최소 몇 개는 알게 된 것 같은데요.”

“자네가 동경하는 그 결사대의 리더는 내 친형이었네.”

“······!”

“참 멍청하게도 잘 갔지. 평생 그토록 원하던 ‘영웅’ 대접을 죽어서야 받게 되었으니.”

“애도합니다. 결사대의 지도자였던 그분이라면, 저도 위인전에서 자주 읽었던······.”

“됐네. 자네한테 그딴 위로나 듣자고 말을 꺼낸 게 아니니까.”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고개를 돌리자 웬 아저씨가 있었다.


“이봐요. 학생!”


얼굴을 찡그린 중년은 배를 감싸 쥐고 있었다.

화장실이 어찌나 급한지 창백한 이마에 식은땀이 번들거렸다.


“저, 미안한데요. 죽고 싶어요?”

“아. 남자 화장실은 저쪽에 있······ 뭐라고요?”

“나는 죽고 싶어요.”


그 아저씨의 복부가 폭발했다.

날아든 척추뼈가 내 코를 후려쳤다.


“어?”


핏물에 적셔진 나는 아프다기보단 멍해졌다.


“육시럴.”


명일만이 욕설을 내뱉었고.


“어, 어?”


오서후는 어린 애들을 감싸고 안았다.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박물관이 뒤흔들린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산산이 무너져 내리는 천장이었다.


작가의말

지금까지 ‘부실 아카데미 교장이 되었다’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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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성장 +60 20.12.22 2,455 134 17쪽
23 23. 역(逆) 살인 게임 +50 20.12.18 2,619 146 11쪽
» 22. 요정 +44 20.12.16 2,449 111 10쪽
21 21. 마왕성(魔王城) +30 20.12.14 2,640 126 11쪽
20 20. 주인공과의 채팅 +48 20.12.11 2,679 129 13쪽
19 19. 디엠 +30 20.12.09 2,670 124 13쪽
18 18. 바냐크라 +37 20.12.07 2,782 152 16쪽
17 17. 미래시(未來示) +20 20.12.03 2,859 123 15쪽
16 16. '교장' +23 20.12.01 2,940 128 13쪽
15 15. S급 몬스터 +20 20.11.28 2,982 121 10쪽
14 14. 임신 +28 20.11.25 3,494 132 14쪽
13 13. 류이한 +45 20.11.23 3,201 138 11쪽
12 12. 룸메이트 +37 20.11.20 3,303 145 15쪽
11 11. 오서후 +26 20.11.18 3,349 134 13쪽
10 10. 수석 장학생 +25 20.11.16 3,365 138 15쪽
9 9. 대련장 +16 20.11.15 3,528 118 10쪽
8 8. F급 이능 +23 20.11.10 3,749 138 15쪽
7 7. 애살검(愛殺劍) +26 20.11.08 3,881 142 15쪽
6 6. 그 아카데미 밑에는 +33 20.11.02 4,011 14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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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유솔 +34 20.10.21 5,155 173 14쪽
2 2. 첫걸음 +28 20.10.18 5,664 17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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