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악녀를 피해 튀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옥수수식빵
그림/삽화
바바저씨
작품등록일 :
2020.10.14 10:08
최근연재일 :
2020.12.17 10:44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3,637
추천수 :
47
글자수 :
114,953

작성
20.11.2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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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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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마력트럭

DUMMY

지어내서 대충 둘러댔지만 둘은 당연히 믿지 않는 눈치였다. 믿던 안 믿던 관계없이 도망 온 게 중요했다. 야매의 얼굴엔 불만이 떠올랐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어쩔 수 없이 뛰어와야 했지만 먼저 걸어가는 민의 뒤통수가 오늘따라 꼴배기 싫었다.


야매와 달리 민의 머리엔 번쩍 떠오르는 게 있었다.

노예계약!

시간이 돌아왔으니 없어지지 않았을까?


"계약확인!!"


주위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거지들 목숨도 구했고 미아도 피했다. 이제 눈에 띄기 전에 다른 방향으로 도망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형은 어떻게 된 거지?'


중요한 건 형의 능력을 물려받아서 저도 모르게 쓴 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꽤 긴 시간을 돌아왔는데 페널티도 없는 로딩이 가능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형한테 방법 가르쳐 달라고 할걸.'


형은 부모였고 가장 친한 친구면서 형제였다. 형의 능력이 생겼으면 형은 어디 간 것일까? 그 능력이라기엔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돌려졌다.





불을 지펴놓은 캠프파이어



여자들은 그 앞에서 각자 밥그릇을 깍고있었다. 수미는 원래 집에서 귀하게 자라다 도망 온 거지여서 그런지 평소에도 불평이 잦았다.


"남녀평등 시발 똑같이 일 시키네. 빵도 다 못 먹었는데 배고파. 조카 크레파스 십색깔."


수미가 계속 징징거리는 게 듣기 싫었던 깔치가 벌떡 일어났다.


"넌 쳐 앉아서 나무나 깍는 주제에 불만이냐?"

"아 그럼 난 맥가이버칼로 깍는데 기쁘겠니? 존나 안 깎여."


거지들은 여자들도 입이 걸었다. 수미는 칼을 내팽개치고 한마디 더 하려다 깔치의 날카로운 눈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아참! 걸개도 저년한테는 함부로 못 하던데. 미친년'


퍽!


깔치가 주먹으로 굉장히 세게 뒤통수를 때렸다. 여자치고는 주먹으로 때리는 게 특이했다. 수미가 앞으로 휘청거리다 인상을 썼다. 머리를 만지자 큰 혹이 나 있었다.


"왜 때려! 뇌진탕 올뻔했어!"

"눈알 관리해라! 눈으로 욕해도 죽일꺼고 개겨도 죽일꺼다! 좆같이 만들어도 죽일꺼다."


깔린 음성엔 은은한 살기를 띠고 있었다. 순이는 눈치를 보다 맞기 싫어서 눈을 미리 깔았다.


'민준국도 아니고.'


퍽!

털썩!


깔치는 눈치 보고 있던 순이도 발로 차버렸다. 덩치가 작은 순이는 아예 앞으로 넘어져서 흙투성이가 됐다.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너도 조심해. 속으로 욕하면 난 다 알아."

"나한테는 왜 지랄이야."


말은 내뱉었지만, 목소리는 기어들어 갔다. 깔치는 화를 잘 내지만 저 정도 개망나니는 아니고 조용한 편이었기에 낯선 곳에 온 스트레스가 작용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깔끔하고 지붕을 나뭇잎으로 덮어놓은 집이 완성됐다. 비가와도 대처가 가능해 보였다. 걸개 일행은 의외로 재주가 좋았다. 멀리 보고 있던 철봉이 민을 발견했다.


"민이 돌아왔어~"


걸개는 좋은 소식을 기다렸기에 민을 보고 반색했다.


"어서 와라. 다들 들어와 봐. 식량은 있냐?"


의외로 맞아주는 분위기에 이민 일행은 떨떠름했지만 꿀릴 게 없는 야매는 당당하게 말했다.


"북쪽엔 없다."

"굶어 죽을까 걱정이야."

"동쪽으로 가볼 생각이야. 물도 먹을 것도 찾고 싶고."


야매는 이민이 치매가 있나 생각됐다. 강가를 보았던 걸 까먹은 것일까?


"물 아까 있었··읍! 왜 그···웁웁"


민이 야매의 입을 서둘러 막았다. 재수 없게 물 뜨러 가면 다시 위험에 빠질 것이다. 걸개는 잘 듣지 못해서 다시 물었다.


"뭐라고 했어?"

"짜증 내길래·· 하하"


걸개는 제법 대장 같은 표정으로 다시 부탁했다. 위험부담은 지지 않고 정찰을 계속 시키기 위해서 였다.


"좋아! 그럼 동쪽을 다시 다녀오길 부탁할게. 불도 그릇도 잠자리도 준비됐으니 너희가 할 일만 남았어. 낯선 곳에서 서로 싸우지 말고 돕고 살자고."


차원이동하면서 다른 인간이 들어간 것일까 의심이 됐다. 아무래도 정찰이 위험하니 시키려는 것 같았다.


'저 새끼도 믿을 수 없어. 이번이 기회일지도 몰라.'


꼴보기 싫은 삼인방에게서 벗어나야 했다.





"걷다 지쳐버렸어."


돌아다녀도 먹을 것은 보이지 않았다. 짐승도 벌레도 없고 맥락 없이 바나나만 발견했다. 숲속에 있을 만한 과일은 아니었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인지 왜 있을까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민은 둘에게 말을 걸며 껍질 하나를 깠다.


"바나나 알러지가 있는 원숭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냐?"

"???"

"그럼 바나나 우유를 먹나?"


민은 바로 까논 바나나를 입에 넣었다


얌!


소중한 식량일 텐데··

임꺽정은 얼른 민을 말렸다.


"야 혼자 먹지 마!"


순식간이었다. 민의 표정이 10일간 썩은 음식 쓰레기를 주워 먹어도 안 나올만하게 변해가며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쿠에엨"


끔찍한 맛이었다. 향긋한 냄새가 나는 겉과 달리 안에 들어 있는 과육은 끔찍했다. 민의 표정을 본 야매는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우에엑~ 우웩~"

"인심 쓸 테니 혼자 먹어."


토하는 것을 보니 입맛이 떨어졌다.


'거지가 일부러 토할 리는 없으니 저놈이 먼저 맛본 게 다행'


민은 쓴물이 끝없이 올라왔기에 구역질을 계속하며 한참을 게워냈다. 눈물범벅이 되어서 침을 닦아냈다.


"으어··· 인생 중에 세 번째로 큰 통증이야. 콧구멍 목구멍이 다 터진 거 같아. 물이 먹고 싶어."

"바나나 알러지가 그런 대단한 증상이었어?"

"하지만 원숭이가 아니고 살쾡이 닮았는데."


민은 정신을 차리려 머리를 흔들며 소매로 흐르는 침을 계속 닦아 냈다. 앞으로 먹을 것에는 보험을 걸기로 했다.


"앞으로 처음으로 발견한 건 돌아가면서 먹어보자. 다음은 알러지 없으신 꺽정이가 드셔."


다른 거지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숲속에서 아무거나 주워 먹은 놈이 미련한 건 당연한 것이다.


"이민이가 저승으로 이민 갈 뻔."

"바나나알러지 때문에 바나나 처먹고 바나나를 토했지."

'쇼미더거지같은 새끼들'


민은 부글부글 끓었다. 목숨도 구해줬고 바나나도 미리 먹어줬는데. 물론 바나나는 먼저 먹으려다 탈 났지만··


‘내가 지들 목숨을 구한 것도 모르겠지?’


초록 몬스터에 으깨진걸 예토전생도 시켜줬는데·· 바나나를 저 멀리 던져버렸다.





미아는 텐트 안에서 잠을 깼다. 오랜만에 당하는 더러운 느낌 때문에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기에 노기가 치솟자 주위의 마력이 휘몰아쳤다. 혈관이 확장되고 온몸의 핏줄이 보기 흉하게 튀어나오며 흉측하게 변했다. 그 모습은 마치 전설 속의 괴물 메두사를 닮아 있었다.


"으아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신경질적으로 복수 노트를 펼쳐서 본 오래전에 지워놓은 이름을 노려보았다.

펜을 들어 그 이름을 다시 써버렸다.


"이!! 이!!"


분명 그 자식은 죽였는데.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너무 화가 나서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헛구역질이 나왔다.


우웈!!! 우엑!!


민이랑 통하는게 있는 모양이었다. 구역질이 조금 닮아 있었다.


저주스러운 이능스킬 타임백 이었다. 미아는 타임백에 당해도 기억이 남는 특이체질이었다. 이럴 때가 아니었다. 일단 노예 계약을 다시·· 아니 이 기분으로는 계약할 수 없으니 바로 실험체로 쓸 계획을 세웠다. 팔을 뻗어 허공에 아공간을 열었다.


지이이이잉!


아공간이 열리자 거대한 황금색 골렘이 나왔다. 골렘의 거대한 크기 때문에 미아가 묵던 텐트는 종잇장처럼 찢어져 버렸다.


쭈아아아악!

후두드드득


텐트의 막대가 부러지며 넘어졌지만 텐트따윌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디난을 해부하고 싶은 마음이 급했다. 바로 올라타고 북쪽 숲으로 내달렸다.





그 이후 2시간

숲속을 계속 걸은 거지들은 위험한 느낌은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 너무 어두워졌다. 가는 동안 버섯은 잔뜩 보였다.


'버섯은 독을 구분하기 힘들어'


아까 당한 바나나 때문에 한층 조심스러워졌다. 먹을 건 없었지만, 몬스터 같은 것도 다행히 없는 것 같았다. 숲속의 상쾌했던 공기가 차츰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앞에 길이 보인다!"


야매가 외쳤다. 숲속에서 갑자기 잘 닦아놓은 길이 나왔는데 어쩌면 마차가 다닐 것도 같았다. 아니어도 이젠 어쩔 수 없었다.

길가 근처 노숙이라도 해야 했다. 민은 뻐근한 다리를 주무르며 대충 짠 계획을 말했다.


"앉아서 기다리다 우리끼리 튀자구. 너희 걸개 꼬봉 하고 싶은 거 아니지? 판타지 세계에서는 귀족이 아니면 마차 같은 건 그냥 태워준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벌써부터 마을이, 건물이, 사람이 그리웠다.


"오오? 그래?"

"하지만 장기 뽑아가면 어떻게 하지?"


임꺽정이 걱정하던 그 찰나에 큰 소리가 들렸다.


부아아아앙!


셋의 고개는 한곳으로 돌아갔다.


멀리서 달려오는 대형 트럭 같은 차가 나타났다. 지구의 트럭과는 조금 다른 생김새가 보였다.


"여기 판타지 세계가 아닌가 봐"


삐리비리비리비리리


지나쳐가던 트럭이 후진하며 돌아왔다. 문이 열리며 40대처럼 보이는 갈색 머리 건장한 남자가 뛰어내렸다. 사람이 있는걸 그렇게 신기해하지 않는 눈치였다.


"니넨 뭐냐? 그 꼴로 크센가는 거야?"

"크센이 뭐에요?"

"뭐긴 뭐야 나라 이름이지. 근방에 있어. 말이 필요해? 뒤에 타라!"

"오오. 이민 말대로야!"


사실 근방은 아니었다. 먼 거리였다. 차가 워낙 빨라서 모든 곳이 근거리가 됐을 뿐. 민은 궁금한 걸 채우기 위해 일부러 조수석에 탔고 야매와 임꺽정은 뒷자리에 탔다. 남자는 본인을 레온이라 소개하며 거지들에게 물과 빵을 나눠줬다.


순식간에 빵과 물이 없어지자 여유가 생겨 본격적인 질문을 하려 했다.


"이 근방에는 몬스터 같은 거 없나요?"

"가끔? 내가 토벌하거든. 난 보안관이야. 너희 같은 애들 태워다 오는 것도 내 일인데·· 검은 머리에 이 시골까지 온 거 보면 불법체류 디난(지구인)인가보네."


표정은 밝고 목소리는 활기찬 직장을 사랑하는 얼마 없는 샐러리맨 같았다. 차에 걸려있는 거대한 도끼가 보였다.

들기만 해도 무거울 텐데··

레온이 엄청난 전사로 보이기 시작했다. 몰래 본 팔뚝은 근육이 울끈불끈 대단했다.


"우와!! 여기 있는 큰 도끼 같은 건 몬스터 잡을 때 써요?"

"끼에에에에엑!!"


말하기가 무섭게 눈앞에 사람만한 사마귀가 나타났다. 곧 거대한 도끼로 레온이 멋진 기술을 쓸 것 같았다.


"멘티스가 나타났네. 잘 봐라"

"오오. 아저씨 화이팅!"


레온은 엑셀을 힘껏 밟았다.


부오아아아아앙!!!!


거대한 트럭이 빠르게 질주했다.


퍼억!


차에 치인 멘티스는 공중에 떠서 저 멀리 툭 떨어졌다. 멘티스는 잠깐 꿈틀대더니 움직임을 멈췄다.


"엥?"

"차로 치어버리면 돼. 그래서 이 차의 이름이 킬러족이란다. 소형 몬스터까지는 뭐 거뜬하게 뭉개 버리지. 난 몬스터를 치어버리고 약간의 허무감에 그냥 잠을 잔 적도 있어."


황당했다. 차에 치어 죽는 몬스터라니 이세계의 판타지는 어떻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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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실종된 대마녀 20.11.28 94 0 12쪽
21 21.2검성의 첫사랑(2) 20.11.28 91 0 12쪽
20 20.2검성의 첫사랑(1) 20.11.27 90 0 12쪽
19 19.붙잡힌 언니 20.11.27 75 0 12쪽
18 18.자매의 만남 20.11.27 85 0 13쪽
17 17.미노타우르스 러쉬 20.11.27 62 0 12쪽
16 16.오우거 20.11.27 54 0 11쪽
15 15.취직 20.11.27 59 0 11쪽
14 14.키에리의 악몽 20.11.26 70 0 11쪽
13 13.매혹의 마녀 20.11.26 136 0 11쪽
12 12.키에리 20.11.26 59 0 12쪽
11 11.오크들의 침략 20.11.26 57 0 11쪽
10 10.태양의 여신 20.11.25 80 0 14쪽
9 9.용병단 가입 20.11.25 67 0 11쪽
8 8.걸개의 위기 20.11.25 112 0 11쪽
7 7.범죄의 무게 20.11.25 112 1 11쪽
6 6.틀어진 시간축 20.11.25 105 1 11쪽
5 5.정보 길드 20.11.25 133 1 11쪽
» 4.마력트럭 20.11.24 146 3 11쪽
3 3.타임백 20.11.24 225 4 11쪽
2 2.빨간 천사 20.11.24 283 4 11쪽
1 1.초록 몬스터 +4 20.11.24 723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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