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성무림(吸星武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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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품(神品)
작품등록일 :
2020.10.1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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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7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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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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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성무림(1)

안녕하세요. 작가 신품(神品)입니다.




DUMMY

흡성무림(1)


1화 소생(甦生)


점창산.


운남 대리국에 있는 유서 깊은 명산이다.

이곳엔 오랜 시간 운남의 맹호로 이름을 떨친 점창파가 있다.

그리고 오늘 점창의 사람들은 다가올 마교와의 사투(死鬪)에 대한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마교멸사(魔敎滅私)-


단상에서 오른 사내가 비장한 뜻이 담긴 각오를 문원의 깃발에 적어 나갔다.

그리곤 그 뜻을 우렁차게 외쳤다.


“마교를 멸하는 데에 있어서 사사로운 정을 두지 마라.”


그는 점창파의 이십 육대 장문인이자 사일신검(射日神劍) 석염이다.


와!!!!


점창파의 본원에서 울리는 함성소리.

석염의 말을 끝으로 그의 제자들, 열두 장로들, 단주, 총사 모두 한뜻으로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그들이 이런 각오를 다지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천하의 칠 할이 마교의 넘어간 시점에서 그들은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으니까.


결의가 끝나고 이른 새벽 축시(丑時) 무렵이었다.


모두가 잠이 들어있을 무렵, 석염은 잠이 들지 못했다.

문파의 앞날과 앞으로의 혈투, 그리고 많은 고심이 있었을 것이다.


그때였다.


나지막한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아버님, 아니 주무십니까?”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석염의 아들 석운이다.

고요한 새벽 평야에서 상념에 젖어있던 석염의 주의가 환기되었다.


“석운이냐? 들어오너라.”


문을 열고 들어간 석운.


어두운 방 안에 탁자가 있었고, 화등잔의 촛불을 켜고 앉아 있는 석염.

고심이 가득한 얼굴에 애써 웃는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도 축시가 넘도록 훈련에 매진한 것이냐?”


“예, 아버님. 부족한 제가 사문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석운은 마교와의 전투로 살아남은 석염의 마지막 아들이자 아픈 손가락이었다.

네 명의 아들 중에서 무공에서만큼은 전혀 재능이 없었던 석운.

장문인한테 무공을 배우는 1대 제자는커녕, 장로들에게 무공을 배우는 2대 제자 중에서도 제일 하급에 속했으니까.

이에 대해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석운은 개의치 않았다.

반드시 강해지리라는 신념을 지니고 고된 훈련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반드시 인정을 받고, 아버님께 사일검법을 배울 것이다.’


귀가 닳도록 석운이 해오던 다짐이었다.

그 말은 석운을 제외한 점창의 그 누구도 믿지는 아니하였지만.

호랑이 새끼 밑에서 나온 고양이라는 뒷담화를 듣는 것도 익숙할 정도였다.


“너와 가 볼 것이 있구나. 따라오너라.”


석운을 안쓰럽게 쳐다본 석염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나섰다.


“예?”


그들이 향한 곳은 점창파의 장문인만 들어갈 수 있는 장문인의 서고였다.


‘설마, 아버님께서 불문율 어기시고 내게 사일검법이라도 내게 주시려는 건가?’


사일검법은 점창파의 자랑으로 장문인이나, 장문인에게 무공을 배우는 소문주 또는 호법장로의 수준급에만 전해지는 점창파의 비급이다.


“석운아, 사일검법을 진정 배우고 싶으냐?”


“사일검법은 중원제일의 무공이라 생각합니다. 반드시 사일검을 익혀 중원최강이 될 것 입니다.”


당찬 석운의 목소리가 서고에 울려 퍼졌다.

수많은 대련과 고수의 크나큰 벽에 부딪혀 좌절하기 일 수였지만, 그의 철심은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모두 석운은 사일검법을 배울 수 없을 거로 생각했다.

그럴수록 미친 듯이 훈련에 임했던 석운.


“녀석...”


그런 석운을 안쓰러운 표정으로 지켜보는 석염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너한테 보여줄 건 따로 있다. 놀라지 말고 따라 오너라.”


석염이 무공의 서재들이 높이 쌓아져 있는 책장으로 걸어갔다.


흠칫-


서재와 부딪힐 거란 석운의 생각과는 달리 책장을 그대로 통과하는 석염.


‘진법?’


점창파 내에 진법이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태어나서 들어보지 못한 석운이었다.

놀라움 동시에, 내심 서운한 감정이 공존하였다.

진법이 설치되어 있었다면 아버지 이외의 누군가는 알고 있을 터.

그가 아무리 재능이 없고, 점창에서 입지가 낮다지만 그는 하나뿐인 장문인의 아들이다.

뭔가 소외된다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서운함을 뒤로한 채 석염을 뒤따랐다.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주황색의 빛이 보였다.

석염이 화등잔을 들고 서 있었다.

그렇게 동굴을 따라 중앙의 공동 너머로 들어가자 한 밀실 앞에 다다랐다.

문은 커다란 둥근 돌로 굳게 닫혀 있었다.


“삼십 년만이군.”


회상에 잠긴 듯 석염이 돌문을 다가가 문의 중앙 부분에 주먹을 가져다 댔다.


귀상문(鬼上門)!


우르르르르-


이윽고 거대한 문이 단번에 무너져 내렸다.

석염이 유유히 그 안으로 들어갔고. 석운도 그 뒤를 따랐다.


“콜록- 콜록-”


퀴퀴한 먼지 속에서 석운이 기침을 내뱉었다.

단지 밀실 안으로 들어왔을 뿐인데 그의 모골이 송연해졌다.

무언가 말로 설명이 되지 않은 불길한 기운이 이 방안에 감싸도는 것만 같았다.


“여기가 어디예요?”


석운의 물음에 석염은 말없이 앞으로 다가갔다.

단상이 보였고 그 위에는 작은 목함이 보였다.


스으으으으으-


목함에 다다르자 보이지 않았던 독충([毒蟲])들이 목함을 지키고 있었다.

독충뿐만이 아니었다. 독사로 보이는 뱀들도 기어 나와 자세를 올곧게 세우고 있었다.

마치 목함의 손을 댔다가는 공격이라도 할 것처럼.


척-


석운이 허리춤에 있던 칼을 뽑아들었다.


“분광검법(分光劍法).”


그리곤 목함옆에 있던 혀를 날름거리며 몸을 곧게 세우던 뱀과 흉충들을 날려버렸다.


“많이 나아졌구나.”


석운의 분광검법을 본 석염이 말했다.


“아직 멀었습니다.”


분광검법은 석운이 주로 쓰는 점창파의 검법이다.


석운도 알고 있었다. 무수한 노력이 있었으나 그의 검법이 칭찬받을 정도는 아니라는 걸.

하지만 아버지의 말에 내심 기분이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괜한 쑥스러움에 질문을 하는 석운.


“아버님 근데 저 목함에는 무엇이 들었습니까?”


석염이 먼지가 수북이 쌓인 목함을 가리켰다.

그의 물음에 석염의 표정이 사뭇 달라졌다.


“이 안에, 한때 중원의 칠 할을 삼켰던 수라마제 사혁소. 천마가 들어있다.”


흠칫-


석염의 말에 석운의 두 눈이 화등잔망해졌다.


“예? 수라마제 사혁소라면 중원의 통일을 앞두고 돌연 사라져버린 구(舊)천마가 아닙니까?”


석운이 막 태어나기도 전에 일이었다.

음지에 있었던 마교를 모두 통합한 사혁소.

중원패왕, 절대지존, 마귀재왕등 온 중원을 공포에 떨게 하였던 인물이다.


“천마의 상승 무공 중 가장 치명적이었던 무공이 뭔 줄 아느냐?”


석염의 미간이 좁혀졌다.


“전해 듣기로는 상대의 내공을 빨아들이는 흡성대법에서 개량된 천악전이(天惡轉移)라는 무공이라 들었습니다.”


천악전이.


흡성대법으로 빨아들인 내공에서 불순한 악기(惡氣)를 걸러내어 상대에게 전해 주는 무공이다.

즉, 상대에 빨아들인 내공에서 좋은 건 가지고 함께 섞여 서 온 나쁜 기운은 다른 이에게 줘버리는 사(邪)의 무공이다.


상대의 내공을 빨아들여 비약적으로 강해지는 흡성대법의 항상 탈이 있었다.

그 뿌리가 좋지 않았기에 언젠가 주화입마에 빠지거나 그 힘에 도취 대어 화를 자초하는 게 다반사였다.


“역대 천마들는 위협적인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또 언젠가 스스로 자멸하는 길을 걷곤 했다. 한데 그걸 깨부쉈던 게 구(舊) 천마 사혁소이다.”


“한데... 이 자가 어떻게 이 작은 곳에 봉인되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석운이 석염에게 물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단지 그의 뒤를 이은 현(現) 천마와 그의 수하들과 관련된 일인 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음독마공에 중독된 채 온몸에 마공의 상처를 입은 사혁소가 천룡사 인근까지 와서 몸은 숨기고 있을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하면···. 그때 아버님께서···”


“기연(機緣)이었다. 때마침 천룡사에 있었던 소림의 방장 류마대사님과 내가 이곳에서 그자를 발견할 수 있었지.”



석운은 당황함을 금치 못했고, 석염은 말을 이어나갔다.


“죽어가는 천마의 혼백을 흉수에다가 봉인했느니라. 천 년을 번뇌해도 용서받지 아니할 그의 업보를 벌레에 봉인하여 그의 죄를 기리자는 대사님의 뜻이었다.”


“...”


중원이 발칵 뒤집힐 만한 소식을 접한 석운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사혁소의 혼백이 이곳에 잠들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마교는 물론이거니와 전 중원무림인들의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석운아, 중원의 칠 할이 마교에게 넘어가게 되었구나. 사혁소의 무공을 그대로 이어받은 현천마의 힘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해지고 있다. 지금도 끝없이 전장을 다니며 힘을 빨아들이는 천악전이로 그 강함을 헤아릴 수가 없구나.”


석염의 목소리에서 비통함이 흘러나왔다.

그의 아들들이 마교와 싸우다 죽었음에도 단 한 번도 약한 모습을 보이시지 않으셨던 석염이었기에.


“석운아···.”


석염이 그다음의 말을 쉽게 잊지 못하였다.

이때가지의 정황과 석염의 표정을 헤아린 석운이 격양된 목소리로 말하였다.


“아버님, 설마 봉인된 사혁소를 깨우기라도 하실 작정이신 겁니까?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천마를 세상에 드러내다니요. 절대 아니 됩니다. 점창의 역사에 길이 오점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때였다.


푸욱-


석염이 석운의 마혈(痲穴)을 점혈하였다.


마혈을 누르면 몸이 마비된다.

그리곤 목함을 열어버리는 석염.

그곳엔 움직이지 않은 지네와 비슷한 외형에 흉수가 있었다.


“아버님, 왜, 왜 이렇시는 겁니까. 으윽.”


흉수를 본 석염의 두 동공이 커졌다.

놀란 눈으로 석염을 바라보는 석운.

강제보다는 항상 석운의 선택을 존중하는 석염이었기에.

석염의 이런 행동을 석운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석운아, 미안하구나, 이 방법밖에는 없구나. 평생 이 애비를 원망해도 좋다.”


그리곤 석운이 석염의 입에 흉수를 밀어 넣었다.


“끄어. 아, 아버님.”


흉수가 석운의 입안으로 그대로 삼켜졌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께름칙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석운의 강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푸욱-


석운의 단전에 내공을 불어넣은 석염.


“끄아아아아아악. 아버님 사지가 터질 것 같습니다. 그만, 그만하십시오!!!”


석염의 몸에 터질 듯이 흘러들어오는 내공에 비명을 질러댔다.

곧이어 그의 단전에서 검은 화마가 촤르륵 일어났다.


“으아아아아악.”


그리고 그의 의식이 끊겨져 갈 때즘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


-소생(甦生) : 천마가 이곳에서 눈을 뜨다.


시간이 흐른 뒤.


“허억.”


두 눈을 뜬 석운.


검은 밀실 안을 화등잔의 불이 비추고 있었다.

아버지인 석염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석운이 밀실 안을 빠져나왔다.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아버님께 기필코 따질 것이다.’


께름칙한 기분이 들었던 그는 되돌아왔던 길을 따라 재 빨리 달려갔다.


다다다닥-


몸이 예전보다 훨씬 가벼워진 듯하였다.


계단의 끝으로 다가 갈 떄쯤.


그의 단전에서 뜨거운 기운이 샘솟았다.


“윽.”


단전을 움켜잡고 주저앉은 석운.

뜨거운 기운이 단전을 통해 전신으로 뻗쳐 나가고 있었다.


“으으으으.”


온몸으로 퍼지는 고통의 잠식속에 석염이 몸을 일으켰다.

저 문을 넘어 그의 아버지를 봐야 한다는 일념이 그에 머릿속에 가득하였다.


그때였다.


-허허, 네놈은 누구냐.


공동의 계단 속에 들리는 낮선이의 목소리.


흠칫-


석운이 두 동공이 커졌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뭐... 뭐야. 이제 환청이라도 들리는 건가.”


-누구냐고 물었다.


어두컴컴한 적막속에 낯선 사내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석운의 모골이 송연해졌다.

인적이 없는 비밀스러운 이곳에 사람이 있을 리 만무.

하지만 뚜렷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는 석운의 심창을 철렁이게 하기 충분하였다.


-애송아. 본좌가 세 번이나 물었느니라. 네놈이 날 깨웠느냐?


흠칫-


본좌라는 말에 석운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설마... 수라마제 사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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