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력 만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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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랑모를랑
작품등록일 :
2020.10.17 09:18
최근연재일 :
2021.01.0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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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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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3,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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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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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방어력 만땅 53

DUMMY

밭에서 일하고 있는 농부들 사이에 땅이 파이며 거대한 지렁이와 비슷한 생물이 불쑥 튀어나왔다. 몸통 지름이 1미터쯤 되고 길이는 10미터도 넘어보였다. 농부들이 위험하다 싶었다. 나는 깜짝 놀라 발에 힘을 주어 도움닫기를 하며 소리쳤다.


"조심하세요."


나는 신속하게 날아가면서 검을 꺼내어 거대 지렁이를 멀리 쳐냈다. 지렁이는 몇 미터 튕겨나가며 꿈틀거렸다. 내가 화염검과 얼음검을 들어 거대 지렁이를 죽이려고 하자 농부들이 소리쳤다.


"앗, 죽이지 마세요. 저 놈은 제 밭을 일구는 놈인데...."


"저 거대 지렁이는 우리가 길들인 놈입니다. 절대 위험한 놈이 아니에요."


농부들은 나한테 몰려와 지렁이를 죽이지 말라고 했다. 놈은 농사에 쓰이는 가축인 듯했다. 딱딱한 땅을 먹고 소화해서 뱉어내어 기름지게 하는 역할을 하는 가축 말이다.


나는 장검을 다시 아공간 가방에 집어넣었다. 순간 머쓱해졌다.


"그런가요? 제가 실수했군요. 저는 거대 지렁이가 땅에서 갑자기 솟아나와 농부님들에게 해꼬지를 하는 줄 알았거든요. 저 때문에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희를 도와주시려고 그런 건데요. 혹시 이곳 사람은 아시닌가요? 옷차림도 그렇고 처음 보는 얼굴이네요."


"저는 지구에서 온 인간입니다. 여기는 처음으로 왔습니다."


"지구라고요? 어떻게 오셨나요?"


"오크 장로한테서 포털을 얻었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 지렁이와 같이 생긴 동물은 밭을 가는 데 쓰는가 보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상황을 잘못 파악해서 이 놈을 몬스터로 착각하고 죽이려고 했네요."


나이든 농부가 나서서 대답을 했다.


"사실 이 동물은 몬스터였지. 우리가 길들이기 전에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던 무서운 놈이었거든. 자 여기 맨 앞부분에 있는 입을 보시구려."


지렁이의 입을 보았다. 날카로운 이빨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 동물을 길들일 수 있었나요?"


"알에서 깨어날 때부터 키우면 되네. 어렸을 때에는 아주 귀엽거든. 이것을 길들이고 나면 주인의 말을 아주 잘 듣고 오직 농사일만을 거뜰 뿐이지."


"그럼 야생으로 살아가는 거대 지렁이도 있겠군요. 그것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겠고요."


"꼭 그렇지도 않아."


"거대지렁이는 사람이 살지 않는 황무지에서 살아가고 있거든. 거대지렁이도 지능이 있는지 사람이 사는 곳 근처에서 자신이 위험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는 것 같더군."


"그렇군요. 혹시 제가 이 마을에서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을까요? 뭐든지 도와드리고 싶거든요."


인간일이란 도움을 주면 나중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나는 당장 지구로 귀환할 수 있는 게이트 사용권한을 얻어야 하니 마을 사람들에게 인심을 얻는 것이 중요했다.


"그것 참 고마운 청년이군. 생긴 것만 보아도 늠늠하고 용감하고."


"고맙습니다."


오랫만에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사실 내가 생긴 것으로 칭찬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조금 으슥으슥해졌다.


"사실은 요즘 우리 마을에서 길들인 거대지렁이가 몇 마리씩 없어지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오. 그 원인을 짐작할 수는 있지만 아무도 감히 나서지 못하고 있다오."


"그 원인으로 짐작되는 것이 뭔가요?"


"그것은 말일쎄, 이 농토의 지하에는 거대 두더지가 살고 있거든. 그 두더지가 사람한테는 해코지를 하지 않지만 거대 지렁이를 잡아먹기도 하거든."


농부가 원하는 것이 뭔지를 알겠다. 아마도 거대 두더지를 없애달라는 것이리라. 하지만 먹이사슬은 중요하다. 어떤 생물을 생각 없이 죽이면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거대 두더지를 없애면 생태계에 문제가 없을까요? 어떤 동물을 함부로 잡으면 먹이사슬이 끊어져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거든요."


"그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네. 거대 두더지 무리는 오래 전부터 이 근처에서 살았던 것이 아니라네. 최근 1년전부터 여기에 와서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것뿐이니까."


"아 알겠습니다. 제가 도울 수 있다면 기꺼이 돕겠습니다."


"거대 두더지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 놈들은 땅속 깊은 곳에 굴을 파고 살고 있지. 그 놈들에게 가려면 땅을 깊숙하게 파야 해. 하지만 땅을 파서 놈들이 만들어놓은 굴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거야. 그것 때문에 우리도 놈들의 위치를 알 수 없어 손 쓸 도리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뿐이라네."


"지금 당장은 놈들을 처치하기 어렵겠군요. 하지만 이리저리 알아본다면 놈들의 굴을 찾아낼 어떤 방법이 있겠지요."


나는 일단 마을로 가려고 했다. 마을 촌장을 만나보고 얘기는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럼 저는 일단 마을로 가보겠습니다. 마을 촌장님을 찾아뵙고 이곳에 대해 알아본 후에 거대두더지를 처치하는 방법을 고민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게. 아무튼 우리 일에 대해 고민을 해주어서 고맙네. 설사 거대두더지를 처치하지 못하더라도 괜찮아."


"그럼 수고하세요."


나는 농부들과 헤어져 마을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화창한 날씨가 마음을 들뜨게 했다. 인간 마을은 여느 중세풍의 평범한 마을과 다름이 없었다. 마을 입구에는 경비병이 지키고 있었지만 아주 삼엄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었고, 대체적으로 사람들의 얼굴은 느긋한 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비병에게 말을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나는 인간이므로 같은 종족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혹시 촌장님을 만나뵐 수 있을까요? 긴히 상의드릴 것이 있거든요."


"그런가? 낯선 청년이군. 여기 마을은 어떤 나그네도 환영하는 곳이지. 촌장님께서도 손님을 반갑게 맞아주실 걸세. 촌장님의 집은 여기로 나 있는 중앙도로를 따라 가면 금방 알 수 있을 걸세. 집 대문 앞에는 촌장이라는 푯말이 써있거든."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나는 경비병과 헤어져 촌장을 찾았다. 촌장 집은 역시 찾기 쉬웠고 몇 번 대문을 두드리자 늙수그레한 촌장이 나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지구에서 온 유이한입니다."


"지구에서 왔다고? 놀랍구만. 지구에서 이렇게 손님이 찾아오다니."


"우리 세계에는 무슨 일로 오게 되었는가?"


나는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촌장은 내 말을 경청하더니 이내 자랑스럽다는 듯 말을 이었다.


"역시 정의감이 넘치는 인간 청년이로군. 자네가 어려움에 빠진 고블린을 돕고 나아가서는 혼란에 빠질지도 모르는 지구의 문제까지도 해결하겠다고 하니 대단하네. 또 장하네. 내 자네가 필요한 것이라면 뭐든지 돕겠네."


촌장은 아주 적극적인 자세로 나를 대했다. 내가 뭐라도 부탁하면 맨발로라도 뛰어나갈 자세였다. 나는 오히려 이런 것이 부담스러웠다.


"저는 일단 지구로 다시 돌아가봐야 할 것 같아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급히 지구침략 세력을 돕겠다고 하는 길드에 쫓겨 도망쳐서 이곳에 왔을 뿐이거든요. 놈들이 어떤 꿍꿍이를 품고 있고 어떤 짓을 벌이는지를 알아봐야 하고, 무엇보다 고블린 세계로 가는 게이트를 이용하는 것을 막아야 하거든요. 놈들이 고블린 세계의 보물을 탈취하게 된다면 일이 굉장히 복잡하게 될 테니까요."


"그럼 당장 내가 뭘 도와주면 되겠나?"


"혹시 지구로 가는 던전 게이트 이용권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것은 어렵지 않을 걸쎄. 자네의 갸륵한 뜻을 영주님께 잘 말씀을 드리겠네. 영주님께서는 자네의 뜻을 가상하게 보시고 반드시 게이트를 이용하게 하실 걸세."


"아니 그것보다 먼저 이 마을 일을 돕고 싶습니다. 오면서 농부들을 만났는데, 거대지렁이를 잡아먹고 사는 거대두더지를 퇴치해줬으면 하고 부탁을 하더군요."


"거대두더지를 퇴치하겠다고?"


"예, 꼭 퇴치해서 이 마을을 돕고 싶습니다. 호시 거대두더지가 만드는 굴로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사실 그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었네. 하지만 너무도 위험해서 감히 시도하지 못했을 뿐이네."


"알려만 주시면 제가 해보겠습니다."


"자네의 뜻이 정 그렇다면 알려주지. 이 마을의 북쪽 평지를 따라가면 낭떨어지가 있네. 그 낭떨어지 밑에는 온갖 괴물들이 살아가고 있지. 그곳에는 두더지굴이 있을 걸세."


"그럼, 그 두더지굴로 가서 거대두더지를 처치하면 되는 건가요?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모두 처치해야 하는 건가요?"


"그것은 자네가 알아서 하게. 모두를 처치하지 않아도 되겠지. 우리 마을의 농사를 망치는 놈들만 처치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두더지 집단은 함께 생활하고 이 마을의 농사를 망치는 놈을 없애더라도 다른 놈이 또 와서 이 마을의 농사를 망칠 거잖아요. 모두 없애야 마을 농사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것은 자네가 판단할 문제라네. 우리는 자네가 얼마나 우리 마을을 위해 열심히 일했는지만 보면 되거든. 또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무리하지는 말기 바라네."


상당히 애매모호한 의뢰였다. 거대두더지를 모두 없애라는 것인지, 아니면 몇 놈만 없애도 된다는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았다.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거대두더지를 사냥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을 북쪽에는 낭떨어지가 있었다. 절벽 위에서 낭떨어지를 내려다보았다. 대략 20미터 이상 되는 깊이었다. 내려가는 길이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어떻게 내려가지 하며 고민을 했다.


'아, 오크 마을 촌장이 준 선물을 활용하면 날 수 있지.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 부채를 활용하면 되겠구나!"


지금까지 경험에 비추어 보면 나한테 어떤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 해결책은 항상 나한테 주어져 있었다. 이번에도 나한테 낭떨어지로 내려갈 수 있게 하는 부채가 있다. 부채를 손에 쥐고 활짝 펼치며 낭떨어지를 뛰어내렸다. 부채의 양력을 받아 낭떨어지 아래로 무사히 착지할 수 있었다. 발바닥이 아팠다. 얼굴의 인상을 찡그렸다. 신발의 쿠션이 좋지 못했다.


1억이 넘는 돈을 들여 BMW를 사서 던전을 돌아다녔지만 신발은 여전히 싸구려였던 것이다. 과거에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브랜드 신발보다는 주로 싸구려를 신었다. 나는 원래 옷차림이나 신발에 신경쓰는 편이 아니었다. 신발이 비싸봤자 몇 십만 원이겠지만 헌터가 되어서도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에어 쿠션이 좋은 브랜드 신발로 나중에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펴보았다. 낭떨어지 아래는 황량했다. 바닥은 모래로 뒤덮여 있었고 몇 포기의 잡초만 듬성듬성 나 있었다. 사람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었다.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에는 오히려 몬스터가 들끓는 법이다. 부채를 가방에 넣고 양손에는 얼음검과 화염검을 쥐었다.




재미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선작이나 추천을 주시면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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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다오랑
    작성일
    20.12.08 22:01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15 알랑모를랑
    작성일
    20.12.09 20:31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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