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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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a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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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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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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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4)

DUMMY

할 수 있을까. 할 수 없을까. 가능과 불가능의 경계선.

눈앞의 클라우디아는 그 속에서 다음 연속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역시, 불확정한 상황 속에서 최대의 결과값을 이끌어내는 거겠지만.


"큭!"


[홀리 나이프 크로스]의 사용법이 갑자기 희박하게 떠오르지 않게 되고 있다.

그건 클라우디아로부터의 압박감이 전해져온 영향일까. 그래도 일단 할 수밖엔 없는데···!


"왜 그러나요. 「이면 세계」의 살인자. 항복이라면 언제라도 늦지 않는 거니까요? 자신의 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면 언제라도 그 목숨을 구하도록 하세요."

"어머, 절대 그럴 일은 없으니까, 떡 받기도 전에 김칫국부터 마시는 나쁜 버릇은 버리도록 해 클라우디아!"


[홀리 나이프 크로스]의 사용이 불가하다 해도, 나한텐 하나의 카드가 더 마련돼 있었고, 나는 지금.


"그건···?"


엄청나게 빠르게 [광폭의 목걸이]를 꺼내 착용했다. 찰랑거리며 맞부딪친 목의 감촉.

클라우디아는 알 수 없다는 듯 날 쳐다봤고, 난 내 얇은 팔이 한층 민첩해진 걸 느낀 채 대기했다.


"마력 방호용의 아티팩트···? 뭐, 관계는 없겠지만 그래도 공격은 계속될 테니까요."

"아니, 딱히 그건 아니지만 날 더 민첩하게 하는 비장의 카드지. 내가 이걸 엄청 써버린 이상, 네 [홀리 블레이드]도 이제 날 쫓긴 힘들걸? 후우···! 클라우디아 망했다는 걸 인식하도록 해!"


도합 17,359.65의 민첩 수치를 얻게 된 난, 내 날쌘 팔과 허벅지를 움직일 수 있게 되며, 목긋기를 관망.

클라우디아는 그런 날 보고 위협감을 느낀 듯, 칼을 움직였다.


서―컥! 하고 베는 동작. 허리 뒤로 한껏 젖혔던 대검이 앞을 향해 맹공의 횡베기를 뿜고.

이어진 것은, 시원한 흰 목 위 은발의 찰랑거림. 그에 따르는 종횡베는 여기사의 팔 동작.

가열차게 휘둘러진 종횡의 4연격이 다시 날 덮쳤다.


"히얏···! 주인!"

"어머! 걱정하지 마! 네라스! 이 정돈 이제 막아치는 것 정돈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니까."


실제로 [광폭의 목걸이]의 효과와 [심안 LV.99]의 효과가 합쳐져 난 엄청 민첩하게 몸을 움직였다.

등 뒤엔 벽이 있어서 나아갈 곳은 좌우 양옆뿐.

날쌔게 박찬 허벅지로 오른쪽을 향했고, 날렵해진 내 얇은 팔은 양팔의 칼집과 단도를 움직였다.


"흣."


몸을 따라오던 백색 빛의 호의 1체를 검은 칼집으로 방호한다.

위치를 이동함으로써 1체는 벽에 맞아 소멸했고.

남은 것은 두 개. 그중 하나는 [쾌월잔향]을 그어 처리했고, 남은 하나는···!

순식간에 엉덩방아를 찧듯 지면에 착석한 난 머리 위를 붕 베어간 빛의 호를 쳐다봤다.


"히야앗···!"

"큭···!"


엄청 공격을 잘 피한 날 보고 네라스가 감탄했지만, 난 이를 악물었다.

딜레이도 없이 재차 공격을 준비하는 클라우디아. 이번엔 종베기의 예비 자세를 취해 있었다.

공격 시작은 0.5초 후일까.

쉴 틈도 없이 난 몸을 일으켰고.


"확실히 재빠르지만, 그것만 가지고선 [청익]의 훈련 교관을 이길 순 없어요?"


청아한 목소리와 함께 쏜 칼날을 이번엔 뛰어넘듯 타넘었다.


"과연···?"


17,359.65에 달한 민첩 수치의 영향으로 정말 빠르게 공중에 올랐지만,


"그렇다면, 하늘을 향해 벨 뿐."


여기사는 가슴을 들어 날 똑바로 쳐다볼 뿐. 다시 베기 자세를 취했다.


"히야앗! 주인! 위험합니다! 뛰어오르는 건 빠르게 할 수 있더라도, 내려오는 덴 똑같은 시간이 걸리는 거니까요!"

"어머, 그건 다 알고 준비한 거니까, 함부로 주인의 실력을 의심하지 말도록 해! 네라스! 그렇지 않으면 의처증 고양이가 된 끝에 자꾸 과도한 걸 상대한테 묻다가, 끝내 외톨이가 될 수밖엔 없을 테니까! 이 랩퍼 고양이야!"

"히야앗!"


지면에서 15m를 솟구친 난 확실히 착지 전까진 맞춰 쏘기 좋은 표적이었다.

하지만 그건 이쪽에서 투척 무기가 없을 때의 일로서.


"어머, 클라우디아! [홀리 블레이드]를 사용할 거라면 좀 더 일찍 쏴냈어야 했던 거니까!"

"큿···?"


오른손의 [쾌월잔향]을 여기사를 향해 투척했다. 흡사 폭격기 같은 속도.

머리 뒤로 젖혔던 흑색 단검이 클라우디아의 심장을 노려 발사됐고, 난 곧바로 [상태창]을 불렀다.


"꽤나 날카로운 공격이었지만."


투척 동작에 시원히 흩날린 머리카락. 그 앞의 인벤토리에서 [두억시니의 활]을 꺼냈다.

[활 숙련]은 없더라도 [심안 LV.99]의 가호면 충분했다.


"······."


마음을 다잡고, 활줄에 팔을 건다. 팽팽하게 당겨진 팔 앞으로 나타난 건 녹색빛 화살. 마치 보석 같은 아름다운 빛이, 내 가슴 앞을 감쌌고. 내 안의 푸른 기운이 상승한다.


"이걸로 끝을 내도록 할 테니까. 클라우디아! 심장을 뚫려서 당해버리도록 해!"


가장 정밀하게 정신이 작동할 때 시위를 놓았다. 클라우디아는 아직 단도 투척 공격 잔향을 받았고. 승기는 확실한···.


"어림없으니까요. 「이면 세계」의 살인자!"

"어머, 아녜스!"


사실 이제 와서 아녜스는 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스탯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아녜스가 소유한 특수 스킬. [라파엘의 가호]만은 절대적인 방호력을 갖춘 성가신 것이겠지.


"아녜스! 아직도 굶는 어린이들이 넘쳐나는 세계 상황을 알면서도 남의 식탁에 재를 뿌리다니!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이상, 배고픈 사람들에게 사죄하기 위해서라도, 속죄의 춤을 추도록 해!"

"당신과 같은 무도한 사람의 승리야말로 이루게 했다간 속죄해야 할 일일 테니까요! 클라우디아 님!"

"아녜스, 훌륭한 서포트였습니다. 이제 당신까지 온 이상 「이면 세계」의 살인자에게 승기는 없다고 봐도 되겠죠."


내가 엄청나게 민첩하게 쏜 [두억시니의 화살]. 그것조차도 아녜스에겐 하나의 방호 스택을 깎는 공격일 뿐이었고, 난 계산했다.

아녜스가 방패라면, 클라우디아는 검.

두 개의 무구를 온전히 갖춘 상대는 역시 성가셨다.

···어떻게 하지?


일단 난 착지한 상태였고, 클라우디아의 검에 튕겨 날아온 [쾌월잔향]을 회수했다.

천재일우였던 방금 전의 공격은 무효화됐다.

[광폭의 목걸이] 사용으로 3체 정도까진 빛의 호를 쳐낼 수 있겠지만, 1체가 남는다.

게다가, 이젠 접근 마저 어려워진 상태고.


"주인···!"

"어머, 네라스 뚝그쳐! 최고가 되기 위해선, 이런 정도 어려움 헤쳐나가지 않으면 안 될 테니까!


남은 건 [홀리 나이프 크로스]의 사용이겠지만.

과연 제대로 쓸 수 있을까.

적확한 시간 간격으로 클라우디아의 [홀리 블레이드]를 쳐내야 하겠지만.

이 압박 받는 심기 상태로.

할 수 있을까.


난 정말 어려운 상황 속에 화락 들뜨듯, 내 얇은 팔이 더 민첩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걸 느꼈다.

결국은 믿음이 부족한 게 문제인 거겠지만. 과연···.

의심의 상황 속에서도 난 남자들을 엄청나게 나한테 목 긋기게 했던 것만을 생각했다,


나를 따뜻이 지탱하는 존재들이 된 남자들의 모습. 할 수 있을까. 없을까.

불확실성을 견뎌야 하는 속.

난 방책을 생각했고 한 가지를 떠올렸다.


이전, 한은정을 상대할 때 배웠던 심기 조식 법.

상대의 선·악, 강·약 개념과 의미 있음·없음의 개념을 분리 판단하는 방식.

그것이야말로 지금의 혼란스러움을 잠재울 수 있는 비책이겠지.


그걸 주의하고서, 곧바로 은발의 여기사를 쳐다봤다.

하얀 살갗 위로 시원한 은발을 늘어뜨린 채, 표표한 미소를 짓고 있는 클라우디아.

무죄인 사람한테 자꾸 형량 운운하는 여기사는 분명 악인이겠지만, 그래도 의미 없는 존재일까.


평소 악인과 의미 없는 존재라는 것을 동치로 놓고 있는 듯하지만, 나는 분리했다.

악인이라 판정하되 의미 없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저 지은 죄에 대해 처벌할 뿐.


그렇게 생각했고.

난 내 얇은 팔에 엄청나게 민첩함이 되돌아오는 걸 느꼈다.

후우···! 역시 상대를 악인으로 생각할 때 떨리는 게 아니라, 의미 없는 존재로 생각할 때 떨리는 거야.

설령 어떤 참작할 사정 한 줄기 없더라도, 의미 없는 존재는 아니겠지.


배운 적도 없지만, 이것만은 어째서인지 알 수 있는 것. 그렇기에야말로 나는 더 상대를 처벌하기 위해 화를 내기로 했다.

그래서 이제 검을 움직이려는 거지만···!


[홀리 나이프 크로스] 사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심기 조식법에 대한 믿음에까지 전이됐다.

방금 내가 한 판단이 정말 옳은 걸까.

끝도 없이 차오르는 파문.


난 여전히 검은 칼집과 [쾌월잔향]을 든 채 클라우디아를 대치했다.

한 점 물러섬이 생긴다면 클라우디아는 곧 날 노려 베어오겠지.

결국은 여기에 또 믿음이 부족해서.

난 내가 옳은 건지 틀린 건지, 알 수도 없이, 믿음이 부족한 걸 느낀 채 좌초돼갔다.


"자, 그럼 「이면 세계」의 살인자. 당신은 이렇게까지 할 정도로 격을 인정할 수밖엔 없으니까요?"


은발의 여기사가 준비 자세를 취했다. 난 여전히 믿음이 부족한 상황.

[홀리 나이프 크로스]도, 내 심기 조식 법도. 과연 옳은지 그른지. 난 어떤 걸 해야.

그래도 상대를 의미 없이 생각하지는 않도록···.


그리고 난 '의미'라는 단어를 작게 조아려 봤고, 뭔가 힘이 솟는 걸 느꼈다.


"의미···."

"히야아···!"


나는 확실히 믿음이 부족한 상황인 것 같지만··· 옳은지 그른지의 믿음이라. 그건 정말 그것들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거였을까.


"의미···!"

"히야앗···!"

"어딜 보고 있는 거예요? 「이면 세계」의 살인자. 항복할 거라면 지금이 최후의 때인 거니까요."


마침내 클라우디아가 [홀리 블레이드]의 4연격 참격을 베어왔다.

시원히 흩날리는 머리. 하얀 살갗의 목 피부.

그걸 홀린 듯 면밀하게 쳐다보고 있던 난, 나도 모르게 내 팔이 절로 움직이는 걸 느꼈다.


의미···. 잠시 그 단어를 읊조려 보고 있던 중, 무의식적으로 [홀리 나이프 크로스]를 발동시켰다.

내 얇은 팔이 엄청나게 민첩하게 동작을 반복했다.

기세 좋게 부딪치는, [홀리 블레이드]와 [홀리 나이프 크로스]의 참격.

빛의 호는, 일순간 빛을 띤 칼날에 튕겨 나갔다. 그리고 남은 4연격을 처리한 후 허공에 일섬을 벤 5연격 째의 칼날뿐.


그랬다. 믿음이 부족하다는 것은 무엇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을까.

쭈욱, 의심도 않고 그것이 옳은 것이리라는 믿음, 그것이 좋은 것이리라는 믿음.

그러한 것에 믿음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어머, 의미. 그래 역시···!"

"히얏!"


옳은 것을 의미 있는 것, 그른 것을 의미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좋은 것을 의미 있는 것, 나쁜 것을 의미 없는 것으로 이분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러니 그 결과로써, 탐착하고 있던 것을 간파해내자면,


그것이 옳은 것이리라는 믿음, 그것보다도 좋은 것이리라는 믿음. 그것보다도, 그것이 의미 있는 것이리라는 믿음. 그것이 의미 있는 것이리라는 믿음이 사라진 것이 문제였고, 그것이 의미 있는 것이리라는 믿음이 사라진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을 의미 있는 존재로 하려는 것에서부터[상대를 의미 없는 존재로 생각하려는 것에서부터] 나오고 있을 뿐.


난 내 가슴 앞을 한번 흘낏 털어보고 나서, 내 몸이 엄청나게 민첩해졌단 걸 느꼈다.

그 어느 때보다 날쌔게 움직이는 팔의 감촉.

좋아. 겨뤄보자고 클라우디아!


주위엔 청아한 공기만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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