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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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a176
작품등록일 :
2020.10.1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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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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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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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삭 (1)

DUMMY

시원히 드러난 흰 목. 어깨를 걸친 은발 위로 나이프가 내달렸다.


"큭···! 흣···!?"


인지한 건 짧은 찰나. 그 순간을 지나 클라우디아의 목이 잘려 나갔다.

툭. 하고 떨어져서, 내 발치에 뒹군 클라우디아의 목.

텅 빈 시선이 허공에 흩뿌려졌고, 난 정말 내가 최고에 가까워졌단 걸 느끼며, 세차게 튕기듯 나이프를 털어 피를 뿌렸다.


"아···, 아···! 클라우디아 님···!"


들려온 건 아녜스의 목소리였다. 등 뒤에 있을 수녀는 그러나, 연민할 대상을 잘못 골랐다.


"큭···!?"

"어머, 아녜스! 클라우디아는 제대로 목을 긋겨 천국에 보내준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곧 너도 그 뒤를 따라가게 될 테니까!"


난 정말 남자들을 불러대서 목 긋기게 했던 것 이상으로 클라우디아가 정말 나랑 하나가 되듯, 날 지탱하는 존재가 된 걸 느꼈고, 팔을 움직였다.

내 얇은 팔이 이렇게나 민첩하고 날쌔게, 어느새 박찬 아녜스의 목을 노렸다.


순식간에 굳어 날 쳐다본 수녀. 십자가를 들어도 늦었다. 그래서 경과는 엄청 빨랐다.


"아악···!?"


난 순식간에 아녜스의 품속으로 파고들었고, 단단히 허벅지를 박찬 채 수녀의 목을 그었다.

정말, 내 얇은 팔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감촉은 그 어떤 남자의 것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난 단 한 번 그은 것만으로도, 내 살인 기술이 엄청 숙달된 걸 화락 들뜨듯 느꼈고, 하지만 난 주의했다.


"옥상 위···?"


흘낏 빠르게 난 눈을 쳐들었고, 그 순간 오른편 옥상 위에 인영 하나가 보였다.


"망자를 배웅하는, 빛의 사신이여, 지금 하늘신의 가호를 빌어 그 유예를 요청하나니···."

"흣···!? 칫···!"


일순간에 내가 와락 껴안고 있던 아녜스의 시체가 빛을 띠며, 눈앞에서 사라졌다.

땅을 구르던 목도 마찬가지. 빠르게 등 뒤를 향해보면 클라우디아의 것 또한 그랬고, 난 태세를 방비했다.


"어머, 남의 시체를 함부러 뺏아가기나 하고, 정말 얌체인 사람이네, 누구냐!"

"그들은, 아직 죽지 않은 거니까요."


그 말만을 남기고 로브 차림의 누군가는 사라졌다.

텔레포트 같은 걸 쓴 걸까. 흥. 그래도 다음에 만나면 그 목을 제대로 긋기게 해줄 테니까···! 난 양팔을 결사의 각오로 주먹 쥐어보며, 주위를 관망했고 곧 널린 남자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좋았어. 모두들 상대해 줄 테니까···!"

"히야앗···! 비록 놓쳐버렸다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두 명을 살해한 건 분명, 엄청난 솜씨였던 거니까요···!"

"어머! 그래도 아직 싸움은 끝난 게 아니니까. 네라스! 자 날 잘 보조하도록 해!"

"히얏!"


내 앞과 뒤, 족히 백 명은 남자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고, 난 내 팔을 민첩히 확인하며 날쌔게 휘두르기로 했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모두 목이 긋겨야 할 테니까···!"


이미 클라우디아와의 전투로 난 살인 기술이 엄청 올라 있었고, 남자들은 내 상대가 되질 못 했다.


"검은 머리!"

"키리야아아아악!"


"흰 머리!"

"우리야이아아악!"


"금발!"

"으허으크어르어으악!"


전부 조금 두려워하면서도, 그래도 근엄한 척하면서 날 바라보고 있던 남자들.

저마다 쌍절곤, 낫, 대검 등을 들고 있던 남자들은 모두 날 헛공격 쳤을 뿐이었고, 난 엄청 빠르게 팔을 움직이며 살인을 행해갔다.


"홀쭉이!"

"후리야이야이아약!"


"뚱보!"

"으후허흐후어으히약!"


벌써 삼십 명째 난 엄청 얇은 내 팔을 엄청 빠르게 휘둘러 남자를 처리했고, 그래도 난 더 열이 떠서 더 빨리 움직였다.


"좋았어! 점점 더 내 팔이 빨라진다! 전부 다 나한테 죽게 해줄 테니까. 그 목을 바치도록 해! 이 남자들아!"

"으아아아아아아!"


남자들과 즐기는 살인 파티. 날 그렇게 근엄하게 쳐다보던 남자들이 내 앞에 벌벌 떨며 도망까지 쳐대고 있었고, 난 그걸 감상했다.


"어머, 그렇게 도망가면! 더 쫓아가고 싶어지는 거니까!"


목을 긋기게 한다. 이걸로 오십 인분은 해치운 나였고, 앞에는 아직도 절반의 남자들이···!

난 드디어 꽤나 적수가 될만한 남자들을 상대로도, 17,000을 넘어선 내 민첩성을 해방했다.


십자가도, 모닝스타도, 대머리도, 모두 한가닥 할만한 남자들 면면.

그래도 내 엄청 빠른 [쾌월잔향]에 모두 뎅겅 목이 베였을 뿐.

난 엄청나게 머리카락을 시원히 날린 채 살인을 계속했다.

죽어. 죽어. 모두 죽어. 모두 죽어서 나의 영양분 스탯 스킬이 돼라.


난 정말 활짝 미소 지어 남자들을 쳐다본 채, 모두 내 내장 안에 흡수하듯이 칼질당해버리게 해버렸고, 난 어느새 모두 정리했다.


"하아···! 오늘도 정말 보람찬 살인으로 시작한 거니까···?"


가장 덩치가 컸던 산만한 남자 배 위에 엉덩이를 착석한 채, 난 휴식했다.


"히야···! 정말 대단한 솜씨···! 오늘의 주인은 여느 때와는 다른 것 같기도 하지만, 그건 좋은 의미인 거니까요···!


난 장난치듯 개구장이처럼 네라스를 가슴 앞에 껴안은 채, 시원한 바람 공기에 열을 식혔고, 그때였다.


"주인! 이건···!"

"어머, 정말···!"


내 몸 오른편 교차로의 저쪽 편 길에서 강대한 마력 기척이 느껴졌다.

빠르게 그쪽을 본다. 보면 거기에 있는 건.


"어머, 윤선희···!"

"히얏···!"

"······."


나랑 똑같은 교복 차림. 기다란 포니테일을 기른 윤선희가 거기 있었고, 평소처럼 무뚝뚝히 날 쳐다보고 있었다.

분명 카마와 연관 있는 애인 건 틀림 없겠지만···.

난 알 수도 없이, 윤선희를 바라본 채 그래도 엉덩이에 닿은 남자의 살갗 감촉이 좋아서 천천히 기다렸고, 이어서 윤선희가 다가왔다.


"어머, 윤선희. 이렇게 「살인 공간」내부에 들어올 수 있는 걸 보면, 너도 분명 틀림없이 우주인에 관계된 여자인 게 틀림없겠지만, 넌 대체 누구지? 카마랑 연관 있는 거니!"

"······."


난 『청익』의 훈련 교관이라 했던 클라우디아를 쓰러트린 상태여서 자신감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날 윤선희는 조용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고, 이어서 윤선희가 입을 열었다.


"그 고양이. 네 고양이?"


침착하고 차분한 목소리 톤. 정말 뜻밖의 질문에 난 껴안은 네라스를 흘끗 봤고 곧 대답했다.


"어머, 그래. 얜 네라스라고 하는데, 내 충실한 하인이지. 물론 지금은 아스모데우스한테 자리를 뺏겨서 서열 3위라고도 할 수 있꼤지만, 그래도 내 충실한 종복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함부로 해치거나 하진 말도록 해! 윤선희!"

"······."


윤선희는 내 말을 들은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날 향해 다가왔다.

쌓여있는 시체의 산. 그런 거엔 관심 없단 듯이 내 바로 옆 남자의 배 위에 엉덩이를 착석한 윤선희.


"······."


어쩐지 네라스한테 관심이 있는 걸까. 난 가만 내 얇은 두 팔로 네라스를 안아 윤선희에게 건넸다.


"히야아아앗···!"


물론 네라스는 기겁하는 표정이었지만, 상관 않고 건넨다.

그리고 나선, 윤선희가 네라스를 안아 들었고, 쓰다듬었다.


"히야아앗······! 잠깐 이 마력 감촉은···! 당신은···!"

"어머, 네라스. 얜 윤선희데 그게 왜!?"


여전히 말 없는 윤선희는 한쪽 손을 네라스의 등에서 떼더니 손을 펼쳐 보였고.

그때.


쾅.


거대한 충격파와 함께 윤선희는 저편 멀리 어딘가로 날려간 버린 채, 내 옆엔 두둥 뜬 네라스의 모습만이 남았다.


"이건···?"

"모르겠지만, 꽤 위험한 상황 같아서 말이다."

"아스모데우스···!?"


갑자기 침착한 아스모데우스의 목소리를 들으니 난 살짝 남자들을 목 긋고 싶어졌고, 일단 난 무릎을 일으켜 일어났다.


"위험하다면 윤선희를 말하는 거야? 아스모데우스?"

"그래, 저 개체야말로 너희들이 말하던 「카마」란 존재에 가장 부합한다고 보이고 있다만···."

"어머?"


난 당장 목긋기게 할 남자가 없는 걸 아스모데우스의 가슴팍에 조금 감아 안겨보며 달랬고, 이어서 윤선희를 쳐다봤다.

방금 전의 일격은 분명, 몸이 뼛가루째 분쇄될 일격이었을 터.

하지만, 그래도 윤선희는 상처하나 조차 남지 않았다. 오히려 건강하게 아스모데우스를 쳐다볼 뿐.


"어머, 윤선희! 네가 카마였던 거니!"

"······."


아무 말 없이 윤선희는 오른팔을 옆구리 위치 정도까지 올렸다.

그 손에 나타나는 건. 유리로 된 듯 투명한 재질의 칼날.

빛의 가루를 흩뿌리듯 나타난 검은, 윤선희의 손에 쥐여졌고, 난 가만히 다음을 기다렸다.


"···승부 할 만 한 상대의 탐색 완료. 강도 측정. 최고위 계위의 마술사를 상정. 전 개방률 100%. 나간다."

"큭···!?"


몇 개의 언령 끝에, 폭발하는 듯한 바람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윤선희의 나부끼는 머리카락. 손에 쥔 유리검은 강고해 보였고, 그대로 잔상만을 남긴 채, 바로 앞까지 접근해 왔다.


"최소한 지천사 급인가. 뭐, 좋다. 부활한 이 몸 또한 동작시켜볼 가치가 있으니."

"어머···, 아스모데우스···?"


순식간에 아스모데우스가 칠흑빛의 오러블레이드를 생성시켰다.

내 앞에 나서 두 손으로 쥔 흑빛의 칼날을 부딪치는 마왕 남자의 모습.

유리검과 오러검이 부딪쳐, 눈부시는 불꽃을 튀겨냈고 두 사람의 검합이 이어졌다.


자신의 얇은 팔을 엄청 빠르게 움직여, 화려한 검극을 꽂아 넣는 윤선희의 모습.

그걸 오랜 경험의 축적인 듯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으로 아스모데우스는 버텨냈고, 난 그걸 빠짐없이 내 눈에 꼼꼼히 담아냈다.

보는 것만으로도 숙달 되는 듯한 살인기술의 감각.


어느 쪽이 앞서는지 내 눈으로 분간하긴 힘들었지만, 그래도 네라스는 판단할 수 있는 듯했다.


"히야앗···! 주인께서 아스모데우스 씨를 소환했던 건 정말 신의 한 수였던 겁니다! 설마하니 그 카마씨와 이 정도로까지 길항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 줄은···!"

"어머, 네라스! 너 또 고 조그만 입으로 조잘대며 아스모데우스를 아첨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저게 그렇게 대단한 거야? 보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히야앗! 주인께서도 분명 언젠간 도달할 수 있는 경지이지만, 지금 저 둘의 싸움은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마도 대전이니까요! 주인께서도 많이 학습하시는 게 좋은 겁니다!"

"좋아. 그렇다면 계속 지켜봐 주기야 하겠지만···."


내 하인인 아스모데우스와 싸우는 윤선희의 모습.

어쩌면 윤선희는 아스모데우스에게 반한 게 아닐까 생각들 정도로 열심히 검을 움직이며 있었고 난 그걸 계속 바라봤다.


"어머, 얘들이 날 쏙 빼놓고 자기들끼리만 힘껏 치고받고 있고, 누가 이기든 힘내도록 해! 이 바보 검사들아!"

"······."

"음. 하하. 소환자의 명이라면 얼마든지."


그건 그렇다고 해도 정말 화락 들뜨는 듯한 싸움이었고, 난 문득 나까지 [쾌월잔향]을 쥐어 들며 내 팔의 감촉을 확인하고 있었다.

남자들을 불러대며 목 긋기게 해대서 엄청나게 민첩해진 내 얇은 팔.

난 정말 내가 최고가 돼가고 있는 걸 느끼며 눈앞의 싸움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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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강적 (5) 20.11.25 15 0 12쪽
39 강적 (4) 20.11.24 22 0 12쪽
38 강적 (3) 20.11.23 18 0 12쪽
37 강적 (2) 20.11.22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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