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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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휘린
작품등록일 :
2020.10.18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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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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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권고한다. 물러나라.

DUMMY

흑염패도를 향해 시선을 돌린 진소명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따 얘기 합시다. 일단 이 작자들을 볼일을 먼저 보고나서.”

“내가 우습게 보이느냐?”


진소명의 말에 흑염패도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도를 뽑아들었다.


흑염패도의 대응에 진소명의 얼굴에 어이없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흑염패도의 민폐력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보다.


이런 심각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본인 기분 외에 다른 문제들은 아무 관심이 없는 듯했다.


그리고 애초에 지가 남의 일에 끼어들지 않았나.


남의 분쟁에 본인 기분대로 끼어들어 것만 해도 칼 맞아도 할 말이 없는 일인 것이다.


흑염패도가 딱히 악인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서 대충 넘어가려고 했더니.


진소명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참기로 했다.


하가놈들 심문도 해봐야 하고 쓸 때 없이 미래의 화경 고수와 척을 질 필요는 없지 않은가.


“조금 전에 말했다시피. 나는 천부의 요청으로 왔소. 일이 먼저니 잠시 뒤에 얘기합시다.”


진소명이 치미는 짜증을 참으며 애써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네놈이 지금 천부의 이름으로 나를 겁박하겠다는 것이냐!”


흑염패도가 분노를 터뜨리며 도를 치켜세우는 모습에 진소명이 헛웃음을 지었다.


“병신인가?”

“지, 지금 뭐라고 했느냐?”

“귓구멍이 처 막혔나? 바쁘니까 이따 상대해 준다고 하잖아. 대가리에 뇌 대신 두부라도 넣고 다니는 거야? 왜 이렇게 말을 못 알아 처먹어.”


진소명의 막말에 말문이 막힌 듯 잠시 입을 뻐끔거리고 있던 흑염패도가 바닥을 박차며 몸을 날렸다.


객잔 이층 높이까지 솟아오른 흑염패도가 진소명을 향해 쏘아져 내리며 도를 내리쳐왔다.


붉은색 강기에 휘감긴 도를 중심으로 주변의 기운이 진동을 하며 천둥이 치는 것 같은 소리가 실내를 울렸다.


순간적으로 진소명의 얼굴이 굳어졌다.


자신이 도세를 피하면 주변 전체가 휩쓸릴 상황인 것이다.


진소명의 뒤쪽에 있는 하가의 이공자와 중년인도 살기는 어려울 듯싶고.


‘이 새끼 진짜로 생각이 없는 거야. 아니면 노린 거야?’


진소명이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검을 휘둘러 정면으로 도세를 받아쳤다.


콰앙!


객잔이 흔들릴 정도의 폭발음에 객잔에 있던 일반인들은 귀를 부여잡으며 바닥을 굴렀고 무인들이 분분히 객잔 구석으로 물러났다.


충돌과 함께 뒤로 튕겨나간 흑염패도가 놀란 얼굴로 진소명을 바라봤다.


도를 잡고 있는 손이 충격으로 부들거리며 떨리고 손아귀가 찢어져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제자리에 선채로 도세를 받아친 청년은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은 모습이었다.


전력이 아니었다고는 해도 자신이 일방적인 공세를 하고도 오히려 더 손해를 본 것이다.


최소한 자신과 동급의 강자라고 봐야했다.


“그 나이에 대단한 무위로군.”


흑염패도가 감탄했다는 듯이 말하자 진소명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인간은 상식을 무협소설로 배웠나?’


실제로는 민폐나 끼치고 다니는 주제에 말하는 거나 태도는 무협소설에서 튀어나온 것 같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권고한다. 물러나라.”


진소명이 짜증을 억누르며 말했다.


흑염패도를 때려잡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여기서 싸웠다가는 객잔도 남아나지 않을 것이고 여파로 인한 피해자가 속출할 상황인 것이다.


진소명의 말에 흑염패도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러지는 못하겠군. 출도 이후로 가장 재미있는 상대를 만났는데.”


흑염패도의 도에 다시 붉은 강기에 휘감기는 모습에 진소명이 섬뜩한 기세를 피워 올렸다.


대화가 안 되는 인간이었다.


게다가 하는 행동을 보니 주변에 피해가 갈 것은 전혀 생각을 안 하는 것으로 보였다.


잠시 생각해보던 진소명은 흑염패도를 죽여 버리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래도 미래의 화경 고수이니 살려두면 팔대요마와의 싸움에서 뭔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좋게 넘어가려고 했는데 사고방식이나 하는 꼴을 보니 별 도움이 안 될 듯싶었다.


게다가 민폐나 끼치고 다녔지 좋은 일을 하고 다녔다는 소문을 들은 기억도 없었고.


그런 작자니 없어진다고 해도 별 문제는 없겠지.


“어디 이것도 받아봐라!”


흑염패도가 폭풍 같은 기세로 도를 휘둘렀다.


진소명이 앞으로 한걸음 나서자 백광이 번뜩였다.


콰앙!


다시 강렬한 충돌음이 나며 흑염패도가 쿵쿵 거리며 뒷걸음질을 했다.


“대단해!”


감탄사를 내뱉는 흑염패도를 향해 진소명이 잔상을 남기며 다가섰다.


흑염패도의 도에서 붉은색의 강기가 안개처럼 번지기 시작하자 진소명의 검에서 백광이 퍼지며 붉은 기운을 뒤덮어갔다.


캉! 콰쾅!


연달아 충돌음이 들리며 흑염패도가 정신없이 뒤로 밀려났다.


적색과 백색의 강기가 뒤섞이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진소명은 흑염패도가 제대로 전력을 꺼내기 전에 처리를 할 생각으로 속도위주의 공세를 펼쳤다.


전력을 다하면 흑염패도를 처리하는 것은 빠르겠지만 객잔이 남아날 리가 없는 것이다.


몇 번의 충돌이 더 이어졌다.


계속해서 뒤로 밀려나던 흑염패도는 어느 새 핏기가 사라진 얼굴로 간신히 진소명의 공세를 받아내고 있었다.


초반의 자신감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고 출도 이후 처음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섬전 같은 진소명의 공세를 막느라 강력한 초식은 사용할 엄두도 못 내고 있었고 진소명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상황이라 거리를 벌릴 방법도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흑염패도의 몸 여기저기에서 피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쾅!

“크헉!”


충돌음과 동시에 흑염패도가 뒤로 날아가 객잔 벽에 부딪혀 바닥으로 떨어졌다.


“법보?”


꿈틀거리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흑염패도를 향해 다가서며 진소명이 중얼거렸다.


강기로 흑염패도의 심장을 찔렀는데 뚫리지 않고 뒤로 날아간 것이다.

강기를 막아낼 정도면 상당히 강력한 법보인 듯싶었다.


죽지는 않았지만 충격이 컸는지 흑염패도는 쉽게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었다.


“오지랖도 상황 봐가면서 부려야지. 네가 그동안 온갖 헛짓거리를 하고 다니면서도 안 죽었던 건 운이 좋아서야. 그 것도 이제 끝이지만.”


다가선 진소명이 흑염패도의 목을 치기위해 검을 들어올렸다.


그 순간 뿌연 장막이 흑염패도와 진소명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머, 멈추시오.”


2층에서 백의노인이 다급한 표정을 한 채 날아 내려오고 있었다.


힐끔 시선을 던졌던 진소명이 검을 휘둘러 장막을 쪼겠다.


“컥!”

쿵!


장막이 갈라지자 날아 내려오던 백의노인이 추락하며 바닥에 떨어졌다.


진소명이 막 몸을 일으키려던 흑염패도의 등을 밟아 다시 바닥에 몸을 처박고 목에 검을 가져다 댔다.


백의노인이 다급하게 다가왔다.


“자, 잠시만.”

“당신은 누구지?”

“나는 기환문의 장로인 모용진이라고 하오.”


기환문은 십삼세 중 한곳으로 술법을 주력으로 하는 문파였다.


“소개를 주고받을 상황은 아닌 듯싶군. 그래서 기환문의 장로가 이 상황에 왜 끼어드는 것이오.”


애초에 좋게 봐줄 만한 상황이 아니다 보니 진소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남의 일에 끼어들어 먼저 공격까지 한 흑염패도였다.


진소명이 흑염패도를 죽이든 살리던 다른 자가 관여할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 진소명의 감정을 느낀 것인지 백의노인이 고개를 숙이며 부탁하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 친구가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성격이라 종종 문제를 일으키기는 해도 악인은 아니오. 이번만 용서해주시오. 기환문의 장로로서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하겠소.”


진소명이 코웃음을 치며 싸늘한 목소리를 냈다.


“아까 보니 이작자하고 같이 앉아있던데 애초에 이 작자가 사고를 못 치게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미안하게 되었소. 이 친구가 오지랖을 부리기는 해도 살수를 쓰는 경우는 없다보니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했소.”


백의노인의 말에 진소명이 어이가 없어 실소를 지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오. 내가 주변에 신경을 안 쓰고 이 작자와 정면대응을 했으면 그 여파로만 여럿 죽었을 텐데. 살수를 안 쓴다고? 제 정신으로 하는 소리요?”


모용진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떠올랐다.


애초에 이런 상황자체가 꼬이고 꼬여서 발생한 일이었던 것이다.


진소명이 욕을 안했다면 싸울 일까지 없었을 것이고 진소명의 무위가 강하지 않았다면 흑염패도가 그렇게 주변생각 안하고 막무가내로 공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비슷한 상황에서 상대가 흑염패도를 알아보고 양보를 하거나 혹은 무위에 눌려 양보를 하거나 둘 중 하나였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진소명의 무위가 높아서 벌어진 일이기는 한데 그 걸 탓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않은가.


애초에 문제를 만들고 먼저 공격을 한 것이 흑염패도인 것이다.


“그 친구가 생각이 짧아서 그렇지 절대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요.”


다급한 모용진의 말에 진소명이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생각이 없고 고의가 아니면 사람을 죽여도 용서를 해줘야 하는 것이오? 애초에 이작자의 무위에 생각 없이 일을 저지른다는 것이 더 문제가 아니오. 이제 그만 물러나시오.”


진소명의 말에 어쩔 줄 몰라 하던 모용진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


“아까 들으니 천부의 일을 한다고 하던데. 내가 당신의 수하에 들어 일을 돕겠소. 십년이면 되겠소? 내가 천경 상급의 술사이니 꽤 도움이 될 것이오.”


애절하기까지 한 모용진의 말에 진소명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대화를 하다 보니 뭔가 김이 빠진 느낌이었다.


진소명이 흑염패도의 등을 밟고 있던 발을 때며 몸을 뒤로 물렸다.


“당신 친구에게 감사하시오. 다시는 보지 맙시다.”


싸늘한 목소리로 쏘아붙인 진소명이 다시 모용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번 일은 없었던 일로 하리다.”


진소명이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혹시나 해서 살펴보니 역시나 하가의 이공자와 중년인이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도주를 한 모양인데 그 몸 상태로 도망 가봐야 얼마나 갔겠나.


“아. 밥도 못 먹었는데.”


진소명이 혀를 차며 객잔을 나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30미터 정도 날아올라 주변을 둘러보니 누군가의 등에 업힌 하관정과 중년인이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진소명은 조용히 뒤를 따르기로 했다.


알아서 숨어있는 하가의 무인들을 찾아 갈 것으로 보이니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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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전부 거짓말이었잖아 +2 20.11.26 796 20 12쪽
» 마지막으로 권고한다. 물러나라. +5 20.11.25 832 29 11쪽
35 이건 또 어떤 쓰레기야 +4 20.11.23 792 28 12쪽
34 생각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 +2 20.11.22 805 24 12쪽
33 하. 이런 미친놈이 있나. +2 20.11.20 872 25 11쪽
32 약빨이기는 했지만 +2 20.11.18 920 25 12쪽
31 전차와 전폭기의 싸움이랄까 +3 20.11.16 946 25 11쪽
30 광마 잖아 +3 20.11.14 959 24 11쪽
29 아주 지랄을 떨고 있네 +2 20.11.13 942 21 10쪽
28 이런 게 기선제압이지 +2 20.11.11 972 24 12쪽
27 이 노인네가 갑자기 왜 이래? +3 20.11.10 999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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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상당히 머리가 복잡해지는 떡밥들이다. +3 20.11.07 1,142 21 10쪽
23 꿀팁인데 +2 20.11.05 1,150 2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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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그 내단을 내게 다오 +4 20.11.01 1,272 26 11쪽
18 이래서 남자들이 기타를 배우는 거 아냐 +4 20.11.01 1,239 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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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약자멸시 스킬이라도 생겼나? +4 20.10.30 1,303 25 12쪽
15 근데 몇 살까지 살았어? +4 20.10.29 1,393 27 12쪽
14 아. 더는 못 참겠다 +6 20.10.29 1,390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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