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석 먹는 지구 홍보 대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원딜은황제
작품등록일 :
2020.10.20 19:01
최근연재일 :
2020.11.05 19:05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794
추천수 :
19
글자수 :
105,912

작성
20.10.21 18:36
조회
59
추천
1
글자
13쪽

3화

DUMMY

3화





수정 동굴은 포르 마을에서 제법 의뢰를 수행한 모험가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명소 중 하나.


모험가에게 명소라 불린다면 그것은 제법 쏠쏠한 밥벌이가 된다는 소리다.


나도 의뢰가 없는 날이면 가끔 놀러와 수정 박쥐를 잡아다 팔아치우곤 했다.


나는 횃불을 들어 천장을 밝혔다.


“허.”


이렇게 많은 수정 박쥐의 새끼는 나도 처음 봤다.


내 입에서 탄성 아닌 탄성이 나올 정도로 천장의 수정에 빼곡히 들러붙어 있는 수정 박쥐 새끼들.


보아하니 갓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모습이다.


“설마 이게 전부 수정 박쥐 새끼인가요···?”


실프도 넋 놓고 그 풍경을 구경했다. 이것도 장관이라면 장관이겠지.


하지만 아쉽게도 새끼는 그리 돈이 되질 않는다. 수정 박쥐의 가치는 오로지 성체 기준.


새끼 때부터 수정 동굴의 녹색 수정을 먹고 자라는 수정 박쥐는 그 영향이 눈으로 가는데 그게 바로 돈이 된다.


최하급 마석과 비슷한 성질을 가진 게 수정 박쥐의 눈이기 때문.


쉽게 얘기하자면 이 세계의 마석은 한국의 금과 같다 보면 된다. 뭐, 최하급은 어디서나 구하는 빵 부스러기 같은 취급이지만. 그래도 값은 제법 쏠쏠한 편.


“얘들이 성체가 되면 다시 한번 와야겠네요.”


하지만 척 보기에도 셀 수 없이 천장을 가득 메운 수정 박쥐.


‘이 중에 삼 분의 일만 잡는다고 해도 2실버는 되겠는데?’


벌써 훗날이 기대되는 유망주들. 군침이 돈다.


끼잇-!

끼이이잇-!


“박쥐들이 울고 있어요.”

“경계하는 겁니다. 동굴에 사는 애들이라 빛을 싫어하거든요. 잡을 때도 발광석을 챙겨오면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어요.”


이건 꿀팁이다. 기억해두면 오기 전에 봤던 바보 3형제처럼 이리저리 박쥐에게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


나도 지금 가지고 있지.


“와, 저것 봐요. 귀엽다. 어쩜 저렇게 귀여울까요.”


실프가 쳐다보는 곳을 바라보자 작은 수정에 꾸물거리는 새끼 박쥐 하나.


식사 중이구나.


근데 수정 박쥐는 산 채로 잡아다가 눈을 뽑는 거라 너무 귀여워하면 마음 상할 텐데. 뭐, 됐나.


“그만 갈까요.”

“네!”


횃불의 높이를 내렸다.

천장은 다시 어둠에 반쯤 잠기기 시작했고 경계성을 들어내던 박쥐들도 반은 조용해졌다.


우린 다시 움직였다.


지도를 꺼내 방향을 확인하고 주민이 봤다던 통로가 있는 곳을 탐색했다.


‘이쯤인데.’


동굴 끝자락에 도달하기 전 틈새를 봤다고 적혀있었으니 이쯤이 확실하다.


끼잇-!


그 사이에서 수정 박쥐 한 마리가 벽 쪽에서 튀어나왔다.


‘푸른 눈?’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횃불을 실프에게 넘겼다.


그럴 리가 없지. 횃불에 비쳐 잠시 헷갈렸던 거겠지.


“잠시 준비를 하죠.”


모험가는 언제나 대비해야 한다. 수정 동굴에 위협적인 몬스터가 없더라도 있을지 모르는 함정이나 갑작스러운 환경에는 주의해야 한다.


내 말에 실프도 동의하는지 횃불을 놓지 않으면서 천천히 배낭을 돌려매 땅에 내려놨다.


나 또한 배낭을 열었다.


통로가 생각보다 좁으니 상체 갑옷은 벗어 배낭에 넣었다. 자칫하다간 수리비가 더 나갈지 모르니까.


“길이 좁은 것 같으니 제가 먼저 들어가서 확인할게요. 별문제 없으면 이곳에서 자리 지키고 있는 게 좋겠습니다.”


실프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괜찮으시겠어요? 혹시라도···.”

“괜찮아요. 수정 박쥐는 공격성도 없고, 오히려 위험이라면 저희 배낭이 위험하죠.”

그렇다. 배낭의 두께가 있다 보니 배낭을 가지고 틈새를 지나간다는 건 무리가 있다.


‘길드에 맡기고 올 걸 그랬네.’


괜히 불길하답시고 챙겨온 내가 잘못이지.


도둑도 위험하니 한 명은 남아 배낭을 지키는 게 상책이다.


“아··· 네! 제가 꼭 지키고 있을게요!”


내 의중을 파악했는지 주먹을 꼭 쥐며 고개를 끄덕이는 실프.


‘약간 미안한데.’


사실 먼저 들어가서 파밍 좀 하려 했다. 탐사야 뭐 별거 없지만 새로운 구역이다 보니 어떤 보물이 있을지 누가 알겠나.


그러니 보통 이런 상황엔 신경전을 펼치며 너도나도 들어가려고 하는 게 모험가들인데···.


얘 뭔데 이렇게 착하냐··· 아니 순진한 건가? 이러다 나중에 뒤통수 맞고 길드에 신고하··· 하, 아니다.


나는 잡념을 지우고 준비를 서둘렀다. 더 생각하면 죄책감이 올라올 것 같거든.


허리에 밧줄을 매듭지고 배낭에 연결했다.


“혹시 문제가 생기면 밧줄을 툭, 툭. 이렇게 두 번 당기세요. 바로 갈 테니까.”


스파이크 슈즈를 꺼내 신발을 갈아신고, 하의 위에 아머 각반을 꺼내 추가로 착용했다.


그리곤 단검을 허리춤에 걸고, 라이트 쉴드 하나를 꺼냈다.


“검은 안 챙기세요?”

“코볼트나 고블린이 나오면 방패가 더 유용합니다. 뭐, 어차피 여기서 나오진 않겠지만요.”


그러니 괜히 들고 갔다가 함정에 걸려 부러지는 불상사라도 생기면··· 큼.


어차피 단검 두 개 정도에 방패 하나면 충분하다. 게다가 라이트 쉴드엔 철도 덧대어 개조해놓았으니 공격력도 충분.


마지막으로 발광석을 꺼내 깨트리곤 손에 쥐었다.


환한 빛이 손에서 갈래갈래 뿜어져 나왔다.


“탐사 시작합니다.”


준비는 끝났다. 누가 공사 쳐둔 게 아니면 자연 함정만 조심하면 되니 어려울 것 없다.


“조심하세요!”


나는 실프의 걱정을 뒤로하고 틈새에 몸을 밀어 넣었다.


밧줄이 점점 풀어져 땅에 질질 끌리기 시작했다.


질질, 밧줄이 끌리는 소리와 스파이크 슈즈의 딱, 딱, 거리는 소리가 메아리치며 다시 내게 돌아왔다.


통로가 점점 넓어져 갔다.

사람 하나 간신히 들어가던 틈새가 이제는 편히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어졌다.


끼잇-!

끼잇-!


그러다 수정 박쥐 두 마리가 내 머리 위를 재빨리 지나갔다.


아까 본 게 잘못 본 게 아니라는 듯이 이번에도 푸른색 눈동자였다.


‘녹색이 아닌 푸른색이라···.’


모험가는 이변을 조심해야 한다.

하물며 등장한 적 없는 존재라면 더더욱. 하지만 위험성이 전혀 없는 수정 박쥐라 그런 걸까 내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녹색보다 비싸지 않을까. 그리 생각했다.


그러다 잠시, 커다란 공동이 나왔다.


“허··· 이건 또 뭐야.”


수정이다.

커다란 녹색 수정이 아닌 푸른색 수정.


그것도 공동 곳곳을 채우고 있었고, 자체 발광을 하는 특성이라도 지녔는지 빛을 비추지 않아도 은은하게 공동을 밝히고 있었다.


잠시 눈을 깜빡였다.

이제 이해가 간다. 왜 푸른색 눈동자를 지닌 수정 박쥐를 본 건지.


아마 저걸 먹고 자랐기에 그랬겠지.


‘나중에 푸른 것만 잡아서 팔아봐야겠네.’


나는 허리를 숙여 가까운 푸른 수정 하나를 톡톡, 건드렸다.


지잉-


‘어?’


반응한다. 반응이 있다. 시발 이게 반응 있으면 안 되는데?


다시 허리를 들어 시선을 가득 메운 수정을 살폈다.


문득 설마 그럴 리가 없겠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진짜 내 생각이 맞는다면 이건 횡재다. 보물도 이런 보물단지가 없을 거다.


최하급 마석부터 최상급 마석까지.

내가 사냥하며 채취한 마석은 하급이 끝. 그마저도 이런 반응을 보인 적 없었다.


그래도 알고 있다. 모험가 상식이라며 길드 커리큘럼에 나와 있으니까.


이번엔 발로 수정을 툭- 건들었다.


지이잉-


마찬가지다. 반응한다.


마석은 물리적 충격을 흡수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기에 가능한 일. 녹색 수정으로는 어림도 없다.


게다가 마나를 저장하는 특성까지, 덕분에 여러 마도구를 제작하거나 무구를 만들 때 흔히 쓰이는 재료라 알려져 있다.


하지만 등급이 높은 마석은 존재 자체가 귀한 만큼 모험가에겐 일확천금이라 불리는 돈다발.


“시발, 이게 전부 마석이라고···?”


그것도 이런 반응을 보이는 마석은 최소 중급. 색감도 양호.


“허······.”


말이 안 나온다.


이건 수정 동굴이 아니라 마석 탄광 급이잖아.


욕심이 올라왔다.


이것만 있으면, 아니 여기서 조금이라도 가져간다면 길드에 일반 의뢰를 발주하는 게 아닌 국가급으로 등급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어스를 찾고 있습니다-는 특급 게시판에 올라갈 테고 더욱 많은 지부에 더욱 넓게 퍼지도록 만들 수 있다.


그러면 고향에 대한 단서 말고도 다른 사람을 찾게 되는 날이 일찍 올지 모르는 일.


꿀꺽-


욕심이 일렁였다.


그때였다.


마석을 가져가려는 손끝부터 팔을 타고 전신을 휘감듯이 소름이 타고 올랐고.


모험가로 활동하면서 익힌 감이 경종을 울렸다.


마석에서 내 손이 천천히 회수됐다.


직감이 머리 위를 가리켰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보인다.


섬뜩한 눈빛.

푸른 안광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놈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몬스터···!’


그때였다.


『 캬아아아아아아아! 』


괴성과 동시에 놈이 내게 쏘아진 것은.


피해야 한다.


“당겨어-!!”


내 비명 섞인 목소리에 곧장 반응이 왔다.


팍, 하고 땅겨진 허리에 맞춰 뒤로 도약했다.


쾅-!


괴물이 내려앉은 자리는 움푹 파이며 파편들이 날아왔다.


서둘러 방패를 들어 안면을 보호했다.


“큭···!”

-무슨 일이세요!! 괜찮아요?!


뒤에서 실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냐고? 저걸 보면 괜찮냐는 소리보단 비명 먼저 나올 거다.


어림잡아 2m는 넘는 몸체에 위협적으로 촤악 펼쳐진 검은 날개.


저게 몸집을 불리려는 속셈이라면.


‘돌겠네···.’


너무 잘 먹힌 것 같다.


압박감이 장난 아니다. 내가 인생 최대 위기라 꼽는 Best 3을 전부 차지할 정도.


죽는다. 진짜 죽는다.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에 갈기갈기 찢겨서 이 땅에 묻힐 미래가 보인다.


아니, 씹고 먹고 맛보고 즐기기를 당해 똥으로 나오려나.


녀석은 계속해서 나를 관찰하고 있다.


『 키···. 』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한 발자국 내게 다가오는 녀석. 나도 그에 맞춰 서서히 뒤로 물러났다.


‘도망갈 수 있을까.’


천천히 뒤로 빠진다면 들어왔던 곳으로 냅다 줄행랑을 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걸 녀석이 내버려 둘까? 만약 다짜고짜 달려든다면 다시 피할 순 있을까?


온갖 불길한 생각들이 계속해서 맞물리기 시작했다.


천장과 바닥과의 거리는 어림잡아 12m. 그런 거리를 순식간에 낙하한 괴물.


직선상 루트를 아까와 같은 속도는 아니더라도 못할 이유가 없는 녀석.


이렇게 생각이 오가는 와중에도 녀석과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었다.


“한수님!! 무슨 일이에요! 아까 그 소린 뭐였··· 어.”


이런 시발.

네가 갑자기 왜 튀어나와.


녀석의 눈동자가 내 뒤로 향했다. 날개가 펄럭인다. 자세가 낮춰지고 푸른 안광이 번뜩인다.


“피해!!”


『 캬아아아아아-! 』


동시에 서둘러 옆으로 도약했다.


꽈아아앙-!


이윽고 터져나가는 듯한 굉음과 출구를 완전히 부숴버린 괴물.


동시에 밧줄이 끊어져 나갔다.


“실프!! 야 이 시발! 미친 새끼야!!”


저건 죽었다. 괜히 걱정이랍시고 들어와서 죽었단 말이다. 모험가라면 남보다 자기 목숨 귀한 줄 알아야 하는 법이거늘, 멍청한 새끼 진짜···.


“나도 죽겠는데 무슨.”


투두둑-. 녀석이 처박힌 벽에서 몸을 빼내곤 고개를 흔들었다.


“···미치겠네.”


그 광경에 절로 뒷걸음질 쳤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검을 챙기는 건데. 모험가는 뭐? 준비성이 좋아야 하고 대비를 뭐? 진짜 존나 오지랖이었다.


이렇게 방심 한 번에 훅 갈 인생이었으면서 무슨···.


근데.


-부, 북쪽의 저저, 정령이 무기를 마, 만들었으며··· 그것은 나, 날카롭고 냉기를 머금었으니···.


이게 왜 들려올까.


“적대하는 자의 심장을 뚫으리라!! 아이시클 랜스!!”


콰자작.


『 캬아아-!!! 』


살아있었냐!


“실프!!!”

“괘, 괜찮아요! 그, 근데 어떡하죠, 출구가 무너졌어요!!”

“조용히 해!! 지금 당장 천천히···.”

“저, 절 쳐다보는데요···.”


젠장, 이판사판이다.


나는 녀석에게 달려가며 단검을 던졌다.


진짜 있는 힘껏 던졌다.


팅-.


“팅? 시발, 가지가지 하네 진짜!!”


진짜 소용없는지 내겐 신경도 쓰지 않고 실프에게 아가기를 쩍 벌리며 달려들고 있었다.


뛰었다. 심장이 터질 듯이 거리를 좁히고 도약했다.


“씨-발 놈아!!”


콱.


스파이크 슈즈가 녀석의 척추에 직격 했다.


비명도 없다. 탄식도 없다. 그저 태연스레 뒤를 돌아보는 녀석.


내 공격이 먹히지 않았다는 증거.


하지만.


녀석의 얼굴만은 달랐다.


이를 꽉 깨물었다.


“해보자고.”


실프의 공격은 통했다. 그거면 충분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석 먹는 지구 홍보 대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잠정적 연재 중지 공지(리메이크). 20.11.06 14 0 -
19 18화 20.11.05 12 0 13쪽
18 17화 20.11.04 13 1 14쪽
17 16화 20.11.03 16 1 12쪽
16 15화 20.11.02 18 1 13쪽
15 14화 20.11.01 21 2 13쪽
14 13화 20.10.31 22 1 11쪽
13 12화 20.10.30 23 0 13쪽
12 11화 20.10.29 32 0 13쪽
11 10화 20.10.28 33 1 17쪽
10 9화 +1 20.10.27 46 1 12쪽
9 8화 20.10.26 33 1 12쪽
8 7화 20.10.25 40 2 13쪽
7 6화 20.10.24 41 1 14쪽
6 5화 20.10.23 48 2 13쪽
5 4화 20.10.22 51 1 13쪽
» 3화 20.10.21 60 1 13쪽
3 2화 20.10.20 77 0 13쪽
2 1화 20.10.20 95 1 12쪽
1 프롤로그 20.10.20 113 2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