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캣 : 인생대타(너의 시간을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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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주
작품등록일 :
2020.10.2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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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7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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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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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 In the Dream4

안녕하세요! 이렇게 [카피캣 : 인생 대타]로 찾아 뵙게 되어 행복하고 설레는 청춘주 입니다. 제가 행복한 만큼 그대의 오늘도 행복으로 가득차길 바래 봅니다.




DUMMY

정확히 이틀 후,

세진은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하고 정갈한 계약서를 정현의 앞에 내밀었다.

계약서를 읽어 내려가면서 정현은 마음 속에 남아 있던 ‘혹시나’하는 의구심을 깨끗이 털어냈다.


[갑]과 [을]로 구분된 일반적인 계약서가 아닌,

[류정현]과 [김세진],

[류]와 [김]으로 명시된 계약서에는 딱 세진과 정현이 합의한 사항만이 적혀 있었다.


첫째, 동거의 목적은 정현의 건강회복과 안녕에 있다.


둘째, 동거의 기간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6개월로 한정한다.


셋째, [류]의 외부활동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김]은 일체 간섭 하지 않는다. (단, 위치정보 등은 공유한다.)


넷째, [류]의 심신의 치료를 목적으로 [김]은 [류]의 생활을 관찰할 수 있으며, 치료와 관련된 모든 결정 권한은 [김]에게 있고, 치료 목적의 행위에 관한 결정권은 일체 [김]에게 위임된다.


다섯째, 계약이 시작되는 시점을 기해 계약과 관련된 모든 정보는 외부로 발설할 수 없으며, 계약기간 만료 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 비밀유지 사항은 계약과 관련된 모든 것을 포함한다.

(사고원인, 경과, 현황, 결과 등... 계약과 관련된 사항 일체)


여섯째,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 시 상호 합의로 원만한 해결 방안을 도출 한다.


정현은 처음으로 본인이 [을]로 칭해지지 않은 계약서에 들뜬 마음이 감춰지지 않았다.

영락없는 철부지 서른 살의 모습으로 얼굴의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정현은 그렇게 계약서를 읽어 내려갔다.


‘훗! 확실히 아직은 어리군!’


자신의 기분을 여실히 들어내며 계약서를 읽고 있는 정현을 내려다보며, 세진은 그와의 불편했던 첫 만남이 떠올랐다.


‘겨우 일주일... 아니 열흘?’


온몸에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처럼 작은 일에도 세상 모든 것을 베어버릴 듯 날카롭게 반응하던 그 날의 정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지금 세진의 앞에는 영락없이 천진하고 철딱서니 없는 오늘의 정현만이 남아 있었다.


어떻게 사람이 저리도 쉽게 풀어질 수 있는지, 세진은 이해되지 않았다.

자신이 전해 들은 정현의 삶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는데...


아마도 잘못된 보고서가 자신에게 전달되었거나,

아니면, 지금의 천진함을 꼭꼭 잘도 숨긴 채 정현이 세상을 잘 버텨 내었거나 둘 중의 하나일 거라고 세진은 생각했다.


세진이 손을 들어 가볍게 느껴지는 두통에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어느쪽이던 그에게 그리 달갑지만은 상황 이었다.


--------------------


“이름이 뭐라고요?”


딱딱하기 그지없는 남자의 물음에 정현의 목으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류정현입니다.”


“나이는?”


“스물... 입니다.”


시선을 주지 않은 채 들고 있던 종이 뭉치에 자신의 신상을 적어 나가던 남자가 정현의 대답에 인상을 쓰고 고개를 들어 얼굴을 쳐다봤다.


“스무살? 학생?”


정현은 대답하지 못하고, 못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스캔하듯 기분 나쁜 훑어내림이 계속됐지만, 고작 20살의 정현은 생에 처음 느껴보는 긴장감에 그의 시선에 담긴 불편함을 읽을 수 없었다.


“어린 친구가 할 수 있겠어? 노가다가 쉬워 보여도 절대 쉽지가 않아! 어른들도 못 버티고 떨어져 나가기 일쑤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와는 다르게 통뼈에 힘이 장삽니다.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시켜만 주세요!”


‘제발...’


마지막 말은 입 밖으로 내어놓지 못하고, 행여나 어렵게 잡은 이 자리가 날아갈까 두려워

정현은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최대한 단정한 모습으로 남자의 말에 빠르게 답했다.


지금의 정현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당장 돈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취직을 준비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 정현에게는 없었다.


하루하루 시들어만 가는 순영의 곁에 최대한 오래 머물기 위해, 순영이 최대한 자신의 곁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정현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답안은 인력시장에 자신을 내놓는 것뿐이었다.


정현은 그렇게라도 순영을 지켜야만 했다.


또, 그렇게 순영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해야만 했다.

순영이 자신만을 버려두고 떠나지 않도록 최대한 오래 순영을 붙잡고 있어야 했다.


여전히 눈앞의 어린 친구가 맘에 들지 않는 듯 남자가 인상을 쓰며, 자신이 들고 있던 종이 뭉치에서 한 장을 거칠게 찢어 정현에게 내어 줬다.


“여기다 필요한 내용 쓰고 줘요! 그리고 저~쪽 아저씨들 모여 있는 곳에 가면, 반장님이 잘 알려 주실 테니 여쭤보고, 그리고 안될 것 같으면, 작업 시작 전에 말해요! 중간에 도망가지 말고...”


“네! 걱정하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현은 자신의 코가 허벅지에 닿을 정도로 깍듯한 폴더인사로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직 일은 시작도 못 했지만, 이렇게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잘해야 한다. 꼭 해내야만 한다. 할 수 있다!’


정현은 마음속으로 굳은 다짐을 하며, 손에 쥔 종이를 들여다봤다.


[고용주 = 갑], [고용인 = 을]로 명시된 생에 첫 계약서...


그저 일자리를 구한 것이 너무 기뻐,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정현은 계약서에 냅다 이름을 써 내려갔다.


온 세상이 푸르름으로 살찌기 시작하는 6월의 어느 새벽,

그렇게 20살의 정현은 [을]의 삶을 시작했다.


--------------------


“하~아음...”


시원하게 계약서에 사인을 마치고, 밀려오는 나른함을 견디지 못하고 정현이 연신 하품을 해댔다.


눈을 뜨고 난 후로 열흘 가까이...

정현을 괴롭힌 것은 온몸에 느껴지는 고통도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답답함도 아니었다.


끊임없이 머릿속을 사로잡은 잡다한 생각들과 걱정들로 정현은 눈을 뜬 그 날부터 쉬이 잠들 수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불면증?’


축복인지 재앙인지, 지금의 정현에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세진의 맘이 바뀌기 전에 우선, 확답을 받아 놔야만 했다.

그렇게 법적으로 구속된 약속이 정현에게는 필요했다.

긴장감으로 굳어있던 정현의 어깨에 힘이 한꺼번에 풀리며, 노곤해진 몸과 머리가 정신없이 무너져 내렸다.


“좀 자는 게... 지금도 눈을 뜨고 있는지 감고 있는지 구분이 안 되는데, 편하게 누워서 자는 게 낫지 않아요?”


“그럼 저... 조금만...”


정현이 눈도 못 뜬 채 답하며 침대에 몸을 뉘었다.


“스..... 후.... 스.... 후....”


1분도 되지 않아 방안에 정현의 숨소리 만이 가득 찼다.


세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전등의 전원 내리고 방을 나섰다. 그렇게 정현은 지금껏 채우지 못한 휴식을 조금씩 채워 나갔다.


--------------------


“여기 공증받은 계약서입니다.”


“아... 서랍에 넣어 주세요!”


“안보고요? 그래도 다시 한번 확인해야 봐야 하는거 아니에요?”


“믿어요!”


“그렇게 쉽게 믿는거 아니예요!”


“저한테 사기쳐봤자 손해만 보실걸요?”


정현의 간결한 한 마디에 세진이 옅은 미소로 침대 곁 서랍을 열어 계약서를 넣었다.


‘이 친구! 생각보다 세상 물정에 어둡다!’


“오늘 컨디션은 어때요? 결림이나 아픈 곳은 없어요? 잠은 잘 잤고요?”


세진의 계속되는 질문에 정현은 답도 없이 그저 세진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세진은 정현의 시선에 자신의 얼굴에 손바닥을 가져갔다. 행여 점심 먹을 때 밥풀이라도 묻었을까 하여 한 바퀴를 훑어 내렸다.


“왜요? 어디 안 좋아요?”


“아니요! 컨디션은 좋아요! 결림은 조금 남아 있는데 참을 만하고요! 잠은, 보셨잖아요! 이틀 내리 죽은 듯 자는 거...”


“근데... 형님!”


“네? 저요?”


“네! 형님!”


“네!”


정현의 갑작스러운 ‘형님’ 소리에 세진이 어색하게 답했다.


“우리 다시 어색한 사이 되는 겁니까?”


밑도 끝도 없이 알 수 없는 정현의 물음에 세진이 굳은 얼굴로 오른쪽 눈썹만 치켜세워 무슨 의미인지 물었다.


“아니! 호칭 정리 끝나서 형님 되셨으니, 제가 아우란 말인데, 말을 놓으셔야 저도 놓고 그래야 서로가 편하지 않을까요?”


“아! 좀... 어색해서.... 노력할게요! 아, 아니 노력할게!”


세진의 버벅거림이 재미난 듯 정현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역시나 녀석은 보통이 아니다.’


세진은 사기를 당한 듯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자신의 사람 보는 눈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한탄하며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부터 재활운동 들어갈 거예요! 마음 단단히 먹고, 그렇다고 너무 긴장하지는 말고”


세진이 손목을 감싸고 있는 셔츠 단추를 풀어 말아 올리며 정현의 발 쪽으로 다가가 발목을 잡고 다리를 접으며 손에 힘을 줬다.


“악!”


예상하지 못한 통증에 정현이 소리를 질렀다.


“처음엔 다 그래! 다리 좀 접었다 풀었다 움직여봐! 괜찮아?”


“으... 휴~”


정현이 오른쪽 다리를 접어 가슴 쪽으로 끌어안았다. 숨쉬기 힘든 고통이 찾아오고, 이마에 식은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천~천히 숨 들이쉬고 내쉬고, 다시 풀었다 접었다 반복 3회, 다리 바꾸고...”


그렇게 1시간도 넘게 세진은 정현을 붙들고 치료를 이어 나갔다.


“갑자기 움직여서 몸이 힘들 거야! 쉴 수 있게 진통제 놔줄게 좀 쉬어...”


“네! 형님도 쉬세요~ 고생하셨어요!”


그렇게 전쟁 같은 첫 치료를 시작으로 그들은 매일 쉬임 없이 전투를 이어갔다.

그렇게 3주가 지나고, 여전히 기운은 없었지만 정현의 몸은 거의 원래의 컨디션으로 회복됐다.


“형님! 여기는 집이 참... 분위기 있네요!”


“훗! 낡았다고 얘기해도 되는데... 왜? 집이 낡아서 불편해?”


“아니요~ 그냥 진짜 분위기 있네요! 사람 사는 집 같이...”


정현은 자신의 두 발로 혼자 걷기 시작한 무렵부터 거의 매일 거실에 있는 소파와 한 몸이 되어 하루를 보냈다.


10년을 홀로 보낸 외로움과 방안에만 누워있을 때의 답답함을 날려 버리려 눈만 뜨면 거실로 나와 소파에 몸을 뉘었다. 그렇게 정현은 꿈만 같은 하루하루를 살았다.


“와~ 그렇게 누워 있으면 허리 안 아픈가?”


지난 일주일간 세진이 본 정현의 자세는 하나였다.


정현은 종일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누운 채 그저 눈으로 세진을 쫓아 다녔다.


처음에는 다친 곳이 아직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니 힘들어서 저러는가 보다 생각했고, 다음에는 살아온 삶이 너무 고단하여 휴식이 더 필요한가보다 이해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 세진은 더는 정현을 가만히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좀 걸을 만 한데, 밖에 나가서 산책도 좀 하지 그래? 그간 답답했잖아!”


“힘들어서 안 돼요!”


“힘들면 같이 나가던지? 아니면, 지팡이 같은 거 사줘? 좀 보기는 그렇지만, 어르신들 많이 하시는 보조기구도 있고... ”


“그... 조금만 더 있다가 더 괜찮아 지면 나갈게요!”


“아니면, 마당이라도 나가던지? 어디를 가던지 터치 말라더니... 겨우, 거실이 다 인거야?”


“좀만 있다가요! 아직은... 조금만 더... 조그만 더 자고... 10분만 더...”


“응?”


세진의 권유에 정현은 알 수 없는 말만 하고, 더욱 소파로 깊게 파고들었다. 이러다 정현과 소파가 붙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세진은 말도 안 되는 걱정이 일기 시작했다.




부족한 제 글과 함께 해 주셔서 오늘도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 하세요!


작가의말

나는 늘 []의 삶을 살아 왔다.

그리고 지금도 []로 살아가고 있다.

"~ 나도 해보고 싶다 '갑질' "

정말 잘 할 자신이 있는데...

이번생은 글렀나보다.


그대에게 어느날 []이 아닌 새로운 삶이 시작 될 기회가 주어진다면,

덥석 그 손을 잡을 것인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따지지도 않고?


짧은 인생이지만, 그리고 뭐하나 잘난 것 없는 [나]란 사람이지만,

그 동안 []의 삶 속에서 배운게 있다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그대도 이미 알고 있듯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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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캣 : 인생대타(너의 시간을 살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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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죄송하게도 작품을 쉬어 가려고 합니다. 20.12.13 41 0 -
공지 제목을 변경 하였습니다.(11.11 2차 수정) 20.10.29 63 0 -
공지 연재시간 오전 6시 05분으로 변경 합니다.(2차 수정) 20.10.27 71 0 -
30 EP30: 그렇게 시작되었다. 20.11.17 45 0 12쪽
29 EP29: 시작은 우연에서부터 4 20.11.16 45 1 12쪽
28 EP28: 시작은 우연에서부터 3 20.11.12 50 0 15쪽
27 EP27: 시작은 우연에서부터 2 20.11.10 50 1 13쪽
26 EP26: 시작은 우연에서부터 1 20.11.09 53 0 14쪽
25 EP25: 카피캣5(자각) 20.11.08 52 0 14쪽
24 EP24: 카피캣4(기다리는 시간) 20.11.07 57 0 13쪽
23 EP23: 카피캣3 20.11.06 58 0 12쪽
22 EP22: 카피캣2 20.11.05 58 0 13쪽
21 EP21: 카피캣1 20.11.04 62 0 12쪽
20 EP20: 확인4 (Moment_확신이 되는 순간) 20.11.03 53 0 13쪽
19 EP19: 확인3 20.11.02 55 0 12쪽
18 EP18: 확인2 20.11.02 61 0 13쪽
17 EP17: 확인1 20.11.01 64 0 12쪽
16 EP16: Typhoon 3 20.10.31 64 0 12쪽
15 EP15 : Typhoon 2 20.10.31 66 0 12쪽
14 EP14 : Typhoon 1 20.10.30 70 1 13쪽
13 EP13 : 파란3 20.10.29 73 1 14쪽
12 EP12 : 파란2 20.10.28 79 1 11쪽
11 EP11 : 파란1 20.10.27 77 1 13쪽
» EP10 : In the Dream4 20.10.26 76 1 12쪽
9 EP9 : In the Dream3 20.10.25 80 2 13쪽
8 EP8 : In the Dream2 20.10.24 90 0 12쪽
7 EP7 : In the Dream1 20.10.23 96 1 13쪽
6 EP6 : 남겨진 아이5 +2 20.10.22 102 2 14쪽
5 EP5 : 남겨진 아이4 +2 20.10.22 105 2 14쪽
4 EP4 : 남겨진 아이3 +2 20.10.21 122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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