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날 이계로 납치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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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팩스톤
작품등록일 :
2020.10.24 21:23
최근연재일 :
2021.03.0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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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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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마을

DUMMY

“지랄을 한다. 지랄을 해.”


케르투스가 꼴깝을 떨었다.

모양새를 보니 한두 번 해본 것이 아니다.


제 딴에는 최대한 근엄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것 같지만, 그랬으면 입꼬리는 내리고 그러지 그러냐.


-보아라. 이것이야말로 완벽한 베기다!


오두방정을 떨며 검을 치켜든 케르투스는 번개같이 진격하며 검을 휘둘렀다.


촤촹!!


호구는 성검을 휘둘러 케르투스를 쳐냈지만, 그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무, 무슨!


케르투스가 진격한 궤적에 날카로운 검영이 새겨졌다. 푸른 궤적은 호구를 가로질러, 물러선 케르투스에게까지 도달했고.


츄와앙!!


궤적을 따라 시퍼렇게 빛나는 마력이 공간을 가로지르며 날아들었다.


-이까짓 것!


물론 이렇게 대놓고 보이는 공격에 맞아줄 호구는 아니었다.


그랬으면 용사란 명칭은 반납해야겠지.


호구는 성검으로 날아오는 검광을 요격했다. 그것은 분명 성공할 것으로 보였다.


-크학!


검광이 붉은 성검을 그대로 통과하지만 않았다면 말이지.


-쉬워 보이는 공격엔 언제나 이유가 있는 법이다. 멍청한 놈.

-큿. 웃기지 마!!


츄와앙!!


-오?


호구의 성검으로부터 붉은 궤적이 나타나 케르투스에게 향했다. 이 기술은 케르투스가 선보였던 ‘완벽한 베기’와 동일 했다


-여윽시 용사. 엄청난 재능이군. 내 ‘완벽한 베기’를 훔쳐 배우다니.

“또 지랄한다.”


니가 알려줬잖아.


나는 떫은 눈으로 케르투스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좀 병신 같긴 해도 저 새끼는 왕족의 검술 교관을 역임했던 몸이다.


가르치는 방면에는 정평이 난 인물이지.


검사로서의 역량은 또 어떤가.

대륙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력한 기사다.


그의 몸에 녹아 들어있는 프레온의 강력한 검식들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기술이다.


-프레온 수호검식의 기초. ‘완벽한 베기’ 기억해둬라 용사. 이를 마스터하면 이런 것도 할 수 있으니.


이제 끝낼 생각인가?

하긴 한 시간이면 길게 끌었지.


케르투스는 검을 움켜쥐고 호흡을 다스렸다. 그의 숨결에 푸른 마력이 섞여 사위를 푸르게 물들였다.


-으음.


침음을 삼키는 김호수.


천재라는 소리에 기분이 좋아졌던 걸까?


깊게 가라앉은 호구의 눈에 열의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최대한 기술을 훔치겠다는 그의 마음가짐이 엿보였다.


-이것이 바로 프레온 수호식의 극의! ‘칼날의 요새’다!


케르투스의 마력이 뒤흔들리더니 사방으로 폭사했다. 그 모습은 마치 성게와도 같았다.


촤촤촤촤촤!!

-가시에서... 가시가!


곤두선 성게의 가시 끝이 갈라지며 또 다른 성게가 나타나고, 새로운 성게의 가시가 갈라지며 주변의 가시와 이어진다.


그렇게 마력의 실선들은 서로 이어져 순식간에 거대한 거미줄을 형성했다.


-당했나? 아니, 어딘가 빠져나갈...... 흡!

-나의 요새에 빈틈은 없다.


지이이잉!!


“어딜봐도 거미줄인데.”


츄와아아앙!!


거미줄로 엮인 케르투스의 요새가 빛을 뿜으며 요동친다.


이걸로 끝났다.


갇히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미 거미줄에 걸린 이상 피할 수 없을 테니까.


-윽, 더 이상은......


호구의 의식이 끊어지는 것으로 이 싸움은 종결되었다.


-...잘 싸웠다. 하지만, 내 칼날의 요새에는 당해내지 못했군.


여느 때와 같이 폼을 잡는 케르투스.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다.


“역시 내 필살기는 용사에게도 통하는군.”


아니, 안 통할걸?


케르투스는 호구가 부리는 데스웜을 보지 못했다. 저까짓 기술 만전의 호구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부숴버릴 수 있으리라.


“용사 김호수가 이 정도라면......”


자신만만해진 케르투스의 얼굴이 우습다.


“한성. 그라도 날 함부로......”

“혼잣말은 그쯤 해둬.”


콰아아!!!!!


천지를 뒤흔드는 소음과 함께 케르투스의 요새가 소멸했다. 숨어있던 요새 주인의 눈동자가 튀어나올 정도로 확대되었다.


나를 본 케르투스가 환하게 웃었다.

그의 해맑은 미소를 보는 내 마음은 실시간으로 썩어들어갔지.


“왔군. 음...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가?”

“......”

“아니, 내 말은. 왜 그렇게 표정이 썩어있는......”


꽈지잉!!

촤아아아......

갑작스레 폭음이 일었다.

폭음에 실린 마력이 나무들을 뒤흔들고 지나갔다. 케르투스는 무시무시한 소닉붐의 중심지를 바라 보았다.


바로 내 손.


꽉 움켜쥔 내 주먹이었다.


“어... 혹시, 화났나?”

“아니.”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어찌나 긴장했는지 허둥거리는 꼴이 마치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보였다.


“그, 그럼 왜......”

-케르투스!! 너 이 자시익!! 감히 내 소중한 커피포......

“내?”

-...한성의 커피포트를 망가뜨리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카르투스는 격렬한 분노를 내보이며 소리치다가 내 말 한마디에 쭈그러들었다.


“푸하하!”


그와 함께 케르투스 이 새끼가 웃었다. 카르투스의 쭈그러든 목소리가 퍽 웃겼던 것 같다.


그리고, 당연히 케르투스의 웃음은 분노에 기름을 들이부었지.


“어, 음... 큼. 큼! 웃어서 미안하네. 후흡! 크흠! 그보다 커피포트가 뭐 어쨌다는 건가. 그까짓 아티팩트 자네가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텐데.”


이런, 씨...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겠네.


“그래?”

“하하. 그렇지. 재료는 내가 구해다.......”

“그럼 그까짓 아티팩트에 맞아봐.”

“응?”


눈앞에 나타난 유선형의 물체를 집었다.


쫭!!

“꾸헉!!?”


케르투스의 면상에 꽂아넣었다.


“자, 잠깐! 왜 이렇게 아프...... 꾸엑!!!”


그렇게 케르투스가 뒤지게 처맞고 있는 한편. 나는 팝콘을 내려놓았다.


하늘을 가득 메운 거미줄을 바라보며.


“입맛이 없네.”


이럴 때만큼은 분신 간 통신을 차단하고 싶은 마음이 치솟아 오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못한다.


분신은 사고가 끊어지면 소멸한다.


그것은 환영무를 통해 만들어진 분신이라도 동일하다.


분신의 소멸을 막기 위해선 그들의 두뇌를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뇌 쓰는 법]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분신의 뇌를 써야 하는데요. 혹시 남의 뇌로 생각하는 법 아시는 분 계신가요? 뇌는 어떻게 쓰는 건가요?


reisival : 지금 쓰고 있잖아 병신아.

물먹은 식빵 : 종족이 어떠시죠?

ㄴ글쓴이 : 인간이요.

ㄴ물먹은 식빵 : 그럼 모르겠네요. ㅎㅎ

ㄴ글쓴이 : ㅠㅠ

밍밍한 책 : 제 블로그에 포인트 10만 버는 법 있어요! ♥♥ 한번 해보시고 후기 남겨주세요!!


“씨발.”


있을 리가 없지.


손을 휘저어 서버 창을 지우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우와아! 나 거미줄 걸렸어!”

“나도! 나도 걸렸는데. 나는 거미줄 두 개다!”

“움... 응차! 헤헤! 나도 두 개!”


몸에 걸린 거미줄 개수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니 정신이 멍해진다.


“그래도... 이건 쓸만하네.”


케르투스가 호구를 패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며 익힌 기술. 칼날의 대지니 뭐니 한 것 같지만, 그냥 거미줄로 보이는 그 기술.


거인 분신을 통해 써보니까.

숲을 메워버릴 정도로 효과가 대단했다.


대부분의 요정들이 거미줄에 걸려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역시 만만치 않네.’


어디까지나 대부분의 요정들이 말이다.


“꽃! 내 꽃 떨어뜨렸어!”

“여기! 내꺼 써!”


일부는 아직도 거인 분신과 싸우고 있다.


사각사각.


“응?”


그때 아래쪽에서 나는 소리에 고개를 내렸다. 팝콘컵을 내려놓은 그 자리.


나는 팝콘을 들어올렸다.


“우물우물......”


컵 안에는 초록 머리의 요정이 나를 빤히 올려다보며 팝콘을 씹고 있었다.

나는 벌어지는 입을 애써 다물며 말했다.


“너 여기 어떻게 들어왔냐?”


요정과 거인이 난리 치는 공간에서 여유롭게 팝콘을 씹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바로 결계를 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헌데......


“꿀꺽! 달아! 하구.”

“......”


나는 요정의 날개를 잡고 들어 올렸다.


“우웁! 더! 더 먹을랫!”

찌직!


제 손으로 날개를 찢고 팝콘으로 다이빙.


‘날개. 소중한 거 아니었어?’


손에 들린 날개를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인벤토리에 대충 던져넣고, 요정의 뒷목을 잡고 들어올렸다.


“잉익!”

훌렁!


목깃을 잡히자 잠깐 허둥대던 요정은 옷을 훌렁 벗어 던지고 팝콘으로 뛰어들었다.


“그만해!”


결국 다이빙하는 요정을 공중에서 낚아채 결계밖을 향해 집어던졌다.


“우와앙!”


초록 머리 요정은 포물선을 그리며 결계 밖으로 날아가 거미줄에 걸렸다.


“하. 이제 다음 계획을......”


촥.


내가 저 요정을 얕봤다.


거미줄을 가볍게 떼어낸 초록요정은 주위의 친구들을 불러모아 이쪽으로 날아왔다.


“어, 설마?”


몰캉.


요정과 나 사이의 장벽은 너무나도 쉽게 허물어졌다.


“저기! 저거! 맛있어!!”

“움! 퉤퉤! 뭐야아! 맛없잖아?”

“그거 말구! 노란 거! 노랗고 끈적한 거!”


나는 신경쓰지 않은 채 팝콘으로 돌진하는 요정들. 다른 건 다 버리고 카라멜 팝콘만 집어 먹는 요정들에 나는 이마를 짚었다.


-음... 요정은 팝콘을 좋아하는군. 그 중에서도... 노란색 팝콘... 저 팝콘 이름이 뭔가?

“카라멜.”

-혹시... 만드는 방법도......

“옥수수.”

-...옥수수가 뭔가?


...이건 할 말이 없다.

그러고 보니 이 세계엔 옥수수가 없었다.

그런 고로 팝콘을 만들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오직 나 하나뿐.


‘어라? 이거 잘 하면......’


“노란 거 없어!”

“다 먹었어!”


카라멜 팝콘을 다 골라먹고 공황상태에 빠진 요정들을 바라보며 팝콘을 하나 더 소환했다. 100% 카라멜만 들어있는 팝콘 통을.


주륵.


침을 흘리며 팝콘 통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요정군단. 팝콘을 옮기면 요정들의 시선도 같이 따라왔다.


“질문이 있어. 대답해주면 배가 터질 때까지 팝콘을 제공해 주마.”


요정들의 눈에 열의가 깃든다.


“100% 카라멜 맛으로.”


나는 손에 들린 팝콘을 허공에 흩뿌렸다.


“끼요옷!”

“팝코온!”

“카라멜! 카레말!!”


요정들이 광분한다.

허공의 팝콘을 낚아채 입에 넣는다.


쿠훙!

“으우아아......”

“이이잉......”


거인분신이 대항하던 요정을 붙잡아 결계속으로 밀어넣었다.


잠시 통증에 몸부림치던 요정들도 어느새인가 팝콘을 전도 받더니 눈에 불을 켜고 팝콘을 먹고 있었다.


그때 거인 분신과 눈이 마주쳤다.


거대한 나를 보는 건 역시 부끄럽다.

반대로 쬐끄만 날 보면 기분이 이상하고.

이건 언제쯤 적응이 되려나......


“부활하기 전까지만 적응되면 되겠지.”


입가를 살짝 끌어올린 나는 거인분신의 소환을 해제했다.


*


“이쪽! 인간 이쪽이야!”

“지금 가고 있잖아.”


몽환의 숲 깊숙한 곳.

나는 요정의 안내를 받아 그들의 마을로 향하고 있다.


사방이 안개로 가득한 이곳은 최근 각성한 내 감각으로도 꿰뚫어 보지 못하는 장소다.


“자! 여기부터는 날 잡고 따라와!”

“어딜?”


이 작디작은 몸체에 잡을 곳이 어디 있다고. 그런 내 시선을 느낀 걸까? 요정이 나와 눈을 마주쳐왔다.


“움......”


슬며시 시선을 피하더니 몸을 배배 꼰다.


“그렇게 보면 부끄러운데......”


내 얼굴도 배배 꼬였다.


“앗 알았어! 히얍!”


요정의 머리카락 한 올이 길게 늘어나더니 내 새끼손가락을 휘어 감았다.


“이제 따라오면 돼!”


진작 이랬어야지.


나는 앞서가는 요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여기까지 왔다.


길었다면 길었고, 짧다면 짧은 시간.


이계화된 공간을 탐험하며 있었던 사건들이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친다.


모두 한 권의 책 때문이었지.


레이닉스의 108경비대.


단 한 권의 책으로부터 무한정으로 탄생하는 강력한 군대.


그 책은 분명 이 숲 안에 있다.


둥!

두쿵!!


요정의 뒤를 따를수록 내 안의 공명음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공명이 정점에 이르는 장소에 동화책이 있겠지.


촤아아......


“도착!”


요정의 활기찬 외침과 함께 눈앞의 안개가 흩어졌다. 안개 너머로 장관이 펼쳐졌다.


아기자기한 마을.

하늘을 수놓는 요정.

어디서도 보지 못할 신비한 동물.

동화 속에서 갓 튀어나온 것 같은 아름다운 세계.


그것이 내 눈앞에 나타난 광경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흑, 흑... 집에 가고 싶어......”

“여기가 집이야! 별장아!”


눈물 흘리는 나무 인간이었다.


씨발. 내 동심 돌려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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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패왕과 황소 +1 21.02.24 203 3 12쪽
113 용사와 현자의 돌 21.02.23 229 3 11쪽
112 재회 +2 21.02.21 246 3 12쪽
111 미로 +1 21.02.20 187 3 13쪽
110 황궁 21.02.19 184 3 12쪽
109 제국군 - 3 +1 21.02.18 218 4 12쪽
108 제국군 - 2 21.02.17 191 3 12쪽
107 제국군 21.02.16 213 3 12쪽
106 해방 - 5 +1 21.02.14 236 4 13쪽
105 해방 - 4 21.02.13 213 3 12쪽
104 해방 - 3 +1 21.02.12 247 4 14쪽
103 해방 - 2 21.02.11 212 3 13쪽
102 해방 21.02.10 216 3 12쪽
101 고대인 - 4 +1 21.02.09 221 3 12쪽
100 고대인 - 3 +2 21.02.07 229 4 14쪽
99 고대인 - 2 +1 21.02.06 237 3 13쪽
98 고대인 21.02.05 262 3 13쪽
97 하늘섬 21.02.04 256 4 13쪽
96 반지 +1 21.02.03 237 3 13쪽
95 요리사 +1 21.02.02 25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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