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호르몬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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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우드
작품등록일 :
2020.10.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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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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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6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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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

DUMMY

36화




가슴이 커졌다.


실화야?


긴장하고 가슴을 더듬어 본 결과 다행히 모유 수유를 할 것 같지는 않다.


대신 다른 변화가 생겼다.

근육의 사이즈가 확연히 달라져 있다.


어젯밤에 감각이 미쳐 날뛰고 있을 때, 근육도 같이 경직되었었다.

가슴근육도 단단하게 굳어 있어서, 유진선배가 인공호흡을 하는데도 가슴이 부풀지 않았을 정도.


그렇다면 어제 가슴근육이 찢어지면서 펌핑되었고, 그게 치유되면서 간지럽다는 얘긴데···


생각해 보니 전에도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교내 체육대회였었나?


사마준에게 팔 급소를 맞고 오후쯤부터 가렵기 시작했지.

그때, 진우가 상처가 나아가는 중인 것 같다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럼 다른 근육은?

왜 다른 근육은 안 간지럽지?

다른 근육도 만져보니 펌핑이 지대로 먹어있다.


혹시 옥시토신이 부족한가?


옥시토신은 육체의 균형을 맞춰준다고 했다.

나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육체의 치유를 가속하는 효과도 있는 것 같은데···


유진선배.


간질.


유진선배의 눈물, 콧물.


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


으히히히히히히히힣.

간지러워.

온몸이 조금씩 간지럽기 시작했다.


이거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고.


머릿속으로 어제의 일을 최대한 디테일하고 정성스럽게 떠올렸다.


유진선배 입술과-


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간질.


“으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헿!”


“어머머? 얘가 진짜? 하이고 참··· 자식 키워봤자 소용 없다더니···.”


어머니 죄송해요.

너무 간지러워요.


“그래도 축 처져 있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난 일 다녀올게요. 저녁에 금방 올게.”


“그래요. 고생해요. 잘 다녀와요.”


“으히힣··· 아···아버지 안녕히 다녀오세요. 흐히히힣흐흐흐히힣···”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일어나서 겨우 인사를 드렸다.

오늘은 엄마가 내 옆에 계시고, 아버지가 일을 나가신다.


이어지는 무지막지한 간지러움.


그런데 이제는 조금 괴롭다.

간지러움이 고문도구로 이용되기도 한다더니, 슬슬 버거워지기 시작한다.


“으히히히히히히히히히힣···”


“······얘. 혹시 어디 이상한 거 아니니? 어디 불편해?”


“아흐흐흐흐흫··· 아니요. 근육이 치유되면서 간지러운 것 같아요. 으히히··· 저번에도 이런 적 있어요. 걱정마세요. 희히히히히히히히힣···”


“저번에도 이랬다고?”


으힣히히히힣히히힣히히힣히히히히···


괴··· 괴로워···.


내 상태가 걱정되시는지 어머니가 다가오셨다.


“어디 봐. 혹시 열이 나거나 그런 건 아니지?”


엄마가 내 이마에 손을 올린 순간.


!!!!!!!


머릿속에서 뭔가 일어났다.


대량의 뭔가가 뇌에서 쏟아져 나왔다.

분비되는 것이 느껴질 정도의 양.


옥시토신은 엄마가 아기를 돌보고 쓰다듬을 때도 아주 활발하게 분비된다고 나와 있었다.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분비되고, 이 과정에서 유대감이 강해지고 아이는 옥시토신을 더 잘 이용할 수 있게 자란다고···


“열은 없는데? 몸이 좀 뜨겁나? 근육통 같은 거 아니니?”


어머니가 계속해서 내 등을 쓸어주셨다.


그러자 이제는 옥시토신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양으로 쏟아져나와 온몸에 작용하기 시작했다.


“에헤헿··· 엄마···”


그리고 옥시토신의 부작용 중의 하나가, 분비될 때 옆에 있는 도파민 분비 회로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옥시토신이 워낙 대량으로 분비되다 보니 곁다리로 나오는 도파민의 양도 만만치 않다.


행복의 호르몬.


도파민의 별명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마약류 중에 상당수가 도파민의 분비를 유도하거나 체내에서 재흡수 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읽은 적이 있다.


온몸에 퍼져있던, 괴로울 정도의 간지러움이 날아가 버렸다.

내가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침대에 늘어지자, 엄마가 가벼운 목소리로 타박하셨다.


“허이구··· 아까는 헤벌레~해가지고 유진이 생각만 하더니? 참 내. 등치만 커졌지, 아직도 애야.”


천국이로다.


세상만사 모든 것이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는 한동안 계속해서 머리를 쓸어주셨다.

몸이 점점 진정되어 가는 것이 느껴진다.


이것도 일종의 힐링팩터 능력인가?

나중에는 상처 나도 바로 아물고 그러는 거 아니야?


-똑똑. 나다.


“헤에~ 들어와.”


진우가 바나나를 한 아름 안고 등장했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응. 어서 와.”


“헤헤. 바나나 사왔네. 역시 입은 거칠어도 몸은 솔직해.”


“너, 그 표현 어디서 배웠는지 어머니께 설명드려 볼까?”


“응? 그게 무슨 소리니?”


“아하하하하핳. 아니에요, 엄마. ···야···이러기야?···”


“친구야. 그렇게 이를 세게 악물면 이빨이 상해요.”


“아하하핳. 두고 보자. 친구야.”


“근데 너 왜 그렇게 기분이 좋냐?”


진우와 어머니께 간단히 나의 상태에 대해서 브리핑했다.


“응? 그럼. 지금 마약에 취한 상태랑 똑같다는 얘기야?”


“헤헤. 그렇지. 이게 바로 파워 오브 러브다. 엄마~.”


“어우! 징그러! 어우!”


엄마가 몸서리를 치면서 저쪽으로 가셨다.


진우가 몸 이곳저곳을 만져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너··· 또 체형이 변했다?”


“그래? 거울을 못 보니까 확실히는 모르겠다. 근데 만져보면 근육량이 많아지긴 했어.”


“요새 체중은 재봤냐?”


“아니. 너 온 김에 한번 재볼까?”


“기다려봐. 내가 빌려 올게.”


진우가 밖으로 나가서 체중계와 줄자를 구해왔다.


“이건 어디서 구해온 거야?”


“간호사 누나들께 부탁했더니, 평소에 두고 쓰는 거라고 빌려주시던데?”


“······외모지상주의.”


“뭐라는 거야? 예의 바른 부탁에 친절함을 베푸신 거지.”


“난 왜 그런 친절을 경험한 적이 없지? 나는 뭐? 예의가 없냐? ”


“잘 생각해 보도록.”


“······없나?”


체중계에 올라섰다.


“129kg?”


“뭐? 잘못 본 거 아냐? 다시 잘 봐봐.”


“맞아. 129.3kg이라고 써 있어.”


“진짜? 엄마, 진짜예요?”


“응? 맞네. 129.”


엄마가 확인해 주셨다.


“뭐지? 살은 빠진 것 같은데?”


“근육이 늘고 키가 커서 그런가 보지. 너, 유진선배님 닮아가냐?”


“그럼 키는? 키가 많이 큰 건가?”


“키도 좀 컸어.”


진우가 키를 재 주었다.


“182cm네. 와··· 이 와중에도 키가 컸어.”


“182에 129? 좋네. 난 또 100킬로도 안 되는 줄 알고 속상해 있었지.”


“너 처음엔 나한테 ‘그래도 100은 안 넘어’ 이랬어. 기억 안 나?”


“어허. 과거는 과거일 뿐. 그때는 무지몽매하여 근육의 소중함을 몰랐으니. 과오를 자꾸 들추지 말게.”


“운동 다시 시작하면 감량부터 해야겠다? 축하해.”


“······.”


진우가 온 김에 같이 가벼운 운동을 시작했다.

스트레칭을 하다가 관절의 가동 범위도 한참 더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뭐야··· 너 원래 그 정도는 아니었잖아.”


“그러게? 원래도 조금 유연한 편이기는 했는데, 이거 완전 연체동물 같은 느낌인데?”


다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1자로 찢어지고, 두 손을 맞잡은 상태에서 두 팔이 머리를 지나 등 뒤로 넘어가서 엉덩이까지 넘어간다.


어째 이거, 독을 정기적으로 먹어줘야 하나?

아니면 옥시토신과 도파민의 효과?


그때.


-뜨르르르르르르르르릉···


갑자기 귓청을 때리는 금속성의 소리가 들렸다.


“화재경보기 소린데?”


“불이 났나? 아니면 잘못 울린 거 아니야?”


학교에 있을 때도 종종 화재경보기가 잘못 울려서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쏴아아아악!


“엇! 차가워!”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


“진짜 불 났나봐.”


“얘들아, 얼른 짐 챙겨.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제가 어떻게 된 건지 알아볼게요.”


진우가 병실 밖으로 나가려는데 안내 방송이 들렸다.


-별관병동 5층에서 화재가 발생하였습니다. 환자분들은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물에 젖은 수건을 챙기고 있는데 간호사 한 분이 병실로 들어왔다.


“밑에 층에 불이 났어요. 연기가 올라오고 있으니까 빨리 나가셔야 해요.”


“스프링클러가 있는데 불이 계속 번지고 있다고요?”


“아무래도 유류화재 같아요. 연기가 제일 위험하니까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으시고 저를 따라와 주세요.”


기름에 의한 화재라니···


느낌이 안 좋다.

화재 때문에 병원 밖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자객들이 노리기 좋은 타이밍이다.


병실 밖으로 나가자 검사부부의 침대도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검사가 눈 밑이 퀭한 얼굴로 말했다.


“느낌이 안 좋아.”


“저도 그래요.”


“엘리베이터는 위험해요. 환자분들이 불편하시더라도 계단으로 가셔야 해요.”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계단계단 입구에 서자, 습한 열기가 올라왔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덩치가 큰 경호원 둘이 검사 부부를 업었다.


먼저 계단을 내려가려고 몸을 내미는 순간 나도 모르게 발이 덜컥 멈춰섰다.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열기 사이로 이질적인 뭔가가 느껴졌다.


덩치가 매우 큰 사람.

다른 사람들은 전부 서둘러서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데, 혼자만 천천히 계단을 거슬러 올라오고 있다.


열기와 함께 피부로 느껴지는 더러운 느낌.

아주 미세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독이에요!”


서둘러 사람들을 계단 밖으로 밀쳤다.

우르르 넘어진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복도에 널브러졌다.


“아이고···”


사람들이 신음하는 사이에서 앓는 소리를 내는 엄마의 목소리도 들렸다.


엄마, 미안해요.


계단 문을 닫고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뒤에서 답답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스읍- 후욱. 어떻게 알았지? 아직 뿌리지도 않았는데?”


치익. 치익.


놈이 손에 들고 있던 스프레이로 독을 뿌렸다.

열풍을 타고 독 기운이 훅하고 올라온다.


복도 안쪽에서는 문을 열기 위해 계속해서 손잡이를 돌리고 있다.


-쾅! 쾅! 뭐하는 거야? 야! 문 열어! 야! 진만아! 이 새꺄! 문 열어!


“저놈이 독을 뿌렸어! 다른 통로로 가!”


-안 돼! 이 미친놈아! 넌 어쩌려구!


“이미 뿌렸어! 문 열면 다 죽어!”


-안돼!!!


안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독에 내성이 있어! 엄마 모시고 다른 계단으로 내려가! 부탁이야!”


-······알았어.

-안돼!!!!


엄마는 진우가 잘 모시고 갈 거야.


부탁한다.


천천히 계단을 올라오는 녀석의 발소리가 들린다.


목소리가 답답하게 울리는 걸 보니 놈은 방독면을 쓰고 있다.

펑퍼짐한 느낌의 옷도 입고 있다.

방화복이라도 입었겠지.


시간이 갈수록 불리한 건 나다.

이미 근육들이 굳으며 경련하기 시작했다.


‘좋았어! 펌핑이 아주 잘 먹고 있어! 음~ 맛있다! 음~ 좋아!’


하지만 손잡이를 놓을 수는 없다.

지금도 안에서 손잡이를 잡아 돌리고 있다.


놈이 계단을 다 올라왔다.


“스읍- 후욱. 어떻게 살아있는 건지 궁금하지만··· 뭐. 아무려면 어때.”


-칙. 칙. 칙. 칙. 치익. 치익.


내 얼굴을 향해 직접 독을 뿌렸다.


“커헉···”


숨이 멎었다.


“스읍- 이 정도 양이면 코끼리도 진즉에 죽을 양이야. 스읍- 니가 아무리 특이 체질이라 해도 이건 못 이겨.”


제발···


진우가 얼른 엄마를 모시고 떠나야 내가 문고리를 놓을 수 있다.


잡고 있던 손잡이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문 반대편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멀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됐다.


그와 동시에 놈을 향해 몸을 날렸다.


“뭐···뭐야!”


굳어가는 몸으로 놈을 껴안고 계단을 굴렀다.


쿠당탕탕···


낙법이고 뭐고 없이 계단을 굴러 내려가자 계단의 모서리들이 온몸을 파고들었다.


시간이 흐를 수록 다음 계단이 다가오는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눈 앞에 온갖 형형색색의 빛이 터지고, 귀에서 굉음이 들린다.

피부의 감각이 사라졌다가 극도로 예민해졌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호흡이 멎은 채로 몸이 점점 더 굳어간다.


아직도 떨어지고 있다.


다음 계단은 아직인가?


왜 점점 떨어지는 시간이 길어지는 거지?


뱃속이 간질간질하다.


이 느낌을 언제 느껴봤더라?


아···


기억났다.


어릴 때 놀이동산에서 타본 바이킹.


그 느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다가 깨어나지 못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설마···


다음 계단이 없는 건 아니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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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이게 되는군 23.08.28 31 3 14쪽
102 아빠가 정체를 숨김 +1 23.08.21 37 3 15쪽
101 어딜 도망가 23.08.15 37 3 13쪽
100 노 캔 23.08.10 41 4 13쪽
99 주문 23.08.08 46 4 13쪽
98 웃음의 종류 23.08.03 42 4 14쪽
97 넌 이미 죽어있다 23.07.31 46 5 13쪽
96 곰덫 23.07.27 48 5 15쪽
95 인풋 아웃풋 23.07.25 57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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