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호르몬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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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우드
작품등록일 :
2020.10.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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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6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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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갑자원

DUMMY

41화





말하고 싶다.


사실을 알면 위험해지겠지.


내가 아니라 진우가.


말하지 말자.


애써 생각을 털어버렸다.


점심을 먹고 체육관으로 갔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어! 진만이! 몸은 좀··· 이 놈 몸이 왜 이래?”


“체중은 늘었어요. 얼마 전에 쟀는데 129킬로였어요.”


“그래? 좋았어! 그럼 본격적으로 대회 준비하자.”


“아··· 근데 제가 학교를 그만둬야 할 것 같아요.”


“뭐?”

“뭐!?”


어느새 유진 선배가 감독님 옆에 다가와 있었다.


“왜?”

“왜!?”


계속해서 감독님과 유진선배의 오디오가 겹쳤다.

유진선배가 감독님께 꾸벅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괜찮다. 헌데 자퇴라니? 몸이 그 정도로 안 좋은 게야? ······정유진이가 엄청 궁금해하는 것 같으니까 자세히 말해 봐라.”


유진 선배가 작은 목소리로 아니에요라고 하면서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몸이 아픈 건 아니고요. 곤란한 일에 휘말린 것 같아서 잠시 한국을 떠나 있으려고요.”


“그래. 대충 이야기는 전해 들었다만··· 그래서 언제쯤 떠날 예정인데?”


“곧 있을 재판만 끝나면 바로요.”


“그럼 얼마 안 남았구나. 흠··· 아쉽게 됐다.”


“네. 저도 아쉬워요.”


감독님과의 대화에 집중할 수가 없다.

유진선배의 색이 요동치다 못 해서 깜빡거리고 있었다.


“유진아, 괜찮아?”


같이 몸을 풀던 동료들이 유진선배를 둘러싸고 살펴보고 있다.


“그··· 유진선배랑 이야기 좀···.”


“······그래. 잘 다독여줘라. 지금 중요한 시기야.”


국대선발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멘탈이 흔들리거나 하면 안 되는데···


같이 체육관 밖으로 나왔다.


“유학 간다고?”


“네. 재판 끝나면 바로 갈 것 같아요.”


“얼마나? 얼마나 오랫동안 가는데?”


“4년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그냥 떠오르는 대로 말했다.


“······어디로 가?”


“미국으로요.”


“미국? 거기 친척 분이나 누가 사셔? 미국은 유학 가기 까다로워. 돈도 꽤 많이 들고.”


“네. 먼 친척이 있어요.”


“······그렇구나.”


이대로 학교를 그만두면 유진 선배도 못 보는구나.


전화도 할 수 없다.

국내에서 걸어도 국제전화로 속이는 방법이라도 알아봐야겠다.


“그렇게 위험한 거야? 그 검사랑 관계된 일은 이제 너랑은 상관없는 거 아니었어?”


“그것 때문만은 아니에요. 배우고 싶은 분야가 생기기도 했고, 아무튼 위험해서 떠나는 것만은 아니에요.”


“배우고 싶은 분야?”


“경호에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어서요.”


사실, 그다지 배우고 싶지 않다.

하지만 생각나는 대로 떠들다 보니, 정말 그런 건가 싶기도 하다.


“하긴. 지금도 앞뒤 없이 나서는 성격이니까. 배우면 오히려 안전할 수도 있겠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선배는 준비 잘 되어가고 있어요?”


“국대 선발전 준비? 그냥 열심히 하는 거지.”


“언제 해요? 보러 갈 수 있으면 꼭 보러 갈게요.”


“2주 남았어.”


“그럼 보고 갈 수 있겠네요.”


“그래···”


선배의 감정이 점차 안정을 찾아간다.

그게 어두운색이라는 것이 문제지만.


“근데··· 너는 나를···”


-이 새끼가 디질라고. 빨리 가서 다시 사와.


-품절이래···


-그래서? 그럼 끝이야? 그러면 어떻게든 구해와야지!


투닥거리면서 사람 때리는 소리가 난다.


하아···


선배가 중요한 말을 하려던 것 같은데, 이 새끼들이···


“들어갈까요?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잠깐 있어 봐.”


“네?”


선배가 말릴 새도 없이 체육관 뒤편으로 걸어가며 소리쳤다.


“야! 니네 뭐하니?”


“뭐야? 운동부야? 여자라고 안 봐주니까, 꺼져.”


“니네 1학년이지?”


뻑!


“억···”


선배의 깔끔한 펀치가 멸치의 허벅지에 꽂혔다.

녀석이 허벅지를 붙잡고 쓰러졌다.


다른 놈이 선배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미친 년···”


턱.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서 그놈의 얼굴을 붙잡았다.


어디서 감히 욕을···


“읍···! 읍···.!”


“야! 너 또 사고 치면 골치 아파. 그냥 놔 줘.”


“어··· 알았어요.”


내가 손을 놔주자, 곧바로 선배의 로우킥이 허벅지에 작열했다.


빡!


“으억!”


두 놈이 바닥을 뒹굴고 있다.


타격도 좀 치시네?

근데 사고 치면 곤란한 건 선배도 마찬가지 아닌가?


유진선배가 애들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물었다.


“너네 반에 운동부 있냐?”


“으···”


“대답 안 해?”


선배가 손을 들어올리자 애들이 흠칫 쭈그러들면서 대답했다.


“있어요.”


“이름이 뭐야?”


“···지성룡이요.”


“성룡이한테 니네 버릇 좀 고쳐놓으라고 얘기할까? 진만아, 성룡이 불러와.”


“네.”


“아, 아니요!”

“이제 안 그럴게요!”


애들이 손사래를 치면서, 아까보다 더 어두운색을 뿜어낸다.


지금 성룡이가 무서운 건가?


평소에 선배가 성룡이 갈구는 걸 못 봤으니 저러지···

1학년들이 남녀 선배 통틀어서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이 유진 선배다.


“다시 이런 짓 하다가 걸리면··· 알지?”


“네!”

“네!”


“가.”


멸치들이 절뚝거리며 도망간다.

선배가 한쪽에 쭈그리고 있는 녀석에게 말했다.


“너도 가. 또 이런 일 있으면, 성룡이한테 일러. 아니면 나한테 이르던가.”


“네··· 감사합니다.”


잘 마무리된 것 같다.


“선배도 이런 문제로 말 나오면 곤란하지 않아요?”


“그래도 재판은 안 받잖아.”


“그래도요.”


“흠··· 진만아.”


“네.”


“난 니가 좋은데, 넌 날 어떻게 생각해?”


“············네?”


선배가 지금 뭐라고 한 거지?


잠깐 사고가 멈췄다.


‘이런 건··· 나도 처음이라···.’


명경지수도 이런 돌직구는 받아내기 버거운 모양이었다.


이런 쓸모없는 놈.


“그··· 그러니까···.”


“그러니까?”


“······좋아해요.”


“그래?”


“네.”


“그래 그럼. 오늘부터 1일로 하고, 장거리 연애하면 되겠다.”


“···네.”


큰일 났다.


진짜 국제전화로 바꾸는 방법을 알아봐야 하나?


“그래. 가자. 운동해야지.”


“네.”


“할 말이 그것밖에 없어?”


“어··· 얼떨떨해서요··· 꿈 같기도 하고···.”


“나도 그래.”


유진선배가 돌아보며 웃었다.


치아가 참 가지런하네.


선배는 웃을 때 보조개가 살짝 파이는구나···


근데 잠을 못 잤나?

입술이 조금 부르텄네?


응?


“어?”


“왜? 왜 그래?”


“눈이 보여요.”


선배가 성큼 다가와서 내 눈을 들여다봤다.


“정말?”


와···


동공이 이렇게 예쁠 수가···


유진선배를 중심으로 세상이 실사로 바뀌고 있었다.


한동안 눈을 맞추고,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머릿속에서 뭔가 마구 쏟아져 나오는데 이게 뭐지?


알고 싶지 않다.


“크흠······ 둘 사이가 너무 가까운데?”


“꺗!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감독님!”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실사였던 세상이 조금씩 무뎌져 간다.


“어? 눈이 다시 안 보여요.”


“눈?”


“눈이 다시 안 보여? 나 좀 봐봐.”


유진선배를 돌아보았다.


한참을 들여다보아도, 실사로 바뀌지 않는다.


이건 무슨 경우지?

아까는 왜 보였고, 지금은 왜 안 보이지?


“안 보여요. 음··· 이러다가 또 보이겠죠.”


“······그래. 보일 거야.”


“이런··· 내가 타이밍을 잘못 맞춰서 나타났구나.”


“아니에요, 감독님. 뭔가 방법을 알 것 같아요.”


눈이 보이는 방법.


뭔가 알 것도 같은데···


아까 내 기분이 어땠지?

뇌에서 뭔가 쏟아져 나왔는데?


마치 현자타임 같은?


아니야.


비슷한데, 뭔가 달라.

뭔가···


머릿속이 간질간질했다.


이따가 진우에게 물어볼까?


체육관으로 돌아왔다.

다른 부원들은 이미 몸을 풀고 체력훈련을 시작하고 있었다.


“최진만이도 같이 운동해, 갈 때 가더라도.”


“네. 감사합니다.”


다들 바닥을 이용한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슬그머니 옆에 끼어서 배밀이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같이 땀을 흘리니까 좋다.


정신없이 땅을 밀어내다가 철봉으로 이동했다.

전에는 근력보다 몸이 무거워서, 턱걸이 한 번 당기기도 쉽지 않았다.


“흡!”


매달려서 등 힘으로 몸을 끌어올렸다.


‘그렇지. 등으로 당겨! 호흡 뱉으면서!’


올라간다.

철봉이 가슴 근육에 닿았다.


이거 기분 좋네?


“크하하. 그 무게로 잘도 땡기네? 그럼 이렇게도 한번 해봐.”


상민선배가 옆으로 와서 시범을 보여주었다.


철봉에 매달려서 빠르게 몸을 끌어올렸다가 반정도 내려왔다가를 반복한다.


“하나, 둘, 셋, ······열여덟, 열아홉, 스물. 이런 식으로. 오케이?”


“······혹시 어디아프세요?”


“응? 무슨 소리야?”


아픈 것치고는 목소리가 너무 밝다.

그런데 아까 춘구에게서 맡았던 그 냄새가 난다.

아픈 것이 아니라면...


상민선배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귓속말을 전했다.


“···선배님. 혹시 스테로이드 맞으세요?···”


“······.”


상민선배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그리고 어두운색이 뭉클 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어디가 아프신 거예요?···”


“······너···어떻게 알았어?···”


“···냄새가 나요. 제가 특이체질이잖아요···”


상민선배가 말을 잇지 못 했다.


“···이따가 대련시간에 나랑 얘기 좀 하자···”


“···네···”


지금은 다들 정신없이 운동을 하는 중이라, 한가하게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일단은 철봉을 잡고 매달렸다.

그리고, 상민선배가 보여준 대로 빠르게 철봉을 당겼다.


상민선배가 맞는 것이 스테로이드 소염제라면···

나는 이걸 감독님께 말씀드려야 하나?


일단은 상민선배의 말을 들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스물 여덟, 스물 아홉, 서른, 서른 하나-”


조금씩 손아귀에 힘이 빠져나간다.


‘전완근이 약해! 이래서 갑자원에 나갈 수 있겠어?’


야구도 아니고 무슨 갑자원이야?

요즘 애들은 야구만화를 안 봐서, 갑자원이 뭔지도 몰라.


그리고···

어차피 전국대회는 못 나가.


‘······전국대회를 못 나가?’


갑자기 손에 힘이 풀렸다.


쿠당탕.


철봉을 놓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뭐야? 괜찮아?”


“네··· 괜찮아요. 너무 무리해서 당겼나 봐요.”


일어나려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았다.


뭐야?

왜 이래?


‘······전국대회가 물거품이 됐다고?’


운동하는 내가 계속해서 멍하게 중얼거렸다.


무슨 무의식이···

서로 소통을 안 하나?


학교도 못 다니게 된 마당에 전국대회 타령을 하고 앉아있다.


원래부터도 운동하는 나는, 외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이건 너무 하잖아.


“무슨 일이야?”


감독님께서 가까이 오셨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갑자기 몸에 힘이 빠져서···”


“그게 왜 아무것도 아니야?”


감독님이 내 몸을 이리저리 주물러보시더니 나에게 물으셨다.


“전에도 이런 일 있었어?”


“아니요. 왜 그러세요?”


“근육이 완전히 이완되어 있어. 운동하는 중에는 근육이 이 정도까지 이완되기 힘들다.”


“그··· 제가 학교를 그만두고, 대회에도 못 나간다고 생각하니까, 힘이 빠졌나 봐요.”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은···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


“짐작 가는 것이 있기는 한데요.”


짐작 가는 것이 있다.

살의라는 녀석이 시각을 차단했듯이 지금은 ‘운동하는 내’가 근육에 대한 제어권을 포기하게 만든 것 같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를 감독님께 말씀드리자, 감독님께서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그 자아라는 놈들이 대화가 가능하다고?”


감독님은 잠시 나를 들여다보기만 하고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조현병을 의심하고 계시는 건가?


“그럼··· 설득도 된다는 얘기지 않느냐?”


다행스럽게도 감독님의 입에서는 의외의 단어가 나왔다.

그런데 설득이라니?


“네. 가끔 제 의지와는 다르게 행동해서 그렇지, 설득도 가능해요.”


“원래 생각이라는 것이 그렇긴 해. 내 생각이라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어차피 설득이 필요하지.”


그런가?


“그럼 운동하는 나를 설득하면 되겠구나.”


“어떻게요?”


“전국대회에 나가.”


“네?”


감독님께서 오늘따라 예상외의 말씀을 많이 하시네.


“전국대회에 나가고 싶은 이유가 뭐냐?”


“음··· 제 실력을 시험해 보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표현이 너무 점잖은데? 솔직히 말하면 남을 이겨보고 싶은 것 아니냐? 이왕이면 여러 번 이겨서 순위에도 들고 말이지.”


“······그렇네요. 결국은 그거네요.”


“그럼 우승에 도전해 봐라. 그럼 후련하게 미련을 털어낼 수도 있겠지.”


“······무슨 말씀이신지?”


“어차피 네 체급 최강자가 우리 학교에 있는데, 그게 전국대회랑 다를 게 뭐냐?”


감독님께서 고개를 돌리신 곳에는 상민선배가 서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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