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타로에서 벗어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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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순류(順流)
작품등록일 :
2020.11.0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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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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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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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아워(2) 87화

DUMMY

순간, 김 실장을 돌아봤다. 그는 의연했고 여전히 복수의 욕망이 눈빛에서 불바다처럼 타오르고 있다.

- 이제 우리들의 매직아워가 시작된 거다.


*


경찰 순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자갈치 어시장 입구가 차단되고 경찰 기동대 버스가 도착했다. 중무장한 기동대원들이 하차했고 SWAT 경찰 특공대를 선두로 적외선 조준경의 빛이 어둠을 갈랐다.


- 좀 요란스럽네. 119 소방대가 먼저 와야 할 것 같은데. 음.


나와 김 실장은 자갈치 시장 앞바다에 맹렬히 타오르는 검은 연기를 등지고 철수하려는 찰나였다. 쏟아지는 적외선 조준경의 레이저 빔이 내 몸을 타겟으로 비추고 있었다. 붉은 점들이 온몸에 벌레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김 실장 또한 다르지 않았다. 어. 어··· 이건 아닌 것 같다. 왜? 우릴 겨냥해.


“아! 아! 아! 삑~~킁킁, 동작 그만! 동작 그만!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확성기에서 경찰 기동대장인 듯한 저음의 걸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웬, 투항? 이 인간들이 번지수를 잘 못 찾은 것 같은데.

우리가 서 있는 자갈치 해안 광장은 어느새 시위 진압용 조명이 대낮처럼 비쳤다.


“아아!! 다시 말한다. 당신들을 긴급체포한다. 킁킁.”


어이가 없다. 이들은 그림자 인간들로 초토화된 시내 거리를 보기나 한 건가. 저기 활활 타고 있는 바다 위에서 소각되는 그림자 인간들이 안 보이나?


“이봐요! 왜? 우릴 체포하는데. 응? 당신들 제정신이야?”

나는 눈이 부시게 비치는 조명 뒤에서 확성기를 들고 경고 방송을 하는 경찰을 향해 말했다. 옆에 김 실장은 언제든 공격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경찰들에게 에워싸여 모든 동작들을 주시당하고 있다. 여전히 저격수들의 레이저 포인트가 우리 몸을 훑고 있었다. 이런, 완전 꼼짝마오다.


“이봐. 김 준우. 당신은 일급 테러리스트야. 힘 빼지 말고. 바닥에 엎드려! 그 옆에 있는 놈도 함께. 딱 10초 주겠다.”


- 내가 뭐. 테러리스트?


길게 끌 수 없다. 경찰들은 우릴 체포하는 게 목적일 뿐이다. 난 김 실장에게 내 뒤로 오라고 사인을 보냈다. 그는 조심스럽게 내 등 뒤로 다가왔다. 날 테러리스트라고 말한 확성기는 빠르게 숫자를 셌다.


9. 8. 7. ··· 2. 1. 실랑이 할 시간도 없다. 씨발.


나는 타워 카드를 꺼내 환하게 쏟아지는 조명을 향해 날렸다.

일순간 천둥소리와 함께 번쩍거리더니 번개가 광장을 향해 쏟아졌다. 쿠르르릉! 대지가 흔들리고 땅이 요동을 치더니 바닥이 쩍! 갈라졌다. 발을 헛디딘 채 공중에 붕 뜬 상태로 아래로 쑥~ 떨어졌다. 잠시 후. 우리는 아주 긴 파이프라인에 올라 탄 듯 빠른 속도로 하염없이 미끄러졌고 그 끝이 어딜까 하는 지겨움까지 밀려왔다.


눈앞에 하얀 섬광처럼 환한 빛이 쏟아졌다. 아이쿠, 신음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오며 나는 바닥에 나뒹굴었다. 뒤이어 김 실장도 미끄러져 내려왔다.


- 어디야?


등 뒤로 수많은 객석들이 펼쳐져있었다. 훅 불어오는 강바람이 그늘을 타고 코끝에 들어왔다. 야외상영관. 영화의 전당이다. 벽면 스크린 영상에서 화려한 레드카펫이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상영관 좌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났다. 스크린의 세상과 현실의 세상은 달랐다.


“김 실장님, 괜찮아요.”

“네. 준우 씨는 어때요. ··· 앗!!”


김 실장은 반사적으로 겨우 일어서려는 내 쪽을 향해 몸을 날려다 우린 함께 바닥에 뒹굴었다. 내가 서 있던 자리 위로 검은 콜타르가 폭우처럼 쏟아졌다. 온 세상이 이 지겨운 냄새 나는 기름 덩어리로 덮이는 거 아냐.

나는 몸을 추스르고 두리번거렸는데, 길 건너편대로 쪽에서 요란스럽게 뛰어다니는 전차가 보였다. 꽁지머리 전차 수호신? 설마. 얘들이 왜 여기 나타나?


“준우 씨, 저기 꽁지머리 수호신이 그림자 인간들을 사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 실장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두 마리의 스핑크스가 끌고 가는 하늘의 나는 전차 위에 꽁지머리 수호신이 우락부락한 팔뚝에 잔뜩 힘을 쓰고 있었다. 그는 전차에 굴비처럼 그림자 인간들을 엮어 매달고는 질퍽한 바닥을 박차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다시 하늘에서 검은 콜타르가 소나기처럼 우두둑 떨어졌다.


꽁지머리 수호신은 전차에 꿰다 맨 그림자 인간들을 매달고 수영 강 쪽으로 날아가더니 강물 위에 던져버렸다. 강물 위에 그림자 인간들이 맥없이 둥둥 떠 있었다.

시커먼 검은 기름띠가 강물을 더럽히고 있었지만 그림자 인간들을 잡아둘 곳이 물 위라는 걸 꽁지 수호신은 알고 있었던 거다. 인간들을 위해 스스로 아무 것도 안 할 것처럼 하던 수호신이 왜 저 짓을 하고 있지? 나는 의아해졌다.


나와 김 실장은 꽁지머리가 하는 청소 작업을 지켜볼 뿐 나서서 그들의 일을 일조해 주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각자의 역할에서 할 일을 한다면 조금은 이연수 회장을 반격할 시간을 벌 수 있으니 우리는 서둘러 이곳을 벗어나려 했다.


“야. 김준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나는 돌아보았다.


- 한솔.


“캬~, 어떻게 여기서 만나네. 오호 저분은 또 누구신가? 김 택 실장님, 아니신가.”

“어. 한솔아··· .”


반갑다고 인사하기엔 우리 사이는 어색했다. 더군다나. 한솔은 이미 이연수 회장의 측근으로 나에게 등을 돌렸다. 난 불편했다.


“널 찾으려 꽤 돌아다녔는데, 우리가 인연은 있나 보다. 크크.”


한솔은 키는 작지만 단단한 체형이다. 예전 사채업을 할 때 나에게 알바 꺼리를 조달해주던 그때처럼. 어깨에 힘을 잔뜩 넣고 거드름을 피우던 그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날 호구로 들었다 놨다 했던, 친구라는 말로 나를 제어했던 한솔이었다.


“준우 씨. 이쪽은 제가 맡을 테니 빠져나가요. 괜한 힘 빼지 말고.”

“오호, 김 실장님! 이거. 이거. 아주 새롭네~ 어쩌다 저런 호구를 수행하는 걸로 보이는데. 에이~ 아니겠지. 천하의 김택 실장님이 말이야. 어떻게 한 번 그림자 인간으로 훅 빠졌다가 살아 돌아오니 정신을 못 차리시나. 크크.”

“정한솔 대표. 말이 많이 늘었네.”


김 실장은 내 한쪽 어깨를 슬며시 잡고는 뒤로 물러나 있어라 눈짓을 보냈다.

사실 난 한 솔과 대면하는 순간. 온 몸이 굳어버렸다. 트라우마가 작동된 것 같다. 아니라고 부정해도 한솔의 동생 한 석의 죽음. 어릴 적부터 나를 제어하던 한 솔에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한솔 뒤로 또 다른 잔나비 그림자 인간이 버티고 있었다. 어림잡아 여섯 정도 돼 보였다. 점점 김 실장과 나를 에워싸며 다가오고 있었다.


“한솔, 난 할 말이 없다.”

“에이~. 왜이래 난 볼일이 있는데. 거기 네가 매고 있는 배낭 안에 이연수 회장님의 ‘삭티’가 있잖아. 안 그래? 그건 나에게 돌려줘야지? 그동안 간이 꽤 컸어. 쫄보 김준우가. 크크.”

“이건, 안 돼.”


언제부터인지 다시 이놈의 ‘삭티’가 거친 숨을 쉬듯 들썩거리고 있었다. 한솔은 자연스럽게 나에게 다가오려 했지만. 김 실장이 막아섰다.


“이까지가 마지막 선이라네. 한솔 대표님, 더는 없어.”

“크크. 그러시던가.”


김 택 실장은 낮은 목소리로 단호한 경고를 보냈다. 한 솔은 피식 웃음을 날리더니. 손짓으로 나를 가리켰다.

신호다. 뒤에 있던 그림자 인간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덤벼들었다. 김 실장은 사방에서 몰려오는 놈들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한 놈이 김 실장의 등 뒤에 올라탔다. 반사적으로 그는 바닥을 내딛고 공중으로 뛰어올라 다시 수직낙하 해 등 뒤에 달린 놈의 머리를 바닥에 쳐 박았다. 그는 나에게로 내쳐달려와 내 어깨를 잡아채는 놈의 팔을 꺾어 부러뜨렸다. 한솔은 팔짱을 낀 채 얼마나 잘 버티는지 피식거리며 비웃음을 흘리고 있다.

김 실장은 쿠르드 칼을 꺼내 손에 거머쥔다. 다시 다가오는 그림자 인간을 향해 휘두른 칼날위로 검은 액체가 한 방울 묻어나더니 두 둑둑하고 힘없이 떨어져 나간 팔뚝 사이로 폭죽처럼 검은 피가 솟구쳤다. 한 놈 한 놈을 제거하는 속도와 민첩함이 같은 편이지만 두려웠다.


“야~ 준우, ‘삭티’ 이리 넘겨. 옛날 생각 안 나? 셔틀은 아직 안 끝났어! 흐흐.”


- 놈은 나를 안다. 나를 맘대로 조종하는 법을 안다.


나는 힘없이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안에서 은빛 하드케이스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그 순간 초록빛을 토해내며 인공 심장 ‘삭티’가 터질 듯 부풀어 올라 쿵쾅쿵쾅 뛰고 이었다. 김 실장은 그림자 인간 두 놈을 난도질을 하듯 칼춤을 추고 있었다.

한 솔이 바짝 다가왔다. 그의 눈을 똑바로 볼 수가 없다. 난 잔뜩 주눅 들었고 그는 자기 물건을 찾아가듯 하드 케이스를 내 손에서 가로챘다. 나를 정면으로 뚫어져라 쳐보며 그는 한마디 했다.


“김 준우. 넌 살인자야.”


한솔은 바람처럼 스치듯 나에게 등을 돌렸다.

그 뒤를 어디서 뛰어왔는지 잔나비 그림자 인간들이 에워 쌓다. 김 실장은 내가 멍하게 하드케이스를 넘겨주는 걸 보고선 전속력으로 달려왔지만 다시 앞에 튀어 올라오는 그림자 인간들의 쉴드에 막혔다. 그는 다시 검은 핏물을 뿜어내는 백병전을 벌리고 있다.

영화의 전당 바닥은 다시 끈적거리는 놈들의 검은 콜타르로 뒤덮였고 나는 텅 빈 배낭만 한 손에 쥐고 주저 않아있었다. 김택 실장 또한 가쁜 숨을 겨우 가누며 내 옆에 다가와 선다.


“준우 씨.”


그는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검은 슈트가 찢어지고 셔츠는 땀에 젖어 온몸에 골타르가 범벅이 되어 고약한 섞은 냄새가 풍겼다. 한 솔은 어디론가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이대로 한 솔을 다시 만나다 해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에게 짙게 깔린 트라우마가 사라지지 않는 한, 난 호구일 뿐이다.


‘준우 씨. 타로 수호신 0번을 희생양으로 던지세요.’


귓전에 세미가 한 말이 맴돌았다. 0번 광대를 잡아야 한다.


“김 실장님, 조커를 잡아야겠습니다.”


김 실장은 나를 슬쩍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이연수 회장의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첫 유세장인 서면 중심가에선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렸다. 새하얀 단상으로 치장한 무대 위에 이연수 회장은 몸매가 두드러진 타이트한 붉은 치마 정장을 입고 서 있었다. 그 뒤로 12명의 여자 사제들이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호위하고 있었다.


군중들의 환호는 쩌렁쩌렁했고 두 손을 흔드는 그녀의 몸짓은 춤을 추는 듯 매혹적인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시바! 시바! 시바!”를 연호하는 군중들의 모습은 이곳이 대선 후보의 유세장인지, 사이버 교주를 추앙하는 부흥회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군중들은 점점 광적으로 도취돼 갔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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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벤데타 : 피의 복수(2) 98화 22.10.24 58 0 12쪽
97 벤데타 : 피의 복수(1) 97화 22.10.17 57 0 12쪽
96 빌런(6) 96화 22.10.10 58 0 13쪽
95 빌런(5) 95화 22.10.03 5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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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빌런(2) 92화 22.09.12 58 0 12쪽
91 빌런(1) 91화 22.09.05 58 0 13쪽
90 매직아워(5) 90화 22.08.29 61 0 12쪽
89 매직아워(4) 89화 22.08.22 66 0 11쪽
88 매직아워(3) 88화 22.08.15 74 0 13쪽
» 매직아워(2) 87화 22.08.08 62 0 11쪽
86 매직아워(1) 86화 22.08.01 65 0 11쪽
85 그래, 가보자(4) 85화 22.07.25 6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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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세미(3) 61화 22.02.07 8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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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더 킹 타로 카페(4) 56화 22.01.03 77 1 12쪽
55 더 킹 타로 카페(3) 55화 21.12.27 83 1 16쪽
54 더 킹 타로 카페(2) 54화 21.12.20 78 1 13쪽
53 더 킹 타로 카페(1) 53화 21.12.13 84 1 13쪽
52 공공의 적(4) 52화 21.12.06 93 1 12쪽
51 공공의 적(3) 51화 21.11.29 101 1 13쪽
50 공공의 적(2) 50화 21.11.22 87 1 13쪽
49 공공의 적(1) 49화 21.11.15 113 1 15쪽
48 타로 보는 남자 - 조커(2) 48화 21.11.08 93 0 12쪽
47 타로 보는 남자 - 조커(1) 47화 21.11.01 89 1 12쪽
46 타로 보는 남자 - 빙의(5) 46화 21.03.22 110 1 14쪽
45 타로 보는 남자 - 빙의(4) 45화 21.03.18 96 1 13쪽
44 타로 보는 남자 - 빙의(3) 44화 21.03.15 129 0 13쪽
43 타로 보는 남자 - 빙의(2) 43화 21.03.11 101 0 13쪽
42 타로 보는 남자 - 빙의(1) 42화 21.03.08 106 1 15쪽
41 타로 보는 남자 - 샤크몬(5) 41화 21.03.04 10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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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타로 보는 남자 - 29화(수정) 21.01.21 115 1 14쪽
28 타로 보는 남자 - 28화(수정) 21.01.18 121 1 15쪽
27 타로 보는 남자 - 27화(수정) 21.01.14 100 1 13쪽
26 타로 보는 남자 - 26화(재수정) 21.01.11 113 1 14쪽
25 타로 보는 남자 - 25화(재수정) 21.01.07 122 1 13쪽
24 타로 보는 남자 - 24화(재수정) 21.01.04 118 1 14쪽
23 타로 보는 남자 - 23화(재수정) 20.12.31 117 2 14쪽
22 타로 보는 남자 - 22화(재수정) 20.12.28 118 1 14쪽
21 타로 보는 남자 - 21화(재수정) 20.12.24 127 1 12쪽
20 타로 보는 남자 - 20화(재수정) 20.12.21 146 1 13쪽
19 타로 보는 남자 - 19화(재수정) 20.12.17 132 2 13쪽
18 타로 보는 남자 - 18화(재수정) 20.12.14 135 1 14쪽
17 타로 보는 남자 - 17화(재수정) 20.12.10 141 1 12쪽
16 타로 보는 남자 - 16화(재수정) 20.12.07 146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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