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욕의 절대자가 내 사역마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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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션
작품등록일 :
2020.11.0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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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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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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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2)

DUMMY

“허억!”

에단은 화들짝 놀래며 일어났다.

창밖에 드리우는 햇살을 보니 아침인 것 같았다. 메리의 시험에서 기절한 이후로 에단은 쭉 뻗어있었다.

‘졌구나···.’

에단은 어제의 패배가 생각났다.

‘애초에 이길 가능성은 없었지만 좀 더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래서는 절대 통과 시켜주지 않겠지···.’

통과할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카린에게 배운 기술이면 한 방 정도는 먹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것을 빌미로 시험 통과를 받아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유효타를 먹이지 못했기에 시험의 통과를 받아내기도 어려웠다.

-일어났어? 몸은 좀 어때?

옆에 있던 카린이 에단이 일어난 것을 보고 말을 걸었다.

“카린님···. 저···.”

-왜 그리 죽상이야? 넌 충분히 잘했어. 상대가 너무 나빴을 뿐이야.

“그래도···. 이제 어쩌죠? 마경에 못 가게 되었으니.”

-흠···. 이제 방법은 크게 두 가지겠지. 훈련을 해서 재도전하던지 몰래 빠져나가던지.

카린은 계약 조건을 위반하지 않게 에단의 행동에 되도록 영향을 주지 않도록 양쪽 선택지를 모두 말했다.

물론 쓰러져 있던 에단은 이 계약에 대한 일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카린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메리의 실력에 대해.”

-실력?

“범상치 않죠? 진짜 대단하지 않아요? 나이도 얼마 안 됐는데.”

-응?

“요리도 잘하지, 집안일도 잘하지, 실력도 좋지! 이정도면 세상 그 어떤 메이드와도 비교해도 우리 메리 같은 메이드는 없을 거예요!”

갑자기 시작된 에단의 메이드 자랑(?)에 카린은 당황했다.

평소에 메리를 거의 어머니처럼 생각한 에단이었기 때문에 메리에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대단했다.

에단은 이런 메리에 대한 일을 공유할 사람이 없었는데 이번에 카린이 알게 되어 흥분하며 자랑했다.

-어. 어? 그렇겠지? 그래. 확실히 대단한 메이드긴 하지.

“거기다 성격과 인품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겪을수록 진국이라는 말이 있죠? 딱 메리를 두고 하는 말일 거예요!”

듣던 카린은 순간 ‘개소리하지 마’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넘어왔다.

‘그년이 뱀 대가리니, 뱀 눈깔이니 했던 거 다 까발리고 싶지만 에단을 위해 참는다. 후.’

아직까지는 메리가 자신을 알아본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에 자신이 겪은 메리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었다.

-에단, 네 메이드가 대단한 것은 알겠는데 그래서 어떻게 시험에 통과할거야?

카린은 에단이 주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바로잡고 당면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 그렇죠···. 메리의 칭찬에 저도 모르게. 하하. 그리고 어떻게 해결해야할지도 갈피가 안 잡히고요.”

-이번에는 강요 안하고 네 뜻에 맡길게. 여기서 훈련을 하면서 메리에게 재도전해도 되고. 아니면 몰래라도 빠져나가고. 후자는 아무래도 도망가는 느낌이 좀 나지만 뭐 어때? 넌 아직 약자인데. 도망은 약자만의 생존 방식인걸.

에단은 카린의 말에 진지하게 고민했다.

훈련을 해서 재도전을 한다. 이게 정론일 것이다. 후자는 카린의 말대로 도망가는 느낌이었다.

굳이 메리의 미움을 받으면서까지 도망치는 것이 옳을까? 옳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메리의 믿음에 배반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

여기서 묵묵히 훈련을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일 것이다.

물론 그것이 가능성이 있었을 때의 일이었다. 지금은 자신의 주제를 알아야 할 때였다.

“저 잠시 메리와의 대결 복기 좀 하러 갈게요.”

-어? 어. 그래.

갑자기 진지해진 에단에 카린은 놀랬다. 꽤 무기력하게 져서 충격이 클 텐데 바로 복기를 한다고 한다.

그런 에단의 행동에 카린은 솔직히 좀 놀랐다.

에단은 훈련용 무기가 들어있는 가방을 메고 바로 나갔다.

-에단, 같이 가.

카린은 나가려는 에단의 어깨위로 얼른 올라탔다.

카린은 달리는 에단의 얼굴을 보았다. 져서 침울하거나 겁이 난 표정이 아니었다.

자신이 본 이래로 가장 냉정한 표정이었다.

훈련장에 도착해서도 에단은 옆에서 쳐다보는 카린에 시선에 신경쓰지 않았다.

당장 어제의 대련으로 머리가 가득했다.

‘내 주제를 알아야 해. 무턱대고 훈련한다고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에단은 메리의 마혈을 냉정히 분석했다.

메리의 마혈이 묻은 단검은 겉모습은 보이지만 기척이 없었다.

그리고 멀리서도 조종 가능했다. 사실 눈에 보이는 것 말고는 약점이 없었다.

눈에 보이는 것도 사람의 시야 범위가 120° 정도인 이상 나머지 시야에서는 볼 수가 없었다.

‘유일하게 대응할 방법은 화염의 폭풍인데 이것도 한 번 밖에 못쓰니.’

화염의 폭풍은 위력적인 기술이지만 그만큼 감정의 피나가 엄청 들어갔다.

어떻게 보면 격노의 피나를 무차별적으로 뿜어내는 기술이기에 당연했다.

그런 피나의 소모 때문에 에단도 승부수를 던질 때나 겨우 사용했던 것이다.

‘문제는 그것뿐만 아니야. 마지막 그 기술.’

에단은 사실 마지막에 당한 기술을 자세히 알지 못했다. 아는 것이라고는 기척을 만드는 것과 몸을 숨겼다는 것.

‘찌를 때 분명 손에 감각이 느껴졌었어. 그리고 몸을 숨긴 그 기술···.’

단검에 새긴 마혈과 똑같았다. 전신에 마혈의 기운을 감싼 형태.

‘그 정도 숙련도라면 마스터 바로 아래급이야···.’

대부분 마혈을 사용할 때 마혈의 극히 일부분을 컨트롤해서 그 특성을 이용한 전투를 했다.

메리의 단검에 피를 묻혀 기척을 없앤 것이 그런 방법이었다.

그리고 마혈에 대한 숙련도와 양이 늘어나야 전신에 마혈의 특성을 입히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었다.

대부분 레벨이 50정도는 되어야 시도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자신의 레벨은 11. 메리는 50 가까이. 레벨 제한을 거는 겸손의 미덕을 쓰고도 그 신기를 쓸 정도면.

“카린님. 저 깨달았어요!”

에단은 대결의 복기를 통해 마침내 깨달았다.

-오. 무엇을 깨달았는데?

기대에 가득 찬 카린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에단은 당당히 외쳤다.

“가망이 없어요! 얼른 튀죠.”

사실 에단은 언제나 약자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도망가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거기다 자신의 아버지도 도망가는 것을 겁내지 말라고 가르치기도 했다.


순간 벙 찐 카린은 폭소하기 시작했다.

-푸흡 하하하하하. 크크크. 크크큭. 켁. 콜록

카린은 그렇게 한참을 웃더니 겨우 진정하고 말했다.

-그래. 당당하게 외치길래 뭐라 하나 했네. 그래서 언제 가출할 거야?

“저녁정도에나 튀어야겠죠? 메리랑 저녁 먹고 가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맘대로 해. 그럼 이제 뭐할 거야?

“마저 훈련하다가 저녁 먹고 나서 짐 싸고 준비하죠.”

-훈련광이네. 그래. 옆에서 지켜봐줄게.

에단은 다시 훈련용 창을 쥐고 지난 대련을 떠올리며 훈련을 했다.

대련을 통해 느꼈던 부족한 부분을 상기하며 격노의 피나를 움직였다.

격노의 피나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싶었다.

솔직히 지금 상태라면 몇 번 싸우지도 못하고 피나가 떨어질 것이다.

이런 상태로는 마물이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마경에서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굳이 창 전체에 피나를 두를 필요가 있을까?’

에단은 격노의 피나를 움직여 창끝에 모이게 해보려했다.

예상대로 피나는 잘 움직이지 않았다.

에단 역시 한 번에 될 것이란 기대를 하지 않아 계속 시도해보았다.

격노의 피나를 유지한 채 피나의 미세한 컨트롤.

조금씩 조금씩 피나를 창끝으로 모이게 하는 연습을 했다.

이것은 알게 모르게 에단의 피나 제어력을 올려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모습을 본 카린은 흐뭇해하며 만족했다.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찾아가네. 출력부분은 나중에 해결할 수 있겠지만 제어력은 평생 안고 가야하는 숙제 같은 거지. 잘하고 있다. 에단.’

그렇게 피나 제어 훈련을 하며 시간이 지났다.


**

훈련에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해가 지는 저녁이었다.

메리와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 오두막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오자 메리는 저녁식사 준비를 했다.

메뉴는 에단이 가장 좋아하는 비프 스튜였다. 같이 먹는 과일 샐러드와 빵도 있었다.

특이하게도 어제에 이어 연속으로 오늘도 호화로운 식단이었다.

“오늘도 호화로운 식단이네? 무슨 일 있어?”

“도련님 오셨어요? 무슨 일은요. 어제 대련도 열심히 했는데 기운내시라고 솜씨 좀 부려봤어요.”

웃으며 말하는 메리였지만 왠지 기운이 없어보였다.

“메리, 왜 그래? 기운이 없어 보이는데 무슨 일 있어?”

“네? 아니에요. 에이. 무슨 일은요. 참. 그건 그렇고 어제 대련은 어떠셨어요? 제가 너무 쌔서 기죽으신 거 아니죠?”

메리는 화들짝 놀라며 주제를 바꿨다.

대련을 이야기하니 에단은 어제 된통 당한 일이 생각났다.

“뭐, 예상해서 괜찮아. 그래도 메리의 마혈도 직접 상대할 수 있어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어. 다음에는 꼭 이겨줄게.”

“호호호. 아직 팔팔하신 걸 보니 마음이 좀 놓이네요. 다행이에요.”

메리는 입을 가리고 웃으며 이어 말했다.

“다음에는 꼭 이겨주세요. 다음에는··· 꼭···.”

에단은 메리의 마지막 말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잠겨있는 것처럼 들렸다.

‘설마 내가 가출할 생각이란 것을 알아챈 건가? 에이 설마···.’

아침에 훈련장에서 결심한 일을 메리가 벌써 알아챌 리가 없다.

분명 메리만의 일이 있는 것이다. 에단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 이후로 식사는 간단한 이야기 외에는 고요하게 지나갔다.

메리는 생각이 많은 복잡한 얼굴을 했고, 에단은 그런 메리의 눈치를 보며 내심 들켰나 하는 걱정으로 숟가락만 기계적으로 움직여 비프 스튜를 비웠다.


“이만 가볼게요. 도련님. 오늘도 편안한 밤 되세요.”

저녁식사 후 뒷정리를 마치고 메리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에단은 그런 메리가 신경이 쓰였지만 당장 오늘 할 가출에 집중했다.

야영에 필요한 도구와 훈련용 무기가 아닌 다른 실전용 무기들을 챙겼다.

많은 무기를 챙길 수는 없어 창, 방패, 메이스, 단검 몇 개 정도만 챙겼다.

에단은 걱정되는 마음에 메리에게 편지를 남긴 채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자 무수한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 펼쳐졌다.

꼭 에단의 앞날을 축복해주는 그런 밤하늘이었다.

기합을 가지고 에단과 카린은 러스트 가문을 나가는 가출 길을 나섰다.

**


가출하는 에단을 지켜보는 한 명의 시선이 있었다.

“결국 떠나는구나. 에단.”

메이드 복장의 금발의 청안. 그녀는 메리였다.

여전히 여러 가지 감정이 섞인 복잡한 얼굴이었다.

그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감정은 걱정이었다.

메리는 에단이 무엇을 할지 어떻게 생활할지 잘 모르지만 분명 험난할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조그만 도움과 에단의 앞날을 응원해주는 것뿐이었다.

높게 떠있는 달을 향해 떠나는 것 같은 에단의 뒷모습을 보며 메리는 조용히 말했다.

“꼭 건강하게 돌아오렴. 내 사랑 에단.”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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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로스트 고블린(3) 20.11.27 20 0 12쪽
32 로스트 고블린(2) 20.11.27 47 0 10쪽
31 로스트 고블린(1) 20.11.26 60 0 10쪽
30 제의 20.11.25 58 0 10쪽
29 만연 호흡법 20.11.23 53 0 11쪽
28 방심하는 강자 20.11.22 43 0 12쪽
27 주인 없는 보석 20.11.21 43 0 11쪽
26 블랙 울프 20.11.20 66 0 11쪽
25 은빛 남매 20.11.20 91 0 11쪽
24 에반(2) 20.11.18 103 0 11쪽
23 에반(1) 20.11.17 39 0 11쪽
» 결정(2) 20.11.16 73 0 11쪽
21 결정(1) 20.11.14 4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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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격노의 불꽃(1) 20.11.07 54 0 11쪽
13 감정의 피나(2) 20.11.06 54 0 12쪽
12 감정의 피나(1) 20.11.05 50 0 11쪽
11 문(Moon) 테이블 20.11.04 102 0 11쪽
10 카린과의 갈등 20.11.03 58 0 11쪽
9 시련-격노(激怒)의 시선 20.11.03 92 0 11쪽
8 시련-환희(歡喜)의 시선 20.11.03 67 0 11쪽
7 시련-카린의 심상세계 20.11.03 87 0 12쪽
6 남들과 다른 길 20.11.03 8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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