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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이형
작품등록일 :
2020.11.05 10:29
최근연재일 :
2020.12.1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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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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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휴가

DUMMY

팔에 깁스를 하고 불편하게 밥을 먹고 있는 천성 앞에서 경식이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아주 신이 나시는가 봐요?”


“히히. 아니 나야 걱정이 돼서? 히히히”


“걱정된다고 하시는 분이 표정관리는 좀 하시고 말씀하시죠.”


“하하하 .. 흠...음... 미안, 미안! 어서 밥 먹어라. 잘 먹어야 뼈가 빨리 아무는 법이야.”


“이젠 완전 어린 아이 취급이시네.”


“사실 형은 요즘 기분이 좋아. 나이도 어린 너를 항상 위험한 곳에 앞장세운다는 것이, 우리 모두 속편한 일은 아니었거든. 잘됐어.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이번 기회에 좀 쉬자. 너 혹시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제가 지금 속편하게 놀게 생겼어요?”


“그냥 형이 하자는 대로 해. 아 참. 너 얼마전에 우리 헬기 타봤다니까 부러워했지?”


“가자! 형이 오늘 권력의 참맛을 보여주지.”



헬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천성의 입이 귀에 걸렸다. 눈을 빛내며 보이는 모든 것들이 신기한 듯 경식에게 저것 좀 봐 형.. 저것 좀 봐 형.. 한다.

저렇게 좋아하는 데 그동안 험한 곳만 끌고다녔다.

그리고 죽을 지도 모르는 자리를 염치없이 가라 부탁했다.

그랬었는데 오늘 천성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니 천성의 나이가 새삼스러웠고, 자신이 몹쓸짓을 했다 싶었다.

‘씨발 나이를 쳐 먹으니 눈구녕이 지랄을 하네, 아주.’

경식이 갑작스럽게 눈가를 적시는 눈물에 당황하며 금세 눈물을 닦았다.


너무 미안했다.

5살에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와 산에 들어가서 살았다고 했다.

18살에 할아버지마저 떠나보내고 5촌 당숙의 주소 하나 들고 서울로 올라왔다고 한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겠지만, 경식은 자신이 죽기 싫어서 천성을 옆에 붙여뒀다.

스무 살도 안 된 한창 나이에 친구들과 어울려 술도 마시고, 여행도 다니고, 연예도 하고 그렇게 자유롭게 해줬어야 했는데.

일이 꼬이고 꼬여 이렇게 돼버렸다.


산속에서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13년을 살았다고 한다.

손톱 만큼에 정을 주었더니 강아지처럼 좋다고 따라 붙어서는 꼬리를 흔들었다. 지옥 같은 곳까지 따라온 줄도 모르고 여전히 꼬리를 흔들고 있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이제 19살이다.

정말로 자신이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에 자꾸 눈물이 났다.

천성이 좋아 촐랑댈 때마다 눈물이 울컥 울컥했다.


경식이 2주일 동안 휴가를 냈다.

2주를 오롯이 천성과 함께 보냈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이고, 보여주고 싶은 것도 원 없이 보여줬다.

야구도 보여주고, 수족관에도 데려가고, 놀이공원도 데려가고, 동해바다에도 데려가고, 3D 게임도 같이했다.

눈물이 날 정도로 미안해지게, 천성은 온 세상의 행복을 다 가진 아이처럼 좋아 날뛰었다.

진즉에 이랬어야 했다.


2주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천성 덕분에 경식도 원 없이 놀았다. 이런 게 휴가인가 보다. 놀다가 지쳐 일이 하고 싶어지는...


“형은 이제 다시 신세계로 들어 가봐야겠다. 너무 오래 비웠어. 히히히.”

“아이고,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나가 버렸네요. 히히. 고마워요 형. 덕분에 하고 싶었던 거 다 해봤어요.”


“형은 들어가 볼 테니까 너는 놀고 싶은 만큼 더 놀아. 그래도 되는 나이야. 다 놀았다 싶을 때 형한테 연락해. 실컷 놀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같이 생각해보자.”


“앞으로 어떻게 하다니요?”


“언제까지 우리랑 피냄새 맡으면서 살거야? 또래 애들하고 술도 마시고 공부도 하고 그래야지. 그러다 보면 진짜로 하고 싶은 걸 찾을 수도 있고. 딱히 떠오르는 게 없으면 그냥 지금처럼 우리 옆에 붙어 다녀도 되고. 히히히”

천성이 생각이 많아 졌는지 한참을 말없이 커피잔만 만지작거렸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세상이야. 밖에서 많이 보고 많이 배워! 그래야 세상을 넓게 볼 수 있어. 그래야 생각도 커지는 법이고, 그래야 진짜 어른이 되는거고.”

듣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천성이 여전히 침묵했다.


“안에 걱정은 하지도 말고, 문호 놈이 진짜 환골탈태를 했다더라.”


“네? 진짜요?”


“히히히. 그래 이놈아. 마정석 색깔이 하얀색으로 변했다더라.”


“어쩐지...”


“그리고 니 말대로 우리가 동쪽으로 치고 나가니까, 늑대인간들이 알아서 40Km 밖까지 물러났다더라. 뭐 당분간 서로 마주칠 일은 없어 보여. 그러니까 넌 우리 걱정할 필요 없이 푹 쉬어. 그리고 임마! 형들 모두 너한테 목숨 한 두 번씩은 빚졌어. 니가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와도 우리는 여전히, 그리고 항상 널 반겨. 그리고 광케이블 공사 곧 끝난다고 하니까 이제 관문 안으로도 핸드폰 터질거야. 보고 싶거나 부탁할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고. 히히히.”


“그런데 형. 제가 하고 싶은대로 해도 되죠?”


“당연하지. 너도 이제 성인이야.”


“전 그냥 형들 옆에 있는 게 좋아요.”


“그게 아니래도 그러네.”


“형. 세상을 넓게 보는 게 좋은 건가요? 많이 알고, 친구가 많은 게 좋은 거예요? 할아버지 말씀이, 세상 어렵게 살 필요 없다고 하셨어요. 인생 길게보지 말고 짧게 보라고 하셨어요.지금 형들이랑 같이 있고 싶은데 그거면 된거 아닌가요? 그냥 저는 저 하고 싶은 대로 할래요. 더 보고, 더 배워라, 뭐 그런거... 저랑은 안 어울려요.”

경식이 천성을 한참동안 바라봤다.


“그래 이 씨발. 세상 별거 있냐? 가자. 씨발것...”



천성이 보름 만에 신세계로 들어오자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서 거나하게 술판을 벌였다.

천성은 너무 기분이 좋았던지 일찌감치 골아 떨어졌다.

인사불성이 된 신애를 민주와 경식이 부축하며 길을 걷고 있을때 경식이 조심스럽게 민주에게 말을 걸었다.


“민주씨~”


“네?”


“아.. 아닙니다.”


‘취했나 보다. 병신같은 소리를 내보낼 뻔 했다. 오지랖이지... 오지랖이야...’


말을 아끼는 경식을 한참 바라본 민주가 무슨 말이 나올 뻔 했는지 알 것도 같다는 표정으로 얕은 웃음을 지었다.


“팀장님. 제 나이가 낼 모래 서른이에요.

천성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알구요.

태어나 처음 말붙여본 여자가 저였겠죠.

사춘기가 늦게 온 걸 수도 있고.

그냥 무진장 사람 정이 고팠던 거 일수도 있고.

사랑이 뭔지 알 턱이 없고, 여자한테 손톱만큼이라도 생소한 감정이 생기면 사랑이라고 쉽게 착각하는 것도 알아요.

저랑 천성이랑 나이차이가 얼만데.

설마 천성이 저 지랄한다고 저까지 맞장구 칠 줄 아셨어요?”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나이가 드니까 괜한 참견이 느는 게 꼰대가 되나 봅니다. 하하하”


“호호호. 착한 꼰대 인정합니다.”

밝게 웃어줬지만 민주는 왠지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


‘그래 황민주 주접떨지 말자.’


“팀장님은 참 좋으신 분 같아요.”


민주의 갑작스런 말에 경식이 당황했다.


“아이고 많이 취하셨나 봅니다. 세상이 다 아름답게 보이시나? 하하하”

본의 아니게 둘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신애에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팀장님. 정말 좋으신 분 맞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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